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 50분 알람소리. 혹 실수가 있을까 하여 2분 뒤에 다시 한 번 소리가 다른 알람을 맞추어 놓았습니다. 일어나 화장실 들러 다각실에서 뜨거운 물에 찬물을 넣어 따뜻하게 한 잔 마시고 나와 큰방으로 행합니다. 일어나 바로 마시는 일명 음양탕이라 하는 따뜻한 물은 위 건강의 비결이라고 동의보감에도 나오는 처방전으로 몇 년 전부터 일어나면 꼭 마시는 습관입니다.
큰방에 도착하면 대중들은 이미 다 착석하고 계십니다. 한 자리에 모여 한철 90일을 정진하는 인연 참 대단하고 귀한 인연입니다. 가사를 수하고 앉자 3시 15분 청중거사님 죽비에 부처님 전 삼배 드리고 대중이 서로 반배하고 바로 앉습니다.
딱. 딱. 딱 입선죽비에 각자 다리를 포개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입정이 시작합니다. 늘 하는 대로 첫 번째 날숨과 들숨을 하면서 "도량 내에 있는 모든 일체중생들의 고통을 제가 거두어 주겠습니다." 서원을 세우며 관상(觀象)합니다.
두 번째 “일체중생의 고통을 제가 다 거두어 주겠습니다.” 낱낱이 관상하면서 ”길거나 짧거나 아니면 중간 치기거나 미세한 것이나 거대한 것이나 눈에 보이거나 눈에 안 보이거나 멀리 살거나 가까이 살거나 태어났거나 태어나려 하거나 일체중생들의 고통을 제가 다 거두어 주겠습니다.” 서원합니다.
일체중생의 고통을 관상(觀想)으로 이불로 덮어도 주고 마음으로 안아도 주고 광명으로 비추어주며 그렇게 마음을 지어가는 것입니다. 4시 중간 죽비 딱! 그리고 십분 포행 멀리 큰 법당을 도량석 내리는 목탁 소리가 새벽의 고요함을 일깨우고 요사채의 부산히 움직이는 소리가 정겹게 들립니다.
다시 입선죽비 딱! 4시 이후 성륜사 도량의 정진열기가 가득합니다. 법당에서 종성 소리 마당에서의 대종 소리 큰방에서의 입선. 5시 딱! 딱! 딱! 새벽정진을 끝내는 방선 죽비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108배 염주를 챙기어 큰 법당에 올라가는 길 지장전 기도스님의 청아한 “지장보살” 염불 소리를 들으며 잠시 지장보살의 원력을 생각합니다.
큰 법당에는 기도스님의 천수경 독경과 새벽기도 동참하시는 분들이 보이고 법당 보살님께서 내가 108배하는 자리에 좌복도 정갈하게 펴 놓으시었습니다. 기도스님의 염불 소리를 속으로 따라하면서 천천히 그리고 정성을 다해 부처님 전에 108배를 올립니다.
염불과 좌선과 절 수행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매 꾸어 주며 함께하면 건강하게 정진 할 수 있습니다. 좌선으로 뭉친 다리를 108배로 풀어주고 정진하면서 올라오는 아상을 녹일 수가 있고 염불로 깊은 의식을 흔들어 침전된 업장을 드러 내고 좌선으로 살펴보면서 결국은 이 모두가 하나이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정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의 화두는 일체중생과 정성입니다. “나무아미타불”을 하든 절을 하든 좌선을 하든 일체중생을 향한 정성스런 마음입니다. 일체 중생을 향한 마음이 굴절되어 돌아오는 것을 살펴보면 내 살림살이를 알 수 있는 것이고 그러나 일체중생을 위한 정성이 마음에 사무치고 몸에 배여서 증명하기까지는 다겁생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사실 깨달음이 그리 말처럼 쉬운 일이라면 하늘에 별처럼 깨달은 성자가 많을 것입니다. 도덕성(계행)이 받쳐주지 않는 수행은 사기이며 몸으로 증명되지 않는 깨달음 역시 사기 일뿐입니다. 다만 업장과 망상덩어리 마음과 몸뚱이 가지고 쉼 없이 지여갈 뿐입니다 현 조계종의 전형적인 수행이 아닌 이와 같은 나만의 수행은 전생부터 이어진 수행이라고 생각하며 다음 생에도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108배를 끝내고 법당에서 내려오는 길 찬 바람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끼고 마음은 가볍습니다. - 아 - 어느 듯 동안거도 정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첫댓글 아~미타행자의 편지가 책으로 출간 되었네요.?
제주도에가셔서 안거 입제 하셨어요?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
본연스님이 *호남의 도인* 청화스님께 출가하신 연고로 전남 곡성 '성륜사'에서 동안거를 지내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