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분당신도시 야탑동 매화마을1단지 입구. 벌써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한 주택법 개정안을 환영하는 플랭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 법이 통과돼 이 아파트는 전 가구가 40% 증축이 가능해졌고 일반분양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마련된 리모델링주택조합 사무실엔 새해 첫날부터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원용준 리모델링주택조합장은 “공사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묻는 것”이라며 “6개월 이내 시공사를 선정하고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 앞 성지공인 남궁수진 사장은 "집을 팔아달라고 매주 찾아오던 집주인이 갑자기 좀 기다려보자고 태도를 바꿨다"며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급매물이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사업이 중단됐었던 바로 옆 매화마을2단지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아파트 리모델링추진위 김정락 위원장은 “일반분양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설계변경을 검토해 다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된 지 20년 된 1기신도시가 리모델링 기대감에 다시 술렁이고 있다. 국회에서 지난해 12월29일 리모델링을 할 때 전용면적 85㎡이하 아파트는 40%, 85㎡초과는 30% 증축하고, 전체 가구 수의 10%를 추가로 지어 일반에 분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범수도권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 전학수 회장은 “지금까지 리모델링 비용은 100% 조합원이 부담해야 했지만 이젠 일반분양을 팔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며 “공사비도 부담도 덜고 새 아파트로 지을 수 있으니 리모델링 대상단지 주민들의 기대감이 다시 커졌다”고 말했다.
▲ 분당 매화마을 입구에 일반분양 10%와 가구수 40% 증축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리모델링 사업 속속 재개 움직임사업에 속도를 내는 곳도 늘고 있다.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안인규 리모델링조합장은 “시공사에게 공사비가 얼마나 줄어들지 자문을 요청해 놨다”며 “결과를 토대로 내달께 총회를 열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옆 느티마을3·4단지는 시공사 선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 아파트 리모델링추진위원회 김명수 회장은 “설계사무소에 연락해서 리모델링 관련 법률 완화에 따른 기준 도면을 뽑아 달라고 요청했다”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서 건설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도시별로, 아파트 단지별로 반신반의하는 곳도 많다. 용적률이 높거나 단지 형태가 일반분양을 새로 만들기 적합하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주택법 개정안에서 층수를 높이는 ‘수직증축’은 구조 안전을 이유로 허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일반분양을 만들려면 수평증축(건물의 앞뒤, 좌우로 넓히는 것)이나 별동증축(단지 내 빈공터를 활용해 별도의 건물을 짓는 것)을 해야 한다.
하지만 평균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여유 공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기 신도시 가운데도 분당(184%)과 일산(169%)에 비해 평촌(204%), 중동(225%), 산본(205%) 등의 아파트 단지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평촌신도시 목련2단지 이형욱 리모델링조합장은 “수직증축이 안돼 제도개선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조합원이 원하는 만큼 일반분양이 늘어나지 않으면 형평성 논란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적률ㆍ단지구성에 따라 효과 제각각단지 구성에 따른 효과도 제 각각이다. 소형 아파트가 몰린 단지의 경우 일반분양을 아예 기대하지 않는 곳도 있다. 예컨대 779가구 모두 전용면적 40㎡ 미만으로 구성된 분당 구미동 하얀마을5단지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 봉현우 리모델링추진위원장은 “아파트가 너무 작아 모든 가구가 40% 한도만큼 늘리려고 한다”며 “남는 용적률이 없어 일반분양은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주택법 개정안에 따르면 리모델링 아파트가 일반분양을 할 때 ‘용적률총량제’를 따라야 한다. 기존 가구를 모두 규정만큼 증축했을 때 늘어나는 용적률을 총량으로 놓고, 그 범위에서 증축과 일반분양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일반분양을 만들려면 증축 허용 범위보다 덜 늘어나는 가구가 많이 나와야 남는 용적률을 가지고 일반분양을 할 수 있다.
무한건축사무소 이동훈 소장은 “신도시엔 50㎡ 전후 소형 주택이 많다”며 “집 크기가 워낙 작아 허용된 증축 면적을 양보해서 일반분양을 하려는 곳이 많이 나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김성주 차장은 “증축으로 인한 자산 가치 상승을 노리는 게 일반분양 가구를 통한 공사비 절감 효과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곳에서는 일반분양을 하지 않는 아파트 단지도 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시장의 침체에 따라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건설사간 본격적인 경쟁이 예상된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1기신도시 가운데 리모델링 대상이 되는 지은 지 15년 이상 된 아파트는 200만가구가 넘는다. 이중 현재 조합이나 추진위를 결성해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곳은 30개 단지 3만2600여가구 규모다. 가구당 공사비를 1억원 정도로 계산했을 때 3조원 이상의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펴는 셈이다.
커지는 리모델링 시장 놓고 건설사 경쟁 본격화할 것
쌍용건설 리모델링사업부 양영규 부장은 “수직증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별로 부족한 공간을 활용해 주민들이 원하는 주택을 일반분양과 함께 공급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어떤 아이디어로 리모델링 추진단지 주민을 만족시켜줄지에 따라 건설사들의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추가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산업개발 이근우 부장은 “리모델링 일반분양의 세부적인 규정을 담은 시행령을 빨리 내놓아야 건설사들이 기존 아파트의 설계변경 및 사업성 분석을 다시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연구위원은 “수직증축을 불허하는 상황에서 용적률, 대지 조건에 따라 수혜를 받지 못하는 단지는 지속적으로 추가 대책을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형평성 논란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첫댓글 복도식 아파트가 수익성이 좋겠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미초석류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