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첫 답사를 창녕에서

[68기 문무순]

<고분과 창녕박물관 척경비, 그리고 술정리 동 3층석탑>>

  창녕은 작은 도시이다. 인구가 6억도 되지 않는데 그나마 줄고 있는 형편이라하는 작은 창녕이지만 우리는 그 작은 도시에서 큰  감동을 만났다. 고분이 부드럽게 능선을 채우고 있는 모습이  마치 황금 UFO들이 줄지어  내려앉아 곧 비상할것 같은  모습이었다.. 무려 1500년전 비화가야의 지배자들 무덤이라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종족인지 하늘과 더욱 가까이  내세를 마련해 둔 그들 비화가야는 누구였을까  내부는 온통 파뒤집어졌고 부장품은 빼앗기고  살과 뼈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만큼 잘 다듬어져 신비스럽기까지 해보인다.  창녕군청의 관광체육과 과장께서 고분주차장까지 나오셔서 우리를 환영해 주셨다.동래여고 화이팅!!

외쳐주시는 소리에 창녕군 화이팅!!으로 기분좋은 답을 했다. 해설사님들도 오전,오후 교대로 한차에 2명씩 배치되게 배려해 주셨다. 고분을 돌면서  지난해 1월의  복천동고분, 지지난해 1월의 고령대가야고분이  생각났다. 그 앞해의 양산고분들도 함께 떠올랐다. 이렇게 새해를 맞으면  지신밟기부터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창녕고분은 교동1,2지구 송현동1,2지구 및 여러 소지역으로 분포되어 있다 한다. 우리는 박물관 옆에 위치한 고분을 돌았다. 입구가 있는 횡혈식 덧널무덤도 지나고 대형고분을 둘로 갈라 각각의 다른 흙으로 다진 봉토의 모습도 보았다.  돌을 쌓아올린 장방형 내부는 비어 있었지만  편안한 누임이 상상 되었다. 바깥에는 뚜껑으로 덮었다는 길쭉한 돌들이 놓여있었다. 고분을 한바퀴 산책하고 나서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의외로 1500년전 가야의 딸  송현이를 만난다. 송현동고분에서 발견된 순장소녀의 인골이 제대로 남아있어 복원을 한 송현이가 가야옷을 입고  우리 앞에 선 것이다. 무릎이 많이 닳아있었다는 것이 고단한 종살이를 한 송현이의 역사인가보았다.  살아서 주인에게 봉사하고 주인이 죽으면 함께 묻혀야 했던 인생!   21세기에 태어난 우리는 얼마나 큰 다행인가 싶었다. 비봉리패총에서는 7천년 전 신석기인이 타던 뱃조각이 발견되었고 똥화석도 보였다.  갈대바구니  망테기 등 생활용품을 보면서 드디어 신라진흥왕의 척경비 설명코너가 보인다. 진흥왕은 창녕을 편입하고 이곳을 순시하면서 척경비를 세웠다. 그 비문에는 중국에서도 쓰지 않는 논 답(畓) 자가 있다했다. 남의 나라 글을 빌려쓰면서 우리화한 모습이다. 이두나 향찰을 만들듯이 물 수(水)와 밭 전(田)을 합쳐 논 답(畓)으로 사용한 증거가 척경비 속에 있었다.  진흥왕이 개척한 가야인들의 이름인 김유신의 할아버지 김무력, 대가야의 마지막태자 월광인 도설지까지 거느리고 창녕을 순시한 진흥왕의 모습이 작은 돌덩이속에 기록물로 남아있으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

박물관에서 나와 곧 만옥정공원으로 가서 실물을 영접했다. 화왕산의 험준한 산세를 뒤로하고 비각속에서  우리를 맞는 자그마한 척경비는 검게 빛이 났다. 국보 제 33호. 19세기 중엽, 추사가 비봉에 올라  무학대사 비로 알려져 있던 것이  진흥왕 순수비임을  발견했고  그후 북한산 순수비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 이어서 함초령 마운령비가 발견되어 지금은 함흥역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유일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1914년 소풍간 학생들에 의해 발견된 이 비석이란다. 글자는 알아볼 수 없을만치 닳아 있었지만  가슴이 벅차오름은 돌이 지닌 무게와 역사라는 큰  흔적때문인지도 모른다 .창녕은 작지만 참으로 큰 도시였다. 술정리 동삼층석탑 앞에서도  같은 마음이었다. 경주에 있는 석가탑에 비견해도 결코 손색이 없는 훌륭한  석탑이라한다. 상륜부는  잃었지만  석가탑을 세운 장인이 창녕에 파견되어 그 비례감 상승감을 그대로 가져와  세웠다. 청도 봉기리석탑과 함께 지방으로 석탑이 이행되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매우 빼어난 우수한 작품이라한다. 날렵하게 처든 탑날개의 반전이 아름답고 날개끝에 달린 구멍에서는 풍경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멀리 화왕산의 위세가 탑을 감싸듯 호위하고 있었다. 기와에 송림사라는 절명이 더러 발견되었지만 정확한 사찰명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당시의 창녕에는 수많은 절들이 있어 거의 작은 경주를 방불케 했다한다. 신라는 창녕을 부채의 꼭지점으로  삼아  영토를 확장했다.  단양의 적성산성 안에 세운 적성비,  한강을 점유한 뒤 세운 북한산 순수비, 그리고 동쪽해안을 타고 쳐 올라간 삼척, 함흥 마운령까지  7세에 즉위하여 15세에 친정을 펼치고 젊음을 온통 화랑을 이끌고 전쟁터를 전전하느라  왕다운 무슨 영화를 누렸겠는가,  잠자리가 힘들고 수많은 고초를 겪으니 어찌 백세를 누리겠는가 . 일찍 수를 다한 진흥왕의 혼령이라도 쓰다듬듯 척경비를  마음속으로 품는다. 영웅은 수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진시황도 그 큰 대륙을 차지하고 자기 영토를 순시하다가 죽었고 마케도니아 정복왕 알렉산더도   수많은 전쟁을 하면서 헬레니즘과 알렉산드리아를 건설하다가 타지에서 젊은 목숨을 다했다. 그러나 진흥왕의 진취성은 그대로 신라의 정신이 되어 드디어 문무왕 때 삼한을 통일하고야 말았다. 영토 끄트머리의 그 작은 신라가 말이다. 이것이 바로 정복군주 진흥왕으로 비롯된 것이 아닐까싶다.

[예선옥]

갑진년 새 해 첫 답사는 늘 작은 소도시라고 생각하고 있던 창녕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게 이끌어주셨습니다.
눈부시게 첨단의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요즈음에 온고지신의 정신을 각인해서 실천 .노력해야 함이
우리 세대의 사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람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