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법사(誦經法師)와 앉은굿
굿마다 일의 내용과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매번 굿마다 똑같은 경문만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송경법사는 1 청, 2 고장, 3 문서라고 한다. 또 문서가 없이 오직 육도만으로는 앉은굿은 할 수가 없기 때문에 4대경이 필요하다.
고장 또한 필수다. 축원고장, 춤 고장, 가림고장이 있다.
축원고장에도 몇 가지가 있는데 보통 축원고장, 해원축원고장, 옥추경 고장이 있다. 해원축원고장은 애절한 소리가 나야 하는 동시에 옥추경 고장은 소리가 우렁차며 변화무쌍해야 한다.
원래 무속의 옛날 고장으로는 신(神)의 고장이라 하여 생기 복덕으로 차분하게 신금을 울리는 청으로 신(神)들과 조상(祖上)들의 감응감동을 받았던 신(神)의 고장이던 것이, 오늘에 와서는 사물놀이의 영향을 받아 점점 세마치 춤 고장 형태로 변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차분하게 신명을 울리고 감응시키는 생기복덕 고장보다는, 멋있고 신명나고 듣기 좋은 세마치 고장으로 경문을 하다 보니, 결국 차분함 보다는, 경문이 쫄 싹 거릴 수밖에 없다.
신명(神明)의 소리로 신(神)들과 제가(당가)집 조상들의 심금을 울려 감응감동을 받아야 하는 송경법사의 자격을 갖추려면!
첫째는, 송경법사는 목소리 청이 맑아 우렁차고 깨끗한 소리를 가져야 최고의 송경법사라고 할 수가 있다.
둘째는, 고장의 장단 치는 솜씨가 능숙해서 신들의 마음을 열고, 무당(巫堂)들에게 신명(神明)을 줄 수가 있어야 한다.
셋째는, 경문이 정확하고 충실하며, 또 사설이 좋아야 한다.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에서의 앉은굿에는 본래 송경법사가 혼자 일을 맞아서 독경을 하고 신장대만을 마을의 대 잡이에게 맡겼던 것이었으나, 선굿의 영향을 받아 정통 앉은굿의 형태는 점점 사라지고 이제는 법사와 보살들과 짝을 이루어 굿을 진행하는 형국이다. 앉은굿에서는 보살들이 신장 대를 잡아 신의 기를 받아 제가(당가)집에 공수를 내려주고 오방기를 이용하여 점을 쳐주기도 하며, 제가(당가)집과 법사의 사이에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보살들이 제가(당가)집의 굿 성격에 잘 맞는 법사를 청배한다. 앉은굿에는 보살과 법사 그리고 제가(당가)집과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 보편화가 되었다.
그래서 자연히 보살과 법사는 손발이 잘 맞아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그들의 관계는 쉽게 깨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또 다른 상대를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법사와 보살의 관계는 공생적인 측면이 있다. 과거에 앉은굿에서 자기 몫으로 할 수가 있었던 법사의 입장으로서는 많은 부분을 포기한 상태인 것이다. 결과 적으로 공생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 때문에 법사와 보살의 관계는 형성 유지 될 수밖에 없다.
앉은굿이란?
앉은굿은 법사(法師)가 독경(讀經)을 통해 인간과 신령(神靈) 사이에 발생한 여러 문제를 풀고자 하는 종교적 행위이다.
이는 그 목적에 따라 안택굿과 병굿, 미친굿, 조상 길닦음, 살풀이, 사혼제, 신굿 등으로 나뉜다. 그 중 1950~60년대 정도까지 거의 모든 가정에서 봄, 가을로 행했던 것이 바로 안택굿이다.
이 굿은 한 가정의 안과태평(安過太平)과 재수(財數)를 신령(神靈)들에게 기원하기 위한 굿이었기 때문다.
음력 정월부터 2월, 3월까지 또는 시월상달에 길일(吉日)을 택해 행한다. ‘도신(禱神)떡’이란 별칭도 있는데, 이는 조상(祖上)과 사중팔신(舍中八神)에게 떡을 해놓고 집안이 잘 되기를 축원하는 안택굿의 특징을 나타낸 것이다. 이 날은 가정의 조상과 각 신령을 정성껏 위한다. 조상신, 조왕신, 산신, 제석신, 성주신, 지주신 등은 반드시 모셔야 하며, 신장과 대감은 굿의 진행도중 청배(淸拜)될 뿐이다. 특히 대감은 전통적인 앉은굿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선거리 굿과 혼용되었을 때만 나타나므로, 앉은굿의 변화상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되는 것이다.
독경(讀經)의 순서
부정경(不淨經) 태을보신경(太乙保身經)
신명축원경(神明祝願經) 조왕경(竈王經) 지신경(地神經)
당산경(堂山經) 명당경(明堂經) 동토경(動土經) 산신경(山神經)
용왕경(龍王經) 성주경(城主經) 삼신경(三神經) 제석경(帝釋經)
칠성경(七星經) 조상경(祖上經) 옥추경(玉樞經)
천지팔양경(天地八陽經) 옥갑경(玉匣經) 기문축사(奇門祝辭)
착수경(捉手經) 신장축사(神將祝辭) 성주대가림 신장가림
안위안정경(安位安定經) 내전(內奠) 등이다.
경문(經文)의 설명
1) 부정경(不淨經)
모든 부정을 가시게 하여, 축원하는 내용이 곧바로 신령에게 전달되도록 하기 위한 경문이다.
2) 태을보신경(太乙保身經)
법사나 당주 등 굿 당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잡귀의 범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경문이다. 굿 당에는 항상 많은 잡귀가 모여들기 때문에 몸을 보호하지 않으면 탈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경 장소가 바뀌거나 경문이 바뀔 때마다 이 경을 구송(口誦)한다.
3) 신명축원경(神明祝願經)
모든 굿의 의식이 신령에게 전달되어 가내의 제액초복(除厄招福)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경문이다. 이 축원문도 태을보신경, 부정경에 이어 어느 굿이나 처음에 구송한다.
이는 굿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잡귀로부터 보호하고, 모든 부정을 풀어서 신령에 쉽게 감응하기를 바라기 위한 것이다.
4) 조왕경(竈王經)
가신(家神)중에 제일 먼저 위하는 신이다.
조왕은 화신(火神)으로 부정을 없애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그 집안의 식복(食福)을 관장한다고 여겨진다. 우선 부엌에서 물을 뿌리고, 소지를 올리고, 부정풀이를 한 후에 안택(安宅)의 이유나 동기를 아뢰는 고축(告祝)을 하고 조왕경을 읽는다.
5) 지신경(地神經), 당산경(堂山經), 또는 터주경(垈主經)
대주신(貸主神)을 송축함으로써 집안의 동티(동토)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송되는 경문은 지신경, 당산경, 명당경, 동토경 등이다. 대주신은 보통 장독대 옆의 터주가리가 위치한 곳에 임재 해 있다고 여기므로, 이 경문을 읽을 때는 반드시 장독대 앞에 가서 구송한다. ※ 동토란 대주신의 노여움으로 인해 일어나는 불상사를 일컫는다. 흔히 집안에서 부엌이나 대문, 변소, 굴뚝, 장독대 등 흙으로 된 것을 이(移), 개축(改築)하거나 헌 그릇을 집안에 들여 놓았을 때, 또는 옷감을 새로 집에 들였을 때 화(禍)가 발생하는데 이를 두고 ‘동티났다’고 말한다.
시골에 가면 장독이나 뒤주 옆에다 짚으로 만든 유두지를 씌어 놓은 곳을 볼 수가 있다. 이것이 터를 지키는 터주단지다.
터주경 중에, '천년 유두지를 덮어 쓰고 황금 띠를 높이 띠고'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 나오는 유두지 라는 말은 집으로 영을 엮어서 터주단지를 싸서 두르고 새끼줄로 매둔다는 말이다.
옛날 조상님들은 이사를 가면 터주를 정성껏 모셨다.
터주 신에게 농사도 잘 짓게 해주고 부자로 만들어 주기를 기원했기 때문에 충청도 집 굿에 터주 안심경을 꼭 해준다.
6) 용왕경(龍王經)
용왕은 모든 생물과 인간에 없어서는 안 될 물을 관장하는 신이며, 일체병고액란 영위소멸 사대강건 육근청정 만사여의 부귀영화로 인간의 복을 관장하는 신이다.
7) 성주경(城主經)
가신(家神)중의 으뜸인 이 신은 집안의 모든 소원이 성취되도록 하는 직능을 지니고 있으므로 그를 위해 송축하는 것이다.
8) 삼신경(三神經), 제석경(帝釋經), 칠성경(七星經)
삼신과 제석, 칠성은 인간의 수명과 복을 관장하는 신령이다.
특히 삼신은 아기의 출생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신으로, 아이의 점지를 맡고 있다. 제석은 인간이 태어날 때 복을 주는 신이며, 칠성은 수명을 담당하는 신이다.
집안에 임산부와 어린아이가 아파도 이 경문을 구송한다.
9) 조상경(祖上經)
선망조상과 후망부모를 송축하여 조상신을 천도시키고 극락왕생한 조상들이 액을 걷어주고 복 주기를 바라는 경문이다.
이팔청춘 조상(차사고 등으로 죽은 혼신, 목을 매어 죽은 혼신, 물에 빠져 죽은 혼신, 칼에 찔려 죽은 혼신, 아이 낳다 죽은 혼신, 혼인 못하고 죽은 청춘 혼신)은 자력으로 왕생극락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길닦이 굿이 필요하다. 굿의 내용은 제물 차려놓고 천지신명님(천존대왕, 칠성, 산신, 용왕, 신장, 장군, 보살, 대신, 도사)을 청배하여 원혼 귀를 왕생극락 시켜 달라고 축원하는 것이며, 원혼 귀에는 청송 해원경, 회심해원경등 좋은 경문을 듣고 영혼이 선하여져서 왕생극락으로 가라고 하는 것이며, 이러한 원혼 귀를 그대로 둘 경우 얻어먹기를 바랄 뿐 아니라 자꾸 더 악해져서 이 형제, 저 형제, 이 자손, 저 자손 집에 다니며 사업방해, 재물방해며 병도 주고, 되는 일이 하나 없도록 훼방만 놓으며, 죄만 더 짓다가 천상신령님의 벌로서 악귀로 변하는 것이다.
10) 미친 굿이란?
미친 굿이란 태인 명을 못다 살고 태인 복을 못다 먹고 죽은 원 많고 한 많은 영혼, 이팔청춘, 소년혼신, 자손 없는 무자조상, 거리노중 객사조상, 약을 먹고 죽은 혼신, 목을 매어 죽은 혼신, 칼에 찔려 죽은 혼신, 물에 빠져 죽은 혼신, 차 사고로 죽은 혼신 등이 저승에도 가지 못하고 구천을 헤매며 자꾸 죄만 더 짓다가 혼신이 귀신으로, 귀신이 악귀로, 악귀가 이매먕량 미친 귀신으로까지 악해져서 인간에 붙어서 미친 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귀신 중에도 가장 악한 귀신을 떼어내야만 미친병이 치료되는 굿으로서 가장 많은 실력이 요구되는 굿이다. 미친 귀신 중에 도깨비 귀신은 물레방아간이 노는 장소이고, 도깨비 귀신을 떼기 위해서는 백마 말의 피를 뿌리거나 흰 닭 피를 뿌려서 퇴치하기도 했다.
미친 굿의 형태로는 허수아비를 만들어서 미친 귀신이 허수아비에 실리게 한 다음 소각하여 미친 귀신을 떼는 방식이 있고 사귀 대를 만들어서 사귀 대에 미친 귀신이 실리게 한 다음에 병에 가두거나 단지에 가두어 땅에 묻기도 하며 굿을 행하는 도중 화전을 쳐서 미친 귀신을 떼기도 한다.
50년 전에는 참나무 껍질을 벗겨서 절구통에 빻아서 가루를 만들어 볶아서 화전을 치기도 했고, 쌀겨를 볶아서 낙화(화전)를 쳤다.
그러나 지금은 밀가루를 볶아서 화전을 치기도 한다.
미친 굿의 경문은
초경, 정심경, 부정경, 태을보신경, 천존, 칠성, 산신, 용왕, 각위 천상신장, 장군, 대신, 도사, 제석, 십이봉청성주경, 옥추경, 천지팔양경, 옥갑경, 기문축사, 신장축사, 간귀경, 착수경, 등이다.
미친 굿은 천지신명(인간을 이롭게 하는 신)을 청배하여 미친 귀신을 떼어달라고 축원하는 것이다.
미친 귀신을 다스릴 수 있는 각위의 천상신장과 각위의 신령님들이 청배되어 법사의 갖은 축원문에 감동하여 미친 귀신을 물리치는 것이며, 옥추경은 귀신이 들으면 뼈가 녹아져서 소멸하거나 도망간다고 하며, 천지팔양경은 듣는 사람이나 들은 사람의 곁에 있기만 하여도 이 사람은 팔부신장이 용호 하여, 잡귀, 잡신이 범접치 못하고 제석천황이 돕는다고 하였다.
옥갑경은 잡귀, 잡신을 잡아서 결박하여 가두는 경문으로 가히 잡귀가 혼비백산하는 신의 경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경문을 독송한다 해도 독송하는 법사의 월력이나 능력여하에 따라 굿의 효험이 다소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11) 대감축사(大監祝辭)
대감신은 각위 신령대감과 조상대감 등 여러 대감을 의미하는 것으로, 모든 사업이 번창하기를 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통적인 앉은굿에는 없었으나 선굿의 영향으로 새롭게 삽입된 경문중의 하나인 것이다. 신령님이 굿을 잘 받았는지 알아보는 대목이며 흔히 통 돼지나 소머리나 돼지머리, 족발, 등과 또는 통 시루, 떡시루를 삼지창이나 나무 위에 세우는데 이것이 잘 서야 굿이 신에게 감응되었다고 믿는다.
12) 신장축사(神將祝辭) 및 공수(拱手)
신장 대를 잡고 신을 내려서 신의(神意)를 묻고 길흉(吉凶)을 판단한다. 예전에는 법사 혼자 안택을 주도했기에 신의를 묻고 싶으면 마을의 대 잡이로 하여금 대를 잡히고 문답식으로 대의 흔들리는 여부를 통해 신의를 파악했다.
지금은 만신이 신장 대를 잡고 공수를 내려 버린다.
곧 법사가 신장 경을 구송하고 있는 동안 만신은 신장 대를 잡고 있는데, 신장 대에 신이 내리면 신장대가 움직이고 이때 신은 만신의 입을 빌어 당주에게 공수를 내려준다. 만신은 이 신장과 공수에서는 쾌자를 입고 오방신장기와 방울을 사용한다.
앉은굿에서 처음 선채로 굿을 진행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신장과 조상들이 와서 이루어지는 이 과정은 만신의 입을 빌은 신들이 당주에게 좋고 나쁜 것을 알려 주고 떠나는 것이며, 이때 굿을 진행하는 무당은 넋두리조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 내리고 당주의 가족들은 대답을 한다.
이는 무당과 당주와의 대답이 아닌, 신과 인간과의 대답이다.
무당은 신과 인간 사이의 교량역할을 하는 사제자이다.
신장공수는 조상과 당주 네 식구들이 서로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공수의 과정이 끝나면 제상에 올려 두었던 신장 대와 조상 꽃, 열두 사자 등을 모두 태워 버린다.
13) 안심경(安心經) - 안위안정경(安位安定經)
굿을 시작하면서 모셨던 천지신명(天地神明)님과 가중팔신(家中八神)을 안정시키는 내용(內用)의 경문(經文)이다.
14) 내전(內奠)
모든 잡귀(雜鬼)를 풀어 먹여서, 다시는 집안에 잡귀들이 범접치 못하도록 하는 내전경문을 구송한다. 전통 앉은굿의 내전은 대문 안쪽에서 바깥쪽을 바라보고 독경을 하며 치에다 접시에 밥 3덩어리, 소금 3주먹, 된장 3수저를 놓고 짚신 3컬 례를 놓는다.
내전 상차림은 붉은 팥떡 한시루, 밥 한 양푼에 수저를 5개 이상 꽂아놓고, 오곡밥 한 그릇 해놓고, 세 가지 탕에 세 가지 나물(무나물, 시금치나물, 고사리나물)과 삼실과를 놓고 명태 2마리, 김, 막걸리 5잔과 큰 그릇에 막걸리 1되 정도 부어놓고 메밀묵도 놓는다. 시루 안에는 불 밝기 초를 켜 놓고 내전 축원을 하면서 막걸리에 메밀묵을 섞어서 앞 뒤 도량에 뿌리고 바가지에 밥 3수저, 떡 한 조각, 나물 한 주먹, 과일 한 조각과 명태 머리 등 상차림 제물 골고루 조금씩 담아서 대문 밖에 뿌린다.
자료출처 신불원해풍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경문의 중요성 확실히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때에맞는 경문이들어가야 일이 성불을볼수있는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