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가수', 끝나도 절대 끝난 게 아니야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입력 2021. 12. 31. 11:06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박창근, 사진제공=TV조선
또 하나의 쇼가 끝났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국민가수'가 지난 23일 전국 시청률 18.8%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스타는 남았다. 우승자인 박창근을 비롯해 대중의 고른 지지를 받은 톱7이 새롭게 조명받았다. '미스터트롯'의 엄청난 성공 이후 그들을 활용한 '사랑의 콜센타'와 '뽕숭아학당'으로 승승장구하던 TV조선은 지난 9월 계약 만료와 직후 프로그램도 모두 종방했다. 과연 '국민가수'의 주역들이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역대 최고령 우승자의 탄생
'제1대 국민가수'의 포크 가수인 박창근이었다. 포크라는 비주류 장르가 주무기인 데다가 1972년생, 올해 나이 50세인 그가 우승 왕관을 썼다는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일반적으로 팬덤을 보이는 스타의 표준 규격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우승을 욕심내지 않았다. 결승 1차전에서 1위에 오른 후, 결승 2차전에서 그가 선택한 노래는 자작곡인 '엄마'. 대다수 참가자들이 '비장의 무기'를 들고 나온 데 반해, 박창근은 대중에게 생소한 노래를 골랐다. 이는 "엄마에게 TV에 나온 모습을 생신 선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던 그의 초심과 일맥상통한다. 23년간 무명 가수로 꿋꿋이 걸어오는 데 가장 큰 버팀목이 돼준 엄마를 위한 무대였던 셈이다.
하지만 평가는 냉정했다. 그의 진심은 전해졌지만, 북받쳐 오르는 감정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빈틈을 보인 그의 마지막 무대는 심사위원들에게는 후한 점수를 얻지 못했다. 파이널 무대에서 마스터와 현장 관객의 점수만 따졌을 때는 7명 중 6위. 그러나 그의 진심을 알아 본 시청자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실시간 시청자 문자 투표에서 압도적 점수를 받아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기에 이런 탄탄한 팬덤을 등에 업은 그가 향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창근은 "가수들이 국민들과 만나게 해준 전 제작진과 마스터님, 김성주님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제가 이 나이 먹도록 참 변변치 않았는데, 자존심 하나로 음악을 하면서 주변을 힘들게 했다. 그런데 엄마는 늘 응원해줬다. 죽을 때까지 노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3년이 '무명 가수' 박창근의 삶이었다면, 향후 23년은 '유명 가수' 박창근의 삶이 시작된 셈이다.
사진제공=TV조선
#다양한 장르, 어떻게 활용될까?
'국민가수'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성이다. 앞서 TV조선이 선보였던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은 트로트라는 장르에서 출발했다. 물론 '사랑의 콜센타'와 '뽕숭아학당'에서 타 장르 가수들과 협업하며 다양한 무대를 꾸몄지만, 그 뿌리는 트로트였다. 최근 2∼3년 사이 트로트 열풍이 불며 젊은층도 상당수 유입됐으나 여전히 중장년층 소비가 높고, 이들이 TV조선의 시청률을 지탱하는 팬층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가수'는 도전이자 기회다. '국민가수' 톱7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타를 기반으로 한 포크를 전면에 내세운 박창근을 비롯해 김동현, 이솔로몬, 박장현, 이병찬(이상 발라드)과 고은성(뮤지컬), 손진욱(록) 등 각기 장기가 다르다. 물론 발라드 장르에 편중된 느낌이 있지만 이들은 팀미션 등을 통해 댄스를 비롯해 다른 영역까지 공략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준 바 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신인 혹은 무명이었던 '국민가수' 참가자들은 경연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가수로서 성장하는 동시에 팬덤을 형성하며 스타로서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원석이 구슬이 된 셈이다. 이제는 그 구슬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꿰는 지가 남았다. 이는 TV조선의 몫이다.
사진제공=TV조선
#'젊은 피' 수혈, 채널 이미지 바뀔까?
향후 '국민가수' 톱7는 TV조선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진은 이들이 가진 캐릭터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가수' 톱7의 나잇대를 보면 1972년생인 박창근부터 1998년생인 이병찬까지 다양하다. 박창근을 제외하면 대다수는 20대 초반∼30대 초반에 몰려 있다. 이에 발맞춰 '국민가수'를 응원하는 시청자층도 앞선 트로트 시리즈에 비해 대폭 젊어졌다. 이는 현장 관객으로 참여한 이들의 면면을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 역시 연령대는 높지 않았다.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상위권에 대거 포함됐고 심지어 정동원, 김다현, 김태연 등 10대도 포함됐기 때문에 평균 연령은 대폭 낮아졌다.
하지만 음악적 장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트로트라는 장르적 특성상 10∼30대 유입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장르를 넘나든다지만, 그들이 발표하는 신곡 역시 트로트 일색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가수'는 그동안 트로트 시장을 진두지휘하던 TV조선의 '탈(脫) 트로트' 선언이라는 측면에서 눈길이 간다. 장르적 차별성 덕분에 트로트를 좋아하는 기존 TV조선의 시청자 외에도 '국민가수'를 응원하는 새로운 시청층이 유입됐다. 이들을 계속 채널에 붙잡아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집토끼'는 지켜야 한다. 이미 '미스트롯2' 출연진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 외에도 장민호가 출연하는 '골프왕'이 건재하고, 정동원은 오는 1월17일부터 MC 붐과 함께 신규 예능 '개나리학당'을 선보인다. 안정화된 트로트 시장을 잡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사진제공=TV조선
#향후 계획된 행보는?
'국민가수'는 오는 2월26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투어를 시작한다. 이 공연에는 톱7 외에도 결선 1라운드에서 탈락한 조연호, 김희석, 김영흠도 가세해 톱10이 참여한다.
'국민가수' 측은 "'국민가수' 종영 이후 선보이는 첫 공연으로, 국민들의 가슴을 진하게 울렸던 무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감동의 장으로 꾸며진다"며 "특히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공인된 실력의 톱10이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무대들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국민가수'는 TV를 통한 갈라쇼를 선보인다. 3개월 동안 '국민가수'를 지켜보고 응원해준 이들을 위한 특별무대다.
향후 '국민가수'의 행보는 트로트 이후 오디션 시장의 청사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로트 오디션의 위력이 한풀 꺾인 상황 속에서 각 방송사들은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8.8%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국민가수'가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면 타 방송사에서도 유사 오디션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