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시인의 '꽃' 이라는 유명한 시가 있다.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이승윤, 그는 내게 와서 꽃이 되었고 음악이 되었다.
이전에 그는 30호가수라는 '몸짓'에 지나지 않았었다.
마치 서태지가 세상에 나왔을 때 온 젊은이들이 새로운 음악에 열광한 것 처럼, 그는 지금 젊은이들은 물론, 대중음악에 멀어져 있던 연령층까지 아울러서 모두 그의 음악에 열광하고 있다.
이제까지 어느 가수에게서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적인 면도 있지만,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성실함과 늘 남을 배려하고, 이 시대의 가장 존경받는 분의 아들이기에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울보다. 잘 운다. 아마 이 프로에 출연한 33호 가수 유미만큼이나 잘 우는 가수다.
자신과 같이 경쟁하던 팀이 탈락되어 울기도 하고, 자신에게 격려와 용기를 주는 심사위원의 멘트에 울기도하고, 남의 음악을 듣고 감동받아 울기도 하고...
지난 몇 달 간의 경연을 모두 마치고 어제 방송된 싱어게인 보너스트랙 특별회에서도 그는 자신과 같이 10년간 밴드를 했던 '알라리깡숑'에게 미안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게 그의 감성이다. 그 감성이 그의 음악이 되고 있다.
그의 착한 마음이 지금까지의 전형적인 음악 패턴과는 다른 음악을 만들고 있고, 자신의 음악을 위해 늘 무대마다 표효하며, 울부짖는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여 나온 10년의 세월 동안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거리 콘서트로 생활을 이어왔고, 인디음악으로 세상의 구석에서 소규모의 장소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음악을 세상에 발표했다.
지금 유튜브에서는 그가 세상에 나오기 전의 영상들과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그 이전에도 그에 대한 찬사는 지금의 모습과 다름이 없었다. 단지 그는 이제까지는 '몸짓'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젠 우리에게 와서 '이승윤'이라는 '꽃'이 되었을 따름이다.
그는 참 솔직하다. 자신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음악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늘 그런 생각에는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다. 어제 특별판으로 방송된 내용 중 어느 심사위원 한 명이 처음에는 이승윤의 노래가 무언가 달라서 조금 주저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의 작은 방 하나에 걸려 있는 옷 몇 벌이 그의 전 재산이고 늘 월세를 걱정하는 그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안보이는 곳에서 노력하는 많은 젊은이들 혹은 힘들게 사는 중년층 모습들의 '몸짓' 중 하나이다.
최근 모 방송에서 하는 음악 경연프로그램 중 부모님이 애들과 같이 나와 자녀의 노래와 춤을 보여주는데, 그 아이들이 부모와 늘 갈등하고 있는 것을 보며, 그 이면에 저렇게까지 하기 위해 얼마나 자녀들에게 많은 투자를 하였을까 하는 것이 상상되어, 한 번 보고 이후로는 보지 않았다.
그런데 싱어게인의 거의 모든 출연자들은 정말 음악에 갈급한 자들의 모습이었다.
헤비메탈의 라커인 정홍일도 그간 공연이 없어 거의 실직상태이고,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하는 이무진도 그냥 기타치고 음악하는 것이 좋아 노래할 곳만 찾아다니는 음악광인 청년이다.
그런 사람들의 음악이 듣고 싶다. 음악학원같은 곳에서 혹은 어느 소속에서 잘 조련되어 나오는 가수들의 일반 음악 프로그램보다, 정말 음악이 갈급하여 열심히 혼자 노력한 끝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출연을 신청했고, 다시 한 번 이전처럼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 자신의 이름을 숨기면서까지 싱어게인 프로그램에 나온 가수들이 참 용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경연을 끝난 후 같이 노래를 했던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며 이야기했다.
처음부터 팀원들을 빼고 나갈까 말까 서로 무척 고민했지만 경연 후 그 들에게 말한다.
''이젠 내 음악을 보여 줄 수 있다.''고...
그런데 문득 그 장면에 나는 울컥했다. 이제까지 같이 노래했던 알라리깡숑은 어찌될지...
3월부터 예정된 싱어게인 Top 10의 전국투어공연의 표가 10분만에 매진되었다는 뉴스를 통해서도 이번 프로그램은 대성공이었다고 생각된다. 미국에 이민가서 생활하고 있는 친구도 그의 공연을 간절히 원하는 것 같다.
특히 어제 방송된 싱어게인 특별판에 그간 방송되지 않았던 심사위원들 즉 유희열, 이선희, 규현, 이해리 선미, 김종진, 김이나의 진심어린 멘트와 걱정 그리고 응원과 흥분 또한 출연자들 그리고 유머와 함께 정말 따뜻한 멘트로 진행한 사회자 이승기의 각종 에피소드들까지 보여 주는 과정을 가감없이 방송하면서, 참 멋진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된다. 심사위원들과 출연자들은 동료로서 응원하며 서로의 팬이 되어 버렸다.
코로나로 힘들었던 한 해에 싱어게인의 흐뭇한 미담과 노래들 그리고 눈물어린 사연들이 국민들의 큰 위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승윤, 그는 우리 모두에게 잊혀지지 않는 모습이고 싶다.
첫댓글 같은 마음으로 보셨네요 저도 미방송분 까지 챙겨봤답니다
경연이 끝나고도 보고 또 보면서 얼마나 많이 힐링이 되는지
참 고맙고 멋진 프로그램 이었어요
응원하는 이승윤이 1등 했을땐 마치 내 일인듯 기쁘더라고요.^^
광주에 눈 많이 온다해서 햇살님 생각났네요.
방콕하는 날이 많은데 이승윤 관련 내글이 네이버 블로그글 탑에 매번 올라 기분좋았습니다. 지금 이글도 네이버에 이승윤 검색하면 블로그 3번째에 랭크되어 있지요.
쓰신 글 때문에 그가 공연하는 모습을 찾아 봤네요.
무엇보다도 거침없는 무대 공연...
내공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쌓아온 공력.
역시 헛된 노력은 없구나를 다시 느꼈네요.
대한민국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은 듯하군요.
이렇게 등장한 새 별,
앞으로도 그 빛을 계속 발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요즘 음악인들이 갖는 어려움이 정말 심각하니 어쩌지요?ㅠㅠ
어디나 음영이 있지요.
정말 많은 별들이 떴다가 사라집니다.
그게 인생이죠.
때로는 실력도 시류에 따르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