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forest.or.kr%2Fzboard%2Fdata%2Fpds_1%2F20040128.jpg)
|
사진 : 도쿄도 인근 마치다시에 있는 타마구릉탐방보도를 조사단이 답사하고 있다. 그저 평범한 농지인 농두렁길에 문화와 역사의 의미를 불어넣어 농촌관찰보도로 조성해놓았다. | | 한국 생태조사단 일본 숲탐방로 답사기
폭 2m 자연관찰길 도쿄주변에 수백km
최근 수년사이 산이나 숲을 찾아 여가와 휴식을 즐기는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주5일 근무제의 도입은 이런 추세를 한층 가속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백두대간을 비롯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등 명산을 찾는 등산객은 물론이고 도시 근교의 크고 작은 산마다 줄을 잇는 인파의 발길은 생태계에는 커다란 부담과 위협을 주고 있다.
지난 5일부터 6박7일 동안 생태전문가, 산림청 관계자, 생명의숲을 비롯한 관련 단체 활동가 등 10명의 조사단과 함께 일본의 숲탐방로 관리실태를 살펴보고왔다. 조사단은 도쿄도를 중심으로 인근 사이다마현과 도치기현 등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자연관찰보도와 공원 등을 꼼꼼히 답사했다.
수달 있으니 한국은 좋겠다
수달 멸종과 ‘토건국가’의 반성= 사실 일본은 자연생태계 보전면에서 모범국가는 아니다. ‘토건국가’라는 별칭답게 산이나 자연 속에 온갖 인공시설을 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진의 위협에 대비한 재해예방 관련 시설에 치중하다보니 자연생태계에 대한 고려를 하지 못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수달의 절멸이다. 서식지인 계곡이나 하천에 무수한 중소형 댐를 막고 직강화 사업으로 물고기 등 먹이와 서식공간이 없어지는 바람에 일본 열도에서 수달이 영원히 사라지고만 것이다. 일본인들은 ‘수달이 명맥을 잇고 있으니 한국은 아직 희망이 있다’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후 일본은 ‘수달의 교훈’을 되새기며 훼손된 자연의 복원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이용과 관리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산꼭대기까지 산악철도
다카오산(高尾山) 국정공원= 도쿄일대에서 가장 손꼽히는 자연공원으로 서울로 치면 북한산이나 관악산처럼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다. 주요 탐방로와 5개의 자연연구관찰로가 정상까지 연결돼 있다. 다카오역에서 입구인 다카오산역까지 기차를 타고 다시 산정까지 산악철도를 이용해 경사지를 한번에 오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산 입구가 아니라 정상부에 방문자센터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우리의 백두산처럼 성스러운 영산인 후지산이 가장 잘 보이는 조망대가 어디서나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당국에서도 인파를 통제하기 어렵다면 최대한 관리해 훼손을 막는 차선책을 선택한 것이다. 또 자연관찰 등 교육 목적에서 찾는 탐방객과 등산객들을 구분해 그들의 욕구에 걸맞게 안내판과 이정표를 설치해 무차별적인 이용에 따른 훼손 공간을 줄이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20년 전부터 다카오산에 대한 관리와 복원 노력을 했다지만 여전히 지나친 등산객의 집중으로 나무 뿌리가 드러나고 길이 깎여 나가는 현상은 골치거리로 남아 있었다.
숙박시설 도쿄번화가 수준
마시코정(益子町) 도립산림체험공원= 이번 답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자연관찰보도였다. 도쿄도를 중심으로 인근 여러 현의 산과 녹지는 물론 들길이나 시골길까지 한 데 이은 수백킬로미터의 관동 자연관찰보도가 대표적이다. 폭 2m 안팎의 자연관찰보도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숲체험을 비롯, 생태교육, 등산, 체육활동, 주변 도시의 여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도쿄 주변에는 관동보도말고도 동해자연관찰보도, 관서자연관찰보도, 동북자연관찰보도 등이 조성돼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관동보도의 일부에 속하는 마시코산림체험공원은 우리의 도립공원과 유사한 개념으로 현청에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자연관찰로의 초입에는 현 정부에서 투자해 조성하고 비영리재단(NPO)에서 관리하는 산림휴양시설도 있다. 숙박시설과 음식점, 미술관, 회의실 등을 구비하고 있는데 그 수준이 도쿄 번화가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번듯했다. 휴양시설의 관리자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익시설이기 때문에 가장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자연의 쾌적함을 맛보게 하는 것이 운영방침이다”고 밝혔다.
‘건설교통부’에서 생태보호도
무사시구릉삼림공원(武藏丘陵森林公園)= 도쿄도의 북서쪽인 사이다마현 히기군 나메가와정에 있다. 신주쿠역에서 1시간 남짓 거리로 공원 입구 약 3km지점에 있는 역에서 공원까지 인도와 자전도를 구분해 조성해 놓은 숲터널이 운치를 더한다. 자전거는 역에서 빌려준다.
메이지유신 100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1974년 7월에 문을 연 인공공원으로 우리의 건교부에 해당하는 국토교통성에서 조성한 점도 특이하다. 토목공사나 도로건설만이 아니라 녹지나 생태관리도 고려하는 국토관리 개념을 이미 30년 전에 도입한 것이다.
안내판은 이용객의 시선과 동선을 세심하게 고려한 흔적이 보였다. 저수지 수목원 수생공원 등 다른 시설들도 잘 정비돼 관찰과 휴식을 조화롭게 할 수 있다.
시골길을 관광상품으로 개발
타마구릉(多摩丘陵) 탐방보도= 생태관광 개념을 도입해 농촌지역의 구릉에 문화역사탐방로를 조성해 녹지와 숲 보전효과는 물론 시민들의 여가와 생태문화체험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주민과 시민단체, 도쿄농업대학 연구팀 등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난개발로 인한 농촌주변 녹지의 훼손을 방지하면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례였다.
특히 수천년에서 수백년에 걸쳐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시골길을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포장해 없애는 대신 문화적 역사적 의미를 되살림으로써 새로운 생태관광상품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정표나 안내판도 마치다시 공원녹지과에서 쓰다 남은 자재를 얻어서 재활용했다.
탐방로 곳곳에 간이농산물 판매점을 설치해놓았는데 대부분 유기농 생산품으로 농민들이 직접 나와서 파는 곳도 있지만 무인판매대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탐방로가 도시인과 농민들의 직거래 공간 구실도 하는 셈이다.
타마구릉탐방보도는 농촌 활성화와 녹지보전, 숲체험 여가 등이 하나로 어우러져 서로 공존하며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는 현장이자 우리 농촌의 살 길을 예시해주는 뜻깊은 체험이었다.
“지극히 일본다운 실사구시”
적극적인 이용과 관리 일본에서는 지난 70년대부터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숲이나 자연을 찾는 인구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추어 일본 정부는 산과 숲, 녹지에 대한 관리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전개했다. 등산로를 비롯 경승탐방로, 자연관찰로 등을 생태환경적 가치와 이용실태에 맞게 조성하고 관리대책을 마련했다. 국립공원이나 특정한 명산에 인파가 집중되지 않도록 농촌이나 변두리의 구릉지나 낮은 산지도 적극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시민들의 이용을 유도했다.
환경청, 임야청, 지자체별로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해 수백킬로미터에 이르는 자연관찰보도에서 보듯 ‘따로 또같이’ 지역 특성을 살리면서도 일관된 관리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거창한 생태 철학을 내세우기보다는 실사구시적인 접근을 통해 자연보전과 이용 욕구를 조화시키는 ‘지극히 일본다운’ 관리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30여년에 걸친 녹화정책의 성공으로 우리는 세계적으로 보기드문 산림국가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런 한편에서는 보전과 개발의 부조화로 백두대간이 끊기고 국립공원이 뚫리는 부끄러운 생태계 파괴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와 산림청, 건교부와 산자부, 지자체 등 관리주체도 뒤엉켜 혼선과 갈등이 심각하다.
마을 뒷산에서부터 국립공원까지 녹색의 띠가 이어지도록 일관되고 구체적인 산림관리지침이 시급하다. 모든 산림의 철저한 보전이 불가능하고 이용 욕구를 막을 수 없다면 적절한 기준과 원칙을 마련해 훼손을 막고 생태복원을 시도하는 적극적인 관리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도쿄/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http://www.hani.co.kr/section-005100007/2004/01/005100007200401272256042.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