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 가로164cm 세로148cm)
발문
천하는 지극히 넓다.
안으로 중국에서부터 밖으로는 아득한 사해(四海)에 이르기까지 몇천 몇만 리나 되는지 알 길이 없다.
이를 줄여서 몇 자(尺)의 화폭에 상세히 그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지도를 만들면 대체로 엉성해지고 마는 까닭이다.
그 중에서 오문(吳門,중국 소주) 출신 이택민의 성교광피도(聲敎廣被圖)는 매우 상세하고,
역대 제왕의 연혁은 천태종 승려 청준(淸濬)의 <혼일강리도>에 잘 나타나 있다.
건문(建文) 4년(1402년) 여름에 좌정승 낙포 김사형(洛圃 金士衡, 1341~1407)과
우정승 이무(李茂, 1355~1409)가 공무 중에 시간을 내어 이 지도들을 연구한 후,
검상(檢詳) 이회(李薈)로 하여금 상세히 교정하여 한 장의 지도로 만들도록 하였다.
그런데 요수의 동쪽 땅과 우리나라의 강토는
원나라 이택민(李澤民)이 1320년 그린 지도 성교광피도(聖敎廣被圖)에도 오류와 생략이 많았다.
이 참에 우리나라 지도를 특별히 더 넓히고 일본까지 덧붙여 새로운 지도를 완성하게 되었다.
지도가 정연하여 눈이 시원하다. 실로 문밖을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알 수 있다.
-1402년 가을 8월(음력)에 대사성 겸 참찬 양촌 권근(陽村 權近,1352~1409)이 발문을 쓰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의 원본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임진왜란시 약탈해간 영인본이 류코쿠대학(龍谷大學) 도서관에 있다.
1402 강리도(疆理圖) , 아프리카를 최초로 그린 세계지도의 탄생 김선흥
익원공님 영전에
서기 2022년 11월7일 광산인 김선흥이 익원공 김사형선생 묘전에 아뢰옵니다.
공께서 지금으로부터 꼭 620년 전에 만드신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에 대한 책을
오늘 영전에 바치게 되오니 무한한 감사와 감회를 금치 못하겠나이다.
태종2년 음력 8월에 완성된 이 지도는 뒤이어 창제된 훈민정음과 함께
우리 겨레가 가장 융성했던 한 때를 이끌고 동행했사옵니다.
하오나 혼일강리도의 웅혼한 기상과 깊은 지혜를 이어가지 못한 후손들은
지도가 나온지 190년 만에 왜병에게 유린당했고 지도마저 빼앗기게 되었사옵니다.
그 뒤로 수백년 동안 잊혀져 있던 혼일강리도가 마침내 오랜 침묵을 깨고 세계 무대에 출현한 것은
1991년말 미국 워싱턴의 국립미술관에서 개최된 콜럼버스 항해 500주년 기념전시회에서였나이다.
다시 그로부터 10년후인 2002년 11월 지도는 저 멀리 남아공의 전시회로 행차하였습니다.
지금 남아공 국회에는 공께서 만드신 지도가 소중하게 모셔져 있나이다.
1994년 미국에서 나온 명저 <지도의 역사> 아시아편,
2007년에 유네스코에서 나온 프랑스어본 <인류의 역사> 제4권은 혼일강리도를 표지에 싣고 있사오며
일본에서는 벌써 연구서가 두권째 나왔습니다.
최근 2022년 3월 19일 이탈리아 피렌체의 유명한 갈릴레오박물관 Museo Galiieo에서는
최고의 강리도 동영상을 올려 영어, 이태리어, 중국어로 제공하고 있어
모든 세계인이 어디서든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관람할 수 있게 되었사옵니다.
600년 세월의 물살이 씻겨 더욱 은은한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공의 혼일강리도는 이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전 세계에서 더욱 찬란하게 빛나고 있나이다.
오늘 여기 부복한 저희는 이러한 기쁜 소식을 영전에 올리면서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감사를 느끼옵니다.
목하 천하 정세가 어지러운 가운데에 우리 겨레는 갈라져 있으며 반목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천하에 경계선 한줄 긋지 않은 강리도와 영령전에 부끄러울 따름이옵니다.
이러한 차제에 한 후생이 천학비재(淺學菲才)를 무릅쓰고
책을 낸 것은 오로지 강리도를 선양하고 선조들의 위업을 기리고자 함이옵니다.
어려운 때를 당하여 영기어린 혼일세계도를 되살려 분열을 치유하고
광대한 세계를 품을 수 있도록 익원공 영령이시어 부디 저희를 호렴하고 이끌어 주소서.
존경하옵는 선생님 묘전에 간소한 주과포를 올리면서 이 책을 헌정하오니 가납하여 주옵소서.
한없는 존경과 감사를 바치오며... 2022년 11월 7일
발용(군), 윤만(문), 영환(문), 영수(익), 광산인김선흥, 재영(익), 재용(익), 태철(익), 우식(익)
태용(익), 태신(익), 태우(군), 태영(군), 재향(군), 영윤(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