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배 꽃

[최영일]

   소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놈이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를 하느라 책들을  마구 펴놓았다. 그중 어문교과서가 있기에 펼쳐보는순간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것이 있었는데 바로 담배꽃 사진이였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지만 이전에 화건종담배 (황연)하면 화룡 로과를 꼽을 만큼 내고향에는 담배가 유명했다. (로과에 담배는 엽이 두텁고 색상이 맑으며 맛이 좋다)그러더라.ㅎㅎ

  내가 13살때에 농촌에서 호도거리를 실시하게 되었고 이듬해부터 농민들 생활이 확 펴이게되였다. 재미를 보게된 농민들은 건조실을 짓고 이제 더 경제 작물이라고 불리우는 화건종담배 농사를 하게되였다. 벌써 몇해째 남들은 담배농사를 해서 흑백텔레비죤 사고, 현대식 가구도 사고, 새끼낳이 암소도 사고 그러는데 일손이 없는 우리네는 부러운 눈길로 바라만 볼뿐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가 래년부터 우리들도 담배농사를 시작해보자는것이였다. 

    벼, 콩, 옥수수농사하는것도 벅찬데 건강도 안좋은신 어머니를 생각해서도 나는 견결히 반대했다. 《넌 그래 학교에 가 공부하기도 싫고 일하기도 싫고 이 다음에 돈이 없이 장가랑 어떻게 갈래? 》라고 견결히 주장하셨다.  그때 우리는 학교에 갔다와서는 부모님들의 농사일을 도와야했다. 공부를 많이 못한 위에 분들은 우리들을 보고 자기들은 문화혁명 때문에 공부를 못했다하고 우리는 후배들에게 우리네는 개혁개방 때문에 공부를 못했다고 했다.ㅎㅎ

   하는수없이 이듬해 우리는 담배농사를 하게되였는데 (담배농사는 손끝으로 한다)는 어른들 말처럼 참으로 힘들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른봄부터 비닐로 온상을 짓고, 산에다 부식토를 캐서, 채로 보드럽게 쳐서, 펴고 담배씨를 뿌리고, 엷은 이불을 덮어주고, 또 밤에는 얼지 않도록 불을 때주고, 아기처럼 키우더라. 어느정도 크면 이묘해서 키우고 어느정도 크면 대전에 나가는데  구덩이를 파고 물을 주고, 비료주고 그렇게 한포기씩 심었다. 담배가 자라날 동안에도 벌레가 먹지못하도록 농약을 쳐주고 기음을 매주고 잎에만 영양분이 가도록 순을 따고 담배꽃을 꺽어주었다. 다 자란 담배는 아래부분부터 독이 오르는 족족 따서 소수레에 실어다가 나무대에 노끈으로 엮어서 건조실안에 차곡히 달아놓고 불을 때서 말리우는데 그 시간이 일주일씩 걸린다. 그때가 되면 집집마다 건조실에 전등을 켜서 온동네가 환했고 무슨 축제분위기 같았다. 일찍 사회에 진출한 우리 또래들은 건조실에 모여앉아 옥수수며 감자를 구워먹으면서 어른들의 옛이야기 듣는것도 별재미였다. 이전 대약진때 소뿔에 기름등을 매달고 밤에도 밭을 갈았다느니 또 돼지똥, 소똥, 인분을 모아 영양단지를 만들었는데 어떤  녀성이 일하다가 힘들어서 (아이고, 이게 영양단지가 아니라 우환단지다)그렇게 말을 잘못했다고 사원들앞에서 비판받았다는느니, 온밤 들어도 싫지 않은 이야기로 웃고떠들었다. 다 마른 담배는 다시 누게를 들이고 한잎씩 체와 색상에 따라 같은 잎으로 한데 묶는 조리를 한다. 다음 포를 치고 소수레로 10리밖에 있는 향수구소에 가져다 바친다. 이렇게 담배가 다 자란 다음부터 팔기까지 8번이상 거듭한다. 담배를 팔때도 급수를 제대로 받느냐 못 받느냐 따라서 큰 가격차이가 난다.

일부 사람들은 뒤로 수구소일군들에게 (칭커)를 하고 뢰물로 두만강 마른물고기 또는 집에서 키우던 똥개를 잡아가져갔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그런거 잘 못하셔서인지 매번 담배팔러 갔다가 오셔서는 아쉬워하셨다. (아무개네 담배는 우리것만 못하던데 1등급을 주고 우리거는 3급을 주고......)그러면서 때로는 눈물까지 글썽해하셨다. 십리나 되는 길을 여성의 몸으로 소수레를 끌고가서는 그런 결과를 보게되니 얼마나 서운하셨을가. 그런 어머니가 불쌍했다. 그래서 내가 나서서 담배바치러 가고싶었으나 공사마을에 가면 한학년 공부하던 애들과 선생님을 만날가 부끄러워서 감히 가지못하고 말았다.그러시던 어머니가 때로는 웃으면서 돌아오신다. 《오후에 팔기를 잘했다. 정심에 누가 칭커를 했는지 술에 얼근한 수구소 사람들이 1등으로 가져간 담배를 특등으로, 2급은 1급으로, 3급은 2급으로 그렇게 한급씩 높게 주더라. 이번에 제일 많이 가져갔는데..... 》라며 기뻐하셨다.

   그때 어떤 사람들은 담배 받치러 갔다가 밤늦게 돌아와 온동네에서 소동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나그네들이 술놀이 때문이였다. 한번은 친구아버지가 담배팔러갔다가 기쁜김에 술을 많이 마시고 소수레에 앉아 (농부 ~일생은 무한이로다 ~) 노래를 부르며 오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소는 계속 수레를 끌고 마을을 지나 몇십리 밖에까지 갔는데 그제야 정신이 든 친구 아버지가 다시 돌아올때는 한밤중이였다.ㅎㅎ

  그후 어머니는 (공부도 못하고 장래가 걱정된다)하시면서 나를 연길에 있는 먼 친척집에 보내셔서 미술공부를 하게 하시였다. 손바꿈을 해가며 계속 담배 농사를 하셨고 그 돈으로 나의 뒤바라지 해주셨다.

워낙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심한 고생을 거듭하셔서 어머니는 끝내 몸져누우시고 한해 농사를 다 마치신 추운 겨울에 48세로 세상을 뜨셨다. 자식위해 모든걸 위해 바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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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중얼거리며 숙제를 하는 아들앞에 나팔꽃, 장미꽃, 수련화, 자옥화, 만수국, 달마지꽃, 야향화, 우담화 등 여러꽃 가운데서 담배꽃을 보이며 《최건아 이 꽃이 곱니?》라고 물었다.얼핏보더니 《아니》라고 했다.

    담배꽃은 여느꽃처럼 아름답거나 화려함도 없지만 나는 이 꽃을 보느라면 옛날을 돌이켜 고향이 보이고, 고생하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보여 눈물이 났다.

[김룡남]

사연이 담겨 있는글 마음이 찡해나네요.

[서창록]

잘 읽었다.

[cuiqiang]

잘읽었습니다 경제가힘든 이때 우리에게도 부모님들과같은 근면과 노력이 필요한거같습니다

[정호림]

잘 읽었소. 순수하면서 내용이 좋구만. 나도 어릴적 어머니 모습 생각나는구만.

[홍성남]

농부일생 무한이로다~찡~

[이용남]

영일이 동년도 잊기힘든 서글픈 동년이였네,어머님이 살아계셔서 지금 의젓하게 사는(복된)아들을 보셨으면 얼마나 기특해하실가...지금 아들을보며 더열심히 살아야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