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8.1(둘째날)
자는둥 마는둥 밤을 지새고 대피소 밖을 나서니 밤사이 내린비로 대지는 적셔있다.
직원으로부터 별다른 기상특보가 없으니 공룡능선 산행에 지장이 없음을 듣고 서둘러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무박산행으로 오색에서 새벽 2시 30분에 출발하여 대피소에 도착한 몇분의 단체산악회 산행객들이 보인다.
오색에서 4시간만에 희운각에 도착한 그들은 잠깐 휴식을 하고 바로 공룡능선으로 움직인다.
오늘은 팔월 첫날이다.
순 우리말로는 팔월은 타오르는 달로 뜻은 하늘에서는 해가 땅위에서는 가슴이 타는 정열의 달이 시작되는 첫 날이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하고 그러나 비는 내리지않고 있지만 배낭은 방수카바를 씌운다.
7시 20분경 타오르는 달 첫 날 첫 번째 타오르는 정열로 공룡능선을 향하여 힘차게 첫 발을 내디디며 희운각대피소를 출발하여
무너미고개에 올라섰다.
물이 넘쳐 고개를 넘어가서 붙여진 이름인가 무너미고개다.
가야동계곡과 천불동계곡이 산능선으로 어느정도 구분이 되는 고개이기도 하니 무너미고개 명칭이 붙여졌나?
무너미고개에서 우측으로는 천불동계곡 따라 소공원 내려가는 길이다.
어제는 소청에서 공룡의 등줄기를 바라 보았으니 오늘은 공룡의 등을 밟기위하여 마등령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큰비만은 내리질 않길 바래면서......
난간을 이용하며 암릉길을 오르고 하며 출발 30여분만에 국립공원경관 안내판앞에 올라섰다.
희운각 1키로,마등령4.1키로 표시목도 세워져 있다.
조망판이 세워져 있다는 것은 조망이 좋은 곳 일 것이다.
소청과 서북능의 산줄기는 구름이 숨겨 놓고 계속하여 센바람과 구름은 소청방향에서 밀려오고 있다.
그러나 공룡의 등뼈는 먹구름 아래 갈지자 모양으로 길고 힘차게 북쪽으로 들쑥 날쑥 솟구쳐 이어져 보인다.
아내와 힘차게 화이팅을 외치고 마등령방향으로 향한다.
나리꽃 들꽃이 길섶에서 반기고 암릉길은 안전시설물을 이용하면서 새근발딱대며 능선위로 올라섰다.
능선위에 오르자 앞에 뾰족한 봉우리가 눈앞에 들어오고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이 땀방울을 식혀준다.
비옷을 배낭에서 꺼내 입으며 가뿐숨을 고르고 산길을 부지런히 걸어 희운각 2.4키로, 마등령 2.7키로 이정표앞에 섰다.
3년전 보다 등산로가 잘 가꾸어져 걷기는 한결 수월하다.
돌계단길을 오른다.
골에서는 계속 안개가 피어 오르면서 능선 위 직벽에 부딪치면 연기가 피어 솟구치듯 높게 솟아오르기도 한다.
비옷까지 입고 오르는 긴 암릉길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안전시설물을 붙잡고 오르기를 반복하니 팔에 힘이 부치지만 그래도 아내는 열심히 오르고 있다.
능선 위를 오를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첨봉들.
마등령 2.1키로,희운각 3키로 표시목 앞에서 멈추었다.
좌우 조망이 좋은 1275쉼터다.
오늘은 공룡의 모든 계곡은 짙은 안개만이 정지된 상태로 움직임을 보이질 않는다.
조망을 포기하고 산길을 걷는다.
안개는 암봉에 부딛쳐 산을 넘지 못하고 좌측은 푸른 숲이 우측은 안개가 가득하며 능선을 구분 짓는다.
파란하늘에 산길을 걷는 최상의 즐거움도 있겠지만 오늘은 안개와 함께 걸으며 안개가 만드는 산의 모습을 보면서 아쉬움과
지루함을 떨쳐버리고 생각자체를 즐거운 마음을 느끼며 걷는다.
희운각 3.4키로,마등령 1.7키로 이정표 앞이다.
1275쉼터보다 조망이 더욱 좋은 곳이다.
이곳도 조망이 좋은곳이나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만이 비를 맞으며 바람따라 흔들릴 뿐이다.
산길 중간 중간에 야간산행을 안내하는 것인지 작은 야광등이 매달려 있다.
또 한번 긴 돌비알을 안전시설물을 이용하여 씩씩대며 고갯마루에 올랐다.
직벽과 직벽사이로 긴 설악의 산줄기가 계곡과 함께 보인다.
너덜지대를 오르는데 아내가 팔까지 땅을 짚으며 네발로 오르면서 편안하단다.
힘이 부치다는 것 일 것이다.
희운각에서 3시간 50여분을 발품하여 11시10분 마등령 갈림길에 도착했다.
비선대 3.7키로,희운각 5.1키로,오세암 1.3키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우리 부부와 함께 기쁨을 나눌 듯 주위에는 많은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여있다.
비선대냐? 백담사냐? 망설이다가 백담사로 가기 위하여 오세암 방향으로 빠르게 발길을 옮긴다.
예약된 4시 30분 고속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걸음을 바삐 움직인다.
그러면서 아내와 묵주기도를 드린다.
돌계단과 테크계단길을 내려와 봉정암, 마등령,오세암 갈림길에서 우측 오세암으로 향한다.
11시 55분 아늑하고 그윽한 오세암에 도착하여 우의를 벗어 배낭에 집어 넣고 휴식을 갖는다.
643년 신라 선덕여왕때 자장율사가 지었고 관음암이라 불리었다가 다섯살된 아이가 폭설속에서 부처의 도움으로 살아 남았다는
전설이 있어 오세암이라고 명칭이 바뀌었다 한다. 그러나 이은상은"설악행각"에서 오세암 명칭에 대하여 다른 전설보다는
오세암에 기거하였던
매월당 김시습의 "오세신동"이라는 별호를 암명으로 개칭하지 않았나하는 생각하였다 하고 암자터로는 조선제1이라 하였다.
이은상 선생은 오세암에서 김시습을 생각하며 시를 지었다.
임은 가셨건만
임을 여기 뵈옵니다
끼치신 이 얼굴이
너무 분명 하오이다
눈감고 임의 영혼도
이제 마저 뵈옵니다
충분히 휴식을 하고 작은 계곡도 건너고 산비탈길도 오르고 내리면서 백담지구 공원지킴터 세갈래길에 내려왔다.
백담사 3.9키로, 봉정암 7.1키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백담사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며 영시암에서 물을 보충하고 계속 내려간다.
넓은 숲길이다.
아내의 걸음속도가 예전에는 보지 못할 정도로 빠르다.
보통 산행때는 이 정도를 걸었으면 지쳐있을 텐데 지친 모습은 전혀 없다.
수렴동계곡과 나란히 걷는 산길을 걷다가 나무뿌리에 미끄러져 손에 쥐었던 구입한지 2달밖에 안된 디카를 깨뜨리고.
우리 부부의 걸음속도로는 빠른 걸음으로 3.9키로를 한시간여만에 백담사 셔틀버스 정류소에 도착하였다.
백담사 들어서는 수심교에서 다시 한번 설악의 깊은 산속을 바라보고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산행을 끝낸다.
용대리까지 셔틀버스로 내려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속초 고속버스터미널까지 미시령 터널비포함 택시요금 35,000원을 지불하였다.
2보1원 25,000보
첫댓글 좋은 산행을 하셨네요. 지난번 비때문에 오르지 못한 공룡능선을 볼 수 있어 너무나 좋습니다. 감사와함께 박수를 보냅니다.
언제나 설레임으로 다가오는 설악산은 수려한 산세와 뛰어난 풍광으로 산행의 고통을 달래주고도 남는 여운이 산행의 보람을 느끼게 해줍니다. 무더운 날씨에 인내와 끈기를 동반하며 이열치열로 맞선 복중 산행에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무너미고개에서 마등령까지의 공룡능선 예전에 비하면 걷기가 아주 수월하여 졌습니다. 격려하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한여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