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무스가 어제 밤늦게까지 총선분석이라는 사회숙제를 하더군요. 아침에 훔쳐보고 카페에 몰래 올립니다.
제 19대 총선 분석
00중학교
3학년 0반 0번
김00
4월 11일 총선이 끝나고 나와 엄마는 tv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출구조사 결과는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이 의석수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민주통합당에 통합진보당 의석수를 더하면 과반이 넘었기 때문에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출구조사는 출구조사에 그치지 않았다. 결과는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기며 압승. 우리 엄마의 표정이 굳어졌다. 처음에는 민주통합당의 압승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결과는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과연 왜? 어떻게? 새누리당이 처음 예상을 뒤집고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가져갈 수 있었을까? 그 이유에 대해 조사해보자.
일단 총선이 시작되기 전에 크게 5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가장 처음에 일어난 사건은 바로 민주통합당의 공천 실패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권에 실망이 컸다. 그래서 국민들은 새로운 정책과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새로운 인물을 공천하지도 않았고 일부에서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공천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공천으로 국민들은 실망을 했고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은 하락하였다. 그리고 광주에서는 공천과정에서 민주통합당 예비 후보들 간의 경쟁이 너무 심화가 되면서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벌인 선거운동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민주통합당의 이미지 실추를 불러일으켰다.
그 다음에 일어난 사건은 바로 야권연대이다. 야권연대란 말 그대로 야당들이 정치적 연대를 하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을 여당,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당을 야당이라 한다. 즉 지금은 새누리당이 여당이고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이 야당이다.) 즉 야권연대란 이 야당들이 여당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을 말한다. 야권연대가 성사됐을 때만 해도 야권연대가 새누리당보다 훨씬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갈 것처럼 보였다.
세 번째로 일어난 사건은 이정희(통합진보당 대표) 의원의 불법적인 선거운동이다. 당시 관악 을의 후보였던 이정희 의원의 비서가 이정희 의원을 홍보하는 문자를 관악을 주민들에게 보내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이정희 후보에게 공천 과정에서 패한 김희철 후보가 이정희 의원한테 사퇴를 요구하면서 사건은 커졌고 사람들은 우유부단하게 결정을 못하는 이정희 의원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했다. 결국 이정희 의원은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후보에서 사퇴했다.
네 번째로 일어난 사건은 민간인 불법사찰이다. 민간인 불법사찰이란 말 그대로 불법으로 한 민간인을 염탐하고 정보원을 풀어 전화를 도청을 하는 등 그 사람의 사생활을 캐고 다니는 행위를 말한다. 민간인 불법사찰의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김종익이라는 사람이 불법사찰 피해를 입은 사건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불법사찰에 대한 정황이 포착되자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그러자, 청와대에서는 컴퓨터 하드를 포맷, 파기 등을 명하고, 사찰 담당자를 돈과 취업 등으로 증언을 하지 않도록 매수하는 일이 발생했다. 수사도중 검찰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을 담당한 공무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게 되었고, 이 공무원의 컴퓨터와 USB에서 이 파문을 일으킨 사찰문건이 나왔다. 이에 야당에서는 "민간인 불법 사찰에 관한 추악한 증거가 나왔다"라고 주장했고, 여당에서는 "박근혜 의원도 사찰 대상으로 피해자니 공격하지 말라"는 입장이며. 청와대에서는 "2600여건의 문건중 80%가 노무현 정권의 사찰자료다"라고 주장을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의 주장이 나오자 야당에서는 즉각 "80%는 공무원 감찰자료이지 민간인 불법사찰 자료가 아니다"라고 재반격에 나섰다. 압수수색을 벌였던 공무원은 과거부터 경찰에 몸담았던 사람이고, 노무현 정권당시의 감찰자료가 컴퓨터에 함께 들어있었던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간인 불법사찰에는 방송인 김제동도 포함이 돼서 더욱 화제가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합민주당의 주장이 더 옳다고 믿게 됐고 새누리당도 그렇게 끝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다음 사건에 묻히게 된다.
마지막 사건은 바로 ‘김용민 막말 사건’이다. ‘부시 대통령을 죽이자’라는 말 등 많은 안 좋은 말들이 올라와 있다. 이 사건 덕에 민간인 불법 감찰 사건은 묻히게 됐고 많은 표들이 새누리당으로 넘어갔다. 이 사건은 통계에 의하면 가장 선거에 영향을 많이 미쳤던 사건이라고 한다.
이 사건들을 보면 ‘민간인 불법 사찰’과 야권연대 빼고는 전부 다 야권연대에 불리한 사건들이었다. 특히 선거 직전에 터진 ‘김용민 막말 사건’은 결정타였고 야권연대는 패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는 이런 사건들 터지는 것 없이 깨끗하게 선거를 할 수는 없을까? 너무나도 정치가 썩은 것 같다.
나는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이 너무나도 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경상북도, 경상남도, 강원도, 부산, 대구, 울산은 극소수 빼고 완전히 빨간색(새누리당)이었고 전라북도,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노란색과 회색이었다. 방금 말한 빨간색 지역 중에서 민주통합당이 얻은 지역은 고작 부산에 2군데 밖에 없었고, 내가 말한 노란색과 회색 지역에는 보수파 사람들이 한명도 없었다. 전라도가 노란색이고 경상도가 빨간색인 것은 이해가 됐는데 강원도 빨간색인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만약 강원도에서 야권연대가 반만 가졌어도 새누리당이 단독 과반수를 넘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많이 아쉽다.
이번에 충정도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바로 자유선진당의 몰락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6석 가운데 5석을 얻어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던 대전에서 한 곳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또 10명을 뽑는 충남에서도 3석을 얻는데 그쳐 사실상 참패를 당했다. 이번 자유선진당의 몰락의 원인은 세종시와 박근혜 바람도 영향을 미쳤지만 선진당의 참패는 결국 지역 정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데다 내부갈등을 겪으면서 충청권 표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선거에는 등록된 정당이 많았고, 무소속 후보가 많았다.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새누리당, 자유선진당, 녹색당, 창조한국당, 국민생각, 친박연합, 국민의 힘, 국민행복당, 기독당, 녹색당, 대한국당, 미래연합, 민주통일당, 불교연합당, 전통민주당, 진보신당, 청년당, 한나라당이 있었다. 총19개의 계파가 정당으로 등록한 것이다. 여기에 무소속까지 합치면 무려 20개의 계파가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 하지만 지지율 2%를 넘겨서 생존한 당은 고작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새누리당, 자유선진당 밖에 없었다. 굉장히 많은 정당이 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제 18대 총선에 17개의 계파가 정당으로 등록한 것과 비교하면 그렇게 많이 많아진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는 258명이나 된다. 이는 새누리당보다 27명, 민주통합당보다 47명이나 많은 규모다.
한편, 19대 총선 투표율은 54.3%로 나왔다. 출구조사 결과 연령별 전국 투표율은 20대 45.0%, 30대 41.8%, 40대 50.3%, 50대 64.6%, 60대 이상 69.7%로 20·30대 투표율이 18대에 견줘 크게 올랐다. 18대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중앙선관위 집계 기준)은 28.1%, 30대 35.5%, 40대 47.9%, 50대 60.3%, 60대 이상 65.5%를 보였다. 특히 수도권의 20대 투표율은 놀라웠다. 방송3사 출구조사를 보면, 서울지역 20대 투표율은 64.1%로 전국 20대 투표율 평균 45.0%를 크게 웃돌았다. 인천과 경기의 20대 투표율이 각각 38.5%, 34.1%였던 것에 견줘 두배 가까이 높다.
서울 지역 20대 유권자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지난 해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통해 박원순 시장을 배출한 뒤 “투표하면 바뀐다”는 학습효과를 치렀다는 분석이 다수다. 특히 박 시장이 서울시립대 학생들의 반값등록금을 취임하자마자 성사시키고, 얼마 안가 서울시 비정규직 105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보며 투표하면 바뀐다는 확신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첫댓글 오 이것은 정말 뛰어난 글입니다.
고성국보다 훨 훨 훨~ 낫다.
글구
애비보다도~~~ㅋㅋ
정말 뛰어난 글입니다.
중3이 이런 글을 쓰면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되면 어떤 생각과 글을 써낼까요..수많은 아르무스들이 생기고 자라나길 기대합니다. ^^ 아드님 잘 키우셨네요 ~~
아빠 닮았나? 엄마 닮았나?
천재 정치평론가가 따로 없네요..
자랑할 만 합니다.
대단한 중3
잘 키웠네.
아르무스는 충분히 이런글 쓸수 있습니다
아침에 프린트 하여다가 회사도착하여 읽고 또 읽어도 한국의 청치 평론가 보다 훨 났다고 생각 하였습니다
고성국이보다 훨 낫다~2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아르무스만 보면 뿌듯하시겠어요. 바람지기님!^^
음... 아래 제 글보다 아르무스 글이 더 인기... 아르무스가 자기글 몰래 퍼갔다는 걸 알면 화내겠지만 제 글보다 반응이 더 좋다는 걸 알면 만족해하며 아빠 알기를 알로 알 듯...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