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리의 새떼가 수면을 박차고 일제히 날아오른다.
해돋이와 해넘이의
황홀한 감동과
철새들의 아름다운 군무. 사랑의 밀어처럼 다가오는 섬과 갈대밭 등 발길 닿는 곳마다
추억이
서리는 서해안. 기름진 평야와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 간월도-안면도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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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의사 등 유난히 의인이 많은 충절의 고장. 기름진 평야와 드넓은 갯벌에선
사철 먹을거리가 끊이지 않고 온천과 휴양시설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충남이 사계절 테마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충남은 2003년을 ‘충남
방문의 해’로 정하고 교통과 숙식시설을 정비하고 다양한 테마여행지 연계
개발 등에 나섰다.
특히나 서산의 천수만은 동북아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서산, 홍성 땅과 안면도
사이에 있는 서해의 좁고 긴 만(灣). 지난 1984년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인공 담수호인 간월호(A지구)와 부남호(B지구)가
생겨났다. 천수만 개펄과 간척지의 호수, 대규모 농경지, 갈대밭 등은 겨울
철새들에게 천혜의 보금자리. 들판에 떨어진 낱알과 호수의 물고기, 개펄의
어패류 등을 먹으며 겨울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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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을 찾는 겨울 철새는 대략 260종 50여 만
마리로 가창오리, 청둥오리, 고방오리, 흰뺨검둥오리, 넓적부리, 물닭 등 오리류가
가장 많다. 특히 가창오리는 전세계 20여 만 마리 중 95%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세계적 희귀조인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흰꼬리수리, 흑두루미
등 천연기념물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날개를 펴면 2m나 될 정도로 몸집이
커다란 큰고니는 잔잔한 부남호에서 긴 목을 세우고 유영하는 모습이 우아하다.
저어새는 이리저리 논밭을 뒤적이며 먹이를 찾는다. 요즘은 가창오리가 점차 남쪽으로
떠나고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등 기러기떼가 날아들고 있다.
간월도 일몰
서산 A, B지구 방조제의 한가운데 간월도가 있다. 간월도는 천수만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이었으나 간척사업으로 뭍이 됐으며, 어리굴젓의 산지와 일몰 명소로도
유명하다. 간월도에 있는 간월암은 물이 들면 섬이 되고 빠지면 뭍이 되는 돌섬에
있다. 썰물 때는 개펄의 자갈길로 육지와 연결된다. 무학대사가 천수만에 내리는
달빛을 보고 홀연히 깨우쳤다고 해서 간월암(看月庵)으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일제시대인 1914년 수덕사 주지였던 만공선사가 중건했다. 간월암에는 산죽
울타리, 해풍에 시달려 한껏 뒤틀린 모감주나무, 관음보살이 안치된 대웅전과
부속건물, 산신각 등이 있으며, 간월암 마당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 풍경이 장관이다.
암자 뒤쪽에는 개펄과 포구가 펼쳐져 있으며, 건너편 안면도 해안과 개펄, 어선들의
풍경이 그림 같다. 일몰과 월출 풍광이 멋진 간월도에서는 매년 정월 보름께
굴의 풍년을 기원하는 굴부르기제를 지낸다. |
안면도 황도 일출
서산에서 시원하게 새로 포장된 방조제를 건너면 안면도다. 안면읍 황도리
황도는 천수만에 떠있는 안면도 속의 ‘개펄섬’. 천수만에서 가장 예쁜 ‘서해
일출’을 볼 수 있는 어촌마을이다. 황도 앞 천수만의 폭은 약 2km.
바로 앞에 조그만한 무인도인 솔섬(옥섬)이 떠있고 건너편이 간월도다. 천수만
이곳에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이 반복하여 끝없는 개펄과 수평선을 연출한다.
새벽이면 거뭇거뭇한 개펄의 물이랑을 지우며 밀물이 빠르게 들어온다. 아침
7시 30분. 한순간 바다가 노란색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주홍색으로 변한다.
치마를 걷어올리듯 안개 속에서 고개를 쑤욱 내미는 홍옥 덩어리. 해는 남동쪽
보령의 오서산 위로 떠오른다. 한줄기 빛무리가 천수만을 가로질러 황금빛
잔물결로 일렁인다. 황도 일출은 장엄한 동해 일출과 달리 예쁘고 정겹다.
천수만 가운데 솔섬과 풍도, 안개가 살짝 걸친 오서산은 천수만 해돋이를
더욱 아름답게 꾸며준다. 간척지에서 날아온 청둥오리, 가창오리 등 철새떼가
해뜨는 바다에 모여들어 아름다운 비행을 선보이는 곳.
황도의 앞개펄, 쇠시랑장펄, 서막금펄, 외섬펄, 뒤띠 등 섬을 둘러싼 기름진
개펄에는 질좋은 바지락과 굴, 꼬막, 키조개 등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썰물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주민 모두가 개펄 위에 쪼그려 앉아 바지락을
캐고 굴을 딴다.
황도 외에 안면읍 정당리 안면암, 승언리 자연휴양림 뒤편 독개마을, 토끼섬,
두지도, 모래섬, 곰섬 등에 둘러싸인 대야도 등에서 천수만 일출과 함께
개펄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꽃지 앞바다 할미·할아비 바위, 바람아래와
삼봉 등은 대표적인 일몰 명소. 겨울 낙조의 순간을 잡으려는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광활한 들판과 호수, 개펄과 수평선, 고기잡이배와 올망졸망한 섬들이 풍경화처럼
펼쳐지는 천수만. 일몰과 일출을 배경으로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전령처럼
철새떼가 날아오른다.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알리는 천수만
풍경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보는 바닷가 서천군 서면의 마량포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겠지만 충남
서천군 서면의 마량포 바다, 그 서해에는 분명히 해가 떠오른다. 만약 한
해의 마지막 날과 새해의 첫 날을 일몰과 일출을 보면서 맞으려는 멋진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강력추천 1순위 여행지는 단연 서천군 마량포이다. 일몰과
일출을 보기 위해 서해에서 동해까지 밤을 타고 국토횡단을 감행하는 고행을
벌일 필요없이 이곳에만 가면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량포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은 이곳의 특이한 지형적 조건 때문. 포구가
휘어진 칼날처럼 바다로 툭 튀어 나와 있어 양쪽에 바다를 끼고 있는데다가
겨울철(12월 22일 즈음부터 2월 초순까지)이면 해가 남쪽으로 많이 내려가므로
동남방향에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 동해의 일출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장관이라면 마량포에서의 일출은 서서히 뜸을 들이며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장관이고 게다가 기상변화가 심하지 않아 일출을 볼 수 있는 확률도 높다.
물론 서해답게 낙조 역시 일품이다. 서천군에서는 매년 12월 31일과 1월
1일에 걸쳐 마량포 해돋이 축제를 열고 있다.
해돋이 외에도 마량포 방파제와 동백나무 숲, 동백정에서 마량포구까지 이어지는
해변 드라이브 코스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한산모시의 본고장이니
만큼 한산모시관을 들러 보는 것도 좋은 계획이 될 듯하다. 마량포 근처의
포장마차 촌이나 주변 식당에 사시사철 준비되어 있는 쭈꾸미 요리가 별미인데
서천의 특산물인 소곡주를 곁들이면 그만이다. 마량포를 가는 길은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인해 훨씬 간편해졌다. 서울-서해안 고속도로-당진IC-예산-홍성-보령-비안-마량리를
찾으면 된다.
●문의 : 서천군청 문화공보실 041-950-4224
당진군 석문면 왜목 마을
일출과 일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또 다른 장소는 서해안의 작은 포구인
당진군 왜목 마을. 갯벌과 낚싯배를 배경으로 해가 떠오르고 지는 모습이
유난히 소박하면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해돋이는 왜목마을
포구 앞에서 포착되는데 특히 장고항 용무치로 떠오르는 해를 최고로 친다.
해넘이는 대호방조제나 삽교호 방조제에서 바라보는 것이 최고다. 또는 왜목
마을 뒤편의 야트막한 산 석문산에 오르면 일출과 일몰과 월출을 모두 볼
수 있다. 왜목 마을은 해변이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서해 땅끝마을로 해안이
동쪽을 향해 툭 튀어 나오고 동해안과 같은 방향인 이유로 일출을 볼 수
있는 것. 한 해에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날만 평균 1백80일 정도이어서
웬만큼만 날이 맑으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한순간 바다가 짙은 황토빛으로
변하면서 바다를 길게 가로지르는 불기둥을 만들어 내는 일출 모습은 장엄함으로
대변되는 동해의 일출과 달리 은근하면서도 소박한 것이 특징이다.
대호·석문·삽교호방조제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고, 천연모래사장이
있는 난지도 해수욕장과 철새도래지, 솔뫼성지와 필경사가 주변의 볼거리이다.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장고포구에서 실치회를 맛볼 수 있다. 왜목 마을
가는 길은 서울-서해안 고속도로-당진IC-원당 삼거리-송산-군도 20,
19호-석문면-왜목 마을이다.
●문의 : 당진군청 문화공보실 041-350-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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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간월도는 지금 굴밥이 제철이다. 굴밥은 생굴을 고명(밤, 은행,
대추)과 함께 얹어 지은 돌솥밥으로, 향긋한 굴 냄새가 기름기 좌르르
흐르는 밥알에 스며들어 입안을 즐겁게 한다. 가격은 1인분 1만원.
그러나 짓기 번거로운 굴밥은 통상 2인분 이상 주문하는 것이 상례.
대신 1인분에 2천원을 깎아 8천원만 받는다. 간월도식 계산법은
이리도 넉넉하다. 굴밥은 사계절식당(041-664-3090)과 맛동산(041-669-1910)이
유명하다. 간월도에서는 2월 말까지 새조개가 많이 난다. 조갯살을
데쳐 먹는 맛이 일품이다. 간월도 어리굴젓은 조선시대 궁중 진상품으로
올렸을 정도로 유명하다. 1kg에 1만원. 안면도에서는 놀래미,
우럭 등의 회와 대하, 꽃게탕, 바지락탕, 대합탕 등을 맛볼 수
있다.
숙박시설로는 간월도에 유니콘모텔(041-669-4466), 전망좋은집(041-664-2483)
등이 있으며, 꽃박람회를 치르며 숙박이 편리해진 안면도는 꽃지해변의
롯데오션캐슬(041-671-7000)이 대표적인 숙박시설이다. 또,
승언리에서는 자연휴양림 통나무집(041-674-5019)이, 황도에서는
시&선펜션(041-672-5100)과 몰디브펜션(041-672-8161)이
깔끔하고 호젓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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