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역에서 다시금 셋이 어울렸다. 장충족발에 소주가 술술 들어갔다. 이미 대모산, 구룡산 산행에서 소주 한 병을 넘게 마신 상태였다. 남자 세 명도 할 이야기가 많다. 시시콜콜 많은 이야기 속에 적당한 취기로 기분이 좋아진다. 술도 깰 겸 당구장으로 옮겼다.
노년에도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당구다. 당구장은 50~60대가 많다. 프로 당구가 생긴 이후 당구의 인기가 더욱 늘고 있다. 종로 국빈관에 있는 당구장은 당구대가 23개나 된다. 낮 시간대에는 빈 당구대를 찾기가 어렵다. 65세 이상은 약간의 할인도 있다. 보통의 당구장은 6대 정도다. 처음 국빈관 당구장을 찾았을 때 그 많은 당구대에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양꼬치 식당이다. 소주 두 병을 먹을 때, 식당 사장에게 가져온 양주가 있어서 먹을 수 있도록 양해를 구했다. 양주병은 컸다. 포장에서 어렵게 양주를 꺼냈다. 양주는 이미 절반을 먹은 상태였다. 이미 딴 것이라는 잔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상하게 양주가 별로다. 56도 하는 이과두주, 50도 고량주만 못 하다.
처음 이과두주를 먹을 때 기분과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너무 강렬한 기억이 되었다. 입에 들어간 이과두주는 목부터 위까지 내려가면서 타는 느낌이었다. 타들어 가던 그 느낌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다. 그래도 여전히 이과두주, 고량주는 양주에 비해 훨씬 좋다. 물론 다른 이는 양주가 좋다고 했다. 사람의 입맛은 다 다르다.
마지막 전철 시간에 맞춰 자리가 끝났다. 이미 많이 취한 상태다. 집에 잘 들어갔는지 확인해야 한다. 어제 술은 다음날 종일 나를 지배한다. 술에 취한 몸은 정신에 피로를 높인다. 힘들지만 어제와 같은 자리는 매번 반복된다. 술을 먹을 때면 다시금 내일에 대한 생각이 뒷전이다. 사람이 좋고 자리가 좋으면 그만이다.
5월, 6월 기간에 베트남 2박 3일 여행을 다녀오자는데 의기투합했다. 비용은 100만 원 정도다. 일정을 내기가 쉽지 않은 조건에 놓인 사람이 문제를 해결해야 가능한 여행이 될 것이다. 이제 속이 조금씩 편해진 느낌이다. 다시금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