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 -> 슬라비안카 -> 자루비노 -> 페리 탑승 -> 속초]
후후후,,,,,
뜬눈으로 지새운 춥고 배고프고 비참했던 블라디보스토크의 밤도 결국엔 지나가고, 드디어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드디어... 집에 가는 날. :D ㅎㄷㄷㄷㄷ
인천항에서 배타고 중국으로 가서 유라시아 육로횡단을 시작한 후로 벌써 몇백일만인지... >_<
최대한 육로이동에 충실하자는 애초 원칙대로, 출발 때처럼 귀국도 비행기가 아닌 페리를 선택했다.
러시아 최동단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국 속초까지는, 마침 동춘항운에서 운행하는 '동춘페리(Dongchun Ferry)'가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속초 노선을 이용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지만(토요일 출항),
당시 귀국하자마자 할 일이 있었던고로 운항일정에서 며칠 앞선(수요일 출항) '자루비노(Zarubino)'항에서 대신 승선했다.
지도에서 보다시피 자루비노는 북한 북동쪽 끄트머리와 상당히 가깝다.
판문점이나 금강산, (중국 영토의) 백두산 등 관광화된 북한땅을 접하는 것과는 상당히 기분이 다른 듯.
동춘페리 노선 (보다시피 중국 동북부, 백두산, 러시아 관광등에 용이)
(이 지도는 간략하긴 하나 상당히 왜곡됐음 ㅋㅋㅋ)
- 운항소요시간은 대략 16시간 안팎 (Zarubino - Sokcho)
- 운임은 가장 저렴한 이코노미(침대칸) 석이 20만원 가량 (한-중 페리보다는 비싼 편이다)
(그러나 학생할인 10% 받은 고로~ ㅎㅎㅎ 마지막까지 잘도 써먹는구나 ^-^)
- 보통 국제선 페리처럼 저녁에 출항해서 다음 날 아침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스케쥴.
그래서 보통 탑승해서 저녁먹고 좀 쉬다가, 씻고 잠들면 다음 날 아침식사 끝나고 목적지에 도착한다.
(나한텐 지루할 새도 없었지만) 그래서 보따리 장수 등 단골분들도 다행히 그리 지겹지 않을 것 같다.
- 인천에서 중국갈 때 이용했던 위동페리(Weidong)에 비해 선박 규모나 시설은 약간 낙후된 감이 있었으나,
충분히 깨끗하고 안락해 즐거운 승선경험이 됐다. 편의시설도 잘 돼 있고 특히 맛있고 저렴한 식사ㅠ_ㅠ
* 이하 자세한 건 http://www.dongchunferry.co.kr
나중에라도 한-러 페리이동에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할 것. 난 덕분에 찜질방에 묵으며 속초관광도 며칠하고 일석이조였음. :)
국제선 여객선답게 역시 상당한 규모.
진짜 날씨 왜 이러니... ㅠ_ㅠ
'자루비노' 항은 블라디보스토크와는 다르게,
출입국 심사소가 무색할 정도로 허름칙칙한 콘크리트 건물 몇 동만 허허벌판에 덩그마니~
게다가 출국심사는 어찌나 지연되는지 주변에 매점 두 개 말곤 암~것도 할 것 없는 대합실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무사히 도착만 하면 되니까...
마지막 마무리를 잘 짓자, 다독이며 느긋하게 받아들이려 해 본다.
드디어 승선~ :)
동춘페리 선박 내부 시설
총 6층. 물론 승객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곳들은 3~6층이지만. :)
내 방은 5층.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로 씌어진 표지판.
주 고객들을 알 수 있겠다.
휴게실 & TV 시청실(?)
이코노미 객실 (A형)
주로 단체여행객들은 이렇게 마루형 객실에 숙박한다.
(TV도 있고 굴러다닐 수도 있고, 프라이버시를 무시하면 편의성 측면에선 더 좋은 듯)
드디어 배가 출항한다~
감개무량... 러시아여, 나의 여행이여, 안녕~~~ ㅠ_ㅠ
이코노미 객실 (B형).
개별 여행자가 많이들 묵는 개인 침대칸이다. 짐 보관칸도 널찍하고 나름 안락하다.
개인적인 희망사항이라면 위동페리나 진천페리(한-중)처럼 침대칸마다 개별 휘장과 스탠드가 있었으면...
어느새 해는 지고 어둠이 내린다.
우리는 이제 어디쯤 왔을까. 북한 가까이를 지나고 있으려나.
배 안에 구비된 속초 관광안내 팜플렛도 읽어보고~ :)
(그래, 아직 속초가 남았어!! 내 여행은 아직 안 끝났다구 ㅡ_ㅡ 유예하고 싶은 기분 ㅎㅎㅎ)
웬만해선 배 안의 공중목욕탕에서 씻거나 하진 않을 텐데,
이틀동안 샤워를 못 한데다 구질구질한 모습으로 한국에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영~ 꾸리해서...
텅텅 빈 샤워실 독점하고 열심히 때빼고 광내고~ ㅋㅋ
동춘페리에서 아침식사.
감자국이었나? 후식으로 요쿠르트도 나오고 가격도 적당하고 좋았다.
첫날 탑승하자마자 나온 저녁식사 -설렁탕- 에 어찌나 감격했는지 @0@
나도 한국인이긴 한가 보다 ㅋㅋㅋ 그렇게 한국음식이 그리웠는지는 몰랐다.
하나 둘, 망망대해 속에 친숙한 동해의 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드디어 서서히 속초의 전경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우아, 감개무량 X 2 ㅠ_ㅠ
하선해 한국땅을 밟았다.
I'm back.
불현듯 뇌리에 스친 한 마디는, '반지의 제왕'에서 샘의 마지막 말.
그래, 나도 샘처럼 파란만장하진 않아도 이런저런 모험끝에 I'm Back. :)
비록 얼마나 붙어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_-
일단은 한국에서의 체류생활도 잘 해 보자구~ ^-^
첫댓글 젊음이 부렵구려~나같으면 무서워서 엄두가 안날......
젊음이 부렵구려~나같으면 무서워서 엄두가 안날......
아..내가 타고 다니는 배입니다..3개월에 한번씩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잠시 나왔다 들어가는 난 언제나 저 배를 타고 다니지요... 장기체류 비자가 너무 까다로와서 그냥 3개월 단위로 한국을 나갑니다..정말 배타는 일 지치고 또 지치지만 비행기보다는 저렴해서리..................연해주에 놀러 오세요.....우수리스크에 삽니다
드디어 도착하셨다니 동포의 한 사람으로 귀국을 환영합니다. 얼마만에 돌아오신건가요/
부러울뿐이고...
소름이 짜악 돋는.... 반가움, 한국에 고국에 오셨군요 , 그런데 왜 내 가슴이 이렇게 뛰죠? 아~~ !! 왜 내가슴이 이렇게 찌잉 하고 벅찰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