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성탄)에 관한 시모음 23)
거룩한 성탄 전야에(이밤 구원의 주를 찬양하라) /은파 오애숙
홀연히 천사들의 나팔소리와 함께
말구유 안 강보에 쌓인 아기 보리
한밤중 양치던 목자에게 울려퍼진
놀랍고 기이한 천사들 합창소리에
우리도 함께 평강의 왕께 경배하세
오 거룩한 이밤 구세주 나시 었으니
죄악으로 물든 칠흑의 밤 같은 세상
빛으로 오신 약속의 주께 경배하세
빛과 어둠 공존할 수 없나니 다 와서
이 밤에 죄로 어둔 그늘 다 내려놓고
함께 찬양으로 구원의 주께 경배하세
오 거룩하고 별빛 찬란한 성탄전야에
모두 평강의 왕께 찬양으로 경배하세
우릴 위해 속죄양으로 오신 구세주께
찬양 찬양 천사의 기쁜 소리에 맞추어
거룩한 성탄전야 구주 예수께 찬양하세
내 영혼의 영토 /박님걸
그 해 겨울 앞산은 추워서 일어섰고
바람은 가파르게 내리 달렸다.
응달아래 작은 예배당에는
초라한 성탄트리가 걸려있고
허름한 옷을 입은 아이들은
하늘의 별을 따다 유리창에 달았다.
교리적 예수와 역사적 예수에 대해
분간하지 못했던 나는 바보였고
신인 양성론에 무지했던 나는
성탄의 의미를 모른 채 분주했다.
중세 어느 외진 마을처럼
순수 그 이상의 눈빛들이 모여
미간에 핏줄이 밧줄처럼 일어서도록
새벽 송을 부르던 족속은 거룩했다.
도성인신 화육강생의 교리와
속죄와 대속을 구분 못해 헷갈렸지만
바람을 헤집고 퍼지는 종소리에
얼어붙은 마음들이 녹아 행복했다.
상업주의에 얼룩진 백화점 대형트리에는
찌푸린 얼굴의 예수가 팔짱을 끼고
떫은 얼굴로 행인들을 째려본다.
내가 사는 도시는 내영토가 아니다.
내 영혼은 그 시절로 달려간다.
밖은 추워도 그곳엔 온기가 돌고 있다.
날마다 성탄일 /정연복
소중하지 않은 시간은
세상에 없습니다
모든 시간이
아주 똑같이 소중합니다.
아직은 우리가 살아 있어
날마다 '시간'이라는 선물을 받습니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을 넘으면
시간은 우리에게서 영영 멀어집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만 누릴 수 있는
최고로 귀한 선물인 '시간'을
우리는 매 순간
의미 있는 일들로 채워가야 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우리는 뜨겁게 사랑해야 합니다
지금 가슴속 사랑의 불이 식었다면
한시바삐 그 불을 다시 피워야 합니다.
우리는 어느 날에라도
사랑의 신(神)을 맘속에 모실 수 있습니다
사랑의 천사인 아기 예수가
언제라도 우리 맘속에서 태어날 수 있습니다.
단지 12월 25일뿐만 아니라
일 년 365일 모든 날이
똑같이 귀하고 거룩한 날이요
성탄일(聖誕日)이 될 수 있습니다.
성탄전야 /장근배
유대의 하늘에 新星이 뜬 새벽
동방의 나라에서 예물 들고 온 박사들
말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를 뵈었네
고요하고 거룩한 밤이었네
남쪽 땅 해남의 작은 마을에
탄일종이 일제히 울려 퍼지고
눈송이는 축복처럼 내리던 길
첫 발자국 찍었던 내 어린 시절도
고요하고 거룩한 밤이었네
깜박이는 꼬마등이 별사탕 되고
지붕에서 정원까지 은하수로 흘러도
異國의 성탄절은 고요 넘어 쓸쓸했네
온 세상은 바이러스의 공포에 질리고
코가 석자나 빠진 루돌프들은
고장 난 썰매 옆에 엎드려있었네
2020년 성탄전야는 공포의 밤이었네
흥겹고 고운 캐럴은 잠들어 있었고
Stay home, Stay home, Stay home...
메아리 되어 귓전을 때리고 있었네
성탄을 일흔 번도 넘어 /구상
성탄을 일흔 번도 넘어 맞이하고도
나의 안에는 권능의 천주만을 모시고 있어
저 베들레헴 말구유로 오신
그 무한한 당신의 사랑 앞에
양을 치던 목동들처럼
순수한 환희로 조배할 줄 모르옵네.
성탄을 일흔 번도 넘어 맞이하고도
나의 안에는 허영의 마귀들이 들끓고 있어
지극히 높은 데서는 천주께 영광,
땅에서는 마음이 좋은 사람들에게 평화'
그날 밤 천사들의 영원한 찬미와 축복에
귀먹어 지내고 있습네.
성탄을 일흔 번도 넘어 맞이하고도
나의 안에는 안일의 짐승만이 살고 있어
헤로데 폭정 속, 세상에 오셔
십자가로 완성하신
그 고난의 생애엔 외면하고
부활만을 탐내 바라고 있습네.
성탄을 일흔 번도 넘어 맞하여도
나 자신 거듭나지 않고선
누릴 수 없는 명절이여!
메리 크리스마스 /노정혜
메리 크리스마스
온 누리에 평화의 물결이
오늘 하루만이라도
지구상에 웃음꽃 피어라
전쟁은 없으라
사랑하는 가족 만나
멋 난 음식 나누며 행복 꽃 피워라
주 예수 오신 날
기쁨의 함성이 온 지구에 울려라
오늘은 주 예수 오신 날
성탄의 눈 /이태수
눈은 내려서
먼 베들레헴의 말구유와
그 언저리를 밝히고
빈 벌판을 헤매는 사람들과
뿌리뽑힌 사람들의
흔들리는 마음들을 밝혀주고
눈은 내려서
우리 앞에 우리의 모습으로
내려오신 하나님,
아기예수의 이마와
그 앞에서 조아리며 조배하는
가슴마다 불을 달아주고
눈은 내려서
딸꾹질하는 한반도의 아침,
헐벗고 버림받고 병든
우리 이웃들의 영혼 깊숙이
구원과 빛과 소금, 사랑의 말씀들을
가득가득 안겨다주고, 채워주고
눈은 내리고 또 내려서
우리가 내려가고 더 내려가는 동안
온 누리를 붐비며
우리의 슬픔에 날개를 달아주고,
가난한 꿈도
하늘 끝까지 밀어올려주기도 하고.
추억의 성탄전야 /은파 오애숙
흰 눈 그리워 하얀 종이로
눈꽃 오려 유리창에 붙여
겨울 분위기로 만끽하는데
크리스마스가 가까와 오니
그 옛날 학창시절 성탄전야
설레이던 때가 스쳐지난다
고 3 때 였던가 교회에서
성탄 축하 예배후의 파티
게임과 선물 눈에 선하다
끝나고 새벽예배 위하여
교회로 향하던 우리 모둔
"와우 화이트 크리스마스"
선물교환으로 착용 했던
빨간털 베뢰모와 머플러
함박눈 속 빛이났던 기억
지금도 가슴에 물결 치는
학창시절의 아름다웠던
그때의 추억들 휘날리네
이역만리 타향살이 속에
유리창의 눈꽃 보노라니
추억의 물결에 빠져간다
예수 전상서·5 - 성탄절에 내리는 비 /김시종
예수님의 눈물처럼
성탄절날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있다.
사랑 없는 세상을 향해,
사랑이 식은 교회를 향해,
예수님이 기뻐하셔야 할 당신의 생신 날,
철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예수님이 흘리신 뜨거운 눈물로
교회당의 딱딱한 지붕이 젖고,
내 마음이 흠뻑 젖는다.
예수여, 당신이 뿌리신 오늘의 눈물이
오염된 이 땅을 씻고, 마른풀을 어루만져
머잖아 당신의 사랑이
파릇파릇 앙증스럽게 되살아날 것입니다.
예수님, 울지 마셔요.
성탄 기도 /손희락
그 옛날
첫 성탄절
깨어 별빛 바라보던 이들의 심정으로
기도합니다
그대 위하여
사랑을 위하여 간구하는 이유
하늘이 주신 고귀한 선물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삶,
그대가 없었더라면
어둠 속 고독만
깊어 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인생길
슬픔의 골짜기 지나고
기쁨의 언덕에서 노래한 그대 있어
한낮에도 무지개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대 가슴속
축복의 눈 내리는
복된 성탄 되기를
두 손 모아 간구합니다
크리스마스이브의 기도 /정연복
올해는 산타클로스가 어떤 선물
가져오실까 궁금해 하면서
머리맡에 긴 양말을 놓고 잠들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합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은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지요
두근두근 설레는 맘으로
꿈결에도 산타를 기다리면서.
바람같이 흐르는 세월에
어느새 반백의 노인이 된 나
오늘밤이 다 가기 전에
어느 누구에게 산타가 되게 하소서.
첫 번 크리스마스 /임종호
너무 어두워
길 못 찾고
아우성 소리로만 가득하던
땅에
주께서
빛 되어 내리시다
소리 없이 내리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나태주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