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은 사람 성자의 마음읽기-시, 산문 > +++++++++++++
아흔여덟
[그냥 걷다
- 새벽이 올 때까지]
밤하늘
골목길을 걷는다. 달님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자박자박 소리 없이
그림자는 앞서고
시간은 뒤따르며
행여 길을 잃을까
저울질로 동동거린다.
몇 안 되는 잔별도 조바심인가
쉴 새 없이 눈만 껌벅
심사心思에 갇힌 짐 나오지도 못하고.
2003. 10. 1
마흔일곱.
[육체적 노동이 정신을 맑게 한다]
생각하는 동물의 생각을 멈추게 하라
사고의 호흡을 멎게 하라
우뇌(右腦)의 명령으로 좌뇌(左腦)의 일과가 시작된다.
검색시작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성경의 창세기를 채 몇 장 넘기지 않고 답을 얻는다.
과제수행보고
육체적 노동이 정신을 맑게 한다
땀 흘림으로 생각의 사고에게 쉼을 준다.
결과물을 얻을 수 없는 삶
기분 나쁜, 속상한, 열 받는, 지저분한 인간의 일면을 잊기 위한 노력.
육신은 고달플지라도 영혼에게는 안식을 허락한다.
오늘의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 : 무리한 엔진 가동으로 정신을 고달프게 말자!
2003. 9. 29
마흔여섯.
[나의 아픔은]
내 머리가 아픈 것은 내 몸이 아픈 것이요
내 몸이 아픈 것은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라
내 마음이 아픈 것은 내 영혼이 아픈 것이요
내 영혼이 아픈 것은 내 주님을 아프게 하는 것이라
내 주님이 아픈 것은 내 하나님의 안타까움을 더한 것이라
2003. 9. 26
+삶의 무게가 내 어깨를 짖누늘 때
그냥 주저앉게 마시고 주님을 부르게 하소서
나 혼자 버티려는 어리석은 원망을 버리고
주님의 지혜로 감당하여 감사하게 하소서
나의 작은 일 하나하나 사소한 고민도
나누기를 원하시는 주님
오늘 하루도 수다쟁이가 되어 조잘대게 하소서
마흔다섯.
[나는 누구인가]
나를 주님께 드린다고 고백합니다.
주님 온전히 가지세요.
나를 드립니다.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나를 들어 쓰시기를 원하나이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사람이다.
나는 때때로 주님께 고백합니다.
요만큼만 제게 돌려주세요.
조금만 더 가져가겠습니다.
이만큼이 더 필요합니다.
이러는 나는 어린아이처럼 웃고 맙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의 사람이다.
2003. 9. 26
마흔넷.
[마음2]
나의 눈이 어디로 갔는지
마음을 볼 수 있는 눈이 사라졌다
어쩔 수 없는 아픔을 외면하려고
시공을 벗어나
저기 멀리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우리네 마음은
눈이 없어도 느낄 수 있는 것을
눈이 없어도 알 수 있는 것을
눈이 없어도 볼 수 있는 것을
온 몸이 빠르게 읽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무거운 이유도
마음이 가벼운 이유도
마음이 쓰라린 이유도
마흔셋.
기억-[고봉(高捧)의 밥공기]
밥을 먹는다
눈자위가 뻘건
누이와 앉아 싱거운 농에
밥을 먹는다
안쓰러움 앞으로
툭툭 던지는 입
때를 챙기지 않음이다
애석한 속내
짭짜름한 간이 되고
말 없는 식탁
고봉으로
올린 밥공기
흐리디흐린 밥상
오래 전 어머니 모습
2002. 8. 2.
마흔둘.
[벙어리 마귀할멈과 노파 그리고 할머니]
1.할머니
퇴근 길 집으로 행하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연신내에서 전철을 타는 3호선은 종로3가까지 늘 앉아서 간다.
홍제에선가 나이 많으신 할머니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리는 것을 외면한 채 책을 읽는다.
한 학생이 노선표를 보며 이야기를 한다.
왕십리를 가시려면 종로3가에서 5호선을 타시라고.
걱정 섞인 목소리로 길을 물으신 모양이다.
나는 할머니들이 싫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생각하면 슬픈 일이다.
여자는 누구나 살다 나이 들면 할머니가 된다.
한 때 너무 오래 살지 않았으면,
오륙십을 넘기지 말아야지 죽음을 짐작하기도 했다.
마음이 불편하다. 어떻게 갈까 걱정하시는 분을 옆에 두고
같은 방향임에도 모르는 척 앉아 있으려니 머리까지 아파온다.
책은 봐서 뭣하나, 삶이 아름답지 못한 걸.
그러나 어린시절부터 자리한 상처를 누가 알까,
모르는 할머니들은 모두가 두려운 존재인 것을.
속으로 되뇌인다.
'할머니 저도 5호선으로 갈아타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나 여전히 책만 들여다본다.
더 가서 내릴까, 그냥 못들은 척 혼자 내려서 내 갈 길을 갈까.
결국 할머니가 나를 건드리며 말씀하셨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답을 한다.
"할머니 저랑 같이 내려요." 그제서야 안심하는 표정이다.
염려와 답답한 마음에 처음 뵙는 할머니를 원망해본다.
‘방향도 모르시면서 무슨 일로 길을 나섰는지...’
카네이션 꽂이용 작은 바구니를 꼭 쥐고 계신다.
지난 8월 어버이날 받은 바구니인가, 그래서 지니고 다니시는지.
바구니 안에는 조그만 플라스틱 통에 나무 이쑤시개가 여러 개 들어있다.
할머니를 부축하고 종로 3가에서 계단을 오르고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누굴 부축하고 다니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한발 한발 옮기는 발걸음이 생을 마감하는 조심스러움 같다.
엉성한 이, 늘어진 피부와 젖가슴, 꾸부정한 허리,
늙은 설움을 매만지며 5호선 전철 노약자석에 앉았다.
채 절반도 이해가 안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저녁귀가길이 서글프다.
“가만히 있어야 혀, 자식들 걱정 끼치지 말고....” 할머니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2.노파
어김없이 꿈을 꾼다.
팥 뿌리처럼 하얀 머리에 평범한 한복차림
저만치 뒤에서 걸어오신다.
두려움에 떨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걸어가는 속도와 일정하게 뒤따라오고.
힘없이 흔들리는 다리에 힘을 주어 달리면
꼬부랑 할머니 순식간 허리가 일자로 펴지고
발걸음을 인도하던 지팡이는 무기가 되어 달려온다.
‘걸음아 나살려라’ 뛰고 또 뛰지만 언제나 제자리걸음
울며불며 달리다 정신을 차리면 꿈이었다는 것을 알고 한숨을 들이쉰다.
언제나 같은 모습에 같은 상황 되풀이되는 꿈이다.
'키 크려고 그런다' 라지만 꼬부랑 할머니만 보면 두려움이 앞선다.
3. 할머니
자갈이 굴러다니는 신작로가 새까만 윤기가 흐르는 아스팔트로 변했다.
걸어서 삼십분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
한참을 걷다보면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동네아이, 어른, 때로 모르는 사람들...
자동차, 경운기, 커다란 버스, 군인차...
오늘은 또 어떤 사람과 마주칠까... 저만치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
‘누굴까’ 주시하며 걷는 마음이 편치 않다. ‘할머니 같은데’
왼쪽으로 걷던 발걸음을 오른쪽으로 옮기고
할머니를 주시하고 걷는 방향을 경계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어느새 동네 어귀에 다다랐다.
4. 벙어리 마귀할멈
여름 밤 엄마는 나를 등에 업고 마실을 가신다.
앞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벙어리아줌마도 저녁이면 어김없이 밤바람을 맞는다.
(벙어리 아줌마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동네 사람이다.
어떤 사정인지 가족이 없어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다 친척집에 머물며
설거지, 청소, 빨래 같은 집안일을 한다.
그 아줌마는 우리 집에 놀러 올 때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대문 앞에서 눈치를 살핀다.
아빠가 계시는 날엔 그냥 가지만 장사를 가시거나 아빠의 구두가 없다 싶으면
방에까지 들어와 한참을 앉았다 간다.
그래서 나는 마귀할멈이라고 부른다.)
그 날도 어김없이 대문 앞에서 만났다.
엄마는 마귀할멈과 이야기를 나눈다.
'버버버'하는 소리에 답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귀할멈은 ‘버버버’ 웃으며 내 어린 팔다리를 꼬집는다.
엄마는 언제나 아줌마 편이다.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싫다고 해도 예뻐서 그러는 거라고만 하신다.
지금 생각하면 ‘그럴 수 있지’ 싶지만 무척 아프고 괴로웠다.
아마 벙어리아줌마의 무례한 행동보다
미소 속에 감춰진 마귀할멈의 두려움 때문에 더욱 싫었는지 모른다.
웃어가며 꼬집는 그 얼굴이 더 무서웠으니...
그러나 아빠는 언제나 내 편이다.
내가 벙어리마귀할멈을 싫어하는 것을 인정해 주시는 유일한 분이다.
아빠가 계시는 날에는 대문 안으로 들어서지고 못하고 눈치만 보는
겁쟁이 마귀할멈이다.
마귀할멈이 몇 일째 보이지 않는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면에 있는 식당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학교 가는 길에 마귀할멈을 보았다.
멀리서 알아보고 바쁘게 뛰어갔다. 집으로 갈 때는 만나지 말았으면...하고.
+[잔상]
어린시절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아 본 경험이 없는데다
지워지지 않는 좋지 못한 기억들만 자리하고 있다.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쌓이고 쌓인 오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두려워하는 나에게 스스로가 놀란다. 그리고 안쓰러워진다.
2002. 8. 1.왕십리 할머니로 인해 오랜 기억을 끄집어내다.
마흔하나.
[깊은 밤 짧은 생각]
내 안을 들어있는 작은 상자 하나 꺼내어 열어보니 동백꽃 향내 물씬 나는 남해. 바다 냄새가 밀려온다. 하늘에 드러누운 눈구름이 마음까지 덮는 우울한 날 두 손을 꼭 잡고 동백나무 숲을 돌았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누었던 이야기 가슴 깊이 사무친 이유는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 다르다는 것, 이별을 예감한 하루 동안의 여행.
같은 하늘아래 같은 땅위에서 호흡하며 살아가는데 어느 곳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 알 수 없도록 그렇게 산다. 두 번 아프지 않기 위해 또 다른 만남을 위한 배려에서이다.
마흔.
[그리움은]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다가오는 무엇, 그것이 내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때로 두 눈에 내리는 눈물이 그 대상을 흐리게 한다 해도
가슴에선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감정, 그것이 나의 그리움입니다.
간절히 무엇을 그리워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살아있음에 그리움을 경험하니 그(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요즘 나는 불행합니다.
그리움의 대상이 없습니다.
그토록 간절히 그리워하던 모든 일들이 나와 무관해졌습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제게서 사라져버린 감정입니다
왜냐고 원인을 찾을 이유도 의지도 없습니다.
그러니 불행한 게지요.
다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또 다른 그리움의 감정이
나를 찾을 거라는 기대가 남아있기에 실망하거나 아파하지 않겠습니다.
불행한 삶도 살아야 할 의미가 제겐 충분하기에
나는 오늘도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니 이론적으론 불행하나 실제적으론 불행하다 여기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 있어 조금은 행복하다고 위로를 해봅니다.
당신은 무엇을 간절히 바라며 소망하십니까?
그것은 그리움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
무언가를 위한 그리움,
마음껏 누리십시오.
마음껏 즐기십시오.
내일은 당신과 함께 할 수 없는 그리움일지 모릅니다.
그리움은 살아있는 자신입니다.
그리움은 아름다운 기억으로의 외출입니다.
그리움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마지막 준비입니다.
그리움,
그것은 당신과 우리의 삶의 흔적입니다.
그
리
움
.
(2001.10.3) 마음읽기생각-끄적임
서른아홉.
[수입리의 아침풍경]
어제는
아침안개 그윽하게 앞산을 덮더니
오늘은
엷은 구름 살포시 골짜기에 앉았다
밤사이
내린 빗물은 제 집을 찾아 스며들고
이른 아침
소슬바람 팔뚝에 묻혀있는 솜털을 매만진다
아이야, 일어나라
사잇길로 걸어 나가 이 아침을 배웅하자
※ 수입리 : 경기도 양평의 작은 마을
2001.10.1
서른여덟.
[하늘이 잠을 잔다 (하늘과 바람)]
하늘이 잠을 잔다
새하얀 이불을 덮고
포근한 잠을 잔다
엄마는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바느질한다
하루 종일 양털 솜을 모아
새 이불을 만든다
바람엄마의 자장가에
하늘이 잠을 잔다
지친 몸을 감싸 안고
하늘이 잠을 잔다
아침이 오면
파랗게 자란 하늘
웃음 띤 얼굴로 인사를 한다
바람엄마도 인사를 한다
2001. 9.30
[바람엄마]-수정본
하늘이 잠을 잔다
새하얀 이불 덮고
포근한 잠을 잔다
바람 엄마
양털솜 불러 모아
시침질 한다
하늘이 잠을 잔다
하루살이 이불 덮고
하늘이 잠을 잔다
2002. 8.
서른일곱.
[어떤 여자]
비 오는 날 아침
공중전화부스에 철퍼덕 앉아
흐릿한 눈으로 안개 낀 세상을 본다
몸이 반쯤 젖어도 괜찮다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시선도 무시할 수 있는
그녀는
어깨에 짊어진 삶이 버거워서가 아니고
손과 발이 온전치 않아 움직이지 못해서도 아니다
공간이 비좁아 감당치 못하고
두개골을 깨뜨렸을 뿐이다
머리는
땅에 흩어져 세상을 덮는다
알 수 없는 흔들림으로 가을바람이 스쳐간다
그녀의 머리가 뒹구는 세상
단지 미친 세상을 외면할 뿐이다
2001. 9.29
+추석을 앞둔 거리의 풍경과 함께 한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한 세상을 외면한 채 거리를 누비는 그런 류의 사람을
대할 때마다 나의 머리가 아파온다
세상이 왜 그를 미치게 하는가
사는 것이 그토록 힘겨워 모든 것을 버리게 했을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머리가 아파 결국엔
아픈 머리를 포기해 버린다
인생을 포기함으로 그 가슴에 모든 것을 껴안는다
서른여섯.
[나이 들어서 먹고 사는 것은]
순간이 황홀한 중년 여인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라 해도
마다할 수 있는 남은 날의 여유
젊은 날을 돌려준대도 정중히 사양하리라
주름진 눈가에 그리움 드리우고
지난날 추억하는 지금이 행복하다
여인이 말한다.
'여자는 나이 들어서 추억을 먹고 산단다'
작은 웃음을 머금은 그 얼굴이 아름답다
2001. 8.
+당신이 참으로 부럽습니다.
당신의 나이가 되면 나도 그리 말할 수 있을지
나도 언제나 부지런한 저 개미처럼
나이 들어 먹고 살 양식이 변질되지 않도록 차곡차곡 쌓아야겠습니다.
서른다섯.
[여름 이야기 - 소년이 꿈(夢)을 꾸다]
1
너무도 뜨거워 내 몸이 운다
열(熱)방울 송글송글 떼구르르
땀구멍이 커진다
넌 얼마나 더울까
해야,
조금만 기다려.
시원하게 해줄께.
바람을 만드는 부채
두 손으로 붙잡고
뜨겁게 웃는다.
2
소년이 무언가를 찾느라 제 몸 더운 건 잊고 있다
사다리를 찾아 하늘을 향해 세우고 올라간다
위로위로 동화 속 주인공 잭처럼
하늘로 갔던 소년이 두 손 가득 안고 내려온다
불덩어리 큰 얼굴을 품에 안아 땀 젖은 웃음 머금고
부지런한 선풍기 앞으로 달려간다
붉은 해가 안쓰러워
제 몸 익어가는 것도 모른 채
해에게 녹아버린 소년이 오늘도 웃고 있다
둥근 해는 이글거리는 태양
소년의 마음이 녹아내린다
2001.7.27 이른새벽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고자 적어봅니다
연수기간 중 본 작은 그림 컷 자료를 보고 글로 옮깁니다
그림1
더운 여름날 뜨거운 햇살 아래 땀흘리며
날씨가 못마땅해 찡그리고 있는 소년
그림2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고 있는 소년
그림 1에서 2가 된 과정 상상해보기
그 과정에서 생긴 이야기입니다
서른넷.
[발레리나]
목각인형이 걷는다
말끔하게 올린 머리
인형 같은 얼굴
가녀린 어깨
하늘거리는 두 팔
토를 세워
온 몸을 의지하고
돌아도 보고
올려도 보고
내려도 보고
새가 된다
나비가 된다
모든 것이 된다
길어진 다리 몸서리치며
울어도 웃을 수 있는
발레리나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노틀담의 에스메랄다
나를 깨우는 소리에
다리의 근육들이 일어난다
2001.7.12
서른셋.
[달빛 아련한 추억1] - 자클연작시
내 나이 13살
키 작은 중학생
6월 어느 날
달빛 아래 쭈그리고 앉아
무릎을 세운 채
두 손을 맞잡아 힘주어 모으고
검은 옷 입은 우주
모퉁이 바라본다
은은한 달빛 따라
눈을 들어
달님~
나즈막히 불러본다
내안의
다급한 소망하나 곱씹으며
달님~
'불쌍한 우리 엄마 깨어나게...'
두 눈은 붉어지고
마음은 녹아내리고
그 밤엔 달님을 믿기로 했다
[달빛 아련한 추억2]
하늘도 검고 땅도 검은
신작로를 따라
우리는 걸었네
세상고민 가슴으로 안고
머리 아프게 고통스러워야
어른이 되는 줄 알았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벌써부터 속 깊은 어른이라고
외치는 발걸음이었네
말이 없는 달님은
우리의 걸음걸음 발 맞춰 움직이며
귀담아 들어 주었네
지금 한 친구는
세살 박이 아들과
이 밤을 나누는데
또 한 친구는
그때의 기억을 추억하며
홀로 걷고 있네
오늘밤도 함께 해 줄
그리운 밤 떠올리며
늘 고마워
마음으로 전한다
2001.7.4
+달빛은 언제나 친근히 우리 곁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서른둘.
[우리는 언제나 강 건너편에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손을 맞잡고
나란히 걸을 때도
그대는 언제나 강 건너편에 있었습니다
내일을 이야기하며 마음을 모아
앞을 보고 걸을 때도
그대는 언제나 강 건너편에 있었습니다
두 눈을 깜박이며
얼굴을 마주할 때도
그대는 언제나 강 건너편에 있었습니다
부드러운 입술로
사랑한다 속삭일 때도
그대는 언제나 강 건너편에 있었습니다
함께 있음에
행복하다 느낄 때도
그대는 언제나 강 건너편에 있었습니다
2001.7.2
+사랑을 알아가고 가꾸어가는...
그리고 배워가는 여정에 있는 모든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 배움이 때론 커다란 기쁨으로 때론 가슴 아린 아픔으로
때론 상상할 수 없는 환희로 때론 죽기까지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
느껴진다 해도 사랑 그것은 가치있는 일이라 여겨봅니다
살아있어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조금 더 마음을 열면 서로를 더 잘 볼 수 있을텐데...
서른하나.
[내 마음의 빈자리엔...]
나의 마음속엔 항상 아버지가 계셨습니다
이젠 아버지가 계셨던 그 자리에 소망을 담습니다
하늘나라 고향으로 가신 아버지의 빈 자리에 사랑을 담습니다
마지막 보이신 아버지의 모습에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이 시간이
참으로 행복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잊지 못하고 늘 기억하며 힘을 얻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다시 함께하는 그 날엔 더 풍성한 기쁨을 누리리라 기대합니다
아버지, 그 곳에서도 이 땅에서처럼 저를 지켜봐 주세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2001.7.2
서른.
[누에의 한살이] - 꿈을 이루다
작은 공간에서 호흡을 한다
때를 기다려
소리 없이 기어나가
눈을 껌벅껌벅
어느새 밝음에 익숙해진 몸
꾸물꾸물 이끌고 뽕잎을 먹는다
여의도보다 넓은 푸른 뽕잎을
움찔움찔 노래한다
나를 외면하는 너희여,
징그러운 꿈틀이라 놀리지 말아라
내게도 꿈이 있으니
소리 없이 부지런을 떨어라
쉬지 말고 먹어보자
내 몸 가득 살이 통통 오르도록
푸른 잎 가득한 상을 물린다
집을 짓자 집을 짓자 실땀 나도록
아픔을 뽑아내어 얼기설기 집을 짓자
언젠가는 내던질 몸 아끼지 말자
요술의 방 집안으로 들어가자
내 얼굴 찾아
어둠도 섭다 말고 긴잠을 청해 보자
일어나자 일어나라
나를 혐오하는 너희여,
두 눈을 부릅뜨고 놀라지 말아라
살랑살랑 날개로 하늘을 저으리니
내 너희에게 엷은 웃음 주리라
꿈을 이루는 은빛가루 주리라
희망을 볼 수 있게 주문을 걸어.
2001.7.2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마음읽기]
스물아홉.
[사랑, 그 아름다운 허상]
눈부신 햇살에
반짝이는 에메랄드
어느 날 찾아 온 파랑새
화려하게 포장된 아름다운 상자
속이 비어있는
사랑, 그 아름다운 허상을 보았다
2001.4
스물여덟.
[저산에 부딪쳐 돌아오는 소리]
이제 외치고 싶다
넌 할 수 있어 큰 소리로 말해 봐
나를 응원하는 나를 보았다
사! 랑! 해!
두 손 모아 부르짖는 외침은
저 산에 부딪쳐 되돌아온다
2001.4
스물일곱.
[전하지 못한 말 그 한마디]
이제는 말할 수 있는데
혼자만의 중얼거림이 되어버린 지금
나도 사랑했다는 것을 너무도 늦게 알았다
지나간 사랑을, 때늦은 고백을 들을 만한 여유가 그에게는 없다
저만치 멀리 나의 손이 닿지 않는, 보이지 않는 지구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다
나의 몸보다도 큰 지우개로 지운다
두 어깨가 아파오도록 힘주어 지운다
가슴속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사랑이 검은 가루가 될 때까지
어느 곳에 흩어질까?
먼지가 되어 그의 얼굴에 닿을까
바람이 되어 그의 옷깃을 만질까
너무나 늦게 알게 된 사랑
감당할 수 없는 나의 연약함을 원망해 본다
2001.4
스물여섯.
[느낌 하나]
숨을 쉰다
아직도 들리는 숨소리
지금도 들려온다
내 가슴에 자리 잡은 추억 하나
아픈 느낌이 좋다
아픔도
때론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진짜 사랑도
그런 느낌일까?
2001.4
스물다섯.
[만남이 아름다운 이유]
내가 몰랐던 숨은 나를 본다
설렘이 함께하는 만남
어색한 행동에서 묻어나는 새로움
어느새 내가 아닌 나를 발견한다
2001.4
스물넷.
[마음]
도화지 가득
그림을 그린다
사랑을 그리고
만남도 그리고
이별도 그리고
도화지 가득
그린 그림이
마음인 것을
이제 알았다
2001.4
스물셋.
[꿈꾸는 계절 - 봄아,]
꿈을 꾼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오늘을 향해
달려오는 시간
기대를 안고
삶을 꿈꾼다
꿈을 꿀 수 없다
밀려오는 두려움
가슴은 뛰고
발길을 돌리어라 아직도 난
찬바람 일렁이는 겨울인데
어이하여 두려움을 주느냐
네가 오는 계절에 나는 또
얼마나 아픈 가슴을 안아야 하는지
생각만으로도 이렇게 숨이 막혀오는데
아픈 가슴으로 맞이하는
나를
나를
채비를 마치고 길 떠난 봄아,
천천히
천천히
좀 더 천천히
맨 나중에
내게로 오라
아픈 상처 아물어 웃을 수 있을 때 내게로 오라
그 때는 반가운 손 건네 웃어 주리라
2001.2.7
+오늘은 무척 글이 고파 자클에 들어와 배부르게 먹고 있습니다
항상 글을 쓰지 못하고 있을 때 자클에 올라오는 연작시가 글을 쓰도록 하는군요 참 다행이예요 연작시에라도 마음을 열 수 있어서... 봄은
아름다운 계절인데 그 아름다운 계절을 두손 들어 반길 수가 없네요
겨울을 좋아해서 이기도 하지만 왠지 다가오는 봄은 아주 많이 외로울 것 같아서... 그래서 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분들이 야속하기도 하고 섭섭해진답니다 그러는 내가 한심다는 생각이 들 때는 마음이 더욱 아프구요 그래도 어김없이 봄은 오겠지요
다가오는 봄을 미워하지는 말아야겠어요 모두가 고마워하는 봄이니까...
=마음읽기의 어리석은 생각=
스물둘.
[펭귄]-나도 조류(鳥類)다
새들은 하늘을 난다
고개가 아프다
짧은 목으로 올려다보는 나
친구들이 높은 곳에서 웃는다
뒤뚱뒤뚱 아장아장
무거운 나를 보며
친구들의 웃는 소리가 들린다
쭈욱쭈욱 덤벙텀벙
뚱뚱한 나를 보며
친구들은 높은 데서
나는 깊은 데서
친구들이 내려온다
2001.1.19
스물하나.
[너의 결혼식]
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찾아온 이들과 인사를 나눈다
나는 안다
행복한 웃음 뒤에 있는 슬픔을
행진을 앞두고 올라오는 울음을
며칠 전 다 쏟았을 너
아버지의 손을 잡고 나간 손
새신랑에게 옮겨가고
남편과 아내의 본분을 일깨우는 주례말씀
순서에 따라 인사를 한다
아버지 옆에는
낯선 어머니가 앉아 계신다
2
어느 때보다 많이 떠올렸을 얼굴
너의 눈에 숨쉬고 있는 얼굴
대신 원망한다
너와 네 사랑을 기뻐하실 그 분
장하다 친구야
너는 잘도 참는구나
그러나 오늘 밤 너는 끝내 울음을 보이겠구나
울어라 실컷 울어라
곁에 있는 이가 네 눈물 받아 주리라
어여쁜 친구야,
울지 마라
눈물을 거두고
나를 보아라
나도 너처럼 잘 해낼 수 있게
2000. 12. 31 여의도에서.
스물.
[당신과 나 사이]
나와 당신과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가까워진 듯 하여 눈을 들고 바라보면
아까보다 더 먼 거리에 있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어 달려가지만
나의 마음이 어느 새 저 멀리 물러나 버립니다.
아직은 마음을 다 보일 수 없나 봅니다.
나의 마음을
아직은 마음을 다 채울 수 없나 봅니다.
그대 마음을
언제나 고요하고 잔잔한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데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출렁이는 마음만 보이게 됩니다.
보여줘야 할 것 같아
나를 알리기 위해 마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지금의 시간이
혹여 아픈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염려가 되지만
그래도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보이고 싶습니다.
오늘 보이는 마음이 마지막이 되더라도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그냥 그렇게
흐린 기억 속에 자리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와 당신의 흐린 기억 속으로
열아홉.
[내 마음을 열어 봐]
마음은 마음대로다
그러지마
왜 그러니...
조금만 열어주면 안될까?
저기 다가오고 있잖아
착한사람 상처주고 싶지 않아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안되겠니?
정말 안되는 일이야?
내가 이렇게 간절히 속삭이는데...
들어주지 그래
그 자리 텅 비어 있잖아
내 마음을 좀 열어 봐!!!
2001.1.16
열여덟.
[빈 가슴에 다가오는 무엇]
짧은 기간 자리하던 것이 등을 보였습니다
무거운 고개를 숙인 채
함께했던 인사동 나무의자
거리를 걸었습니다
더 쓸쓸할 것만 같았던 그곳을
견디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빈 가슴에 다가오는 무엇이 있습니다
2001.1.12
열일곱.
[바보소녀의 신호등]
멈춰 빨간불
가 초록불
준비 노란불
내가 걸을 땐 빨간불에 멈추고
준비랄 건 없지만 기다렸다
초록불에 가면 된다
차들은 빨간불에 가고
초록불에 멈춰야 한다
걸어갈 때
차타고 갈 때
서로 다른데...
깜박하고 바꿔 가면 어떡해
이거 어쩌나, 큰일이네~
왜 똑똑한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아유~ 머리 아퍼, 내일 다시 생각하자
소녀는 어느 날 진짜 신호등이 있는 길을 갔습니다
한 곳에 또다른 신호등이 있다는 것을 소녀는 몰랐던거죠
같은 장소에 여러 개의 신호등이 있는 것은
큰 낭비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어리석게 여러 날 고민하던 소녀는
'이런 바보, 바보바보바보......'
그러나 아무도 소녀가 바보인 것을 몰랐습니다
2001.1.12
+글의 배경.....
아마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인것 같다
애국조회 때 교감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있었지...
유럽의 한 나라의 교통질서를 이야기 하시면서 우리 나라 국민성에
대해 비판하셨지.그 나라는(어느 나라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아마 유럽위 한 나라임엔 틀림없다)
한 밤중에 차량을 운행할 때도 신호를 지킨다며 우리에게 교통질서 뿐
아니라 바람직한 인간성을 찾아가길 바라셨지 좋은 말씀만 하셨는데
그때는 왜그리 그 시간이 길게 여겨졌는지...
그 말씀을 듣고 무지했던 나는 바보같은 고민을 한동안 했다
물어봤으면 될것을... 그렇지만 위와 같은 사소한 고민들로 인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나름대로 깨달음의 경지를 맛보곤 했지
그냥 길가다 신호등만 보면 그때의 일이 떠올라 혼자 웃곤 한다
열여섯.
[학교]
남쪽 마을 바닷가
백설기 떡가루 내리는
푹신한 날
찬바람 드나드는 교실
가슴 따뜻한 난로
사이에 두고
창밖에 마음을 빼앗긴 아이-눈이다
짧은 외침 빠른 몸놀림
창으로 달려들고-나가자
삽시간
고요한 학교 축제의 날
아이들 마음 읽는 선생님 함께
누가 누군지 아랑곳 않고
눈덩어리 날려
겨울선물 온몸으로 받는다
어지러운 발자국
눈꽃나무 아래 기대어 세례 받고
겨울동화 책장을 넘긴다
2001.1.12
+제게 조금 오래된 겨울풍경을 떠올리며 그 오래된 풍경을
변변치 못한 그림붓으로 그려 봅니다 마구 써내려가 온전치 못하지만...
동심입니다
열다섯.
[추억거리]-하이킹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을 싸고
햇살에 그을릴까
긴 옷에 모자를 눌러 쓰고
어제 빌려놓은 자전거에 올라 탔다
이제 발을 굴려라
왼발 오른발 번갈아 힘주어 굴려라
박자에 맞춰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고
우리는 장흥에서 강진을 거쳐 앞으로 달렸다
검은 아스팔트길은 태양의 온도를 쫓아가고
그 위를 달리는 우리도 뜨거워진다
가다가 힘들면 길가에서 자전거도 쉬고 우리도 쉬고
작은 그늘 찾아 앉아 물을 마신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로 몰고 갔는지
그냥 호기심에 달렸는지
막힌 가슴 위로하려 떠났는지
내일의 두려움을 떨치려 했는지
답답한 우리네 마음
더운바람 맞으면 터질까
그래서 그렇게 달렸나
정강이가 단단해 질 때까지 두 발을 번갈아 굴려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도산서원이 있는 마을
산 아래 도자기 굽는 가마도 있었지
마을 어귀 조용한 시골 국민학교
김밥은 여기서 먹어야겠다
짊어지고 온 배낭에서
뜨뜻한 김밥 더 뜨뜻해진 음료수를 꺼낸다
배가 불러오도록 먹다가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수다를 한참 떨고
앞에 보이는 저수지 방죽에 올라
시원한 바람도 맞고
오던 길 다시 밟아 길을 떠나 볼까나
무거워진 다리 이끌고
달려온 길을 되돌아가려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함께 온 자전거 페달도 밥 달랜다
친구와 떠난 첫 자전거 여행
서로 마주보며 웃는다
우리를 맞이하는 큰언니의 목소리
"이 기집애들이 미쳤어!~" "겁도 없이 어딜 갔다 와!~"
우리는 그렇게 배부르게 야단맞고 큰 대자로 누워 단잠을 잤다
2001.1.
+옛 일을 떠올리며 적어봅니다
열넷.
[희망1]-자클 연작시
살아있다
살아간다
나의 삶이다
내일을 꿈꾼다
꿈이 현실로
내게 올 수 있게
나는 소망한다
그리고 기대한다
열심히 살아갈 것을
[희망2]-언제나 바라는 마음
나이가 들어감에
조용하게 맞이하는 새해
작은 가슴에 품고 있는 소망하나
이제는 더 사소한 이야기 동무를 그리워한다
함께 해온 소중한 친구들
이대로 늘 가까이 함께할 수 있기를
더욱 사랑할 수 있기를
오랜만에 만나는 날
많이 달라 보인다
얌전하게 외투를 여미고 조심스레 걷는 발걸음
다소곳한 분위기
더 차분해진 음성
너에게서 엄마 냄새가 난다
2001.1.2
+내 친구 현정이는 좋은 엄마가 될거예요
나는 아직 두렵고 자신이 없어 혼자이지만...
더욱 예뻐 보이는 친구를 만난 느낌을 적어봅니다
열둘.
[겨울아이]
겨울아이
성
정
미
겨울에 태어나지 않았다
단지 겨울이 좋아
겨울아이가 되었다
하얗게 내리는 눈보다
색이 없는 비를 좋아하면서도...
겨울아이라 했다
손끈으로 전해지는 체온을
포근한 온기를 풍기는 아랫목을
그런 사소함을 그리워하고 느낄 수 있는 겨울을
우리는 좋아했다
찬바람 속에서 숨쉬는 여고생의 순수한 열정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
미가 다녔던 성당 앞마당 오래 된 등나무 아래
거기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겨울아이
이제 어른이 된 친구들
2001.1.2
성-마음읽기
정-아이를 품고 있는 새댁
미-백의의 천사
열하나.
[오늘 현재]
어제 오늘 내일
과거 현재 미래
어제를 살아온
오늘을 사는
내일을 살아 갈
과거를 만든
현재를 만드는
미래를 만들어 갈
마음을 열어보면
어제 과거도
오늘 현재가 된다
생각을 바꾸면
내일 미래도
오늘 현재가 된다
어제 보낸 시간을 떠올리며
과거를 함께 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오늘 현재로 다가 온다
내일의 일과를 떠올리며
미래의 생활을 그려보면
오늘 현재로 다가 온다
그래
나는 늘 오늘을 살고 있다
나는 늘 현재를 살고 있다
2000.12.21
+아주 오랜 옛 친구-동창-와 전화통화를 하고 마음가는대로 적어올립니다
그 옛날의 기억이 오늘로 되살아나는 것처럼 먼 훗날 오늘의 일도 그렇게 느껴지겠지요 그 먼 훗날의 느낌도 오늘의 느낌과 같을 것 같아....
그렇게 시간을 뛰어 넘어 느껴봅니다
+시사랑 달항아리님의 비평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우선 우리의 글, 한글이 지금 이순간에는
참 어려운 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시에서
: 글쓴이는 어제와 과거, 오늘과 현재, 내일과 미래, 이 상관관계에 많은 의미를 두고 시를 쓰신 것같습니다. 사전적인 의미로 풀어보면 어제가 여럿 쌓여 과거가 되고 내일이 여럿 모여 미래가 되며 오늘을 찰나로 나눠야 현재가 됩니다.
: 시에서 보면 화자가 강조한 이것들의 의미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단지 각기 다른 연으로 나눠 시각적인 면으로만 구분하고 있어 오히려 지루한 흐름을 보여 주고 있을 뿐 입니다. 시작메모에서 말하듯이 인간이란 과거 현재 미래.이시간의 흐름 속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현재를 느끼고 미래를 그려보며 현재를 느끼는 인간사.
: 마지막 연에서 화자가 던진 종교적인 색채를 띠는 화두는
: 7,8연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5,6연은 보충하는 연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그러면 1연에서 4연은 그다지 필요 없는 사족이 아닐까 싶습니다.앞에서 말했듯이 별의미를 주지 못하며 지루한 흐름만 줄 뿐 입니다.
조금더 치열하게 시상을 잡고 시를 쓰시면 더 나은 글을 쓰시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많은 좋은 글 보여 주시길 빌며...............
=먼저 세밀하게 분석검토해 주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어 기쁘구요
지루함 충분히 지루하리라 생각되어지는군요
그 지루함은 제가 시상을 떠올리고 느낌을 갖게 된 시간과 과정을 그대로 옮기다 보니 표현이 그렇게 되었네요
님의 평을 읽고 제가 쓰는 시의 대부분이 그런 지루한 과정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 저의 성격이 글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군요 '조금 더 시상을 치열하게 잡고' 제겐 그런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마음읽기
열.
[겨울 이야기]
색종이를 접어
나무를 만들고
눈을 만들고
겨울을 만들어 봅니다
눈을 감으면
높은데서 내려오는 뽀얀 눈이
나무를 덮고
땅을 덮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입은 살포시 옆으로 길어지고
마음은 벌써
그 곳을 걸어갑니다
눈을 감고 걸어도
아무런 위험이 없는
그저 평화로운
그 곳을 걸어갑니다
솜털 같이 내리던 눈도 작아지고
가벼운 바람도 사라지고
모든 것이 잠든 시각에도
그 곳을 걸어갑니다
나의 살던 고향의 겨울로 걸어갑니다
2000.12.18
+시사랑 하이에나님의 비평
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우선 님의 상상력의 힘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뿐아니라 종합적인 면에서도 시로써의 형식을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상당한 기간동안 글을 써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앞으로도 계속 님의 글을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홉.
[버스를 타고 가는 길]
가야한다
집으로
일요일 저녁
상도동에서
143번 버스를 타고
한강대교를 건너 서울역을 지나
굴레방다리를 지나 연대앞을 돌아
모래내를 거쳐 신사동 고개를 향한다
카페 창가에 꾸며진 반짝이는 금색 불빛의 화사함과
나무 가지가지마다 드리워진 반짝이 불빛의 형상과
울긋불긋 네온싸인의 어지러운 테두리의 현란함이
동무가 되어준다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이
동행자가 아닌 위로자가 되어
은은한 불빛을 뿜어내며 무어라 속삭인다
나를 보며 누군가를 떠올리라고
나를 보며 언젠가를 기억하라고
버스를 타고
오늘도 익숙한 길을 따라
집으로 간다
내일을 위한 나의 쉼터로
2000.12.17
여덟.
[첫눈 오는 날에는]
첫눈에 대한 기억도 없고
첫눈에 대한 추억도 없던
여고시절
작은 소망을 담았습니다
어느 누가 남긴 말인지
입으로 입으로
마음과 마음으로
흘러 흘러
첫눈 오는 날에는
팥죽을 먹었습니다
긴 기다림의 끝자락에 내린
남쪽 마을의 첫눈은
그렇게
팥죽을 먹게 했습니다
수줍은 첫사랑을
하얀 눈밭에 그리게 하고
여고생의 가슴에
안타까운 꿈을 꾸게 했습니다
작은 기대와 함께
또 다른 기다림을 만들었습니다
2000.12.12
+이 시를 남길 수 있는 것은.....
오늘 문득
오래 전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첫눈 오는 날 먹었던 팥죽을 생각했는데
연작시 공고란에 첫눈이라 씌어있네요.
그때를 기억하며 적어봅니다.
그런데 저의 첫사랑에는
팥죽의 추억도 어찌할 수 없었나 봅니다
그래도 이렇게 웃으며 이런 글을 남길 수 있어
추억을 만들어준 그 시절에 고맙고 행복합니다
일곱.
[살아있다]
살아있다
살아있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
마음이 움직이고
생각이 움직이고
머리가 움직이고
손과 발이 움직이고
팔 다리가 움직인다
지금
나는
모든 것이 멈춤이다
마음도
생각도
머리도
손과 발도
팔 다리도
나의 모든 것이 멈춤이다
움직일 수가 없다
나의 모든 것이 마비상태이다
나는 잠들어 있다
나는 죽어있다
2000.12.8
+지금 이 순간의 나의 느낌이자 나의 모습인가....?
여섯.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삶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인가보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누구도 그것을 거부하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죽는 힘을 다해 거부한다면 모를까...
그래서 우리는 삶을 기대한다.
더 소중한 만남을.
그리고 아름다운 이별을.
오늘도 나는 만남과 이별의 공간에 서 있다.
어느 곳으로 나의 마음의 발을 내딛게 될지 모르지만
나는 만남도 이별도 함께 사랑하려 한다.
만남을 이끌어 주는 이별까지도.
2000년11월 마지막 날 밤의 사색
다섯.
[나는 하늘을 본다]
홀로 길을 걸을 때면
나는 하늘을 본다
나도 알 수 없는 아픔이 밀려올 때면
나는 하늘을 본다
가슴 벅찬 느낌으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를 때면
나는 하늘을 본다
나 걷는 그 길에 기대를 갖게 될 때면
나는 하늘을 본다
가끔 하늘의 색이 너무나 그리울 때면
나는 하늘을 본다
하늘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주어진 날들의 시간에 감사 할 때면
나는 하늘을 본다
하늘이 나를 본다
2000.11.28
+사춘기를 보내고 지금까지 살아오는 세월동안 습관처럼 되어버린
하늘 바라기를 반복해 온 나의 삶을 글로 써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늘 읊어보던 한마디... "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내가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지요.
앞으로도 늘 그런 삶의 여유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하늘은 나의 친구가 되어
나와 함께 해온 것 같습니다.
친구가 되어준 하늘, 나의 마음을 읽고 뭐든 알아주며
소리없이 위로가 되어준 하늘, 그런 하늘이 제겐 큰 힘이 된답니다.
그리고, 그 하늘엔 언제나 주님이 함께였습니다.
넷.
[크고 넙적한 플라타나스잎]
플라타나스잎이 길 위로 내려왔다.
찬바람 맞으며...찬비를 맞으며...
아직은 제 나무에서 멀어지기 싫은지
스산한 바람에도 그 자리를 지키며...
그래도 가까이 있고 싶어 제 나무 아래서 뒹굴고 있구나.
얼마 가지않아
길손의 발길에
낙엽을 치우는 아저씨의 손길에
사라지게 되리란 걸 아는지
크고 넙적한 잎은 자꾸만 오므라들고
나무는 섭섭해하지 않는다.
나무를 생각하는 마음을 알기에
2000.11.26
+어제 오늘 출근길에 버스를 기다리며 뒹구는 나뭇잎을 보고
초등학교 교정에 있던 키 큰 플라타나스 나무를 떠올렸습니다.
지금 보면 그리 크게 보이진 않을텐데...
그때는 그 나무가 참으로 커보였습니다.
이맘때면 모두들 나와 크고 넙적한 플라타나스 잎을 모아가며
교정을 정리하였습니다.
아마 월요일 애국조회를 하고 나서
반별로 나누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를 떠올려봅니다.
"회진초등학교"- 내가 다녔을때는.. 대덕동국민학교-그때를....
셋.
[고추잠자리와의 인사]
'야! 빨간 잠자리다.'
'아니야, 고추잠자리지!'
날고 있는 고추잠자리를 용케 잡아
이리저리 살피며 들여다 보고 자랑을 한다.
아이는 신이나 한참을 뛰어다니며 논다.
잠시 자연의 품에 안겨 뛰어놀던
행복한 시간을 뒤로하고
이제는 다시 장나감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우리 잠자리 데려가면 못살고 죽을것 같은데...'
'다시 날려보내줄까?'
아이도 잠자리 날아다니는 이 곳이 좋은지
날려주겠다고 한다.
'잠자리야, 안녕!'
아까 내가 날개 붙잡아 아프게 해서 미안해.'
우리 다음에 또 만나자.'
아이의 귓가에 고추잠자리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친구야! 안~녕~.'날아가는 고추잠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