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연의(退魔演義)Ⅱ 126 - Case No.14 엄마
엄마, 보고 싶어.
엄마 냄새가 맡고 싶어.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어.
엄마가 해준 음식이 먹고 싶어.
엄마라고 소리 내어 부르고 싶어.
엄마... 보고 싶어...
엄마..... 보고 싶어....
File #06 좀비
“다른 출구로 나가자. 밖엔 팬들이 쫙- 깔렸다고 하더라.
공항 측에서 다른 출구로 안내해 주겠대.”
“팬들 많이 왔나요?”
막 휴대폰을 통해 통화를 끝낸 진의 매니저는 커다란 짐가방을 든 채 비행기에서 내
리는 진에게 말했고, 매니저의 말을 들은 진은 자신을 안내하던 항공사 직원을 향해
물었다. 진의 물음에 무전기를 들고 있던 늘씬한 항공사 직원은 친절한 미소를 지으
며 대답했다.
“네. 너무 많아서 빠져나가시기 힘드실 거예요.”
“그럼 그 쪽으로 나가죠.”
“네?”
“뭐?”
진의 대답에 놀란 매니저와 항공사 직원을 진을 돌아보며 되물었다. 주변의 반응에
진은 베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기다렸다잖아. 다른 건 못해줘도 최소한 얼굴은 보여 줘야지.
나 머리 많이 찌그러졌어?”
“녀석...”
쓰고 있던 캡모자를 벗고 장난스레 묻는 진의 물음에 매니저는 진의 머리를 엉클이며
말했다.
“수경아~ 이 녀석 머리 좀 만져줘라.”
“네. 어디 봐봐.”
코디인 수경은 매니저의 말에 곧 진에게 달려와 진의 머리를 만져주었다.
“고생하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자신의 경호팀과 공항 경호팀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진은 입국장 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고,
진의 행동에 놀란 표정을 지었던 경호팀들은 할 수 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까아아아아!!!!!~”
-찰칵- 찰칵-
입국장 문이 열리자 진을 기다리고 있던 팬들의 함성이 공항을 울렸고, 기자들의 카
메라 플래쉬가 터지고, 카메라가 진을 따랐다. 진은 팬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고 몰려드는 팬들 덕분에 열명의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면서도 무려 30분이나
걸려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
.
.
“할아버지~”
침대에서 일어난 다예는 회장의 품에 안겨 회장을 꼭- 끌어안았다. 그런 다예의 모습
을 바라보면서도 스스로의 눈을 믿지 못하는 혜성과 민우, 희원과는 달리 회장은 다
예가 살아난 것이 그저 기쁜 듯 다예의 하얀 볼을 쓰다듬었다.
“우리 손녀. 우리 예쁜 손녀.”
“할아버지...”
“이 분들이 널 살려주신 분들이란다.”
회장에게 안겨 있는 다예의 곁으로 간 백저의 말에 민우와 희원, 혜성을 발견한 다예
는 생긋- 웃고는 회장에게 떨어져 나와 혜성 쪽으로 달려왔다.
“오빠 고마워. 쪽-”
그리고 그 순간 혜성에게 달려들어 폴짝- 뛰어올라 혜성에게 매달린 채 혜성의 볼에
뽀뽀를 하는 다예의 귀여운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던 혜성은 어디선가 풍겨
오는 퀘퀘한 냄새에 얼굴을 찌푸렸다.
“근데 여기서 이상한 냄새나지 않아?”
“떨어져!!!”
혜성이 다예를 안은 채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묻자, 얼굴색이 변한 민우와 희원
이 혜성에게 달려들며 소리쳤고 민우의 커다란 목소리에 혜성은 놀란 얼굴로 자신에
게 안겨있는 다예를 내려 봤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의 목에 입을 대고는 쭉쭉 빨아
대는 다예의 뼈만 앙상하게 남아 바싹 마른 시체와 같은 모습을 본 혜성은 너무 놀라
있는 힘껏 다예를 밀어냈다. 하지만 이미 좀비로 변한 다예는 엄청난 힘으로 혜성에
게 붙어있었다. 그리고 다예가 더욱 세게 혜성의 목을 빨아댈 수록 다예는 본래의 모
습을 찾아갔고, 혜성은 점점 더 정신이 혼미해졌다.
-차락-
그 순간 다예는 혜성의 앞에 붙어있는 다예에게로 날아가는 민우의 부적을 피하기 위
해 순식간에 혜성으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본래 천천히 움직이는 좀비의 특색과 달리
바람같이 움직인 다예의 좀비는 백저의 옆에 섰다.
“이런... 무(武)에만 강한 줄 알았는데, 부적 사용에도 강하군.”
“넌 뭐야?”
민우는 혜성을 향해 달려가 거의 기절 직전으로 늘어진 혜성의 팔을 잡아당기며 시체
소생사라고 말을 하고는 좀비를 만들어 낸 백저를 향해 소리쳤다. 백저가 진언을 외
면서부터 멍-해지더니 어질어질해지기 시작한 머리는 민우와 희원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하였고 그 사이 다예가 살아났다. 게다가 그 다예는 시체 썩은 냄새를 풍
기며 혜성에게 다가갔다. 그 이상한 모습에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모르게
나른해 진 몸은 민우를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게 하였고 또 결국 다예의 모습을 한
좀비가 혜성의 목을 빠는 것조차 막을 수 없게 하였다. 희원 역시 힘겹게 몸을 추스
린 채 서 있었다.
“나? 나야 아까 소개한대로 시체소생사.”
민우의 말에 백저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고, 민우는 그런 백저의 반응에 잔뜩 흥분한
채 소리쳤다.
“저게 소생이야? 좀비지?”
“내가 언제 사람으로 소생 시켜 준다고 했나?
게다가 그냥 단순한 좀비라고 보기엔 능력이 너무 뛰어나지 않아?”
백저의 말에 민우는 어질어질한 머리를 감싸 쥔 채 이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본래 좀비란 죽은 사람의 시체를 이용해 조정하는 자의 마음대
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움직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사후의 시체를 보이지 않는
줄로 조정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에 좀비는 생각할 수 없고 빠르게 움직일 수 없는 것
이 정상이었다. 그렇기에 민우는 좀비라고는 볼 수 없이 빠른 좀비를 보고는 당황했
다.
-콰앙!!!
그 순간 방문이 부서지며, 바싹 마른 시체 모습을 한 좀비들이 하나 둘 방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치 사람과 같이 재빠르게 움직이는 그 좀비들의 모습에 민우가
당황해 희원에게 물었다.
“어느새 이렇게 많은 좀비가 나타난 거죠?”
“당신들의 기가 세서 기대보다 많은 녀석들을 만들 수 있었어.”
민우의 질문에 희원보다 먼저 대답하는 백저의 말을 들은 민우는 어지러움의 이를 꽉
깨물고는 가슴에 품고 있던 단검을 고쳐 쥐었다.
“그럼...”
“아까 우리가 읊었던 진언은 좀비를 만들어 내는 주문이었던 거예요.
이 방에 결계를 걸어 우리의 기를 빼내어 환생한 거죠.”
여전히 많이 어지러운 것인지 힘겹게 민우와 등을 맞대고 좀비들을 경계하던 희원이
설명하자 좀비로 변한 다예는 중얼거리며 다가왔다.
[그리고 너희의 생기를 먹으면 완전한 인간이 되는 거지... 크크...]
방 안에 결계를 쳐 놓은 것인지 계속해서 어지러움은 증가하고 있었고, 그럴수록 좀
비들은 사람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었다. 방안을 둘러 싼 결계가 민우와 희원의 기
를 빨아들이고 있었고, 그 기를 받은 좀비들은 점점 사람의 모습이 되어가고 있는 것
이었다.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는 수십의 좀비들 때문에 이미 기절 직전의 혜성을 부
축한 민우와 희원,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서 있는 회장의 간격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민우.”
자신을 향해 다예의 방에 있는 커다란 창을 눈빛으로 가리키는 희원의 모습에 민우는
단검인 ‘비련’을 결계를 깨는 부적에 감아 던지며 혜성을 어깨에 둘러맨 채 창으로 날
아올랐다. 깨어진 창의 유리 파편을 뚫은 민우와 혜성은 회장 저택의 정원으로 뛰어
내렸다. 다행히 정원은 잔디밭으로 이루어져 있어 2층 방에서 뛰어내린 민우는 혜성
을 매고도 크게 다치지 않고 착지할 수 있었다. 정원으로 뛰어 내려온 민우가 위층으
로 올려보자 희원 역시 뒤따라 뛰어내렸다. 희원의 착지장소를 향해 달려간 민우는
떨어지는 희원을 받아 안으며 정원 잔디를 굴렀다.
“괜찮으세요?”
“네. 혜성은?”
“기가 빨려 기절한 것 같아요.”
기를 빨아들이는 결계는 방안에만 쳐져 있는 것인지 방을 빠져나온 민우와 희원은 방
안에서와 같은 두통과 어지러움은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급히 잔디밭에서 일어난
희원은 기절했지만, 희원보다는 덜 창백한 얼굴을 한 혜성을 바라보며 민우에게 말했
다.
“혜성은 진언을 알아듣지 못해 기를 흡수하는 방안의 결계가 작용하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그 좀비가 녀석의 기를 빤 건가요?”
“네. 어서 나가죠. 아까의 속도로는 곧... !!!!!.....”
놀라 2층 창쪽을 바라보는 희원의 시선에 민우는 놀라며 아직도 잔디 위에 쓰러져 있
는 혜성을 향해 달려갔다. 2층에서부터 새까맣게 뛰어내리기 시작하는 좀비들은 쓰러
진 혜성을 덮치고 있었다. 달려가는 속도 그대로 혜성의 주변에 모인 좀비를 걷어 차
낸 민우는 혜성을 낚아 채 어깨에 짊어진 채 민우와 혜성을 동그랗게 둘러싼 채 다가
오고 있는 좀비들의 한쪽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는 좀비들의 어깨를 발판으로 삼아
뛰어올랐다. 하지만 힘차게 뛰어오르는 민우의 발목을 강하게 잡아 오는 힘에 민우와
혜성은 잔디밭으로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콰당!!!
“우으윽...”
“으윽...”
그 엄청난 고통에 민우는 물론이고 정신을 잃고 있던 혜성까지도 신음소리를 냈다.
평소라면 그 정도의 높이를 뛰어오르는 데 좀비들에게 잡힐 리가 없었겠지만, 이미
기가 빠져 축-쳐진 혜성을 어깨에 짊어진 채 좀비들의 초인적인 힘의 범위를 벗어난
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좀비에게 생기가 빨린 혜성을 안고 있어서인
지 민우의 기마저도 혜성에게로 빨려 들어가는 듯 한 느낌이었다. 그 순간 까맣게 몰
려드는 좀비들의 모습에 민우는 주머니에 있는 부적들을 꺼내 던져 방어했다. 급하게
연락을 받고 오느라 장검인 ‘화랑’을 챙겨 오지 못한 탓에 품에는 단검은 ‘비련’뿐이
었고, 혜성을 무사히 탈출시키기 전에는 검을 함부로 쓸 수도 없었다.
-촤아악-
하지만 방어를 위해 뿌린 민우의 부적들이 좀비들을 불태우기도 전에 은빛을 반사하
며 어디선가 날아드는 가느다란 침들의 공격에 열이 넘는 좀비들은 순식간에 바닥을
굴러다녔다.
“.....!!!!!!!.....”
민우는 한손으로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신음소리를 내는 혜성을 끌어당기며
다른 손으로는 허리춤의 가방에 부적을 꺼내며 침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봤다. 그 곳
에는 재송이 한 손에는 장검을 다른 한 손에는 20cm정도의 기다란 침을 든 채 서 있
었다. 어느새 정원으로 내려온 백저는 그런 재송을 알아본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냐?”
“끝이 없군. 대체 너란 놈이 만들어 낸 좀비들은 얼마를 더 죽여야 사라지는 거냐?”
“큭큭... 이번에는 제대로 힘을 가졌으니 지난번처럼 쉽지는 않을 걸?”
“그래? 해 보면 알겠지.”
“가라.”
백서의 말에 따라 다른 좀비들과는 달리 방금 전 혜성의 생기(生氣)를 빨아 다른 좀
비들보다 조금 더 사람의 모습에 가깝게 변한 다예는 재송을 향해 달려들었고, 재송
역시 망설임 없이 기다린 침을 빼어들고는 다예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허둥지둥
모두를 따라 달려 나온 회장이 소리쳤다.
“그만둬!!! 내 손녀를 해치면 희원을 가만 두지 않겠다.”
어느새 희원의 목에 날카로운 검을 들이댄 채 재송을 협박하는 회장의 모습에 재송은
다예를 향해 꽂던 침을 멈추었다. 믿고 있던 회장의 급습에 미처 방어하지 못 한 채
회장에게 잡힌 희원은 그런 상황에서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은 채 재송을 향해 말했
다.
“없애요. 재송.”
“그만 둬!!!”
희원의 말에 민우가 혜성을 짊어진 채 크게 소리치며 재송에게 달려들었고, 희원은
더욱 단호한 목소리로 재송을 향해 소리쳤다.
“재송!!!”
“희원. 난.....”
- 퍼억!
다예의 목에 기다란 침을 댄 채 입을 연 재송의 말이 시작되기도 전에 희원의 목에
검을 대고 있던 회장의 머리가 무언가에 엄청난 힘에 밀려나 버렸다. 바닥으로 쓰러
진 회장의 목을 단번에 잘라내는 비호의 행동에 모두가 놀라기도 전에 희원은 잽싸게
회장의 칼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머리를 잃은 회장의 몸은 머리를 떼어 놓은 채 움찔
거리며 움직였고, 바닥을 구르던 회장의 눈은 계속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대체 왜 날... 내가... 어떻게 된 거지?...”
“당신은 좀비에게 뇌를 점령당해 좀비가 되었습니다.”
회장의 물음에 비호가 바닥에 거꾸로 멈춰 서 있는 회장의 머리통을 향해 한 걸음 다
가서며 대답했다. 비호의 검에 깔끔하게 잘라진 회장의 목에서는 붉은 피조차 뿜어져
나오지 않고 있었고, 회장의 눈은 여전히 깜박이고 있었다. 비호의 대답에 회장은 이
해가 되지 않는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좀비?”
“네. 그래서 제가 회장님은 목을 벤 것입니다.”
“그럴 리 없어!!!”
비호의 말에 회장은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비호는 그런 회장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한쪽에서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 회장의 몸뚱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목이 베어진 상황에서도 살아 계실 수 있는 거죠?”
“이건... 이건...... 그럼 다예는? 우리 다예는???”
비호의 말에 눈을 돌려 목이 떨어져 나간 채로 방 안을 헤집고 다니던 자신의 몸뚱이
를 본 회장이 방 이곳저곳으로 눈을 돌리며 소리쳤다. 회장의 물음에 비호는 재송에
게 잡혀있는 다예와 주변에 쓰러져 있는 좀비들을 검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다예 역시 다시 살아난 것이 아니라 저 놈들처럼 좀비에게 몸을 먹힌 것뿐입니다.
이대로는 몸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먹혀 버릴 것입니다.
어서 좀비를 제거해야 합니다.”
“다예... 우리 다예... 내 하나뿐인 손녀...”
비호의 말에 회장의 눈에서는 눈물이 나왔고, 거꾸로 멈춰선 회장의 머리에서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볼이 아닌 이마로 흘러 내렸다.
“다예의 혼은 저희가 살려내겠습니다. 회장님은... 편히 눈을 감으세요.”
“난 언제부터 좀비가 되었던 건가?”
“오래되셨습니다.”
“그럼 나의 영혼은 이미...”
“............. 예...”
“.............. 어찌 이런 일이... 어찌.....”
비호의 대답에 회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에
두 눈 가득 눈물을 머금은 희원은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비호는 담담한 표정
으로 말했다.
“회장님. 너무 지체하시면, 더 이상 방법이 없습니다.”
“.......... 알았네. 다예를 부탁하네. 외로운 아이니.....”
“걱정 마세요.”
이미 피가 모두 빠져나가 창백해져 버린 회장의 머리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
젖은 얼굴로 말하는 희원의 모습에 회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희원. 약속을 지켜줘... 고맙군.”
“감사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회장님.”
“부디... 부디.....”
회장은 남은 말을 하고 싶은 듯 입을 열었지만, 자신이 좀비가 되었다는 것을 자각한
회장의 머리통은 급격하게 부패가 시작되었다. 이미 목부터 시작된 부패는 턱과 입까
지 빠르게 번져 말을 할 수 없게 했고 곧 얼굴 전체로 퍼졌다.
“ 희원. 비키세요. ”
희원을 비키게 한 민우는 제혼(除魂)을 위한 부적을 공중에 띄우고는 수인을 맺은 채
진언을 읊기 시작했다. 그러자 회장의 부패된 몸과 머리에서부터 나온 벌레들에 화르
륵- 불이 붙었고, 벌레들은 순식간에 불타 버렸다.
“ 민우. 다예의 혼을... ”
희원의 말에 희원과 함께 정원에 결계를 친 민우는 퇴마의식을 응용해 재송에게 잡힌
다예의 혼이 머물 부적을 꺼내 놓고 다예의 몸에 남아있는 사념들을 통해 다예의 혼
을 빼내기 시작했고, 재송에게 잡힌 다예는 괴로운 듯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
기를 한 시간, 다예의 혼이 모두 빠져나오자 재송은 다예를 놓았고 그 순간 다예는
희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채 두 걸음을 떼기도 전에 재송의 침들을 맞고는 그
대로 바닥 위에 부서져 버렸고, 민우는 부적을 불태워 그런 좀비의 흔적을 완전히 없
애 버렸다.
이 모든 과정을 몽롱한 정신으로 바닥에 누워 바라보던 혜성은 비호가 자신에게 다가
오는 것과 비호의 뒤로 보이는 민우의 시선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
.
.
-네. 전 오늘 입국한 전진씨의 입국장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미리 전진씨의 입국 일정을 알게 된 팬들이 워낙 많이 몰려와 다른 출구로
공항을 빠져나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전진씨는 팬들에게 인사를 해주기 위해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입국장을 통해 공항을 빠져나갔다고 하는데요,
그럼 입국하는 전진씨의 모습 보시죠.
리포터의 말에 이어지는 진의 입국 모습이 카페 중앙에 위치한 TV를 가득 메우고 있
었다. 팬들의 함성과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 속에서도 진은 환하게 웃으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정혁은 표정 없이 카페 소파에 앉아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진의 모습을 바라봤다.
“일찍 나왔군요.”
정혁의 옆에 선 채 말하는 익숙한 목소리에 정혁은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런 정혁의 반응에 목소리의 주인공은 정혁의 시선이 간 TV 화면을 힐끗-
바라보고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저 친구 요즘 대단하던데요?”
“질리지도 않나?”
깔끔한 슈트 차림을 한 남자의 말에 정혁은 시선을 남자에게로 옮겨 말했다. 싸늘한
표정을 한 정혁의 모습에도 남자는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혁군도 대단하군요. 내가 그렇게 따라다니는데도 단 한번도 오지 않다니.”
“.....................”
“다음 주가 장관님의 생신 파티입니다.”
“.......................”
“각 부처 장관님들과 기업 총수 분들께서 오시는 자리니, 오셔서...”
“그런 자리에는 잘난 그 집 아들과 딸들이나 나가라고 하시죠.”
아무 말 없이 앞에 놓인 우유를 마시던 정혁은 잔을 내려놓으며 시니컬하게 웃었다.
“작은 도련님.”
“후계자 자리맡아 놓은 장남에, 재원으로 손꼽히는 장녀,
벌써부터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는 작은 아들까지 줄줄이 있는데,
나까지 찾을 이유는 없잖습니까.”
“작은 도련님께서 가장 뛰어나십니다. 게다가 작은 도련님이야 말로.....”
“그런 말을 하는 주제에 아직까지도 아버지 곁에 붙어있었군.
새어머니라는 사람에게 밉보일 짓은 하지 않은 건가?
아님, 장관집 사모님의 압력 정도는 상관없을 정도로 유능한 비서인 건가?”
“후자라고 해두죠.”
정혁의 시니컬한 말투에도 남자는 익숙한 듯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남자의 깔끔한
미소에 정혁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이 그런 더러운 사람에게 붙어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아.”
“절 거두어 주신 분입니다.”
“당신 능력을 산 거지.”
“장관님 덕분에 전 밥을 굶지 않을 수 있었고, 학교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전 갚을 빚이 많습니다.”
“이번 명령은 날 데려오라 인가?”
“장관님의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의 판단이라는 건가? 내가 거기 나타나는 걸 반가워 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나 역시 달갑지 않고. 돌아가. 난 그따위 돈지랄은 하지 않을 테니까.”
“정유양의 부탁입니다.”
“.....................”
비서의 말에 정혁은 하얀 우유가 반쯤 남은 잔을 들던 손을 멈칫-했다. 정혁이 집을
나올 때 무척 많이 울어대던 정유였다. 집에 대한 미련 따위는 없었지만, 딱하나 걱정
되는 것은 바로 정유였다. 혁주와 완주의 모친은 처음부터 정유를 좋아하지 않았다.
정유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유는 늘 밝았다. 그래서 정혁은 자신이 집을 나온
후가 걱정이 되었다.
“정유양이 많이 보고 싶어 합니다. 어떻게 지내는 지도 알고 싶어 하고요.”
“.....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해줘요.”
“....... 그럼,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결국 정혁이 갈 뜻이 없다는 것을 안 비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형. 피곤하죠? 씻는 거 도와드릴까요?”
“아냐. 한손으로도 충분해.”
자정이 넘은 시간 피곤한 얼굴로 들어오는 동완을 향해 묻는 선호에게 미소를 지어주
며 그렇게 말하고는 욕실로 들어섰다. 얼굴과 발만 씻은 건지 젖은 얼굴로 발로 욕실
에서 나온 동완의 앞에는 갈아입을 트레이닝복이 놓여 있었다.
“저녁은요?”
“대충 먹었어.”
“야식 만들어 줄까요?”
“그래. 좋지~”
야식을 만들어 준다는 선호의 말에 기분 좋게 식탁 의자에 앉은 동완은 옥탑방 입구
를 바라보며 물었다.
“정혁이는 없어?”
“있어요. 아까 저랑 같이 저녁 먹었어요.”
“요즘 조용하네?”
“오늘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요.”
“그래?”
“네. 아까 정혁 형 찾는 전화 왔었거든요.”
“전화? 젊은 남자?”
“네. 아세요?”
“응. 정혁이 아버지 비서일 거야.”
“나가서 만나는 거 같았어요.”
“끈질기군. 정혁이 녀석이 그렇게 싫어하는데도...”
“정혁 형은 집이랑 사이가 안 좋아요? 계속 집에도 안 가는 거 같고...”
“응. 그런 편이지. 와아~ 냄새 좋은데? 뭐야?”
동완의 물음에 선호는 식탁위에 뜨거운 감자전이 담긴 접시를 내려놓았다.
“감자전이요. 오늘 아랫집 아주머니가 감자를 좀 갖다 주셨어요. 맛있더라구요.”
“민우랑 혜성인?”
동완은 조용한 혜성과 민우의 방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동완의 물음에 선호는 간장
이 담긴 작은 종지를 동완의 앞에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연락도 없고, 전화도 안 되고... 무슨 일 있나?”
“그래?”
동완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젓가락을 들어 감자전을 하나 집어 먹고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맛있다.”
“헤헤-.”
동완의 말에 선호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턱을 괴고는 맛있게 전을 먹는 동완을 바라
봤다.
-달칵-
“민우 형? 어? 비호씨?”
“뭐?”
갑자기 열리는 현관문 소리에 의자에서 일어나 현관을 내다 본 선호는 현관을 열고
들어오는 비호의 모습에 놀라 소리쳤고, 선호의 말에 동완 역시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나왔다.
“여비호씨가 이 시간에 어쩐 일로... 혜성아!!!”
현관으로 나간 동완은 민우의 등에 업혀 들어오는 혜성을 발견하고는 놀라 소리쳤다.
“어떻게 된 거야?”
“놀라신 건 알지만, 우선 좀 눕히고 이야기 하죠.”
“아. 네.”
놀라 민우에게 묻는 동완을 향해 이야기하는 비호의 말을 들은 동완은 고개를 끄덕였
고, 민우는 선호가 열어준 방 안으로 들어가 혜성을 침대에 눕혔다. 혜성은 기운 없이
침대 위로 떨어졌다.
“무슨 일이예요, 민우 형?”
선호는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한잔 따라 나오며 피곤한 표정으로 거실로 나온 민우
에게 물었다. 선호의 물음에도 민우는 대답할 기분이 아닌 지 화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었고, 비호가 대신 대답했다.
“사건이 있었는데 혜성씨가 좀 다쳐서 병원에 갔다 오는 길입니다.”
“사건? 무슨 사건인데, 우리도 모르게 민우와 혜성이만 간 거죠?”
“혹시 흑석(黑石)에 얽힌 사건인가요?”
비호의 말에 동완은 흥분해서 소리쳤고, 선호는 짐작이 간다는 듯 물었다.
“흑석? 흑석은 또 뭐야?”
“민우 형이 개인적으로 조사하고 있던 일이에요.”
“네. 맞아요. 흑석에 얽힌 일이었어요.”
“그런데 대체 왜 혜성 형이 다친 거죠?”
“좀비였어. 그렇죠?”
어느새 민우는 비호를 향해 묻고 있었다. 화가 난 듯 무서운 민우의 눈초리에 비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네. 보셨다시피.”
“그리고 당신은 알고 있었어. 그들의 존재와 그곳에 나타날 거라는 걸.”
“그렇게 많이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어떻게 안거지”
“회장이 좀비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짓을 벌일 거라고는 예상치 못해서 실수를 한겁니다.”
“당신 좀비 관리팀이었군.”
비호의 말에 동완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전 중간이니까. 흡혈귀에 좀비 모두 관리합니다.”
“혜성인 어떻게 된 거지?”
“좀비에게 생기를 빨린 겁니다.”
“좀비가 생기를 빨아요?”
비호의 말에 선호가 놀란 듯 물었다.
“변형된 좀비라고 할 수 있죠. 이 이상은 말해드릴 수 없네요. 죄송합니다.”
.
.
.
“몇 시야?”
“자정.”
“나 얼마나 잔 거야?”
“정확히 서른 한 시간.”
혜성의 물음에 민우는 쓰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대답했다. 혜성은 누운 채로 눈을
깜박이며 민우에게 물었다.
“희원 스님은... 어때?”
“희원? 괜찮아.”
“다행이다...”
“..........................”
“..........................”
“..........................”
“어떻게 된 거야?”
“실은 회장님도 좀비였대.”
“좀비가 말도 해? 그것도 진짜 사람처럼?
그때 나왔던 좀비들 같이 움직이는 게 아니고???”
“그건 나도 정확히 몰라. 사실 좀비들은 사람을 해치는 일은 있어도
사람의 생기를 빨려는 건 나도 들어본 적이 없어.”
“...........................”
“왜 그런 짓을 한 거냐?”
“뭘?”
“흑석을 사용하면 명의 절반이 줄을 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는데도
그 일을 하겠다고 해?”
“너도 하려고 했잖아.”
“난!...”
“넌 희원이 소중하니까 괜찮고, 난 너희와는 상관없으니까 안 된다고??!!!”
“그런 말이 아니잖아!!!”
“그럼 뭔데??!!! 지금 내가 너와 희원 사이를 방해해서 짜증내는 거잖아!!!”
“그런 거 아니야!!!”
“아니면 뭔데??!!!”
“.......... 하아... 말을 말자.”
“.................... 그래. 됐다!!!”
혜성은 짜증스럽게 말하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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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늦어 죄송합니다. 기다려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