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도약(quantum jump)을 처음 들었을 때는 무협지나 판타지 세계의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아시다시피, 전자가 궤도를 이동할 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순간이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자가 도약하는 것을 사람이 직접 관찰한 것은 아닙니다. 여러 실험 결과, 그렇게 설명하는 것이 결과에 부합되니까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이는 에너지가 연속적이 아니라 불연속적이라는 개념을 나타내는 것으로, 양자역학으로 보면 자연계(특히 미시세계)는 불연속적이라는 것입니다.
거시세계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이를 개념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구나.”라고 받아들이기는 쉬워도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양자역학은 미시세계에서는 고전물리를 대체했지만, 거시세계를 해석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던 듯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거시세계에도 양자역학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물리학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조만간 양자역학이 거시세계에서도 상식적인 영역으로 들어올지 모릅니다.
사실 거시세계(자연계)의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의 세계에서 양자역학이 상식이라면, 거시세계도 양자 도약과 같은 현상이 마찬가지로 상식이어야겠지요.
이와 관련하여, 오늘 재밌는 발상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양자역학으로 제논의 패러독스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발상입니다.
먼저,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우리가 보는 스크린(TV, 영화, 게임 등) 속의 세계도 현실 세계처럼 아날로그(연속적 세상)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익히 알다시피 필름은 불연속적입니다. 단절된 움직임을 이어 붙여서 빠른 속도로 재생하면 연속적으로 보일 뿐입니다.
초당 프레임수가 많아질수록 더 부드럽게 보입니다. 평균적인 사람들은 초당 60~75프레임 정도면 끊김을 느끼지 못합니다.
초당 60프레임 정도로 움직이는 스크린 속의 세상은 아날로그처럼 보이지만 분명히 디지털 세상입니다.(60장의 불연속적인 필름을 이어서 붙인)
그렇다면 초당 240프레임, 더 나아가서 초당 1만 프레임으로 움직이는 세상은 아날로그일까요? 디지털일까요?
요즘 고성능 카메라의 최고 셔터 속도로 정지화면을 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마 1만분의 1초일 겁니다. 1초를 1만 프레임의 디지털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기술이 더 발전해서 1초를 3억 프레임으로 잡아낼 수 있다면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슈퍼맨을 촬영하였을 때, 1m의 잔상을 가진 슈퍼맨의 스틸 컷을 촬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셔터 속도 보다 빠른 물체를 촬영하면 연속적으로 이어진 잔상을 볼 수 있습니다. 셔터 속도를 아주 느리게 하면 사람이 걷는 모습을 촬영해도 잔상이 길에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나아가 초당 3,000억 프레임(빛이 1mm를 가는 시간의 셔터 속도)으로 찍을 수 있다면,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슈퍼맨을 촬영해도 고작 1mm의 잔상을 가진 비교적 선명한 모습의 슈퍼맨을 촬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주 먼 미래에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빛보다 빠른 셔터 속도(빛보다 빠른 속도가 가능하다면)를 가진 카메라가 있다면 우리는 빛이 날아가는 동안 완전한 스틸 컷(빛 입자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정지 화면)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카메라로 촬영하면, 빛 입자 역시 전자와 마찬가지로 도약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스크린 속 세상이 아날로그로 보여도 디지털인 것처럼, 우리 거시세계도 연속적이 아니라 불연속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의 감각기관(초당 60프레임 이상을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의 감각기관)이 연속적으로 느낄 뿐인 것이지요.
거시세계도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의 세계는 불연속적인데, 거시세계는 다를 것이라 주장하는 것도 사실 궁색하게 느껴집니다.
아, 그렇다면 우리가 숨 쉬고, 움직이고, 말하는 것 모두가 불연속적 스틸 컷으로 이어 붙여진 것이라 볼 수 있겠군요.
우리도 아주 짧은 순간, 아주 짧은 거리를 도약(순간이동)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을 도약(?)시키니, 자연계 자체가 디지털이라는 성급한 결론까지 갈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자연계(우주)의 본질을 에너지라고 본다면, 에너지가 불연속적이라는 현대 물리학의 관점에 따라, 우주는 디지털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AI나, 그림 파일이나, 음성 파일도, 윈도우 같은 프로그램 파일도 쪼개고 쪼개면 0과 1, 전자가 그곳에 있다와 없다 두 가지로만 표현되듯이, 인간도, 마음도, 신도 모두 0과 1로 이루어져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아, 이건 좀 지나친 상상이지요?
여기까지 정리하자면, 원자로 이루어진 거시세계도 원자 세계의 양자역학을 적용한다면, 우리 감각기관이 연속적으로 느끼지만 실상 우리의 움직임도 불연속적으로 도약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스크린의 역설이라고 할까요?)
이제 제논의 패러독스를 새로운 방식(양자 도약)으로 해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이 길어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다음글로...)
첫댓글 오랜 만에 글을 쓰네요. 김어준의 월말 김어준입니다에 출연하는 과학 분야 박문호 박사의 내용엔 모모님께서 상기 말씀하신 주제에 대한 내용이 있어요. 결국 이 세상은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이라는 거죠. 우주의 최소 크기가 프랑크 길이라는 특정 값이 있고, 최대로 빠른 것이 빚의 속력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무한이 연속적인 것 같아 보여도 분명한 최대 최소 값을 가진 세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우리가 오감으로는 절대 체감할 수도 그리고 아무리 머리 속으로 상상을 해봐도 잘 그려지지 않는 것의 영역이지만요.
언젠가는 현실 세상과 똑같이 정밀하게 작동하는 가상세계를 프로그래밍해 놓고 돌리면서 모니터링하는 일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추정만 가능했던 일들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좀 더 명확하게 보이게 될 겁니다. 원시대기를 구성하고 100배속, 만배속, 1억배속, 10억배속으로 돌리면 수년 만에 진화의 고리를 찾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고, 인간의 역사는 며칠에 한 번씩 변수를 바꾸어 가면서 시뮬레이션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가상세계의 인간들이 현실의 인간들보다 더 빠르게 기술의 진보를 이룰지도 모릅니다. 여러가지 난제가 풀리고, 어려운 정책을 다양한 모드로 테스트하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그 언젠가는 얼마나 걸릴까요? 현재 AI기술로 보면 이번 세기 안에 가능할 것 같다고 전망해 봅니다.
이미 현실 자체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발상을 전환해야 하는 특이점이 펼쳐졌다고 생각됩니다.
아... 앞으로 백년 정도... 더 오래살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