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베개를 받아 꼭 안고 있던 지호는 찔끔찔끔 재효의 옆으로 다가갔다. 속으론 쾌재를 부르면서도 온 집을 뒤집어가며 정리한 탓에 피곤하게 늘어진 몸을 가누질 못 해 손만 팔락거렸다. 원래라면 첫날밤 기념으로 씻은 후에 뽀얘진 볼을 한번 깨물고 자는 게 목적이었는데 그것도 힘이 없어 제대로 못 하겠다. 가위바위보로 겨우 이겼는데 이렇게 기회를 쉽게 날리다니! 이럴 순 없어! 물론 속으로만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지호 침대에 처음 누워봐아." "으이그……. 뭐 하고 살았냐." "피아노 치구……." "얼른 누워."
조심스레 침대로 기어올라와 끄트머리에 쭈그리고 눕는 폼에 지호를 안아 가까이 확 끌어당겼다. 쪼르르 딸려와 본의 아니게 품에 기대게 된 지호는 괜히 불편하다며 몸을 이리저리 꼼지락거렸다. 이렇게 자면 따뜻해.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중얼거리자 움직임이 조금은 멎은 듯 했다. 마주보고 누워 눈을 감고 있는데도 지호가 저를 빤히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재효야아." "응……." "불편한데……."
꼼지락거려 품에 폭 파고든 지호가 자꾸 몸을 뒤척였다. 아기를 키우는 기분이 이런건가. 잠은 오는데 자지는 못 하고, 얘를 안 재우면 내가 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졸린 눈을 비벼 겨우 떠내고서 지호의 목 뒤로 팔을 넣어 팔베개를 베어주곤 어깨를 꼭 안았다. 아까보다도 더 가까워져 하나처럼 꼭 붙으니 그제야 지호의 뒤척임이 멈추었다. 이제 좀 괜찮아? 가늘게 눈을 떠 시선을 맞추자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재효 어깨 되게 넓다아. 지호는 쪼끄만데……. 재효 코 완전 높아, 신기해! 우와……. 속눈썹 지인짜 길어. 꼬물꼬물. 꼼지락꼼지락. 잠이 들려 치면 자꾸 뭐라뭐라 옹알거리고, 손으로 어깨며 눈가며 콕콕 짚어대 쉽게 잠에 빠질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누군가와 같이 잔다는 마음에 설렘이 강했는지 아까 보았던 지호의 눈이 꽤나 또랑또랑 했던 것이 기억났다. 어휴……. 한숨을 내쉬며 무거운 눈꺼풀을 슬쩍 들어올리자 기다렸다는 듯 지호가 곧장 시선을 맞춰왔다.
"지호야, 안 졸려?" "으응……." "그러다 내일 지각할라." "지호 재워줘!"
재운다고 해서 결코 잠들 것 같지 않은 눈으로 날 올려다봤다. 엄지로 조심스레 눈꺼풀을 쓸어 꾹 감겨주고, 다시 어깨와 등허릴 감아 안으며 이불을 끌어다 덮었다. 엄마 아빠와 안 지낸지 오래된 탓에 스킨십을 유난히 좋아하는 지호는 잠들긴 커녕 또 꺄르르 웃기 바빴다. 지호야, 얼른 자야지. 조금은 지친 목소리로 칭얼대자 내 허리에 팔을 감아오며 가슴팍에 머릴 부벼댔다. 재효 많이 피곤해? 그제야 걱정스레 물어오며 입술을 톡 내미는 것이 가슴팍에서부터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이젠 이런 방법으로 내 수면을 방해하는구나. 으으, 잠이 달아날 것 같은 눈꺼풀을 억지로 꽉 닫으며 지호의 등을 토닥였다.
거의 잠이 들락말락, 등을 토닥이는 손에도 점점 힘이 빠져 느리게 쓰다듬는 도중에 잠든 줄 알았던 지호가 또 꼼지락거렸다. 재효야아. 아까보단 잠에 먹힌 목소리로 옹알거리는 것에 고갤 살짝 숙이자 턱 끝으로 쪽, 가볍게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당연히 한순간에 잠이 싹 달아나버렸다.
비몽사몽 옹알거리며 들었던 머릴 다시 가슴팍으로 폭 파묻고는 잘자아. 하고 새근새근 숨을 내쉬었다. 도톰한 게 턱 끝에 닿았던 것이 잊혀지질 않아 잠이 확 달아난 눈꺼풀만 멀뚱히 꿈뻑거렸다. 아…… 씨발…….
자꾸만 재생되는 입술의 촉감에 밤을 꼴딱 새버렸다. 지호에게 내 잠을 모조리 넘겨준 꼴이었으나 지호가 밉지 않은 것은 턱끝에 남은 약한 온기 때문일 것이다.
* * *
"나도 그렇게 하면 남자들한테 사랑 받나?" "지랄, 걔들이 천상 게이라서 그런거야." "근데 걔 진짜 은근히가 아니라 완전 적극적인데?" "그치? 동거하고 나서 그게 더 심해졌데." "지들한텐 좋은거지, 뭐." "당연하지. 계속 그렇게 몰고 가면 따먹기도 훨씬 쉬워질테니까."
* * *
지훈은 벚나무에 처박힌 척추가 아파 쇼파에 앓아 누웠고 지호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마이만 벗어던진 채 피아노로 뛰어들었다. 지호 덕에 일주일간 꽤나 취향이 고상해진 셋은 오늘은 지호가 무슨 곡을 칠까, 자연스레 관심이 쏠렸다.
지호는 고운 얼굴과는 다르게 꽤나 강렬한 곡을 즐겨 연주하곤 했다. 대표적으로, 그나마 알아듣는 비창이나 각종 행진곡을 치는데 현악기 없이도 부족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 귀에 확 들어오도록 화려하게 기교를 넣어가며 피아노를 내리쳤다. 지호는 손가락이 열네개거나 손이 네개일거야. 그런 생각으로 손바닥을 끌어다 손가락 갯수를 콕콕 세어 보았으나 열 개 뿐이었다. 작고 곱기만 한 손으로 웅장하고 강렬한 곡을 저리 세게 내리치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우어어어어. 지훈이 괴상한 함성을 뱉으며 박수를 짝짝 치자 지호가 부끄러운 듯 괜히 볼을 긁적였다. 아직 수정할 데가 많아서……. 그렇게 옹알거렸지만 간혹 행진곡을 치다 제가 써내려갔던 악보로 눈치 못 채게 슬쩍 바꾸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빳빳하게 프린트된 악보가 아닌, 자신이 직접 그려가며 수정하느라 손떼가 묻어 조금은 지저분한 악보들. 가끔은 감성적이고 우중충한 곡이었다가도 직전에 치던 행진곡처럼 강렬하기도 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기분처럼 설레기도 했다. 거의 완성된 4분짜리 곡임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감추더니 오늘에서야 꺼내보였다.
"이거 칠거야?" "으응." "오……. 악보 장난 아니다. 완전 빡빡한데?" "작년 겨울에, 쓴건데……."
부분부분이 여러번 지워 거뭇해진 악보를 꺼내들며 지호가 수줍게 웃어보였다. 아직 제목은 없어. 여러장의 악보를 찬찬히 넘겨보며 지호가 작게 중얼거렸다. 널찍한 의자에 지호를 가운데 두고 태운과 재효가 양 옆으로 앉아 지호의 허릴 감아안았다. 그저 좋은지 바닥에 살짝 닿지 않는 다리를 팔락이며 악보를 첫 장으로 넘겨 악보대에 얹어두곤 조심스레 건반 위로 손을 올렸다. 흐우. 괜히 긴장되는 듯 길게 숨을 몰아쉬더니 악보를 빤히 쳐다보며 하나 둘 건반을 눌러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웅장하게 울리는 화음에 놀라기도 잠시, 눈이 따라가기도 버거울 정도로 빠르게 손이 저 아래부터 원위치까지 올라오길 반복했다. 여느때와는 다르게 꽤나 살벌하게 굳은 표정이 곡의 분위기에 무게를 더 실었다. 우와……. 가만히 입만 벌리고 바쁘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겨우 쫓았다. 한 손으로 가벼이 건반을 두드리다 악보를 넘기며 다시 빠르게 양 손을 놀렸다.
"와……." "진짜 쩐다."
정말 그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거세게 내려쳐 웅장하게 울리던 화음이 점점 여려지더니 긴 악보가 마침표를 찍었다. 흐. 짧게 숨을 내쉬곤 거친 악보를 따르던 고운 손을 들어 탈탈 털어댔다. 이야, 우리 지호! 감탄사를 뱉으며 지훈이 시끄럽게 박수를 쳐댔고 둘도 곧 따라 박수만 짝짝, 쳤다. 노래 이상해? 수줍게 웃으며 아직까지 멍한 둘을 번갈아 쳐다보며 묻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고갤 내저었다.
"지호 진짜 잘 한다." "피아노 이렇게 잘 치는 사람 처음 봐." "진짜?"
쏟아지는 칭찬에 지호가 그저 좋은듯 히, 웃으며 태운의 어깨에 머릴 기대 부비거렸다. 그렇게 둘이 은근히 알콩달콩하는 사이 재효는 건반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건반 위를 화려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잔상처럼 계속 떠돌아 정신이 황홀해질 지경이었다. 천재라 부르는 이유가 있구나. 곡도 직접 쓰고.
"지호야, 우리가 알만한 노래는 뭐 없어?" "어떤거?" "……."
공부를 좀 한다는 둘이라도 예체능 방면으론 영 문외한이라 곡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음……. 같이 고민하던 지호가 손가락 두개를 들어 흰 건반을 톡톡 내리치며 둘을 힐끗 올려다봤다. 이거는 알아? 익숙하고 단순한 멜로디에 재효가 고갤 끄덕여도 태운은 그저 어리벙벙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이제 뭔데? 지호 뒤로 손을 뻗어 재효를 콕 찌르자 별다른 반응이 없다. 혼자 공감하고, 치사한 새끼. 태운은 투덜대기만 했다.
"지호야, 이거 무슨 노래야?" "응?" "아, 존나 잘 감상하고 있었는데!!" "졸라 초쳐, 표지훈."
젓가락 행진고옥. 둘이 비난을 쏟듣 말든 지훈을 돌아보더니 손가락 두개를 들어 까딱이며 대답했다. 아유, 귀여워. 하루종일 행복하기만 한 지훈은 실실 웃으며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멍든 척추를 이끌고 겨우 피아노 의자 뒤로 다가가 지호의 허릴 꼭 감싸안으며 어깨로 턱을 괴었다.
"너 또 개수ㅈ," "놉." "개수작 부리는거 같은데." "착각이야, 착각. 지호야, 피아노 좀 쳐줘." "우으응, 불편해애."
지호가 금새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허릴 감아안은 지훈의 팔뚝을 콩콩 두드렸다. 지호가 좋아 죽겠는 지훈은 그 말에 충실해 당장 양 옆에 앉은 두마리를 거침없이 걷어내곤 의자에 다릴 널찍이 벌리고 앉아 그 사이로 지호를 폭 앉혔다. 등에 따뜻하게 닿는 느낌이 좋은지 또 헤프게 웃어대던 지호가 다시 건반 위로 손을 얹어 연주를 시작했다. 차례대로 높은 음계까지 느리게 타고 올라갔던 손가락이 다시 뚝, 아래로 떨어졌고 본격적으로 음을 내며 분위기를 자아냈다. 길고 길어서 지루하고 하품만 나는 걸 왜 듣냐, 는 말은 이제 나올 것 같진 않았다.
"표지훈 엉덩이 존나 커." "너 때문에 짝궁뎅이 될 것 같음." "시끄러, 잘 안 들리잖아." "좀 옆으로 가라고, 돼지새꺄."
물론, 쓸데없는 잡담을 곁들였기 때문이겠지.
* * *
"너네 동생도 애정 표현이 되게……." "이상한건 먼저 시작해놓고 마지막은 딴놈이 득 본단 말이지." "빙고. 백허그는 지훈이 먼저 했는데 지호는 재효한테 자꾸 안아달라 한데. 피아노 칠때." "왜? 너네 동생이 더 푹신한거 아냐?"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태운이가 물어보니까, 재효가 말라서 의자에 앉을 자리가 더 많이 나고 편하데." "머리가 은근히 잘 돌아가네." "사회성이 결여된거라니까. 딴건 다 멀쩡해."
* * *
옆에서 콕콕 찌르는 느낌에 가늘게 눈을 뜨자 불이 번쩍이는 티비가 먼저 들어왔고, 작은 그림자가 눈 앞을 폭 덮었다. 피곤한 눈을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자 지호의 시선이 쭉 따라 올라왔다. 원래는 지훈이와 같이 자고 있어야 할 시간에 어떻게 살금살금 빠져나왔는지 태우나아, 하며 조금은 졸린 눈을 부비며 태운의 손을 잡고 팔랑팔랑 흔들어댔다. 응, 지호야 왜. 자연스레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지호를 안아올렸고, 무릎에 폭 안착한 지호는 목을 꼭 안아오며 칭얼거렸다.
"지호 목말라아……." "목말라? 물 줄까?" "우응……."
눈을 자꾸 부비작거리며 몽롱한지 머리가 이리 픽 저리 픽 꺾었다. 태운도 크게 하품을 하곤 지호의 엉덩일 받쳐들고 부엌 쪽으로 향하였다. 목마르다며 방 밖까지 걸어나온 지호는 금새 목덜미에 볼을 부비며 새근거렸고 엉덩일 토닥이는 태운의 손짓에 간간히 볼을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다른 냉장고들보다 한참이나 아래에 있는 조그만 냉장고 앞에 쪼그려 앉아 지호의 등을 받치자 다시 또 목마르다며 다리를 팔락팔락 흔들었고, 문 여는 소리에 어깨에 묻었던 고갤 돌려 냉장고 안을 도로록 훑어봤다. 온갖 음료를 넣어둔 냉장고인지라 오렌지 주스부터 시작해서 홍삼 농축액까지 갖가지가 쌓여 있었다. 다 무시하고 물이나 마셔야지, 했는데 냉큼 손을 뻗은 지호가 작은 딸기우유 팩을 꺼내들었고, 방금까지 병든 병아리마냥 꾸벅대던 애가 맞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입구를 따내곤 생글생글 웃어댔다.
"지호 이거 먹을래!" "잘밤인데 그냥 물 마시지." "으으응, 이거어."
뺏을 것처럼 손을 뻗자 어깨를 살살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 탓에 한숨만 푹 쉬었다. 닫은 냉장고 문에 머릴 기대고 아기마냥 우유를 꼴딱꼴딱 삼키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희미한 목젖이 꼴딱꼴딱 넘어가며 움직이는 게 밤에 보니 꽤 섹시해 보이기도 하고, 살포시 휘어진 눈매를 쓸어내리자 꼭 감는 것도 귀여워 살풋 웃어보였다.
"지호야, 너무 많이 마시진 마." "웅……. 시러어, 줘." "다 마시면 배탈나." "힝……."
밤에 잠기운까지 겹쳐 칭얼거림이 평소보다 더했다. 지호 우유우. 졸렸던 눈은 이제 잠을 다 떨쳐냈는지 장화 신은 고양이마냥 동그랗게 뜨여있었고 늘어진 다리의 발끝을 까딱이다 우유를 뺏어든 손을 양 손으로 감싸고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입가에 분홍빛 우유가 묻어있는 건 알고 이러는지. 마냥 귀엽기만 한 모습에 슬핏 웃으며 남은 손을 들어 머릴 쓰다듬었다.
"우유 주세요, 태우나." "배탈 난데도."
금새 또 찡찡거리며 동그랗던 눈매를 폭 접어 울상을 지어보였다. 으이그, 애기야, 애기. 지호의 볼을 쓰다듬으며 남은 우유를 내밀자 금새 울상이었던 얼굴을 펴고 받아들어 조금 남아있던 금방 우유를 해치우더니 아쉬운지 괜히 입술을 오물거리며 입구를 쪽쪽거렸다. 더 먹구싶다. 우유를 다 마신게 그리 아쉬운지 지호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그제야 우유곽을 입에서 떼곤 태운을 올려다봤다. 이유가 뭔진 몰라도 맞춘 두 눈을 빤히 쳐다보고만 있다가 태운이 손을 들어 가만히 보들보들한 지호의 머릴 쓰다듬었다. 움찔하며 움츠러들었던 지호가 살금살금 고갤 들어 태운을 올려다봤고, 우유곽을 꼭 쥔 손을 제 손으로 푹 덮은 태운이 고갤 살짝 숙여 머릴 가까이 붙여왔다.
"태우나, 너무 가까운데에……." "지호야." "응?"
계속 맞추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웠는지 고갤 돌린 지호가 금새 태운의 부름에 다시 원래대로 돌려 태운을 올려다봤다. 이마가 먼저 콩, 닿았고 지호가 어깰 움츠리며 눈을 꽉 감았다. 밤이란 글자 아래로 괜스레 기분이 충동적인 감정따라 느리게 흘러가는 것은 비단 태운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 듯 했다. 우유곽을 쥔 작은 손에 힘에 들어가는게 느껴졌고 고갤 조금 더 낮춘 태운이 살짝 웃어보였다.
지호는 꽤나 가까워진 태운의 따뜻한 체온과 포근한 향 때문에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이었다. 평소엔 엄마같고 편안하기만 했던 모든게 오늘은 왜 제 예민한 감각을 일깨우는데만 쓰이는지 지호는 알 길이 없었다. 이유없는 긴장에 자꾸 꼼지락거리는 손을 태운이 꼭 감싸쥐었다. 감정이 이렇게 크게 일렁일 땐 피아노 칠 때 밖에 없었는데. 낯선 느낌이 저를 왈칵 집어삼킬 것 같아 불안함에 몸을 떨었다. 금새 태운이 다정히 볼을 쓸어왔고, 가늘게 뜨여진 시야 안으론 태운의 얼굴만 가득했다. 괜히 지훈이 그 위로 겹쳐져 지호의 볼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지호야." "응……."
조금은 잠기운이 남아있는지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부끄러움에 눈을 내리깔고 우유곽 모서리만 매만졌다. 볼을 쓸던 엄지가 느릿느릿 입술 쪽으로 다가왔고 괜스레 심장 한쪽이 꽉 쪼그라드는 느낌에 눈을 꽉 감았다. 조심스레 입가를 훑던 손길이 떨어졌고 대신에 약하게 닿아오던 숨소리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어깨를 움츠리고 고갤 뒤로 빼 피하고 싶었으나 뒤에서 단단히 막고 있는 냉장고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볼을 쓰다듬던 태운의 손길이 허리에 닿았고 슬며시 감아안으며 지호를 제 가까이로 끌어당겼다. 닿은 이마 때문에 자연스레 지호의 머리가 들렸고, 입술이 가볍게 쪽, 소릴 내며 맞닿았다. 간지러운 감각에 지호가 볼을 빨갛게 붉히며 우유곽이 구겨질 정도로 억세게 쥐자 태운이 등을 느릿느릿 쓰담았다.
"으응, 간지러어……."
붉어진 볼을 감추기 급해 닿았던 입술을 떼며 고갤 돌리자 태운이 허릴 안았던 손을 들어 지호의 턱을 잡아 다시 제 쪽으로 돌렸다. 불안하게 흔들리던 시선이 태운에 맞춰지자 조금은 멎어드는 듯 했으나 그와는 반대로 심박이 커져가기만 했다. 다시 가까워지는 얼굴에 살포시 눈을 감자 아까처럼 간지러운 입술은 닿질 않고, 대신에 입가에 촉, 촉 연신 다정하게 닿아왔다. 살금살금 눈을 뜨자 태운이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왜, 왜 웃어……." "우유도 입가에 묻히고 먹으면 어떡해."
입술을 툭 내밀고 눈만 살짝 치켜뜬 채 태운을 노려보자 그저 귀엽다는 듯 머릴 쓰담아왔다. 씨이. 괜히 씩씩대며 투덜거릴려던 순간에 갑자기 확 가까워진 태운이 꾹 입맞춰왔고 놀라서 입이 닫히기도 전에 입 안으로 눅눅하고 말랑한 것이 밀고 들어왔다. 으응……! 밀어낸답시고 혀를 움직이다 서로 닿자 묘하게 짜릿한 느낌이 척추를 타고 쭉 올라오는 것 같아 발끝을 잔뜩 움츠렸다. 그 말랑하게 제 입 안을 헤집는 것이 혀라는 것을 알았을 땐 벌써 태운의 목엔 지호의 팔이 걸려있었고, 지호의 손에 쥐어졌던 우유곽은 형편없이 구겨진 후였다.
"흐으, 흐……." "하……."
가볍게 잇새로 두툼한 아랫입술이 물렸다 놓아졌고, 조금 벅차는 숨을 고르며 조심스레 눈을 떠 태운을 올려다봤다. 더 붉어질 것도 없을 줄 알았던 볼이 이제는 아예 타버릴 것 같아 태운에게 매달렸던 팔을 풀어 볼을 감추었다. 그런 지호가 여전히 귀엽기만 해 그제야 지호의 엉덩일 받쳐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첫키스인지도 모르면서 본능적으로 부끄러워 죽겠는 지호는 태운의 어깨에 고갤 폭 묻으며 볼을 부비거렸다.
"얼른 들어가서 자. 지훈이 깰라." "으응……." "잘 자, 지호야."
지훈의 방문 앞에 지호를 내려둔 태운이 우유곽을 받아들고 평소처럼 다정히 웃어보이며 머릴 쓰다듬었다. 볼이 잔뜩 붉어진 지호는 열심히 고갤 끄덕이다 닫힌 방문을 열고 살금살금 방 안으로 들어갔다. 걸음을 돌려 우유곽은 식탁 위에 대충 던져두고 방으로 가지 않고 다시 쇼파로 가 누웠다. 티비가 계속 켜져있었던 것을 이제야 알고 리모컨을 들어 꺼버리곤 달빛에 어슴푸레하게 무늬를 띄우는 천장만 멍하니 쳐다봤다.
많은 여자가 지나갔어도, 태운에게도 첫키스였다는 것을 지호는 평생 모를 듯 싶었다.
- 밤은 참 좋은 소재에요 이대로만 가면 재효가....으흫ㅎ*-_-* 읽어주시는 피디님들 늘 감사드림니당
첫댓글 으아 지코가귀엽다 잘봤어요
와 대박이네요 진짜 헙 저까지 가슴이 다 설레서 정말 재밋어요 오늘도재밋게읽고갑니다
하...역시...잘쓰십니다...ㅜㅜ애기같은지호ㅋㅋ상상될것같네요ㅜㅜ재미잏게보고있습니다!!
으아아 너무 설레요ㅎㅎ
와.....진짜 달달터지네요.......♥괜시리 설레지는 글..
....♥지호 너무 귀염 터지네요...!!
첫키스는 결국 우태운님께...ㅎㅎㅎ 잘보고가요!!!!!
허러럴ㅇ..완전 귀염터진다 지호아가..설리설리해영..
*-_-*사랑해요 이거 너ㅓ무좋아요..
ㅋㅋㅋㅋ재효만 뽑호를 못했네여 핳 지호야 ㅇ슷ㅇㅇㄹㅁㄹㅁ기르를ㅇㄹ읾롤 그런변화 존나 좋은변화다 사랑한다 어서 빨리 ㅈㅐ효도 ㅈㅇㄴ도를 나가야할거 같긴한데 아오 누구랑 이어질지 궁금하네옥ㅋㅋㅋㅋㄱㅋㅋㅋㅋ 아이싱ㅇㅅㅇㅅㅁ롦로! 존나 이 게이들 찬성합디다 사랑행요 모두 행쇼라능핰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앙어허허허허헣어ㅠㅠㅠㅠㅠ히하ㅠㅓㅠㅏㄴ ㅓㅠㅠㅠ우지호 누구닮아서이렇게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진짜 내가다납치해서 키우고싶자나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지호로인해 세명이 ㅠㅠㅠ점점 닮아서 귀여워지는것같아ㅠㅠㅠㅠㅠㅠㅠ진짜 달달함이 폭풍 쏟아져서ㅠㅠ너무 좋습니다ㅠㅠㅠ이뻐요이뻐요ㅠㅠㅠㅠ
이거 대박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쪼꼬미 우지호ㅠㅠㅠㅠㅠㅠ이렇게 달달할수가있나ㅠㅠㅠ
아 지호ㅠㅠㅠㅠ쪼꼬만 지호 상상대서 너무좋네요ㅋㅋㅋㅋㅋ
아잌 아잌 부끄러워랔ㅋ근데이러다 갑자기 지호가 커버리면...
사랑입니다
애기지호애기죠...T^T....♥ 왜캐기여워요...? 피디님글찾아서오늘다보고자야겠어요재밋재밋ㅋㅡㅋ크크
으우우유유ㅠ유ㅠㅠ유우ㅠ끄ㅜ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ㅠ제가 얼마나 기다롯ㅡ렸는지 아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ㅠㅠㅠㅠ 정말 오빠들 뮤뱅 순서 기다렸다가 하하! 나올때보다 이거 제목 ㅂ는수ㄴ간을 더 기다렸사ㅓ녀ㅠㅠㅠㅠㅠ 아 나 음란ㅁㅏ귀같다...;; 여튼 닥가님ㅍㅍㅍㅍ퓨ㅠㅠㅠㅠㅠ 저 어떠해여 아 너무 구ㅣ여워요 진짜ㅠㅠ 애기ㅜㅜㅜㅜ애기애기해서 어떡해ㅠㅠㅜㅜㅠㅜㅜ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 재효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리 재효는 언제 진도나가요 아이고 세명이라서 좋아요 한쪽이 안나가면 다른쪽이 ㄴㅏ가곸ㅋㅋㅋㅋㅋㅋㅋ여튼 피디님 사랑핮니다ㅠㅠ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이거 이거 어떻해 이거 아..ㅜㅜㅠ 이거 너무 귀엽잖아 아 우지호ㅠㅠㅜ 정말 너무해ㅜㅠㅜㅠ 귀엽다고 귀여워 귀엽단말이야 귀여워ㅠㅠㅜㅜㅠㅓㅜㅠㅜㅠㅜㅠㅜㅠ 진짜 진심으로 사랑해요ㅜㅠㅠㅜ
올레~~!!!, 우우오우우웅ㅇ웅우 대박입니다~~!!! 만나샷 와진짜 대박 아?히히히? 다음편기대기대♥♥♥
끄아아아 ㅠㅠ 역시 재밋어요 ㅠㅠ 다음편도 더 기대할게요ㅠㅠ
재밌어요 ㅎㅎ 항상 잘보고갑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앜ㅋㅋ설렌다ㅠㅠㅠ너무기ㅜ여워용ㅠㅠ
헐 대박 역시 재밌어욧..ㅠㅠㅠㅠㅠㅠㅠ
아이런애기같은우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짘총은사랑입니다S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진짜 최고...으잉 설레요설레 가슴이 선덕선덕 ㅠㅠㅠ
애기우죠..
지코총수넘죠아여...사랑잊니다... ㅠㅡㅠ♥
헿헿헿 엄마미소 크리
어떻게 된게 점점..지훈이는 첫뽀뽀 태운이는 첫키스 재효는...첫...뭐가될까요?ㅋㅋㅋㅋㅋㅋㅋ
음...ㅋㅋㅋ재효는......첫......ㅋㅋㅋㅋㅋㅋㅋ기대할께요ㅋㅋㅋㅋ
첫뽀뽀,첫키스.....서,설마....그다음은?!!!!어머!!!!ㅋㅋㅋ저는 이상하게 우씨형제가 왤케 끌릴까요ㅋㅋㅋ
앟ㅎㅎㅎㅎ저돟ㅎㅎㅎ우형제갛ㅎㅎㅎ아름다운밤이네욯홓홓ㅎㅎㅎㅎㅎㅎ
진짜 너무 귀여워 저두요. 저두 우형제가 너무너무 좋아요. 진짜로.
우죠...하...너란....남자...자꾸...수로...만들고...프잖아
후... 아니 그럼 어... 왜 저기서 지훈이 얼굴이 겹쳐졌을까요! 왜! 왜지!
으으으 진짜 숨을 못쉴정도로 달다구리하고 조화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잘지내시나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03.18 00:19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