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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영천시 고경면 ▒ 도덕산 / 703m ▒ 옥산서원 품은 경주 북쪽의 최고 전망대 |
도덕산(道德山)은 경주시 안강읍과 영천시 고경면의 경계에 자리한 해발 702.6미터의 아담한 산이다. 많은 산을 오르내린 산꾼들에게도 생소한 이름의 도덕산. 그러나 그 산자락에는 유서 깊은 문화유적이 흥건하여 반드시 한 번은 올라야 할 산이다. 국보 40호인 정혜사지13층석탑이며, 조선시대 영남 오현(五賢)의 한 분이신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1491∼1553)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세우고 기거하신 독락당(獨樂堂 보물 413호)과 계정(溪亭)의 즐비한 고목과 중국 주엽나무(천연기념물 115호)며 명필 한석봉, 퇴계 이황, 아계 이산해 선생들의 친필 현판글씨. 선조 5년(1572년)에 이언적 선생을 제향하기 위해서 세운 옥산서원(玉山書院 사적 154호)과 그곳에 보관중인 보물 524호인 정덕계유사마방목, 525호인 삼국사기, 526호인 해동명적 등 약 230종의 2197권의 책이며. 최근에 세웠으나 먼 훗날 명소로 남게 될 염불종의 총본산인 대가람 대흥사 등 자락자락에 들러야 할 곳이 수두룩하였으니. 들머리에서 만난 정혜사지13층석탑 영천시와 포항시를 잇는 28번 국도변의 옥산리 입구에는 옥산서원이란 화강암 팻말이 있다. 팻말을 지나 옥산리 입구에 접어들면 옥산리를 드나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있다는 세 그루의 멋진 노송 위로 이름 그대로 단아한 자태의 도덕산 전경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산자락에 자리한 대흥사, 옥산서원, 독락당 등은 하산길에 들르기로 하고 독락당 솔숲을 오른편에 끼고 북녘으로 포장길을 따른다. 버스종점에서 약 200미터 지점의 도덕산 남녘자락에 특이한 모습의 석탑이 보인다. 산길로 접어들어 석탑 앞에 선다. 방방곡곡 많은 절을 찾아다녔건만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황홀하고 특이한 석탑이다. 국보 40호 정혜사지13층석탑 안내판을 읽어보고 탑을 우러르고 다시 안내판을 읽고 탑을 우러르고…. 문득 안타까움에 가슴이 저린다. 참으로 황홀하고도 특이한 모습의 석탑, 이 나라에서 가장 귀한 보물로 지정된 국보의 관리가 이렇게도 소홀하다니. 문화재관리국에서 지정한 국보의 수는 나라 전체로 286점(1996년 1월 현재)에 불과하건만 이렇듯 소중한 민족의 유산이 거의 무방비 상태에서 훼손되고 있다니. 답답한 마음으로 다시 산길을 오른다. 통정대부 월성최공의 무덤을 지나면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된다. 오늘 산행에는 필자의 초등학교 동기생인 김위남여사와 최경희여사가 고맙게도 동행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길을 오른다. 올해는 엘리뇨의 이상기온으로 이곳 저곳에 진달래며 철쭉 명자꽃이 더러더러 피어있다. 산행시작 50분만에 주릉에 올라선다.
녹슨 등산로 표지판이 서있는 이곳은 자옥산(562m) 과 오늘 오를 도덕산의 경계선 안부이다. 이곳에서 왼쪽 능선길을 따르면 자옥산 정상까지는 약 30분이 소요된다. 자옥산 정상에는 삼각점은 물론 그 흔한 표지판도 없는 쓸쓸한 산정이나 너럭바위가 여럿 있어 호젓함을 좋아하는 산꾼은 조용히 명상에 잠길 수 있거니와 오늘은 오른쪽 능선을 쉬엄쉬엄 오른다. 평일인데도 간간이 산꾼들이 보인다. 산길도 뚜렷하고 위험한 코스도 없어 가족산행에는 안성맞춤의 산길이 이어진다. 오른발은 경주땅이요 왼발은 영천땅인 시경계 능선길을 반시간 남짓 오르면 동서의 조망이 탁 트인 전망대 바위에 올라선다. 건너편 어래산이 손 닿을 듯 다가서고 우리가 지나온 독락당이며 옥산서원이 환히 내려다보이고 안강벌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뒤돌아 서녘을 보면 영천땅의 오룡리계곡 너머로 삼성산(578m)이 메아리로 대답하고 가을햇살에 반짝이는 초록빛 못물이 눈부시다. 다시 이십여분 산길을 올라 드디어 정상에 올라선다. 큰바위를 쌓아올린 멋진 산정은 동쪽과 서쪽으로 까마득 절벽을 내린 두 개의 전망대를 세운 참으로 멋진 정수리이다. 경주시의 북녘 울타리 중에서 가장 높은 봉을 이룬 도덕산의 전망은 빼어나게 시원하다. 가까이에는 선장산, 봉좌산, 어래산, 자옥산, 삼성산이 이 산을 가운데 두고 연꽃형상으로 한 바퀴 둘렀으며 멀리 북녘으로 보현산, 침곡산, 비학산이. 남쪽으로는 낙동정맥의 단석산을 넘어 영남알프스의 연봉들이 가을하늘에 눈부시다. 동녘으로 눈을 돌리면 멀리 포항 시가지와 포항종합제철, 그 너머로 동해바다가 아련하다. 정상에는 화강암으로 세운 정상석과 91년 포항청우산악회에서 세운 정상목이 있다. 그러나 정작 삼각점은 주능선을 이어 북쪽으로 약 50미터 지점에 ‘기계 26 1979년 8월 재설’이라고 음각되어 놓여있다. 원점회귀하려면 도덕암으로 하산 북녘능선을 계속 이으면 선장산 또는 봉좌산 어래산을 이어 가겠지만 시간이 빠듯한 우리일행은 동녘의 도덕암 하산길을 택한다. 정상에서 조금 남녘으로 되돌아와서 왼쪽 능선길을 내린다. 뚜렷한 산길을 20여분 내리면 도덕암 산령각에 닿는다.
신라 35대 경덕왕(재위 742∼765년) 때 이미 세운 천이백년 고찰 도덕암. 그러나 법당은 몹시도 초라하다. 법당에 들어 부처님께 오늘 산행을 고하고 법당주위를 돌아본다. 절벽 병풍을 둘러치고 넓은 반석 위에 세운 참으로 명당절터. 맑디맑은 석간수가 두 곳이나 흘러나오고 열반길에 들어선 고목 감나무며 높다랗게 하늘 치솟는 추자고목, 나이를 짐작키 어려운 고목느티, 늦가을에도 주렁주렁 꽃이 피어난 수국, 일출과 낙조를 무색케 하는 피빛단풍, 대자연의 장엄 속에 고즈넉한 이 초라한 암자에 불향이 그득함은 어인 일인가. 요사채 벽에 걸린 목판에 새긴 두 개의 낡은 도덕암 중수기의 아름다운 서체와 문장은 빼어난 예혼을 가진 우리 조상들의 멋을 미루어 짐작하기에 충분하였으며 이 산의 옛이름이 두덕산(斗德山)이라는 것까지 알게 되었으니. 올해 세수 83년이신 원명 노스님이 다정스레 권하시는 음식공양을 간신히 사양하고 산을 내린다. 수많은 산을 오르내렸건만 오늘처럼 가슴 뿌듯한 산행이 흔하지 않았거니와 이름난 단풍산의 단풍보다 더 붉고 황홀한 단풍이 우리의 가슴을 조국애의 뜨거운 법열로 붉게 붉게 물들였으니. <글·김은남 사진·서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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