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과징금 악재 대기…은행주 곤두박질
입력2024.04.01. 오후 6:08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꼽혔던 은행주가 최근 곤두박질치고 있다.
배당 기준일이 지나 매도세가 가파른 데다가,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자율 배상과 관련된 손실이
1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면서다. 금융당국의 과징금 규모까지 확정되면 관련 종목의 주가
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종목으로 구성된 KRX 은행 지수는 지난주 7.3%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1.5% 떨어졌다. 지난 25일 대비 기업은행은 12.9% 내려 하락 폭이 가장 컸고,
하나금융지주 11.9%, 신한지주 10%, KB금융 8.7% 등으로 낙폭을 키웠다.
은행주의 하락은 배당락 효과와 함께 그간 저PBR(주가순자산비율) 대표 종목으로 꼽히며 상승한
주가 차익 실현 움직임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KRX 은행 지수는 16.8% 올랐지만 배당
기준일이 지나면서 기관은 지난주에만 은행주 182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BNP파리바가 보유하고
있던 신한지주 지분을 매각한 영향으로 외국인의 신한지주 순매도도 약 520억원에 달했다.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홍콩 ELS 자율배상을 결정하면서 손실이 1분기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율배상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KB금융과
신한지주, 하나금융은 실적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하나증권은 KB금융이 8000억원, 신한지주
3500억원, 하나금융 2500억원 등 배상 규모가 1조4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 전체 1분기 추정 순익은 약 5조2000억원으로 16.2%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당국의
과징금 규모도 관건이다. 아직 제재 수준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조(兆) 단위 과징금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주가 연초 이후 30% 넘게 상승하기도 하는 등 단기적으로는 다소
과열 양상을 보였고, 밸류업 모멘텀(상승 동력)을 받았던 저PBR 종목들의 반등 탄력이 최근 대체로
약화하고 있다”며 “홍콩 ELS 배상으로 실적도 컨센서스를 밑돌 수 있어 일정 부분 조정 흐름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5월 중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구체적 방안이 발표되면 주가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업황과
실적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기대감을 제외하면 실적 모멘텀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5월 중 추가적인 밸류업 정책이 공개되기 전까진
다소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