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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예감.
(Have A Ball-냉정과 열정 사이 OST)
十五夜-다섯
사쿠라이상이 데려가 준 타이 음식점은 깔끔하고 또 맛있었다. 오랜만에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갤러리로 돌아오자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사진전에 들어온 관람객들은 대부분 진지한 얼굴로 둘러보고 있었고, 한 면을 가득 채운 밤하늘 사진을 오랫동안 보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전시실에 있는 쟈니즈 사무소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로 올라왔다.
앞으로 열흘 후면 이 사진전도 마무리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취지가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사진집을 한 권 사서 사무실에 놔뒀었는데, 마침 책상 위에 올려둔 게 보였다. 팔랑팔랑, 페이지를 넘기자 여러 풍경을 담은 사진이 나타났다. 날아가는 민들레 씨앗,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하얗게 피어있는 들꽃...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 권 더 사서 집에도 갖다 놓을까. 가끔씩 보면 좋을 것 같은데.
폐관 시간이 지나고, 오늘도 변함 없이 마무리를 한 뒤 보고서를 쓰고 퇴근하기 위해 겉옷을 챙겼다. 낮에 한 권 더 사 둔 사집집도 잊지 않고 가방 안에 넣은 뒤 갤러리를 나섰다.
시 월도 벌써 중순을 훌쩍 넘긴 후였다. 해가 부쩍 짧아졌다는 게 느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덟 시까지는 환했던 거 같은데 이젠 여섯 시만 되어도 어둑어둑해진다. 내년 초부터는 결혼 준비로 정신 없을테니,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센티멘탈해졌달까, 오랜만에 혼자 술이라도 한 잔 마시고 싶어졌다.
술을 잘하는 편도 아니고, 즐기는 편도 아니다. 오히려 싫어하는 편에 속한다. 술은 과거 일을 떠오르게 한다. 평소엔 상냥하던 아버지도, 술만 마시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리고는 했다. 그게 싫어서, 무서워서 성인이 된 후에도 한동안 술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면 한두 잔 정도는 해야 좋다는 걸 깨달은 후엔 물론 노력하고 있지만. 저번에 카즈나리랑 같이 간 야키토리 집이 맛있었는데. 저녁 겸 그 가게에서 한 잔 정도 마시면 딱 좋을 거 같았다.
갤러리에서 집까지 도보로 이십 분인데, 야키토리 가게는 메구로 역 근처에 있었다. 거기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되는 건 귀찮았지만 어쩐지 오늘은 가고 싶었다. 토요스 역에서 지하철로 유락쵸까지 간 다음 야마노테 선으로 갈아타 메구로 역에서 내렸다. 오랜만에 오는 거라 약간 헤매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빨리 찾을 수 있었다. 약간은 빛이 바랜 듯한 노렌을 걷고 들어가자, 어서 옵쇼- 라며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걸로 드릴까요, 아가씨?"
카운터 자리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는데 물 한 잔을 주며 주인 아저씨가 묻는다. 우렁우렁 울리는 목소리에 살풋 웃음이 난다. 평소였다면 이렇게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뭔가 먹는 걸 꺼렸겠지만 오늘은 오히려 기분이 들뜬다. 츠쿠네랑 토리가와, 네기마에 생맥주 한 잔을 시켰다. 퇴근한 아저씨들 사이에 껴서 맥주를 홀짝이며 소금으로 간을 한 야키토리를 먹는다. 느긋하게 지금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니노미야상?"
익숙한 목소리였다. 휙, 고개를 돌리자, 모자와 안경으로 변장 아닌 변장을 한 그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괜찮다면 옆에 앉아도 될까요? 라고 묻길래 고개를 끄덕였다. 안 괜찮을 이유가 없다. 물론 내 자신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겠지만. 취하면 용감해지는 사람들이 많던데, 지금의 내가 딱 그런 경우였다.
"의외네요,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어요."
"그러게요... 마츠모토상도 야키토리 가게 같은데 오시는군요."
"가끔 와서 한 잔 하고 가요. 니노미야상도?"
"저는 오늘이 두 번째예요. 저번에 카즈나리랑 같이 한 번 왔었어요."
가방을 등 뒤에 받치고, 맥주 한 잔을 더 시켰다. 그도 메뉴를 골라 주문하고선 먼저 나온 맥주잔을 집어들었다. 내 쪽으로 잔을 내밀길래 멀뚱히 쳐다보자, 건배해요, 라며 웃는다. 쨍-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잔과 그의 잔이 부딪힌다. 사람들 목소리로 시끄러운 야키토리 가게 안에서 그 소리만이 귓가에 청량하게 울렸다.
"아- 시원하다."
꿀꺽꿀꺽, 단숨에 맥주를 들이킨 그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씨익 웃는다. 너무 급하게 마시면 안 좋아요, 라고 하자 입가에 살풋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띄운다. 내 몫으로 놔두었던 네기마를 집어 그에게 내밀자 그럼 사양 않고, 라며 집는다.
"깜짝 놀랐어요, 처음엔 남자도 아니고 이런데 정장 입고 오는 여자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거든요."
우물거리며 야키토리를 먹으며 그가 말했다. 나는 별 말 없이 맥주를 한 모금 마셨을 뿐이다. 사쿠라이상이라면 절대 뭔가를 먹으면서 얘기하지 않을테지만, 그에게는 이런 모습도 자연스레 잘 어울렸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네, 라고 생각하는데 그가 주문한 야키토리가 나왔다. 츠쿠네, 토리가와, 네기마에 소스를 묻힌 것. 문득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몫으로 나온 네기마를 들어 내 접시 위에 올려놨다.
"자, 이건 방금 전 네기마의 보답."
"...괜찮은데..."
"사양 말고 먹어요. 여기, 두 번째라고 했죠? 소금 간한 것도 맛있지만 소스도 맛있거든요."
"네에... 고맙습니다."
야구는 잘 모르지만 눈 앞의 이 사람은 분명 직구로 승부하는 타입일 거라 생각했다. 타인의 호의를 선뜻 받아들이고, 그만큼 자신도 베푸는 사람.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또 사랑하겠지.
"바쁘시지 않아요? 콘서트 준비..."
"아아- 일 얘기는 하지 마요, 우리. 오늘 오프란 말예요."
"아..."
"운 나쁘면 앞으로 하루 종일 오프인 날은 없을지도 모르거든요. 아, 여기 생맥주 한 잔 더 주세요-"
빠른 속도로 그의 술잔이 비어간다. 덩달아 내 술잔마저 같이 비워져 간다. 젊은 샐러리맨들의 요란한 상사 뒷담화와,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 나누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지글지글 익어가는 야키토리 굽는 소리와 꿀꺽꿀꺽 목을 타고 넘어가는 맥주 소리. 어쩌면 알콜이 아니라 이 분위기에 취해 버린 걸지도 모른다. 그의 시덥잖은 농담에 웃음을 터트리고, 야키토리를 잔뜩 시켜 먹고, 배가 불러 올만큼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서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야키토리 가게를 나섰다. 입구의 빛바랜 노렌이, 문 밖으로 나오는 그의 머리카락을 휘저어 엉망으로 만들었다. 웃음을 터트리는데 멋쩍은 얼굴로 휙휙, 머리카락을 정리하던 그가 놀란 듯 하늘을 바라본다. 뚝, 뚝,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한두 방울 떨어지던 것이 어느새 하늘을 가득 메운 소나기가 되었다. 그리고 당연하게, 나도 그도 우산이 없었다.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나올 때 이미 만석이었다.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데, 갑자기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아...!"
"저기까지만 뛰어요, 택시 잡으면 되니까-"
"앗-"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은 탓일까, 손에서 가방이 미끄러졌다.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가방 속 물건들이 땅바닥에 흐트러져 떨어졌다. 그도 소리를 들었는지 자리에 멈춰선다. 빠르게 몸을 돌려 가방과 물건들을 줍는데, 어떤 것 위에서 그와 내 손이 맞닿았다.
"아..."
사진집이었다. 오늘 한 권 더 사 두었던, 그의 사진집. 흐르듯 내리는 빗속에서, 서로의 눈빛이 스치듯 마주쳤다. 그가 내 얼굴을 잡아 온 것도, 뜨거운 입술이 와닿은 것도, 그 모든 것이 다 찰나의 시간처럼 흘러갔다.
2012.10.06
야, 야, 야키토리와~ 생, 생, 생맥주가 만나면~ 살이 됩니당. -ㅁ-...
그치만 먹고 싶네요 야키토리... T-T 쫀득쫀득 맛있는 야키토리 T-T
아, 사랑은 야키토리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뽀뽀할 때 파 냄새 났겠네요...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서 또 만나요, 제발~~~ (...)
첫댓글 ㅋ 뽀뽀할때 파냄새라니 ㅎ 빗속에서준이랑눈이 딱 마주치고 그설렘 긴장감 그런느낌이었는데 빵터졌어요 파냄새에 홀딱깨서 어익후 죄송했습니다그러는거 아니겠죠? ㅎ 농담이구 마지막장면 두근두근 이에요 어찌보면 불륜인데 어떻게 되려나요
눈이 딱 마주치고 어머나... 하고 설레는 순간에 파 냄새... ㅠ_ㅠ 갑자기 분위기가 팍... 깨질 거 같긴 하네요ㅋㅋ 어이쿠 죄송했습니다, 라는 상황도 나름 재미있을 거 같은데... 다음 번에 한 번 써야겠어요 흐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완결도 났으니, 천천히 함께 해주세욧!!
으... 결국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네요...ㅠ 다음편이 궁금해요. 잘읽었습니다.
결국 일어났습니다... ㅠ_ㅠ;; 쇼가 알면 가만히 안 있을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불꽃이 파바박하고 일어나는 순간이네요
스파크가 튀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감전될 건 감수하고 있어야겠죠... 흐흐;;
일이일어났군요~~다음편기대하며 잘보고갑니다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ㅡ^
야키토리가 뭔지 모르는 1人 ㅋㅋㅋ 악 찾아 봐야 되나 데리야끼 이런 건 가요 야끼 데코???으잉 ㅋㅋㅋ 암튼 =_= 야키토리라 뭐 그것도 문어로 만들 었나요 ㅋㅋㅋ 악 오늘 새벽엔 꿈을 꾸었는 데요 꿈에 개가 나왔네요=_=그냥 개라고 명칭 지을 래요 ㅋㅋㅋ 그냥 개가 꿈에 나오면 무서워요 ㅋㅋㅋ 그것도 그냥 나온 게 아니라 개가 꿈속에서 죽음;뭐 개 꿈 이겠죠?ㅋㅋㅋ 개가 나왔으 니까요 ㅋㅋㅋ 그럼 글에 들어 가서 헐헐헐;마지막 대 박 씬 ㅋㅋㅋ 뭔가 드라마 나 영화의 한 장면 처럼?어디선 가 본 거 같기도 앗 오해는 말아요 제가 드라마를 좀 좋아 했던 적이 있어서요 ㅋㅋㅋ 그럼 쇼짱은 애인 이였고 결혼할 사람 이였고 준은 그럼
연예인으로 좋아 했었던 걸 까요?사진집,아라시 ㅋㅋㅋ 아니면 남자로+_+ ㅎㅎㅎ 어찌 되었동 ㅋㅋㅋ 키스 했네요?ㅋㅋㅋ 어머=ㅁ=;쇼짱 아니 쇼는 어쩐 대요?-_-;여자가 바람이 난 건 가요?아니면 아예 원래 처음 부터 쇼에게는 마음이 없었던 걸 까요?ㅠ_ㅠㅎㄱ 불쌍한 쇼 ㅠ_ㅠ 넌 아니래 여주인 아카네가 넌 아니래 ㅋㅋㅋ--^ 정말 노래 제목 처럼 '비극적 예감'이 ㅠ_ㅠ 여주 아카네 쇼 를 버리지 말아요 ㅠ_ㅠ 전 쇼짱 팬이 니까요 ㅋㅋㅋ 막 이래 ㅋㅋㅋ그럼 =_=전 이만;;;총총총 6편 기다리고 있겠습 니다;;;
야키토리는, 으음- 닭꼬치예요:) 저는 개를 키우고 있어서 개는 안 무서운데, 귀신 꿈은 무서워요... ㅠ_ㅠ;; 개가 꿈에서 죽었다니 애견인으로서는 조금 슬픈데요;ㅁ; 지금도 당장 뒤에서 저희 집 개가 동생이랑 싸우고 있는데... ㅠㅠㅋ 으음, 저도 글로 들어가서. 마지막이 대박씬인가요? 뭐랄까, 스치듯 시선이 마주쳐서, 그대로 폴 인 러브~(...)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생각대로 잘 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조금 더 잘 쓰면 좋았을텐데... ;ㅁ; 같은 느낌입니다. 쇼쨩은 애인이었고, 애인이고, 앞으로도 애인일 듯... 합니다만^-^; 결혼도 쇼랑 할... 듯 해요, 마지막 편을 보면(...) 으음, 그럴 겁니다. 아니, 사실 이번에도 결말
이 어정쩡하긴 하지만요-ㅁ-ㅋ 마츠쥰을 연예인으로 좋아하기엔, 사촌이 같은 쟈니즈 멤버니 딱히 느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 어찌 되었든 키스했습니다. 쇼는, 어떻게든 잘 빠져 나올 것 같지만요... 흠흠. 쇼한테 마음이 없지는 않을 거예요. 넌 아니래~ 는 역시 슬픕니다 ㅠㅠ 쇼를 버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늦어져서 죄송해요 ;ㅁ;
또 비랑 연관되는 준이랑 만나서.... 살포시 흔들림을 내보인건가요....
키스의 의미는 단지 충동적인걸까요... 아카네의 성격상 잔잔하고 안정된 쇼와의 관계도 끊질 못할것같은데......
옷, 이겁니다! 잔잔하고 안정된 쇼와의 관계를 끊을 수 없어서 딜레마가 생기는 거지용. 잘못 된 건 알지만 흔들리니까 문제가... 흠흠. 어느 쪽이든 잘 풀렸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미 결론은 났지만요ㅡㅡ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