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또 다른 부인 '죽부인'
열 두 개의 대줄기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옛 침구의 하나. 우리 조상들의 여름을 이겨내는 지혜가 돋보이는 피서 도구이기도 하다. 무더운 여름밤, 안고 자기에 알맞아서 죽부인이라고 했다. 이 죽부인을 가슴에 품고 자면 대나무의 차가운 감촉뿐만 아니라 솔솔 스며드는 시원한 바람에 저절로 숙면할 수 있다.
고려말 이곡(李穀)이 지은 의인체 한문 소설 '죽부인 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죽부인의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죽부인은 어머니에 준하는 대접을 받았기 때문에 아들이 아버지의 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예의였으며,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관속에 합장하거나 불에 태웠다고 한다. 품었을 때 찔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끈이나 못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만들며, 오늘날은 대부분 전남 담양에서 생산하고 있다.
▣ 옛 선인들의 '건강 여름 나기'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시절, 조상들의 여름나기는 계곡 물에 발을 담그거나 등물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모래찜질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을 실천하거나 숲에서 바람을 쐬며 시원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들 피서법에는 몸의 기운을 북돋워 주는 효과도 있다. 민간요법도 제대로 알고 하면 보약 보다 좋다고 한다.
♠ 탁족(濯足)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피서법은 졸졸 흐르는 계곡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 한방에선 탁족이 건강에도 좋다고 본다. 발은 온도에 민감해 찬물에 담그면 온몸이 시원해 진다. 또 흐르는 물은 간장 신장 방광 위장 등의 기(氣)가 흐르는 길을 자극한다. 꼭 계곡의 물이 아니어도 좋다. 샤워기의 찬물로 발바닥을 골고루 자극해도 고인 물로 씻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부부간에는 찬물로 상대방의 발을 씻어주면서 발바닥을 두드려주면 좋다.
♠ 각탕(脚湯)
무릎 아래 부위를 물에 담그는 목욕. 섭씨 43∼44도의 열탕에 3분, 16∼17도의 냉탕에 1분씩 담그기를 5번 되풀이한다. 하체의 피가 잘 돌아 관절염 환자나 하체가 약한 사람에게 좋다. 위하수증 탈장 치질 등 장기가 처지는 병에 걸린 이에게도 도움.
아이들이 감기몸살 등으로 열이 많이 나면서 입술이 새파랗게 변해 몸을 떨 때는 온몸에 땀이 날 때까지 10∼20분 정도 무릎을 열탕에만 담가 주면 효과. 뜨거운 물을 계속 갈아 주는 것을 잊지 말 것.
더위를 먹었을 때는 38도 정도의 온탕에 소금을 한 숟가락 정도 붓고 각탕을 하면 빨리 회복된다.
♠ 모래찜질
뜨거운 모래는 온몸을 오랫동안 데워 기가 잘 흐르게 해준다.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이나 신경통 소화장애 환자에게 좋다. 불면증 우울증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이에게도 도움. 또 까칠까칠한 모래알이 피부에 적당한 자극을 줘 살갗에 피가 잘 흐르도록 해 피부건강에 도움이 된다.
특히 바다 모래의 소금기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균을 죽이는 성질이 있어 피부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 온몸을 모래 속에 묻고 얼굴에 땀이 날 정도까지 있으면 된다. 심장질환 천식고혈압 당뇨병 환자는 피해야 한다.
♠ 삼림욕
여름에 가장 효과적. 피부 노출이 많기 때문에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라는 화학 물질을 가장 많이 흡수할 수 있다. 웃통을 벗고 하면 효과가 더 크다. 피톤치드는 면역력 을 강화시켜주는 물질. 가벼운 달리기나 뜀뛰기 맨손체조 등 유산소운동을 곁들이면 더욱 효과적.
▣ 열대야 속 숙면엔 취침 전 샤워, 등목이 효과적!!
에어컨이 없어도 손쉽게 숙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물을 이용해 체열을 식히는 것으로 취침 전 샤워나 등목을 자주 해주는 것이다. 물은 우리 주위에서 가장 비열이 큰 물질로 단위 질량당 가장 많은 열량을 빼앗아간다. 물 1g을 1도 올리는데 1칼로리의 열량이 소모되므로 차가운 에어컨 바람보다 수십배 많은 열량을 간단한 샤워로 없앨 수 있다. 이때 샤워는 몸을 구석구석 깨끗이 씻겠다는 생각보다 더워진 몸을 식힌다는 생각으로 해야하며 비누칠을 많이 하거나 피부를 세게 문지르는 일은 없도록 한다. 중요한 것은 샤워 후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선 안된다는 것으로 반드시 젖은 수건을 이용해 피부에서 물이 흐르지 않을 정도로만 닦아내야 한다. 이는 샤워로 인한 급격한 체열 손실 후 반사적으로 혈관확장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체열이 올라갈 때 생기는 열을 몸에 남은 물기가 없애주도록 하기 위함이다.
▣ 피서지에서의 건강관리요령
휴가철이 돌아왔다. 일상의 때를 훌훌 털고 산으로 바다로 바캉스를 떠나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그러나 피서지에서 한껏 휴식에 취해 있다보면 뜻밖의 질병을 얻어 모처럼의 휴가를 망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여행을 떠나기전 바르는 모기약, 소독약, 거즈, 1회용밴드, 해열진통제, 소화제, 지사제등의 상비약과 자외선차단제(SPF 15이상)등을 준비하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한다.
▲ 식중독
여행을 떠나면 식중독을 특히 유의해야 한다. 비위생적인 날 음식뿐만 아니라 통조림이 나 훈제식품 등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유효기간과 공신력 있는 제품인지 여부를 반 드시 확인하도록 한다. 해변가에서 싸게 파는 어패류는 먹지 말고 설사복통시에는 우유, 유제품, 과일주스, 찬 음식, 기름기 많은 음식을 삼가하도록 한다. 일시적인 지사제를 임시 방편으로 복용할 수 있으나 이질과 같은 감염성질환인 경우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 일사병 및 열사병
일사병은 고온에 오래 노출돼 체내 수분과 염분이 모자라면 서 두통, 구토, 쇠약감, 식욕 부진, 근육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소금성분이 함유된 물이나 음료수를 먹는 게 좋다. 열사병도 일사병과 비슷하나 인체의 체온조절 중추가 마비된 경우를 말한다.
사망률이 70%이상 되는 무서운 병이다.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긴 뒤 얼음찜질 등으로 30분내에 체온을 38-39도로 떨어뜨려야 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는 오랫동안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나갈 때도 반드시 모자와 선글라스 등을 착용하도록 한다.
▲ 벌레에 물렸을 때
여름 휴가지에서 가장 귀찮은 존재는 역시 모기 등의 곤충.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고 령자는 특히 뇌염모기에 물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밤에 잘 때 가급적이면 모기장을 설 치하는 게 좋고 초음파 모기 퇴치기나 전자모기향을 키고 자도록 한다. 산에 오르내릴 땐 긴 상, 하의를 입는 게 안전하다.
벌은 사람이 직접 해치거나 가까이 가지 않으면 먼저 공격을 하지 않는다. 일단 벌에 쏘 였을 때는 깨끗한 손으로 벌침을 빼주고, 쐰 부위를 문지르지 말아야 한다. 얼음물에 적신 물수건으로 냉찜질을 해주면 통증이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