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第五章). 감당못할 지혜(智慧).
금몽추는 갑자기 뒷짐을 지고 상당히 심각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를 왔다갔다 하더니 말했다.
"으으험! 이건...... 이건 아주 간단치 않은 문제외다. 나는 그
치료비의 일할을 당신들에게 사례로 드릴 수가 있...... 아니, 아
니, 이 문제는 나중에 우리가 좀 더 신중하게 의논해 보도록 합시
다! 아마도...... 아마도 다른 많은 의원(醫員)들이 그녀를 치료하
려고 했어도 잘 되지 않았을 것이오. 하지만 나는 최고의 의원일
뿐만 아니라 그런 위급하고도 치료하기 어려운 병(病)을 전문적으
로 다스려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실로, 실로 그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소. 하지만 당신들은 아직 나를 믿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내가 무슨 수작을 꾸몄다는 말들을 하고 있으니...... 하
하, 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외다."
호위무사들 가운데 하나가 몹시 눈살을 찌푸리다가 전음으로 우
두머리에게 말했다.
'이 녀석은 십중팔구 수작을 부리는 것을 보니 더러운 사기꾼이
분명합니다. 과연 이런 수상쩍은 녀석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가 있
을까요?'
우두머리는 그를 한 번 돌아 보더니 웃으며 전음으로 대꾸를 했
다.
'우리의 임무는 그저 맡은 호위(護衛)에 충실하고 또한 시키는
대로 일을 하면 되는 것일세. 이 녀석이 정말로 실력이 있는 지는
알 수 없어도 우리는 그저 왕노야께서 이 녀석을 데려오라고 지시
를 내렸으니 그대로 하면 되는 일일세.'
우두머리는 이어 금몽추를 향해 다시 말했다.
"자네가 만일 우리 왕소저를 치료해 드리고 나서 우리에게 몇 푼
의 사례를 하고자 한다면 그거야 우리도 기꺼이 응할 수도 있는 법
이네. 그리고 아마도 지금 우리들 가운데에서 자네를 의심하고 있
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일세. 하지만...... 그러나 지금 가장 중
요한 일은 아무래도 자네가 한시라도 빨리 우리 왕소저를 치료해
주어 그녀로 하여금 고통을 덜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하! 그
러니 어서 이만 함께 가세나!"
금몽추는 몹시 득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음흉하게 웃
으며 손을 들어 앞쪽을 가리켰다.
"나쁘지 않군, 나쁘지 않아! 으흐흐흐......! 좋소, 좋아! 그럼
어서 앞으로 가도록 합시다. 설령 험한 가시밭길이 앞을 가로막는
다고 해도 우리는 반드시 그녀를 치료해 줄 수가 있을 것이
오!......"
호위무사들은 다함께 크게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말없이 달려
들어 그의 양 팔을 붙잡고 서둘러 신법(身法)을 펼쳐 나아가기 시
작했다.
호위무사들이 금몽추를 데려간 곳은 역시 그 어젯밤에 그가 묵었
던 화전반점(和田飯店)이었다.
호위무사들은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
러서 금몽추를 삼 층으로 이끌었다.
대개의 경우와도 같이 이 곳의 삼 층은 최고급의 호화로운 상방
(上房)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는데, 호위무사들은 그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객실로 금몽추를 데려갔고 이어 객청에서 그를 잠시 기다리
게 했다.
"쓸데없는 수작 부리지 말고 이 곳에서는 그저 얌전히 행동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안쪽의 방문이 열리고 서너 명의 사람들이 걸어 나왔는데, 그 중
에는 나이가 많아 보이는 호위무사도 있었고 상인 차림의 늙은이도
있었으며, 또한 제법 능력이 있어 보이는 의원(醫員)도 있었다.
금몽추는 그저 심드렁한 표정이 되어 아까 호위무사들이 시킨 대
로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기만 했는데, 그 늙은 호위무사가 일순
그를 날카롭게 쏘아 보며 소리쳤다.
"네놈은 감히 호랑이의 간담이라도 삶아 먹었다는 말이냐? 어째
서 왕노야(王老爺)를 뵙고도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는 말이냐?"
금몽추는 여전히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다만 고개를 한번 갸웃 거
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 돼지같이 뚱뚱하고 별볼일이 없어 보이는 늙은이가 바로 그
유명한 왕노야란 말인가?'
그 왕노야는 키가 육 척 정도 되고 다소 살이 찐 듯한 모습이기
는 했지만, 그러나 금몽추의 생각처럼 그렇게 뚱뚱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왕노야는 다소 기이(奇異)한 표정으로 금몽추의 얼굴을 바라 보
고 있었는데, 늙은 호위무사의 말을 제지하고는 다가와서 그를 향
해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바로 그 몽상(夢想)의 몽에 천추(千秋)의 추자라는 금공
자(金公子)인가? 자네에 관한 얘기는 이미 많이 들었네. 내가 바로
남들이 왕노야라고 불러 주는 왕금괴(王金魁)일세."
금몽추는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가 없어서 느릿
하게 몸을 일으키며 포권과 함께 말했다.
"당신이 이미 나에 관해서 그와 같이 알고 있다면 굳이 더 설명
할 필요가 없겠군. 하지만 나의 이 의술(醫術)이라는 것도 삼절(三
絶) 가운데의 겨우 두 번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소? 미처 몰
랐겠지만 나는 바로 그 유명한 곤륜삼성(崑崙三聖)이라는 사람이외
다."
늙은 호위무사가 일순 험악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이 곳이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그런 허튼 소리를 지껄여 대느
냐? 좀 더 공손하게 말을 하지 못하겠느냐?"
금몽추는 고개를 돌려 그 늙은 호위무사를 바라 보며 대꾸했다.
"내가 공손하게 말하지 못했다고? 당신은 설마하니 내가 의술을
펼치기에 앞서서 이 왕노야에게 굽신거리기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
오? 게다가 당신이라는 작자는...... 하 하 하! 나는 당신을 만나
기 위해 이 곳으로 온 것이 아니오. 그리고, 당신은 나의 삼절 가
운데 세 번째가 바로 무절(武絶)이라는 것을 알고 있소?"
말과 함께 금몽추는 근처에 켜져 있는 촛불을 향해 가볍게 장풍
(掌風)을 날렸으며, 그 바람에 그 촛불이 한차례 크게 출렁거렸다.
이 늙은 호위무사는 나이도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무공(武功)에
대한 안목 또한 대단히 높은 편이어서, 무공이 전혀 없는 듯한 금
몽추가 그와 같은 무공을 펼치자 일순 다소 놀란 듯 눈빛을 괴이쩍
게 변모시켰다.
왕금괴가 웃으며 손을 들어 두 사람을 만류한 뒤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자자, 모두들 그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우선 자리에 앉도록 하
세. 아, 자네에게 먼저 나의 이 담노사(譚老師)를 소개해 줘야 하
겠군. 그는 바로 나의 일을 도와주고 있는 사람으로 다른 사람들은
그를 장비수(長臂 ) 담청(譚靑)이라고 부르고 있지."
금몽추는 자리에 다시 앉으며 왕금괴가 장비수 담청이라고 한 그
늙은 호위무사를 바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장비수(長臂 )라고? 하긴 두 팔이 약간 긴 것 같기도 하군! 하
지만 저런 늙은이를 무슨 노사(老師)라고 하다니, 그건 좀 어울리
지 않는 말이 아닐까......?'
늙은 호위무사 담청은 왕금괴의 말에 따라 묵묵히 자리에 앉은
다음에, 이번에는 다소 가라앉은 음성으로 금몽추를 향해 말했다.
"자네가 만일 정말로 우리 소저(小姐)를 치료해 주겠다고 온 것
이라면 먼저 그 실력을 우리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네."
금몽추는 왕금괴의 뒤에 서 있는 의원을 힐끗 돌아 본 다음에 태
연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물론 나는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천하제일(天下第一)의 의술을
가지고 있소. 내가 가장 자랑하고 있는 것은 그게 아니라 다른 것
이지만 말이오. 하지만 그래도 아직 나에게는 몇 가지의 규칙들이
남아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바로 결코 아무런 이익도 없이 함부
로 나의 이 놀라운 실력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오. 하하
하......! 그러나 이번에는 약간 예외라고 할 수 있으니 그저 두어
마디 말해 보도록 하지. 지금 혹시 그 왕소저는 반쯤은 혼수상태이
면서도 그 원인을 알 수 없고 치료하기는 더욱 어려우며, 그 상태
가 접근해 갈 수록 더욱 더 심해지지 않소?"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문득 그 의원은 약간 당혹
해진 표정으로 다소 머뭇거리다가 더듬거리며 대꾸했다.
"그, 그것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아무래
도 그렇다고도 말할 수가 있습니다."
금몽추는 눈살을 다소 찌푸리며 손을 내저었다.
"뭐가 그렇게 확실하지 않고 잘 모르겠다는 말이오? 그러니 자연
그 귀하디 귀한 소저의 병명(病名)조차 알 수 없고 또한 이렇게 시
간만 가게 되는 것이 아니겠소? 자자, 이제 당신들은 나에게 그녀
의 치료를 의뢰하겠소, 아니면 의뢰하지 않겠소? 나는 쓸데없이 이
런 곳에서 시간만 소모하는 것을 좋아 하지 않는 편이니 당신들은
서둘러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을 것이오."
담청은 아직도 몹시 미심쩍은 듯 금몽추의 얼굴을 날카롭게 주시
하다가 다시 말했다.
"자네가 정말로 그렇게 자신의 능력을 장담한다면 우리로서는 일
단 맡겨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만일 우리 소저에게 다른 무슨 일
이라도 발생한다면 자네는 그것에 관한 모든 책임을 져야만 할 것
이네."
금몽추는 가볍게 냉소(冷笑)하고는 다시 짐짓 크게 웃음을 터뜨
리며 말했다.
"그런 것은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물론 나로 인해서 그녀의 병
세가 더욱 악화될 경우에는 거기에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
오. 하! 하! 하! 하지만 다만, 우리는 이 일에 대해서 좀 더 신중
하게 의논을 해야만 할 것이오. 당신들은 내가 그녀의 병세를 며칠
전의 상태로 되돌려 주기를 바라시오, 아니면 보다 완전하게 치료
해 주기를 원하시오?"
왕금괴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그를 향해 대꾸했다.
"아니 자네가 일단 그렇게 치료를 해 주겠다고 한 것이라면 내
딸아이를 완전히 건강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말이 아니던가?"
금몽추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니올시다. 아니올시다. 나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염두에 두
고 한 말이외다. 사실 전자의 경우에는 치료하는 방법도 간단하고
시간도 적게 걸리며 또한 그 치료비의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소.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하하하! 그와는 반대가
되는 법이외다. 치료하는 방법도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며 또한
그 치료비는...... 치료비는 하하하......! 아주 많아야 한다고 할
수 있소. 우리는 이 점에 있어서 좀 더 신중히 의논해 보도록 합시
다."
담청이 문득 왕금괴를 향해 전음으로 말했다.
'저 자는 쉽게 믿기 어려우니 일단은 저 자가 말하는 간단한 치
료부터 해 보라고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노야(老爺).'
왕금괴는 가볍게 웃으며 금몽추의 얼굴을 바라 보다가 이윽고 정
색(正色)을 하고는 대꾸했다.
"나는 이미 누구라도 나의 딸아이의 병을 완전히 고쳐 주는 사람
에게는 그 댓가로 내 재산의 십분지 일과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주
겠다고 했었네. 자네가 만일 그렇게만 해 준다면 나는 역시 그렇게
말한 대로 자네에게 그 댓가를 지불해 줄 것일세. 하지만 설령 그
렇지는 않더라도, 자네가 성의를 기울여서 내 딸아이의 병세를 약
간이라도 호전시켜 주기만 한다고 해도 나는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수고비를 지불해 줄 것일세."
금몽추는 깊이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잠시 그 말을 듣고 있
다가, 문득 속으로 가볍게 냉소하며 다음과 같이 중얼거렸다.
'흥, 당신은 이름난 장사꾼인데 그 말을 어떻게 그대로 믿을 수
가 있겠어? 틀림없이 당신은 일단 자신의 무남독녀(無男獨女)가 건
강해 지고 나면 그저 약간의 은자만 지불하고 내쫓아 버릴 것이 뻔
한 일이야. 또한 당신에게 아직 약간이라도 양심(良心)이 남아 있
어서 혹시 그 약속한 금액의 백분지 일이라도 집어 준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당신이 이번에 가장 정직하게 일을 처리한 것이
되겠지. 예를 들어 흐흐, 만일 내가 나중에 그 한 가지 소원으로
당신의 모든 재산을 내게 달라고 한다면 당신은 과연 그 말을 들어
주겠느냐는 말이다, 흐흐흐......!'
왕산산(王珊珊)은 그 호화롭기 짝이 없는 침상위에 누워 있었는
데 아직 완전히 정신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그 침실은 그다지 넓은 것은 아니었지만 촛불들이 은은한 빛을
발하는 가운데 값비싼 가구나 장식 등이 잘 어울려 화려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고, 또한 처녀가 기거하는 곳이어서 그런지 기
묘한 향취가 흐르고 있었다.
"당신들은 모두 그만 나가 보시오."
담청은 느닷없는 금몽추의 그와 같은 말에 다시 화가 불끈 치밀
어서 뭐라고 대꾸를 하려고 했지만, 그러나 그 순간 마침 정신을
차린 왕산산이 상황을 파악하고 입을 열어 말했다.
"그의 뜻대로 하게 해 주세요. 아버지! 저는...... 저는 이제 괜
찮을 거예요."
왕금괴는 비록 사랑하는 외동딸의 병세가 걱정스러워서 무거운
안색이었지만, 그러나 그녀의 그러한 말을 듣고는 웬지 약간의 위
로가 된 듯 가볍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내가 보기에도 그 금공자는 이제까지의 다른 의원들과
는 뭔가 다른 듯하구나, 하하...... 담노사, 우리는 그만 나가 밖
에서 기다리도록 합시다. 금공자! 내 딸아이를 부탁하오."
금몽추는 왕금괴와 담청 등이 모두 밖으로 나갈 때까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다가, 이윽고 침상앞의 의자로 느
릿하게 다가와 앉으며 말했다.
"오랫만이오, 왕소저(王小姐)! 그대는 우리가 이렇게 금방 다시
만나게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오. 하지만 결국 우
리는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된 것이며, 이것은 또한 서로간의 절묘한
기회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오."
왕산산은 매우 고통스럽고 아득해져 오는 의식속에서도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서 애써 웃으며 말을 받았다.
"무슨...... 기회인가요?"
금몽추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생각해 보는 듯하다가 말했
다.
"그야 물론 그대에게는 고질병을 고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
며, 나는...... 나는 지금 와서 애써 부인하지는 않겠소. 말하자면
나에게는 한 번 크게 재물(財物)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
오, 하 하 하......"
왕산산은 억지로 다시 웃어 보였다.
"그렇...... 군요. 혹시 제게 지금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것이 아닌가요?"
금몽추는 크게 기쁜 듯이 안색을 활짝 펴며 대꾸했다.
"실로 그렇소이다. 확실히 소저는 몹시 현명(賢明)하여 나와 더
불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구려. 하하하, 솔직히
말하자면 소저의 그 아버지인 왕...... 왕노야는 나로서는 함께 대
화를 나누기가 쉽지가 않았소. 소저는 이해할 수 있겠소? 본래 이
말과 행동이라는 것은 일치해야 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오히려 더욱 많은 법이외다. 따라서 나는 그가 아무리 많은
은자를 준다고 해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이
일은 다시 소저와 한 번 의논을 해 보아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오."
그렇지 않아도 의식이 가물가물하던 왕산산에게 금몽추의 그러한
심각한 내용의 말은 심한 부담이 되고 있었으므로, 왕산산은 그 말
을 미처 다 듣지도 못하고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금몽추는 그러나 자신의 말에 절반쯤 도취되어 그러한 사실을 알
지 못한 듯 고개를 들고 다시 말을 이었다.
"소저가 만일...... 하하, 보다 적당한 가격에서 나와 타협을 하
고자 한다면 그것은 좋소. 매우 좋소이다! 아무래도 소저는 아직
순수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하! 하! 하! 나
는 그래도 약간의 양보를 하고자 하는 것이외다. 자자자, 우선 소
저가 먼저 주사위를 던지도록 하시오. 나는 그 숫자에 따라 가격을
부를 테니...... 아니 이것은 아무래도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소.
이렇게 합시다! 나는 우선 소저의 몸을 여섯 개로 나누는 것이오.
그리고 각기 그 한 부분을 호전시켜 줄 때마다 나는 그 댓가로 은
자...... 만 냥씩을 받도록 하겠소. 아니 액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
오? 흐으음, 그럼 오천...... 오천 냥으로 합시다. 더이상 치료비
를 깎는 것은 안 되겠소. 나야 이것이 평생 최고의 사업이 될 것이
고, 소저는 충분히 그러한 가치가 있는 몸이 아니겠소? 빌어먹을,
너무...... 너무 가격을 깎지 않도록 하시오. 만일 소저가 이천 냥
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나로 하여금 이 일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할 수 있을 것이외다......"
느닷없이 금몽추의 앞에 한 사람이 홀연 나타나더니 손을 들어
빠르게 그의 따귀를 철썩철썩, 후려갈기기 시작했다.
"이 미친...... 자식! 도대체 지금 네놈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게
냐? 만일 소저께 조금이라도 나쁜 일이 생긴다면 네놈은 살아 남지
못할 줄 알아라!"
금몽추는 갑자기 고개가 좌우로 마구 돌아가며 양 뺨이 시뻘겋게
부풀어 오르자, 그만 잠시 멍하니 말도 못하고 앉아 있다가 이윽고
그 나타난 사람 담청(譚靑)을 향해 말했다.
"으으...... 당신,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오? 당신
은 지금 중요한 순간에 있어서 의원을 구타했다는 것을 알고 있소?
흐흐흐, 이것은 대단한 모욕이외다. 따라서 나는 부득이 가격을 두
배로 올릴 수밖에 없게 되었소이다. 만일 그것이 싫다면 마음대로
하시오. 나는 이제는 죽어도 그 아래의 가격으로는 치료해 드릴 수
가 없게 되었소이다."
담청은 더욱 어이가 없어서 금몽추의 멱살이라도 휘어 잡고 손을
쓰려고 했으나, 그 순간 문득 왕산산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며 미소와 함께 말했다.
"맞아요. 담노사(譚老師)는 어서 그 분에게 사과를 하세요. 그리
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테니 앞으로 저의 몸의 한 부분을 호전시
켜 주는 댓가로 당신에게 각기 만 냥씩을 드리도록 하겠어요."
금몽추는 벌겋게 달아 오른 양 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다가,
그 소리를 듣고는 그만 놀라고 크게 기뻐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이 계집아이는 정말 은자가 귀중한 줄을 모르는 구나. 하긴
그런 부잣집에서 태어났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으흐흐, 나는
오늘 그야말로 횡재(橫財)를 하여 한 번에 만 냥씩 한꺼번에 수만
냥의 은자를 벌어 들이게 되었군! 이런...... 이런 일이라면 나는
오늘 이 두 팔이 긴 늙은이에게 실컷 얻어 맞는 수모를 당했다고
해도 상관이 없을 것이다. 흔히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고
들 하지 않았느냐 이 말이야, 으흐흐흐흐......! 헌데 혹시 이 계
집아이도 그 아비를 닮아서 내게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
닐까?'
하지만 그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오히려 다소 실망스럽다
는 듯이 눈살까지 찌푸려 가며 말했다.
"소저가 내게 그와 같은 금액을 지불하겠다는 것은 으음, 나로서
는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입장에서 받아 들일 수가 있다고 생각하
오. 하지만, 지금 이 거칠은 담...... 소저의 담노사는 내가 놀라
운 의술을 펼치는데 있어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지금 즉
시 밖으로 나가 있어야만 할 것이오. 게다가...... 소저는 아무래
도 나를 위해서 즉시 한 가지 성의를 보여야만 할 것이오."
왕산산은 겨우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듯 조용한 표정으로 대꾸했
다.
"당신이 지금 매우 기분이 좋지 않으리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어
요. 당신의 마음을 위로해 드리기 위해서라면 저는 당연히 무엇이
라도 성의를 보여야 하겠지요. 헌데 제가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이
죠?"
담청은 비록 처음에는 크게 격분하고 있었지만, 이미 기왕에 금
몽추가 왕산산를 치료하게 된 마당이라 자칫 자신의 그러한 행동
때문에 일을 그르치게 될까봐 내심 약간 꺼림직한 기분이 들고 있
었다.
하는 수 없이 그저 간단하게 금몽추에게 사과하는 형식(形式)을
취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금몽추는 전혀 그를 돌아 보지도
않고 먼저 왕산산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하하하, 이것은 이를테면 서로간의 신의(信義)에 관한 문제외
다. 만일 낭자가 그와 같은 말을 하였다면 그것은 반드시 지켜지게
되는 것이 아니겠소? 하지만 하 하 하, 그렇다고 하더라도 치료가
끝났을 때 이 담노사와 같은 사람이 나서서 그 일을 방해하려고 한
다면 이것은...... 이것은 실로 성의를 보이는 것이 아니외다."
왕산산은 총명(聰明)하여 의식이 몽롱한 상황중인데도 이내 그
말뜻을 간파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호호, 아주 재미있으신 분이로군요! 저의 아버지는 저를 매우
극진히 위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비록 장사로 은자를 벌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하시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당
신이 그렇게 꺼림직한 기분이 드신다면 당신이 저를 치료해 주는
즉시 저는 그 댓가를 지불해 드리기로 하겠어요...... 담노사, 부
탁드려요!"
담청은 즉시 포권으로 정중히 그녀에게 인사한 뒤 금몽추에게 말
을 하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금공자, 조금전에 내가 다소 성급했던 것은 사과하기로 하지.
하지만 만일 다시 그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는 나 역시 나
자신을 자제할 수 없다는 것을 미리 밝혀 두기로 하겠네."
잠시 후에 하녀(下女) 한 사람이 붉은 쟁반위에 두툼한 누런 봉
투 하나를 담아 가지고 들어와서 왕산산에게 건네주고는 물러갔다.
금몽추는 그 누런 봉투가 필시 은표(銀票) 따위가 들어 있는 것
이리라고 생각하고는 속으로 매우 기뻐하여 두 팔을 번쩍 들어 올
리면서 말했다.
"자자자! 이제 치료를 하도록 합시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치료
는 상당히 수준 높은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방해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오. 따라서 소저는 이제부터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도록 하
시오. 절대로 눈을 뜨는 실수를 범하지 마시오. 나는 소저의 머리
부터 치료하도록 하겠소."
왕산산은 그의 태도가 자못 신중해 보이고 또한 바야흐로 엄숙한
의식이 벌어지려 하는 것 같아서, 지체하지 않고 즉시 그 말에 따
라서 눈을 감고 조용히 기다렸다.
하지만 기실 이 순간 금몽추는 겉으로는 그와 같은 행동을 취하
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열심히 이러한 생각을 굴리고 있었다.
'흐흐흐, 만일 내가 사실 그대로 간단히 지풍(指風) 하나를 사용
하여 그녀의 제압된 혈도(穴道)를 풀어 버린다면 이것은 나의 마각
(魔角)이 들통나는 것이고, 또한 혹시 그렇게 되지는 않더라도 이
들은 나에게 그 많은 은자를 지불하는 것을 후회하고 다시 계산을
하자고 할 지도 모른다. 이런 일은 그야말로 가장 어렵고 복잡한
듯한 모습을 보일 수록 그들은 만족할 것이고, 또한 나중에 나에게
수고했다는 인삿말을 하며 은자를 천 냥 정도 더 집어 줄 지도 모
르는 일인 것이다. 으흐흐흐! 아하하하......! 어째서 나는 이다지
도 현명(賢明)하고 재주도 많은 것일까? 나는 강호(江湖)에 나온
지 불과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와 같은 많은 은자를 벌어
들이고 있다. 이것은 그야말로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하, 나는...... 도저히 나의 이 놀라운 지혜
(智慧)를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구나.'
갑자기 조용하던 실내에 가벼운 광풍(狂風)이 일어나는 듯하면서
비단이불과 휘장 따위가 마구 펄럭이고 탁자위에 올려져 있던 종이
등이 분분히 날아 오르더니, 이윽고 금몽추의 엄숙하고도 무거운
듯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물러가라! 물러가라! 내가 이미 여기에 와 있노니, 그대는 나의
이러한 위력을 실감해야만 할 것이다. 내가 그저 가볍게 손을 쓰기
만 해도 그대는 머리를 싸매고 달아나기에만 급급해 하게 될 것이
다. 나 곤륜삼성(崑崙三聖)이 마침내 이 어렵고도 놀라운 의술을
펼치노라!"
왕산산은 느닷없이 그와 같은 상황이 벌어 지자 다소 놀랐으나
이내 실내가 다시 조용해 지자 눈을 뜨고 금몽추의 안색을 살폈다.
"치료가 다 된 것인가요?"
금몽추는 다소 굳어진 안색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 보다가 가볍
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단 소저의 머리는 대강 이전처럼 호전된 것이오. 하지만 이것
은...... 휴우, 너무나도 쉽지 않소. 빨리 계속해서 치료하지 않으
면 곤란해 질 지도 모르는 일이오."
왕산산은 어느새 머리가 며칠전처럼 상당히 가벼워져 있는 것을
느끼고 매우 신기해 하며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당신의 이 의술(醫術)은 신묘(神妙)하기 짝이 없군요!
저는 벌써 다 나은 것 같은 기분이예요. 다른 사람들은 온갖 약재
(藥材)를 사용하고 침술(鍼術)을 시전했지만 이러한 효과를 보지는
못했거든요. 하지만...... 저는 아직 두 팔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가 없으니 치료비를 드릴 수가 없군요."
'흐흐, 그야 나의 이 점혈수법(點穴手法)은 다른 사람들이 풀 수
없는 것이니 당연한 일이지......'
금몽추는 혼자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크게 득의해 하다가 문
득 다소 놀란 듯 입을 딱 벌렸다.
'아차, 이건 실수로군! 머리가 아니라 우선 팔 하나를 치료해 주
어서 은자를 지불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인데 말이야!'
하지만 기왕에 일이 그렇게 된 마당이라 금몽추는 얼른 생각을
굴려 안색을 태연하게 변모시키면서 웃으며 말했다.
"아! 내가...... 내가 미처 말하지 못했던가? 하하, 소저는 지금
머리 뿐만 아니라 팔 하나도 마저 호전되어 있는 상황이오."
왕산산은 다소 의아해 하며 오른팔을 움직여 보다가 과연 그러한
것을 알고 놀라며 말했다.
"정말...... 정말 그렇군요! 저는 미처 그러한 당신의 의중(意
中)을 짐작하지 못했어요. 여기에 그 금액이 있어요."
즉시 그녀가 누런 봉투에서 꺼내서 건네 주는 스무 장의 은표(銀
票)들은 놀랍게도 각기 천 냥짜리로, 바로 가장 신용이 우수하다는
산서은호(山西銀號)의 것이었다.
금몽추는 그것을 받아 들고 너무나도 기쁘고 잘 믿기지 않아서
다시 한 번 그것들을 잘 확인해 보고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품속으
로 집어 넣은 다음에, 짐짓 태연함을 가장하려고 애쓰며 속으로 생
각했다.
'이, 이럴 줄 알았다면 구태여 여러 번 나누어서 할 필요도 없는
일이 아니었던가? 그...... 그렇다! 공연히 이곳에서 시간을 끌고
있다가는 마각이 드러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고, 또한 왕노야의
녀석들이 어떤 수작을 부리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니 가능한 한 빨
리 일을 끝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 하 하! 과연 소저는 신용이 있는 분이었구려! 사실 말하자면
나는 이미 조금전에 소저의 다리 하나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치료
한 상태였지만, 소저의 마음을 알아 보기 위해 잠시 거짓말을 했던
것이오. 따라서 정확히 계산을 하자면 소저는 내게 다시 삼만 냥의
은자를 주어야만 할 것이오."
왕산산은 더욱 놀라 몸을 움직여 보고 나서 과연 금몽추의 그와
같은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차리고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마치 의술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요술(妖術)을 부리는
것 같아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저를 치료하실 수가 있죠? 계산
은...... 호호, 계산은 그럼 제가 사만 냥의 은자를 더 드리면 남
은 다리 하나의 치료비까지 끝나게 되는 것이로군요?"
왕산산은 사십 장의 은표들을 세어서 그 누런 봉투와 함께 금몽
추에게 다시 건네 주었는데, 금몽추는 매우 조심스럽게 그것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나서 품속에 있는 스무 장의 은표들과 함께 모두
봉투에 넣에서 품속에 잘 갈무리한 다음, 포권하며 말했다.
"그럼 이만 나는 물러가도록 하겠소. 오늘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서 매우 유익했고 또한 즐거웠소이다."
왕산산은 이에 다소 의아해 져서 몸을 일으켜 앉으며 말했다.
"어째서 저의 남은 다리 하나는 치료하지 않는 거죠? 그것은 다
음에 치료하실 생각이신가요?"
금몽추는 잠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 보더니 일순 크게 웃으며 대
꾸했다.
"하! 하! 하! 미안하오. 사실은 소저의 몸은 이미 아까 다 이전
처럼 치료를 해 드렸던 것이외다!"
정말로 왕산산은 자신의 그 남은 다리 하나도 어느새 이전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그만 놀라 멍청해진 표정을
지었다.
금몽추는 이어 크게 득의해진 표정으로 밖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했으나, 그 순간 문득 다시 서너 명의 사람들이 우르르 안으로 몰
려 들어와 자신을 에워싸는 것을 보고 다소 눈살을 찌푸렸다.
"왕노야, 이제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나를 해치고 은자를 빼앗을
생각이시오? 하지만 나 곤륜삼성은 일단 수중(手中)에 들어 온 은
자는 결코 남에게 빼앗기는 법이 없다는 것을 알아 두어야만 할 것
이외다!"
왕금괴는 상당히 기이(奇異)해진 시선으로 달라진 왕산산의 몸
상태를 바라 보다가, 이내 금몽추를 다시 주시하며 웃으며 말했다.
"나 왕아무개는 그렇게 쩨쩨한 사람이 아닐세. 나는 이제까지 자
네와 같은 놀라운 의원(醫員)을 본 적이 없네. 따라서 지금 자네에
게 부탁하여 내 딸아이의 고질병을 마저 치료해 달라고 말하려고
하는 것일세."
담청이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왕금괴를 향해 전음으로 말했다.
'저 녀석의 의술이라는 것은 정말로 이상합니다. 반드시 어떤 수
작을 부렸거나 사기를 치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노야께서는
저 녀석에게 소저의 치료를 맡기시려고 하십니까?'
왕금괴는 여전히 금몽추를 바라 보고 있으면서 담청에게 전음(傳
音)을 보내 이렇게 대꾸했다.
'나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네. 하지만 하하, 저
사람이 설령 어떤 수작을 부렸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서 의원들도
알 지 못했고 또한 우리들도 알아 내지 못하지 않았는가? 그것은
어쨌든 저 금공자에게 어떤 다른 능력이 있다는 말이고, 따라서 나
는 일단 그를 믿고 치료를 부탁해 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네.'
금몽추는 그런 말을 듣고 나자 주위를 빠르게 둘러 보면서 속으
로 생각을 굴렸다.
'나는 이미 육만 냥이나 되는 막대한 은자를 벌어 들였다. 이것
이라면 앞으로 움직이는데 충분할 텐데 굳이 골치 아프게 그녀를
다시 치료해 줄 필요가 있을까?...... 아니, 아니다! 나는 나이가
이제 겨우 스물 다섯에 불과하고, 인생(人生)에 있어서 앞으로 보
다 많은 세월(歲月)들이 기다리고 있으며 따라서 은자는 좀 더 필
요해 지게 될 지도 모른다. 그래...... 그건 그래! 은자라는 것은
실로 많을 수록 좋은 것이지. 하 하 하...... 만일 이번 기회에 다
시 그녀를 치료하여 더 많은 은자를 벌어 들일 수만 있다면, 나는
그야말로 장차 계속해서 호화롭게 놀고 먹을 수가 있을 것이
다!......'
"나더러 저 왕소저를 완전하게 치료해 달라는 말이오? 흐으음,
그건...... 그건 상당히...... 상당히 어렵소. 아니 정말로 대단히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외다. 따라서 내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이
계산은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신중하고도 분명하게 의논을 해 봐야
할 것이외다."
왕금괴는 품속에서 작고 납작한 금빛 상자 하나를 꺼내더니 그것
을 금몽추에게 건네 주며 말했다.
"내 이미 약속한 바와 같이 자네가 내 딸아이를 건강하게만 만들
어 준다면 내 재산의 십분지 일을 주고, 또한 자네가 원한다면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주도록 하겠네. 그것은 내가 특별히 선금으로 주
는 것이고, 만일 자네의 치료가 완전히 끝난다면 그 때 그것의 두
배를 더 주도록 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