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쥬 초보 정비부터 도색까지.. 미친놈의 천로역경

[라비]

2종소형 면허를 땄다. 그나마 운전면허 학원에서 했기에 딸 수 있었다.
무지하게 어려웠다. 적어도 내게는.. 난생 처음 오토바이를 타본 까닭이다.

면허취득 2개월뒤 2000년산 미라쥬250 검빨색 중고를 구입했다.
택배용은 아는듯하나 평소 자주 손보고탄 오토바이는 아니다.

불안했다. 타고가다 길거리에서 주저앉으면 어떻하나.
오토바이는 전혀 모른다. 그러나 내손으로 정비하고 싶었다. 이제 내것이니까.

오일교환에서 부터 시작, 점화플러그. 케이블 교환부터 시작했다.
이곳 '미라쥬 라이더 모임'의 글 경험담에서 용기를 얻었다. 실제로 큰 도움이 됐다.

백시트 헬멧보관함을 달고 윈드 실드도 장착하고 갖가지 추가부품도 죄다 달았다.
자가정비를 하면서 생각도 많았다. 나의 늙은말 로시난테,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으리라.

내 노력과 확신으로 정비된 미라쥬로 재탄생하면 나는 애마를 몰고 전국일주를 할 것이다.
국내여행이 되면 일본땅을 한바퀴 돌겠고, 이어 중국과 세계일주도 한번 해보고 싶다.

기능과 치장 정비가 어느정도 끝났다. 그래도 눈에 거슬리는게 있다. 차체 도장이다.
앞뒤 범퍼가 험하고 연료통도 온데 긁히고 바랜 자국들. 도색을 다시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결국 하루 날잡아서 오토바이를 완전 분해했다. 처음해보는 것이라 시간과 노력이 쉽지않았다.
껍질을 벗겨내 뼈대만 앙상히 남은 본체는 아파트 한쪽 구석에 커버를 씌워뒀다.

벗겨낸 연료통, 앞뒤 범퍼, 엔진 양쪽 옆커버, 연료통앞 양쪽 커버, 뒷자리밑 양쪽 일자 스텐.
도색할 것은 모두 9조각.. 게다가 뒷범퍼쪽은 번호판과 미등 케이스를 떼내야 하는 상황이다.

뒷자리밑 1자 막대형 스텐은 비록 크롬도금이 돼있다고는 하나 쉽게 녹슬어 아예 도색키로 했다.
녹쓴 곳 밑바닥 쇠색깔이 날때까지 사포로 갈아내는 일은 장난 아니게 많은 시간이 들었다.

해체한 연료통과 범퍼 등을 자동차 뒷자리와 트렁크에 싣고 며칠간 도색할 곳을 찾아다녔다.
마침 내 자동차 앞범퍼가 찟기고 흠집생겨 함께 도색작업을 맡기기 위함이었다.

지난 일요일. 서울 장한평에 판금.도장하는 곳이 몰려있는 지역으로 차를 몰고갔다.
어느 공업사에서 흥정끝에 자동차범퍼 10만원. 오토바이 도색 5만원 합계 15만원에 하기로 했다.

일요일에는 장한평도 대부분 문을 닫는다.
그날은 그 판금도색 전문업소 사장이 놀면 뭐하냐는 식, 용돈벌이 삼아 잠시나와 일을 맡은게다.

그러나 사실 견적이 잘못됐다. 사장이 잘 몰랐다. 오토바이 도색작업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몰랐다.
그땐 나도 몰랐다. 오토바이 도색준비를 하면서 비로소 깨닫게된 일이다. 시간이 훨씬 더걸린다.

내 자동차의 범퍼 상태라면 보통 20만원이상의 견적이 나온다. 장한평이니까 10만원에 가능했다.
자동차 범퍼는 다음날 직원들이 출근하니 금방 끝났다. 매일하는 일, 아무리 흠집많아도 금방이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오토바이 부품 도색이다. 직원들이 모두 보이콧이다.
사장이 일꺼리를 잘못 맡았다. 일반차량 판금도색 작업이 줄지어 밀려있는데 할 시간이 없다는게다.

도색작업의 승패는 기초공사에 해당하는 사포질 갈아내기와 빠데 작업에 의해 좌우된다.
그게 만만치않다는게다. 마라쥬 표시, 효성 문자, 줄 스티카 등등.. 죄다 손으로 조심조심 떼내야한다.

다음날 갔다.. 여전히 손댄 흔적도 없다. 정작 작업을 해야하는 직원들은 알고있었다.
오토바이 도색준비 작업에 반나절 꼬박 걸린다는 사실을.. 또 일해봤자 일한 흔적도 안난다는 것을.

할수없다. 그럼 내가 직접하는 수밖에.. 그 다음날엔 아침 일찍 내가 그 공장에 출근했다.
직원들에게 일하는 순서를 물었으나 외면만 할뿐, 잘 가르켜주려 하지않는다. 겨우겨우 알아냈다.

스티커 작업.. 실제로 해보니 만만치않다. 특히 연료통쪽이 그렇다.
휘발유는 죄다 비웠으나 그래도 냄새가 많이 난다. 열기를 갖다대려고 하니 직원들이 질겁을 한다.

결국 하나하나 일일이 손으로 잡아땠다. 천천히 천천히..
드라이버나 식칼로 벗기려하니 원래 바탕칠까지 까져버렸다. 또 욕들어 먹었다. 손톱으로 하라니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른다. 내내 한참을 그렇게 했다. 스티카 붙었던 자리는 검딱지로 지저분하고..
검딱지는 신너를 헝겁에 적셔 문지르면 쉽게 벗겨진다고 했다. 세게 문질렀더니 바탕칠까지 벗겨진다.

원래는 휘발유로 벗겨냈어야 했다. 신너는 페인트 용제로 쓰이기에 바탕칠도 상하게 한다.
게다가 나는 바탕작업 기술경험도 없으니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지.

그다음 사포질 단계.. 흠집있는 곳을 180번 페퍼로 갈아내라고 했다.. 먼지흡입 기능장착 샌딩기를 사용했다.
실제로 작업을 해보니 손으로 페퍼질 하는 일이야말로 정말 미친짓이다.

기계로 샌딩 작업을 하는데도 시간이 걸리는데 손으로 원하는 깊이까지 갈아내는 것은 턱도 없다.
기본 샌딩작업 뒤에는 빠데입히기 작업을 해야한다. 그러나 이것도 연료통쪽만 가능할 뿐 범퍼쪽은 안된다.

범퍼는 플라스틱으로 휘는 것이기에 빠데를 발라봤자 곧 떨어져버려 소용없다. FRP 작업을 해야한다.
자동차 판금도색 공장에는 그런게 없다. 그렇기에 범퍼쪽은 샌딩작업하는데만 그쳤다.

기본 샌딩과 빠데 작업을 한뒤엔 다시 300번 페퍼로 그것을 다시 갈아내야 한다. 기계로 하는게 빠르다.
내 경우, 샌딩기로 하니 빠데를 자꾸 날려 할 수없이 손으로 할수밖에 없었다. 무쟈게 힘들다.

이젠 대충 된 것 같다. 페인트칠 좀 해주시지요? 도장책임자에게 말하니 다시 샌딩작업을 하란다.
이제는 600번 페퍼로 물과 함께 사포질을 하라고 한다. 그게 없으면 페인트가 붙지않는다고 한다.

나는 그제서야 광택이 있는 상태에서는 페인트칠을 할 수없는 것을 알았다.
흠집 하나없는 양쪽 옆조각 부품들까지 모든 부품을 광택을 없애는 손으로 사포질 하는 작업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내 오토바이지만 이제는 정말 대충대충 하고싶다. 어쨋든 끝냈다.
색깔은 내 SM5 자동차와 같은 은색 도색번호 PSE로 칠해달라고 했다.

이젠 밤이 깊었다. 직원들도 모두 퇴근했다. 그러나 오토바이 부품 도색은 아직도 마르지않았다.
부품이 장착된 상태에서 칠하기에 금방 옮겨다니는 자동차와는 상황이 다르다. 오토바이 부품은 옮길 수없다.

밤이 너무 깊었다. 결국 대충 마른 상태에서 자동차에 신문지를 깔고 오토바이 부품을 하나하나 옮겨 실었다.
다음날 아침, 차에 실린 부품 상태를 살펴보니 연료통 한쪽 옆에 신문지가 슬쩍 달라붙어있다.

어제 오후 4시경 오토바이 재조립에 착수했다. 앞범퍼는 비교적 쉽게 조립됐다.
그래도 끼우는 과정에서 약간의 기스가 생겼다. 부담없이 마구잡이로 떼내던 상황과 달랐다.

연료통 재장착하는 과정도 순조로웠다. 문제는 뒷범퍼다.
번호판과 방향지시등 앗세이를 재조립하려니 잘보관해뒀다고 생각하던 볼트가 행방불명이다.

미등 케이스 재장착도 고정장치 하나가 부러져 애먹었다.
결국 가까운 동네 오토바이 가게를 돌아다녀 겨우 동일규격 볼트 등을 구해 재조립할 수있었다.

뒷범퍼 장착은 끝까지 애를 먹였다. 내것은 짐받이 장착가능 스텐테두리가 있어 더욱 문제였다.
오토바이 뒷바퀴가 분리돼 있었다면 재장착이 더 쉬웠는지도 모른다.

재장착 과정에 무리를 하다보니 뒷범퍼 군데군데의 칠이 까졌다.
안보이는 곳이라 괜찮겠지 생각했으나 조립한 뒤에 보니 역시 그게 아니다. 까인 흔적이 보인다.

갖은 우여곡절끝에 조립완료한 시간은 밤 9시가 거의 다돼서 였다. 한시바삐 먼저 조립해야 한다.
이왕 분해했으니 LED 조명개조 작업까지 해치우고 싶었지만 무한정 시간끄는게 싫었다.

드디어 조립완료!!
우와~... 보기 좋았다.. 가로등 불빛아래 한참을 바라봤다.

어제는 저녁도 먹지 못했다.. 그래도 좋았다. 마침내 죄다 내 손으로 해냈다.
보호장구 죄다 갖춰입고 이리저리 자랑할러 다녔다.. "응? 새 오토바이 사셨어요?"

그렇다. 바로 그게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다.
그러나 지금껏 쉽지않았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는게 세상의 이치라고 한다.

내가 들인 엄청난 시간과 정성, 그리고 주차위반 스티커 끊은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나의 오토바이 도색과정은 정말 미친놈이 아니라면 할 수없는 짓이다. 결국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라비]

도색작업은 맡겨야 합니다. 자가 작업하면 후회합니다. 결국 다시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게 나의 실제 작업 경험입니다.. 물론 오토바이 도색을 직업으로 하겠다는 분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겠지만, 그때도 반드시 작업공구를 모두 갖추고 처음에는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서해야 할 것입니다.

[빨간DJ[원문식]]

ㅡㅡ;;; 난 미친넘이네요.. ㅠ_ㅠ 직접 하니까.. 글 을 읽던 도중... 실수 하신부분이 있습니다. 도색을 하고... 클리어 까지 뿌리셨다면... 열처리 안하고 적어도 3일동안은... 가만히 먼지 없는 곳에 모셔 놔야 하는데... 그걸... 바로...옮기셨으니... 암튼 그 경험.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하셨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라비]

맞습니다.. 게다가 엇저녁 반가운 마음에 첫시승하다 연료탱크 옆에 긁기까지 했으니..ㅠㅜ 도색건조에 최소 3일은 소요된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근데 클리어가 뭡니까?

[빨간DJ[원문식]]

클리어는 일명 투명도료라고 하죠~~

[라비]

아.. 하도는 군데군데 빠데칠하여 벗겨내는 것으로 했고, 중도는 제 SM5 차량색깔 플래티늄실버 (PSE)로 입혔으며, 상도로는 그위에 투명라카 칠을 하는 것으로 끝냈습니다.. 페인트는 공업사 도장전문공이 했더랬습니다... (그래도 하고나니까, 뽀다구 쮝입디다 ㅋㅋ)

[빨간DJ[원문식]]

형님.. 새것의 경우는 하/중/상 다하지만.. 원래 제칠이 되어있는 곳에는 하도를 하지 않습니다.... 중도와 상도정도??? 클리어도.. 안전하게 할라면.. 꼭 열처리 해얍죠.... 아.... 근데 저의 미댕이는 언제나 컬러풀한 옷을 입을 수 있을까요...

[추박사(평일33클럽회원)]

후회할 줄 알면서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여기요~~)....주위에서 다 말리는데도 전문기구도 없이 덤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런류의 사람이 저 혼자만은 아니니 안심은 됩니다.......소은오빠님~~ 왜그렇죠????ㅋㅋㅋㅋ

[라비]

하이고~, 빼빠질.. 그거 장난이 아닙디다.. 샌딩기계로 하는데도 쫄라 힘듭디다. 하물며 손으로 하려면 세월아 네월아~ 하루종일 ㅎㅎ.. 또 빠데작업하는 것 얇으면서도 고루 도포되게 하는 것도 상당한 기술이라 합니다.. 저는 나중에 자동차 판금.도장기술 익히려는 계획도 있기에 하루종일 스스로 해봤죠.. 전문장비와 기술자들이 있는 곳에서ㅋㅋ

[빨간DJ[원문식]]

훗훗... 나중에라면 언제쯤이신지요??? 도장 같은 경우는 나중에 익히시기 힘듭니다. 그리고 나중에 하신다면.. 모두 기계의 힘을 빌리셔야 할듯.... 사포질.. 그거 저한테는 우습죠.... 삼일 밤낮을 사포질만 하면서 지낸적도 있는데요 머.... 사포질은 경력입니다. 조낸 많이 하신분만이.. 사포질의 예술세계에 빠지 실 수 있습니다.. 집에서 작은것부터 사포질 연습하세요~~~

[라비]

으읔.. 사포질? 이젠 실흐... 신물 신물.. 으흐~~~ 예술세계라니요...ㅠㅠ 판금 도장기술 배우려던 생각도 죄다 달아난 판에... 어헝~ 엉엉 ㅠㅜ

[빨간DJ[원문식]]

사포질도 많이 하면.. 손갈라지고... 더군다나.. 손금도 맨들맨들.... 훗훗... 그래도 그경험.. 비싼거에요...

[빨간DJ[원문식]]

참고용 자료가 있습니다.... 정비게시판... 빨간DJ로 검색하시면. 제가 올린글이 있으니 참고 하시고 도움이 되엇음 좋겠습니다.

[빨간DJ[원문식]]

http://cafe15.daum.net/_c21_/cafe_nsread?grpid=1UkL&mgrpid=&fldid=593n&contentval=000OQzzzzzzzzzzzzzzzzzzzzzzzzz&datanum=1514&page=1&query=%EC%97%B4%EC%B2%98%EB%A6%AC&item=subject&jobcode=1&dataidlist=265,1514,1526,5537,5381,10777,5625,8877,5811,341,313,4109,3843,3295,2147,904,575,572,541,&fldidlist=5b7C,593n,593n,3tt,3tt,3tu,3tq,3tu,3tu,593n,593n,3tu,3tu,3tu,3tq,3tu,3tu,3tu,3tu,&cpage=1&totcnt=19&sorttype=

[라비]

감사합니다. 다시 보겠습니다.

[라비]

다읽었습니다. 도색이론 공부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열처리과정은 제가 경험해보니 공감이 가더군요.. 페인트부스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것, 그것 단 한가지 이유.

[650cjfja]

재미이쎄읽었습니다...ㅎㅎ

[킴치]

돈주고 살수 없는 경험을 하신거 같아요. 내공 만땅 되셧겟네요. ㅊㅋ

[파초우]

한마디로 대단 합니다...

[마사루와쟁이]

정말 라비님은 미친겁니다....ㅡ,.ㅡ 뭐 저도 그 작은 크락션 하나 다는데 4~5시간동안 다들 자는 새벽 12시부터 했으니..ㅡ,.ㅡ 저도 걸린 시간만큼 조금이라도 제 애마의 상태와 전기 배선에 대한것 그리고 부품들의 작동원리등을 스스로 공부를 하였으니 돈으로 살수 없는 경험이 었어요^ ^ 그덕에 새로운 드레스업과 튜닝할께 생각이 또 나고~ 자기 바이크에 미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거죠^^

[라비]

그래도 아직 할일이 많이 남았슴다ㅠㅜ.. 중앙스탠드 세우는법 알았으니 이제 체인과 대소기아 정비를 해야져.. 또 붉은DJ님 지적처럼 최소 3일간의 건조기간도 안거치고 깝데기 재조립하다 여기저기 긁혔음다.. 어쨋든 이제 뽀다구 하나만큼은 쥑입니다.. 이렇게 달라질수가 ㅎㅎ

[韓成俊(한성준33클럽회원)]

그래서 도색할때 몇십만원씩 들어가는게 적은 돈이 아니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