심약하고 착한 의사들을 갈구는 무리들을 단죄해야하는데
의사들이 힘이없고 자꾸 악법들만 만들어서 괴롭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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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지소에 근무할 때였지요.
갑자기 지방자치제가 되어 시장 군수를 선거로 뽑게 되고 보건소도 시장 군수의 관할하에 있게 되니 보건소장(비의사)이 시장에게 잘 보이고 싶었었나 봅니다.
갑자기 보건지소 예산을 줄여야 한다면서 공중보건의들이 리베이트를 받기 위해서 약값을 많이 책정했다고 시청 감사과에 민원을 넣었더군요.
당시는 정말 리베이트가 많았는데, 공보의들 월급이 42만 800원이었던 시절이어서 리베이트 없이는 제대로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시기였습니다.
갑자기 시청 감사과에서 보건지소를 급습하여 약품수불부, 약품 구입내력등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무척 화가 나서 보건소장을 찾아갔습니다.
보건소장과 행정계장이 있는 자리에서 제가 보건소장에게 이렇게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리베이트를 받아서 문제가 된다면 당신이 그동안 지휘감독을 잘못한 책임이 더 큼을 알아야 한다.
나는 보건소에서 조그마한 물품하나, 냉장고 하나 사는데도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걸 알고 있다. 더구나 보건소 신축하는데 건축업자 지정과정과 신축과정에서 누가 돈을 먹었는지 담당자들을 모두 검찰에 고발하겠다. 이렇게 일을 확대하고 싶지는 않지만 당신이 이렇게 추접스런 짓을 하니 나도 똑같이 대해주겠다"
이렇게 하고 바로 나와버렸습니다.
그러자 보건소에서 난리가 났고,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행정계장에게서 계속 전화 삐삐가 옵니다.
그 전화 받고 싶었지만 안받고 버티니, 똥줄이 탄 행정계장과 보건소장이 9시쯤 제 관사로 찾아왔더군요.
그러면서 비겁한 웃음을 짓고, 일을 잘해보려 한 것이 괜히 공보의 선생님들에게 피해만 끼친 것 같아 죄송하다고 하며
식사나 하면서 같이 풀어보자고 하더군요.
저는 "식사는 친구하고나 하는 것이지 소장님과 식사하면 체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고 들어가려 하니, 소장이 제 옷을 잡고 진지하게 말하더군요.
"이번 공보의 리베이트 사건은 없던 일로 할 것이니 제발 검찰에 민원은 넣지 말아주세요. 부탁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검찰에 민원을 넣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못이기는 척 하며 "소장님이 리베이트 것을 깨끗이 마무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는 한 것입니까?" 하고 물으니 시청에서 관할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당신이 깨끗이 마무리하는 것을 보고 나서 나도 민원서류를 그 때 없애겠다고 말했지요.
그 후로 저는 공보의 생활 편하게 잘마쳤습니다.
우리가 당하는 것은 항상 합리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리베이트 사건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은, 소장이나 행정계장이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밑지면 본전이라는 식으로 한 판 붙었는데, 구린 녀석이 먼저 꼬리를 내렸던 것이지요.
이 사회 구석구석 구리지 않은 곳이 없고, 오히려 의사들은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 같이 순수하면서 소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의사보다 깨끗한 직종은 없습니다.
이제 우리의 투쟁방식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타 직종의 리베이트를 집중 끄집어 내어 왜 의사만 리베이트에 대해 더 엄하게 처벌하는지 국가인권위, 청와대,대법원 등에 계속 항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