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도로명 주소 도입
걸어서 삼천리라고 했던 시절이 있었다. 팔도강산 보따리 어깨에 두르고 꼬부랑 고개 몇 고비던가! 몇 번씩 암기하며 찾아가야만 했던 길. 우리는 그간 100년 전인 1910년대에 일제가 토지 수탈 및 조세 징수를 목적으로 부여한 지번을 주소로 사용해왔다. 그간 잦은 토지 분할과 합병·개간으로 지번 배열이 무질서하고 복잡하게 되어 정확한 위치정보를 전달하여야 하는 주소로서의 기능은 유명무실했었다.
새주소 체계를 확립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그러다가 2007년 2월 20일 당시 행정자치부 공고 제2007-27호에 '도로명 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주소의 기준을 지번에서 도로명과 건물번호로 바꾸기로 하였고, 오랜 산고 끝에 마침내 도로명 주소가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도로명 주소란? 도로에는 도로 특성과 폭에 맞은 도로명(대로, 로, 길)을 부여하고, 건물에는 건물번호를 도로 기점에서 종점방향으로 왼쪽은 홀수번호, 오른쪽에는 짝수번호를 순차적으로 부여하는 방법이다. 검색, 전환, 전자지도 제공 등이 쉬워져 국민들이 알기 쉽고 찾기 쉬운 선진국형 주소체계를 갖추게 된다. 외국인들의 방문이 늘어난 요즘, 새주소의 영문표기도 공유할 수 있게 되어 외국인들은 자국에서 익숙해진 주소체계에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된다. 2011년 말까지는 현행 지번주소와 도로명주소를 병행하여 사용하며, 2012년부터는 도로명주소만을 공법상의 주소로 사용하게 된다.
☞ 도로명주소 사용 이후에도,
지번은 토지표시 및 소유권 관리 목적으로는 계속 존치하게 됨
인근 지역을 돌며 새주소 표지판을 면밀히 관찰해봤다. 아직도 일부 건물들에서는 새 주소 표지판이 안 보인다. 임차인이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표지판을 제거한 듯한 현장도 일부 목격했다. 일부 가옥에는 대문 기둥에 부착되어야 하는 명패가 대문 앞 땅에 떨어진 모습으로 오랜 시일 방치됐고, 상가 건물의 경우 간판 후면에 새 주소 표지판 일부분이 가려져 홀대 받는 곳도 더러 있었다. 아무래도 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건물주의 무책임한 관리로 표지판이 파손되거나 분실될 경우 그 책임을 범칙금 징수제나 자치구 전담 제작관리를 도입하여 물어야 할 것이다. 새 주소 표지판을 유료로 보급하고 지면으로부터 높이와 방향 및 간격 등 표준화된 부착 규정 등도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 표지판은 동네와 건물의 얼굴이다. 잘 관리해야 반가운 손님들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게 아닌가.
아울러 남은 기간 동안 각종 공과금 고지서, 행정 우편물에 새 번지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한 한 빨리 시도했으면 한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하루라도 줄이고 새 주소체계가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이다. 벌써부터 택배운송 종사자들이 새주소를 반기고 있을 것 같다. 어두운 심야시간에도, 건물 표지판이 잘 안보여도, 순번과 순서로 홀짝수로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시간을 절약해 조기 퇴근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가보다. 강서구 공항재래시장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종화 전직교수 역시 “협소한 주택지와 막다른 골목길에 거주하는 연세 높은 어르신들이 노환으로 긴급 119신고를 하여도 구급차들이 응급대처를 하기 어려웠는데 새주소 체계는 그런 점에서 반가운 소식입니다. 또한 우편 배달인, 택배 배송인 등이 골목마다 외치는 소리가 없어질 테니 동네도 조용해 질 것 같습니다”라면서 “주민등록부, 호적부 등 각종 공적서류도 함께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려움은 당분간 있겠지만 2012년 내에 새주소가 자리잡는 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새주소 체계에서 주소 표기 시 옥의 티도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얼마 전 '개화동로23길 00지번' 표지판을 보고 잘못 왔나 싶어 다시 확인해보니 방화동2동 동사무소 인근이 분명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소 표기에 모순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겠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도 한 가지 소망이 있다. 이번 새 주소 체계의 출발과 더불어 국가시설인 김포국제공항을 서울공항이라고 개칭하는 것은 어떨까. 김포공항이 서울시로 편입된 지도 오래되었고 행정구역상 엄연히 강서구에 위치하고 있으니 말이다.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을 성남공항으로 개칭하면서, 서울에 위치하고 있는 김포공항을 서울공항으로 개칭하여 지역주민의 자부심도 고취하고 행정상 명칭의 혼란도 바로잡았으면 한다.
이제 새로운 길 이름이 자리잡으면 초행자들도 길 찾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일원화된 합리적인 체계로 전국 삼천리를 나 혼자서 누구에게 묻지도 않고 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빠르고 편리한 새 도로명 주소를 후세에 전해주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기도 하다.
진정군 / 하이서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