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udira - 35.8 - Laza]
-도리스에게서 음악 연주 선물 받은 곳.
-관리 사무실 따로 있는 알베르게. 우측 약국 건물 가기 전에 등록.
-알베=3유로-40석 정도.
-엉터리 식당(까르네 주문에 마카로니가 올라 온 식당)
어제 아침도 침대에서 벗어나기가 싫었고
오늘 아침도 더 누워있고 싶은데 이야기를 나누려고
마음먹고 옆 자리에 누운 빌바오 ‘마리오’ 가 일어나기에 따라 나섰다.
함께 걸으며 사진을 찍고, 찍어 줬는데
가솔린 기술자라고 했는데도 영어로 의사 전달이 되어서 다행이다.
72세 답지 않게 건강한 몸은 그 보다 훨씬 적은 나이로 보이고,
2003년부터 매년 은의 길을 걸었다고 하니, 올해로 7번째.
돌 십자가 탑 앞에서 모자를 벗었다. ‘감사합니다’
카미노 표지판에는 POR LAZA 195.953 km 새겨져 있다.
이유 못 물어 본 게 지금도 아쉽다.
마을을 벗어나자 안개가 자욱한 경치를 사진기에 담느라고 발걸음이 늦어지고
‘마리오’와는 결국 준비했던 질문을 못하고 말았는데
‘여기 말고도 안개 피어오르는 곳이 많다’는 말을 남기곤 바람처럼 고개를 넘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진 252]
![](https://t1.daumcdn.net/cfile/cafe/1334B2044C307B3A02)
[사진 257]
![](https://t1.daumcdn.net/cfile/cafe/176E73014C307B4D14)
[사진 271] 농사 준비로 씨감자가 가득한 마당. (08:07)
![](https://t1.daumcdn.net/cfile/cafe/150250014C307B65CA)
[사진 283] (08:38)
![](https://t1.daumcdn.net/cfile/cafe/164554054C307B7CCB)
[사진 284] 안개 사진 중 마음에 드는 것.
![](https://t1.daumcdn.net/cfile/cafe/1462C1024C307B9474)
[사진 300] 호수가 잘 보이는 곳 (09:41)
![](https://t1.daumcdn.net/cfile/cafe/1854B7024C307BAD8A)
[사진 301] (09:47)
![](https://t1.daumcdn.net/cfile/cafe/19271C024C307BC1EA)
[동영상 315]
가는 길은 산마루턱을 올랐다가는 내려가기를 여러 차례 거듭하면서 오른쪽 멀리 호수를
곁눈질하다가는 잊어버리고 산들로 가득한데 가까운 곳엔 이름 모를 꽃들이 무성하고 먼 곳에는
나무도 없는데 거북이 등처럼 여기 저기 굵은 선들이 그어져 있다.
높은 산에서 막 내려가는 길을 따라 급하게 걷다보니 Campobecerros 긴 이름 가진 마을이
산 밑에 엎드려 있다.
[사진 317] 산속 마을, Campobecerros
![](https://t1.daumcdn.net/cfile/cafe/19200B034C307BDBA1)
첫 눈에 바르가 보이기에 들어갔더니 앞섰던 페페와 마리노가
이른 점심 식사를 하는데 메뉴가 좋아 보여 그대로 달라고 했다.
돼지고기는 비계가 그대로 있는 채 4점, 계란 프라이 2, 그리고 초리소. 맛있는 빵이 넉넉하게.
나도 놀란 건 돼지 비계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는 것.
체력이 달리니 몸이 요구하나?
계란 프라이는 노른자를 터트려 빵에 찍어 먹는 건 공통적이다.
작은 병맥주 포함 7유로.
식사를 마친 마리노는 나에게 쪽지를 넘기고 출발했는데
TO THE GOOD OLD TEACHER RYU ! FROM MARiNO G,B,Y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마리노에서 I 대문자 대신 i 소문자로 쓰는 것도 특징 ?
다시는 만날 수 없으니 쪽지로 인사를 대신하는가 보다.
곧 바로 나가봤으나 돌아가는 골목은 텅 비어 있었다.
나중에 얀 부부가 도착하고 동네 사람들이 들어오니 얀이 모두 함께 기념 촬영을 하자고 해서
폭소가 터지고 사진을 찍었는데 짐작엔 거동이 불편한 나이 드신 할머니가 이집 부인의
친정어머니로 보이고 얼굴도 많이 닮아 있었는데 이런 경우는 여러 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여기도 딸들의 영역과 역할이 활발한가 보다.
이 집에서 배 불리 먹고 골목을 돌아가 멀지 않은 곳에 바르와 숙소가 있었는데
바르의 주인이 문 깐에 서서 안내를 하는 것 같은데 배는 이미 포만감으로 가득한데 ..............
장사는 목이 좌지우지 한다. 란 말이 실감난다.
[사진 325 / 327 / 328 / 332 / 333] (11:25 - 12:15)
![](https://t1.daumcdn.net/cfile/cafe/153CB2024C307BF3C7)
![](https://t1.daumcdn.net/cfile/cafe/176972034C307C1107)
![](https://t1.daumcdn.net/cfile/cafe/116D15034C307C2706)
[사진 346] 길가에 물이 반갑다. (13:00)
![](https://t1.daumcdn.net/cfile/cafe/206275034C307C4525)
[사진 347] 산에 덩그마니 서 있는 표지판.
![](https://t1.daumcdn.net/cfile/cafe/157FF1014C307C5A9D)
[사진 361] 그림의 주인공이 사는 집 같은데…….
![](https://t1.daumcdn.net/cfile/cafe/19665C034C307C732A)
얀 부부를 앞세우고 나는 한참이나 기다린 뒤 출발하였다.
산골 동네를 여유만만하게 돌아 아스팔트길에 나오니 페페가 앞에 있다.
오후 3:30 경 ‘라사’표지판을 보고 페페가 지나는 사람에게 인사말 나누고 알베르게 묻고
다시 끝인사 나누고 한참을 기다려 알베르게 사무실 찾아 돈 내고 도장 받고
침대 시트 받은 후 알베르게를 찾는데 설명 들었던 말과는 방향이 다르다.
결국은 엉뚱한 곳에서 다시 알베르게를 정확히 찾기는 했다.
스페인 사람도 헤맬 수 있는데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는?내가 그 경우였었다.
나 보다 훨씬 먼저 출발한 독일 ‘미쉘’은 엉뚱한 방향 그러니까 내일 나가는 방향에서 들어온다.
[사진 379] 노란 차 있는 골목이 알베르게 사무실. (15:28)
알베르게는 왼쪽에 성당을 두고 더 올라가야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04BA014C307C93B9)
[사진 381] 길을 헤맨 듯 한 ‘미쉘’
![](https://t1.daumcdn.net/cfile/cafe/11720B014C307CA9E5)
아마도 마을을 지나쳤던 것 같다,
잠시 후에 얀 부부도 들어왔다.
시설이 좋은 알베르게는 쾌적한데다 넓어서 좋았다.
침착한 얀이 비누를 안 가지고 왔다고 내 것을 빌려 쓴다.
호세 일행도 땡볕을 즐기고 있다.
응접실에 도리스가 얀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반가워 들어갔더니 오른쪽 다리를 들고는 쩔쩔 맨다.
이야기인즉 종아리 아랫부분이 당겨서 걸을 수가 없단다.
내가 만져보니 근육통 같았기에 뜨거운 물수건으로 맛사지를 해 보겠다고 했다.
서양 사람들은 얼음 등 찬 찜질은 해도 뜨거운 찜질 하는 건 못 보아서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조금씩 뜨거운 부분을 대 볼 테니 이상하면 곧 바로 말을 하라고 한 다음
주방에서 끓여온 뜨거운 물에 수건을 담가 천천히 찜질을 시작했다.
도리스의 얼굴을 보는데 표정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 같다.
자신을 가지고 30여분 계속했는데 발끝을 꼼지락 거려 보더니 아주 좋다고 한다.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나고 슈퍼도 문 닫을 것 같기에 시계를 보니 얀 부부가 도와주겠다고 한다.
묘하게도 오늘은 주방 시설이 훌륭한데 밖에 나가서 먹고 싶어 바르 2층에 있는 식당에 올랐다.
바르는 아들이 운영하고 식당은 부모가 운영하는 것 같은데 자리에 앉으며 야채 스프와 고기를 찾았다.
곧 바로 가져 온건 좋아하지 않는 국수 가닥 같은 게 들어 있는 Sopa de Fldes.
내 앞에 놨으니 물리칠 수 없어 그냥 먹었는데 ‘기사도 까르네’라고 분명히 말하면서 주문했는데,
가져 온 건 갈은 고기를 조금 섞은 ‘마카로니’
이게 아니라고 말했더니 ‘까르네’라고 말한다.
내가 조금 힘을 주어 손가락으로 가르치면서 ‘마카로니’하니까 접시를 가져간다.
처음 있는 일이라서 멍하고 있는데 다시 가져 온 건 굽지 않고 끓여서 만든 양고기,
그런대로 먹고는 11유로 주고 나왔다.
개운하지 못했지만 어절 수 없는 일.
알베르게에 돌아오니 도리스가 불러낸다.
다리를 낫게 해 줘서 고마움에 악기로 노래를 한 곡 들려주겠다고 하면서
모퉁이로 돌아 나가며 날 잡아끈다.
조금 당황했지만 그의 뜻을 금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 번 만났고 내가 단소를 불었는데도 한 번도 불거나 꺼내지 않았던
처음으로 본 바람주머니를 떼어 낸 백파이프로 감사의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순수한 마음이고 실내에는 사람들이 있기에 밖에서 들려주려는 의도란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그가 연주하려는 곡을 간단히 말했는데 모르는 곡이다.
두 번 정도 연습으로 소리를 가다듬고 연주하기 시작하는 데 열심히 부는 모습에 가슴이 찡해 온다.
들려오는 가락과 함께 내 마음이 말할 수 없도록 기쁨에 넘쳐흐름을 느끼게 한다.
긴 한곡을 고개 숙인 채 듣고는 끝나는 긴 소리에 고개를 들어 박수를 치며
내가 제일 좋아하며 백파이프 연주가 오리지널 같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청했다.
아주 익숙하게, 그리고 감정을 실어 꾸밈 음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가락에 나는 허밍으로 가락을 따라갔다.
마지막 긴 음이 끝나면서 인기척이 나기에 뒤를 보니 얀 부부가 서 있었고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을 보여 주면서 실내로 들어가자고 한다.
잠시 악기를 건네받아 살펴보았다.
입을 대고 부는 곳은 오보에와 흡사한 리드가 꽂혀 있고
이 걸 입에 물고 숨을 불어 소리를 내는데 백파이프에서 바람 주머니와 다른 관을 떼어내고
리드 부분과 손가락 닿는 부분만 연결해서 휴대하는 것 같았다.
실내에 들어와 자리에 앉고 보니 나에게 해 주는 말과 오가는 말의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일은 앞서간 실비아 따라 두 구간을 가겠다.’는 말에 모두들 헤어지는
작은 행사를 곧 송별식을 하는 셈이었다.
진하게 인사를 나누고 돌아 서는 나에게 도리스가 비닐 봉투를 내 밀며 ‘내일 점심’이라고 말한다.
나도 준비했다고 사양하니 본인은 내일 쉴 생각이므로 필요 없어 준다고
사양하는 나를 붙들고는 손에 비닐 주머니를 감아준다.
[사진 391] 도리스의 백파이프 연주 모습. 얀 부부도 경청, 테이블 위엔 내 단소도…….
귀중한 사진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0473024C307CC11A)
침대에 올라 눈을 감았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이야기 하면서 보여준 도리스의 잘 생긴 부모님, 탤런트 빼 닮은 언니와 언니의 두 딸,
사진이지만 널찍한 거실과 고풍스런 가구들, 가족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되새김질 한다.
다섯 나라 말을 쉽게 소통하는 걸 칭찬했더니 ‘나는 말 배우는 재주 하나 밖에 없다.’라면서
겸손해 하던 모습의 도리스.
내 둘째 딸과 같다고 말 했을 때 자신의 나이는 그 보다 한참 어리다고 눈 흘기던 모습.........
불편해 하는 순례자에게 당연히 해 줘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분에 넘치는 인사와 감사를 받은 셈이다.
[사진 387] 의미를 알기 위해 우선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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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님의 방명록은 순례 관련 문필가 답게, 어디서나 늘 정성껏 올려 주신다.
혹시 저작권에 저촉 될려나 ?
![](https://t1.daumcdn.net/cfile/cafe/1534C0044C307CF30C)
작성자 유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