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급한 440명에게 "폰 개통하면 대출"..23억원 사기친 일당
A씨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휴대전화
급전이 필요한 피해자들에게 대출을 미끼로 휴대폰을 개통하게 하고 이를 가로채 대포폰으로 유통시킨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개월 간 검찰과 경찰이 협력해 수사한 결과다. 검경은 현재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제1부(박상진 부장검사)는 대포폰 매입조직 총책인 A씨(24)를 포함한 12명을 사기, 전기통신사업법위반, 범죄단체조직·활동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또다른 조직원 10명을 불구속 상태로 송치된 상태다. 이 일당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5개월간 대부업체를 가장해 '급전대출', '무직자대출' 등으로 인터넷에 광고를 올렸다. 이들은 광고를 보고 연락한 청년, 무직자 등에게 "휴대폰을 신규개통해 전달해주면 대출해주겠다"며 "휴대전화 요금과 소액결제액은 부담하지 않아도 되고 휴대전화 회선을 알아서 해지해주겠다"고 속였다. 하지만 이들은 피해자들로부터 넘겨받은 휴대전화를 대포폰으로 유통하고 소액결제까지 하며 이득을 취했다. 이 일당은 피해자 440여명에게 8억원 상당의 휴대전화 900대, 유심칩 1200대를 건네받았고 15억원 상당의 물품과 게임아이템을 임의로 소액결제했다.
경찰은 지난 3월25일 "대출해주겠다며 휴대폰을 매입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112 신고로 수사에 착수해 일명 '로드(Road)'로 불린 휴대폰 매입책 B씨를 체포했다.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역할 분담을 하고 점조직 형태로 조직이 운영된다는 등의 범죄단서를 확보했다. 지난 4월2일 B씨가 구속 송치된 후 서울북부지검은 경찰에 6차례 보완수사를 지시해 A씨를 포함한 일당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이들은 실명을 숨긴채 '호랭이', '로드K'와 같은 닉네임을 사용해 범죄를 저질렀고, 상급자 외에는 다른 공범들을 알 수 없는 형태로 운영됐다. 특히 A씨는 해당 조직의 총책으로 대출상담책 5명, 고객정보수집책 2명, 대포폰매입책 15명 등을 구성해 조직을 만들고 범행을 공모해 범죄단체조직활동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0대 초중반 나이에 단체를 결성해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청년, 무직자들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사기 범행을 하고 일부 피고인들은 범죄 수익으로 고급 외제차 등을 타고 다녔다. 경찰과 검찰은 피의자들의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자금을 추적해 범죄수익 등 약 16억원에 대해 서울북부지법에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을 신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경 수사실무자 간 회의 등을 통해 조직적인 서민다중피해범죄를 함께 해결했다"며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대포폰 매입조직 추가 단서를 경찰에 제공하고 경찰은 신속하게 증거를 수집해 조직원 대부분을 입건, 구속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