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에서
- 토함 -
봄날
설모도엘 갔었지.
강화도에서 또 배를 타고
망망한 서해 가운데
꽃씨 하나 날아가 떨어져
해풍에 뿌리 내린
진달래를 보러 갔었지.
그녀와 갔었지.
그날 온종일
해명산 오십 리 능선 길에
진달래 자취도 없어지고
해지는 저녁 내가 만난 건
낙가산 바위 벽에 새겨진
부처의 빈 손가락.
돌아오는 길 내내
그녀는 말이 없었지만
나는 분명히 보았지.
불타는 낙조 사이로
갯벌을 넘는 바다의 함성과
그리움 떠나 빈 자리에
조수처럼 가득히 고여오는
이름 모를 순백색 들꽃들
그 꿀향기.
# 석모도를 아시나요?
봄에 석모도에 등산 갔다가 끄적거려본 졸시 하나를 부끄럼을 무릅쓰고 올립니다.
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감히 시인 발바닥에도 못미치고
평생 흉내라도 내본 시가 열 손가락도 안되지만
남의 글만 훔쳐보는 것이 죄송해서 일을 저끌렀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워낙 컴맹인데다가 사진이나 음악을 곁들일 수 없는 것이 안타깝고 속상하고 후회됩니다.
글이 옛날 골동품 보는 것 같네요.
석모도는 강화도 앞에 있는 작은 섬입니다.
그러나 섬산 치고는 무척 기품이 있고 아름다운 산입니다.
해명산, 낙가산, 상봉산이 이어져 있는데 그래서 행정 구역이 강화군 삼산면이지요.
300m 밖에 안되지만 4시간 코스, 6시간 코스 산행 내내 양쪽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가는,
월간 '산'지가 선정한 한국 최고의 트래킹 코스입니다.
요즘 카페나 펜션이 많이 생겼지만 자연과 순박한 인심이 살아있는 꼭 한 번 가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지난 달에 혼자 자전거로 1박 2일을 5월의 햇살을 원없이 받으면서 산길, 바닷길, 논길을 누렸습니다.
참, 저는 자전거를 즐겨 타는데
21세기의 화두가 생태, 환경, 에너지라면 여기에 건강까지 덤으로 딱 들어맞는 것이 자전거인 것 같아요.
선한 땀을 흘리면서, 바람에 실려오는 온갖 들꽃 향기들을 보면서 맡으면서 생각에 잠기면서 달리는 기분...
그런데 자전거에도 음악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가. 베토벤의 비창이나 쇼팡의 즉흥 환상곡을 들으면서 달리면
풍경이 달라지겠지요? 스피커를 한 번 달아보려구요.
횡설수설이 되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첫댓글 강화도 해풍의 향기를 맡는 기분이 듭니다 몇년전 배타고 석모도를 가면서 수 많은 갈매기가 따라오면서 새우깡을 받아먹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였습니다... 고은 글입니다 음악에도 조예가 깊으시군요 음악방도 한번 둘러 보십시요 쓸만한 음악들이 꽤나 있습니다
글향기가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글도 잘 쓰셨지만 취미 생활도 참 건전하십니다 우리 나이에 딱 맞는 운동 이지요 좋은글 자주 뵙는 기회를 많이 주십시요 신선 합니다
석모도 참 아름다운 곳이죠 근교에 이렇게 바다와 갯펄과 널부러진 들꽃들 상상만 하여도 행복해 지는 글입니다 자주 접할 기회를 많이 주십시요
석모도 ..두번쯤 갔었고 배타면 따라오던 갈매기가 생각납니다 ..자전거 요즘..증권가에서는 테마주로 관심의 대상입니다 좋은 시와 자전거..여유롭게 사십니다...
토함님, 너무 반갑습니다, 고운 시어에 마음도 따스해지네요. 마치 감성이 여린 여자의 글처럼 느껴집니다. 차차 사진도, 음악도 곁들여서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길 바랍니다.저도 석모도에 갔었는데 다시 가려고 합니다
석모도 가보진 않했지만 글을 보니 그림이 그려 집니다 기회가 되면 석모도 능선을 타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등산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고운글에 댓글 하나 놓았습니다
순백의 화선지에 고운 그림을 그린 듯 곱고 맑고 순수한 글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언젠가 다녀온 석모도. 그 아름다운 섬.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석모도 가는 뱃길. 갈매기들의 날개짓이 눈에 선합니다
만들어 지는 글이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글이네요 석모도 참 아름다운 곳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