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둠 속 틈 사이로 번져가는 한 줄기 빛과 같은
김임선 시인의 첫 시집 『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 찾기』가 〈푸른사상 시선 167〉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삶의 여정에서 마주하는 풍경과 사랑을 신선하고 감각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시어로 그려내고 있다. 어둠 속에서 발견한 한 줄기 빛 같은 시집이다.
출판사 서평
세계는 빛으로 가득 차 있으나, 정작 하늘의 별은 보이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으나 너무 화려한 조명들과 밝은 빛들은 어둠의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멀리 있는 것들의 빛은 종종 흐릿하게 나타나고, 너무 밝은 곳에서는 볼 수가 없다. 어둠 속에서 옛사람에게 길을 알려주었던 그 희미한 빛들은 이제 도시의 밤하늘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김임선 시에는 세계를 인식하는 남다른 감각이 있다. 시인은 쉽게 볼 수 있는 화려한 것들, 네온사인처럼 선명한 빛에서 시선을 거두고 잘 보이지 않는 흐릿한 것을 보기 위해 집중한다. 그러기 위해서 시인은 어둠을 응시해야 한다. 태양이 만물을 다 밝혀 보여주는 존재인 데 반해, 어둠은 존재의 윤곽을 감추고 가려준다. 모든 비밀들, 타자의 신비는 어둠 속에 존재한다. 시인의 첫 시집 『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 찾기』 속에 담긴 시인의 시선은 빛에서 어둠으로, 다시 어둠에서 빛으로 오고 가며, 어떤 곳에 계속 머물거나 고정되지 않는다. 소음 속에서 귀를 기울이고, 더 많은 소리를 듣기 위해 침묵을 택하기도 한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기 위해 시인은 계속 걸음을 옮긴다.
이 시집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집’ ‘길’ ‘문’과 같은 시어들인데 이것들은 ‘눈’과 관련이 있다. 시인은 머무르기보다는 움직이려고 하는데 그 움직임을 강제로 멈추게 하는 ‘벽’이나 고립되고 단절된 ‘집’과 같은 내부 공간들은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이에 반해 내부와 외부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문’의 존재는 긍정적으로 여긴다. (중략)
시는 우리에게 자기만의 지평을 만들어 보여준다. 물론 그것을 따라 걷든, 걷다가 새로운 갈림길로 빠지든, 하나의 길을 다른 길과 이어 새로운 나의 길을 만들든 모두 좋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길이 끝없이 펼쳐지게 하는 일이다. 시들이 연결되고 겹쳐지고, 계속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를 맞을 수 있도록, 수많은 시작들을 향해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 “과거는 빨래가 되고 전생은 세탁이 되고 찬란한 앞날이 햇볕에 말라”가면 “새로운 인생이 뽀송뽀송해”(「같은 옷을 두 번 벗지 않는다」)질 것이다. “찬란한 앞날”을 가진 이 시인의 다음 시집이 기다려진다.
- 김지윤(시인, 문학평론가, 상명대 교수) 작품 해설 중에서
목차
제1부
썰물 / 폭포 / 하얀 날갯짓 / 사활 / 바다다 / 감자 / 흰 눈이 피어요 / 항아리 / 헐! / 바비큐 / 죽은 뱀을 밟았다 / 파도를 나무라 부르고 숲에서 물고기 한 마리 구하네
제2부
동심 / 도움닫기 멀리뛰기 / 종 /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 색안경을 쓰는 일 / 뿜 / 시픔 / 우아함 / 날개 / 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 찾기 / 쓰디쓴 입맛 / 약간 열린 문 / 거기 엄마?
제3부
가스 그리고 라이트 / 붉을 적 / 가출 소녀 / 같은 옷을 두 번 벗지 않는다 / 질주 / 점심 / 앵무 죽이기 / 빨강 뺨치는 블루 / 사과나무와 뱀과 그림자 / 색, 피움 / 꽃 피지 마세요 / 표의문자 / 네가 보내온 하루 / 명랑한 여름
제4부
이름을 묻는다 / 조요오옹 1 / 조요오옹 2 / 숙모 장롱 그리고 쓰레기 / 나를 향하는 낙하 / 불합리 / 인격충전소 / 빨랫줄과 십자가 / 닭 / 고시원 / 집 / 왼손 / 청어가 온다
제5부
정전 / 잠투정 / 귀가 / 목성의 날 / 미생 / 고속 / 고요한 밥상 / 버스 정류소에서는
작품 해설 : 이어지는 길, 잇는 시 - 김지윤
작가 소개
김임선
글작가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993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해 소설집으로 『섹시하거나 은밀하거나』 『봄을 여의다』, 장편소설로 『직지』 『바람집』이 있다. 2020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첫 시집 『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 찾기』를 간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