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이 부정확한 진우의 이야기를 보면서 언어장애의 근본적인 문제는 언어적 상호작용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 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 내내 진우의 집에서는 침묵과 텔레비전 소리뿐이었고, 어머니께서는 저녁마다 진우의 부정확한 발음을 고치기 위해 언어적 학습을 시키려고 노력했으나 자신의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진우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 또한 무기력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했고, 동생도 그저 진우의 발음을 따라하는 게 다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진우의 가족상황에 정말 마음이 아팠고 안타까웠다. 처음 진우의 어휘력이 지연되었다고 평가를 내렸을 때는 진우의 문제가 그저 어머니의 부정확한 발음을 따라하는 것이라고 여겨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교수님과 상담선생님께서는 문제가 ‘아이의 언어적 학습에 대한 방치’라고 진단내리셨다. 진우의 언어적 수준을 다방면으로 진단해 본 결과, 큰소리로 이야기하고 부모보다 새로운 인물에게 의존하며 발음이 부정확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은 부모의 반응이 미미하기 때문, 새로운 인물에게 의존하는 것은 부모가 반응이 없고 의지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상담결과를 들으며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도움을 받을 방법도 고칠 수단도 없어 한 없이 자책만 하셨을 진우부모님의 상황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 한편으로는 아동의 언어적 문제에는 어른과 그 에 따른 상황도 개입되어 있구나하고 깨달았다. 그리고 진우네 가족은 솔루션을 통해 많이 개선되었다.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 솔루션의 방법은 생각보다 일상적인 관심이었다. 주의를 귀기울여주고, 칭찬해주고, 같이 활동하는 것. 그런 일상적인 방법으로도 언어적 상호작용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상호작용은 분명 치료를 위한 아동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동에게도 우리들에게도 상호작용이란 언어적 부분이 아니더라도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