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아침구름이 보고 싶다.
작은하네를 모시고 아버지는 낙지잡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셨다.
계절에 따라서는 일주일여를 바다에서 지내시다가
큰 도시 목포에 들려 노트와 연필을 사 오시고
가끔씩은 알록달록 알사탕들도 손에 쥐어 주셨었다.
집 주위를 둘러싼 동백나무 울타리를 뚫고
세찬 바람이 대숲에 머무른 날은 아버지는 붓을 잡으셨다.
연적을 들고 벼루에 물을 따라 먹을가는 저의 손동작을 구경하시다가
어느 순간 하얀 화선지에 마디가 선명한 길쭉한 대나무를 세우시고
끝이 뾰쪽한 이파리를 사방으로 흩트려 바람소리를 그려 넣으셨다.
으레 그 다음날이면, 아침 일찍 바닷가에 다녀오셨다.
갑오징어, 민어, 잡어등등 어떤 날은 커다란 방어종류의 토막생선도 주워오셨다.
강한 바람이 보낸 파도에 떠밀려 온 선물들이었다.
아버지가 낙지잡이를 가신 날 아침, 나는 바닷가에 나가보았다.
밀물이 들어와 하늘을 투영하여 잔잔한 바다는 하늘호수가 되어있었다.
아침해가 수평선을 한뼘 정도 떠오르고 뭉게구름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호수바다에 그려진 진주홍빛 아침구름은 모닥불이 되었다가
이제 중학생이 된 볼 빨간 옆집 어여쁜 누이도 만들어 보내주고
그리고 둥그레한 분홍빛 솜사탕을 내 손에 쥐어 주기도 하였다.
하늘은 호수에 뭉게구름을 보내시어 여러 그림들을 선물해 주었다.
지금도 맘이 울렁거리는 것이 고향으로 돌아가
잔잔한 바다에 뛰어들어 꿈꾸는 구름들과 어울리고 싶다.
수면에 비치는 그림같은 이야기는 신화속에서도 나타난다.
그리스 신화 미소년 나르키쏘스 이야기가 그러하다.
호수에 투영된 아름다운 모습에 취해, 불같은 사랑을 전했는데
그 사랑이 자신의 모습인 줄 알고 슬픔에 젖어 흘리는 눈물이
샘물에 떨어져 파문이 일자 아름답던 모습은 사라져 버린다.
그러자 보고싶어 가슴을 치다 피멍이들어 시룩시룩 앓다가 죽음에 이르는데
리리오페의 아들 나르키쏘스(나르시스)가 호수를 향하여 자신에게 속삭이는
사랑이야기를 들어보자.
'아, 사랑이여, 그대가 누구든 좋으니 내게로 오라.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자여,
왜 나를 피하는가? 내가 그대에게 다가가려 할 때마다 그대는 어디로 가는가?
내 모습이 추해서, 내 나이가 많아서 피한 것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요정들이 나를 사랑했는데,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대의 다정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 가슴안에서 희망이 샘솟는다.
내가 손을 내밀면 그대도 손을 내밀고, 내가 웃으면 그대도 웃는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 그대도 고개짓으로 화답한다.
그대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그대는 분명히 내 말에 응답하는 데도
그 응답은 내 귀에 닿지 못한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 2편 / 웅진닷컴 / 217~218페이지/ 2002년판.)
본인의 아름다움에 홀딱 반하여 잃어버린 반쪽이를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나르키소스 신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세지는 명약관화하다
그러한 대책없는 왕자병, 공주병을 경계해야 한다고 작가인 이윤기는 설명한다.
노년에 이르러 호수에 투영된 아름다운 아침구름을 그리워하는 나는
왕자병이 아닌 행복한 꿈꾸는 소년이었음에 틀림없다.
레옹 / 작사곡 노래 아이유 박명수 / MBC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가요제
첫댓글 ^^
아버지와 소년이 등장하는
참으로 이상적이고 감성적인 이야기를
정성으로 포슽하셨네요^^
*
마치 우드님의 이야기인듯
느껴지는 아름다운 장면속에
클로즈업 시켜봅니다.
*
리플렉션된 호수의 흰구름을 그리워하는
맑고 맑은 소년으로 되돌아가고픈
꿈꾸는 이스트우드님의 마음.
*
꿈은 꾸라고 있는 것.
크게 꿀수록 좋아요.
비코즈~~~
끈 꿈은 깨져도 클테니깐.
* 저도 추천 꾸욱 *
반사또는 투영을 영어로는 리플랙션이라고 하는군요.
긴 글 읽어 주시고
꿈을 격려하시다가
비코스로 틀어 버리시는 마음까지도
지는 고맙습니다요 ㅡㅋㅋ
마음속에 앉아 있는
우리는 만년 소년소녀~
그래서
가끔 철이 없기도 하지만
공감 할수 있슴에 참 좋습니다~
시원한 파도를 그리며
오늘도
행복 하시기를요~^^
가끔만 철이 없으시다니
현명하십니다.
복지센타 커피숖에서
동네 처자(?) 들과 걸죽한 입담을 즐기는
지는 하루에 절반은 철이 없답니다 .ㅡㅋ
고맙습니다.
꿈을 꾸고 또 그 꿈을 향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인생을 영위해 나간다면 이 또한 인생의 멋진
어느 오후쯤 뉘엿뉘엿 붉은 노을아래 이렇듯
작가의 펼쳐지는 글 풍경속 나는 아직도 소년 이라는
착각을 해보는 탐독의 찰나(刹那)를 즐기고 있다 는.., 하하
고맙습니다, 이스트우드님
2번째 추천(推薦)으로 인사 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탐독의 찰나를 즐기신다는
말씀에 탄복하며
평화를 올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