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듀오폴드 피드 만들기

[FallinginLove]

듀오폴드 피드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재질을 알 수 없어서 펜후드 회원님들에게 물었더니
에보나이트라는 것입니다.
고급 만년필에 사용되는 재료입니다.
에보나이트를 구입하고자 컴퓨러에서 긴긴 여행을 했습니다.

어느 곳에도 에보나이트를 파는 곳이 없었고,
마지막 포기하려는 순간 웹사이트중에서도
거의 제일 마지막에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있었습니다.
어렵사리 가게를 알았습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많았었는데,
요사이에는 쓰임이 거의 없어 만드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토막도 좋으니 혹시 구석에 남은 것은 없을까요?"

"주인 아저씨는 그정도는 찾아보면 있을 것입니다."

토요일 예약하고 월요일(어제) 을지로3가를 찾았습니다.
몇 가닥이 있긴한데 한참 뒤에야 가져다 주는 것입니다.

" 전에는 구로동에 어느 노인이 하셨는데,
그 영감님이 하두 이사를 다니다보니 영 연락처를 모르겠습니다."

쓰임이 없으니 돈벌이가 되지 않아 가게를 옮길 수 밖에 없고,
결국 없어졌으리라고 추측해 보았습니다.

사무실에 돌아와 듀오폴드 피드를 빼 내서 열심히
치수를 재었습니다.

그리고 공구를 꺼내어 놓는데,
전동드릴, 조각기, 카타 칼, 사포 문방구 학생용과 고운 사포...
이것이 전부였습니다.
아주 열악한 작업 공구들입니다.

먼저 피드 길이 만큼 에보나이트를 잘라
전동드릴 드라이버 홈에 물렸습니다.
스위치를 켜자 에보나이트 봉이 잘 돌아갑니다.
사포를 댓더니 잘 갈리지 않는 것입니다.
혹시나 하고 카타 칼을 뎃더니
아주 가냘픈 껍질이 테이프처럼 깎여 나옵니다.
그렇게 지름 2미리를 대충 얻었습니다.
다음은 6미리로 깎고,
그 다음 펜촉이 닿는 곳은 6.5미리로 깎았습니다.
그런데 첫번 것은 실패.
너무 봉을 딱 맞게 했더니 반대로 돌려 끼우자
중심 축이 서로 어긋나 버렸습니다.

두번째는 좀더 길게 잘라 물렸습니다.
그런대로 성공했는데,
그만 2미리 봉이 너무 가늘어 그만 뚝각 부러져버렸습니다.
두번째도 실패.

세번째는 아주 잘 만들어졌습니다.
드디어 피드 앞면의 각진 부분까지 조각기로 세심히 깎았습니다.
펜촉을 맞춰보면서 섬세하게 다듬어 나갔습니다.
아주 잘 맞았습니다.
잉크 흐르는 골도 만들었습니다.
펜촉 걸수 있는 볼록하게 나오는 턱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2미리 봉이 또 부러져버렸습니다.
세번째도 실패.

더이상 시간도 없고,
밝은 태양아래 아니면 어두운 지하 사무실에서
깎는다는 것이 무리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주 덜 정밀 기계와 손 감각으로 나름대로 피드를 만들 때의
설램은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밀링 절삭 선반 기타 정밀 기계만 있다면
만년필도 만들기 쉽겠다 생각한 하루였습니다.

피드...역시 오리지널이 제일 좋습니다.
그러기에 돈 비싸게 받잖습니까?

지금도 사무실에서 이상야릇한 에보나이트 냄새가 납니다.

[간절곶]

정말 만년필도 한번 제작 하시죠....ㅎㅎ

[이카루스]

대단하시군요.....저도 이렇게 직접 만들어보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시간있으면 언제라도 직접 만나 뵙고 정보를 받고 싶네요.... 저는 오디오의 진공관 앰프를 만들어 보긴 했습니다만 피드를 깎는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습니다.

[FallinginLove]

아주 조잡한 단계였습니다...그저 즐거움으로 재미삼아 해 본것이었는데..다음에는 문제점을 보완하여 더 잘 할 수 있을듯합니다. 감사합니다.

[라임오렌지]

대단한 시도를 하셨군요. 그런데 오늘날의 듀오폴드 피드는 에보나이트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어떤 재질을 사용했는지는 분석을 해보지 않아서 잘모르겠구요 열변형이 적은 그런 수지를 사용한 것 같다라는 생각입니다.

[까마귀]

FallinginLove님 정말 부럽습니다. 만들고 안만들고를 떠나서 그 만드는 과정하나하나가 정말 내심 즐겁고 재미있을것같아서 부럽습니다. 흐미~

[리에디션]

즐거운 하루였으리라 추측됩니다... 언제 만남의 기회가 주어지면 ... 좋은 가르침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이보그]

대단하십니다.^^ 장인정신 본받고 싶네요. 무언가에 대한 열정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