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창공을 비행하다. - 4. 위험한 커피의 유혹.

[*새벽이슬*]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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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는 파리행 캐세이 퍼시픽에 몸 담았다. 얼마나 오랜시간 기다려왔던가,,

장시간 비행에는 복도 쪽 좌석이 더 편하다는 말에 난 주저없이 복도 쪽 좌석을 택했다.

나중에 화장실을 갈때나, 잘 때에도 확실히 더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 화장실가고 싶어 죽겠는데, 옆의 외국인이 자고 있다면,,,소심한 A형인 나로써는

아마 죽기 직전까지 참다가 그 사람을 깨울것이다. 그 사이의 고통따위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내 옆엔 외국인 부부가 자리했다. 서로 가볍게 인사를 주고 받은 다음 슬며시 웃어줬다.

가방에서 캠프정보와 Auch까지 찾아가는 교통편을 살펴보다가 혹시나 이 사람들이 프랑스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찾아온 그 길이 맞는지를 물어보기로 했다.

" 저기,,프랑스사람이세요? " (뭐 굳이,,,영어로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말로 말을 걸었던건

                                          아닙니다. 오해 마세요;;;;;;)

"아, 저희는 네덜란드에서 왔어요. 왜 그러세요? "

"네,,,제가 프랑스에 워크캠프를 가는데 길을 잘 몰라서,,,,"

"와우, 좋은 기회군요. 미안하지만 우리도 모르겠군요. "

"네 감사합니다. "

하하하 써놓고 보니 내가 무척이나 유창한 영어를 한듯 한데,,,대충 떠듬거렸다고 해두겠다.

12시간이나 남았으니, 내려서 어떻게든 해보자하고 생각하고는, 기내식은 언제주나 계속해서

캐세이 언니들의 동태를 살폈다. 흐흠,,,밥달라고 뱃 속은 난린데,, 음료부터 준다,,

의자 앞의 주머니에 보니 책자와 조그마한 가방이 있다. 가방안엔 치약과 칫솔, 그리고 용도를 알수 없

는 양말(?), 앞뒤가 다 트여있는 것이 있었다. 이리 저리 둘러보다가 그냥 넣어두고는, 책자에 나와있는

영화 안내를 보았다. 무슨 정보는 가득 나와있는데, 어떤 것이 나에게 해당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한동안 영어로만 되어 있는 책자에 멍해있다가 차츰 글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단 두가지로

나뉘는데 홍콩으로 갈 때의 영화목록과, 홍콩에서 나갈때의 영화목록이 달랐다. 그 다음엔 짧은 비행 시

간과 긴 비행시간에 따라 영화목록이 달라졌다. 이 정도까지 알아내고는 혼자 또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난 적응력은 빨라. 하하하하하하;;;;;;;(그저 읽으면 되는건데,,,,)

유일하게 있는 한국 영화가, MR. 주부 퀴즈왕. 이미 한국에서 본 영화라 다른 영화가 없나 하고 봤더니.

게이샤의 추억 등 나름 최신영화가 쫙 있는게 아닌가. 한국어 자막도 가능하다는  정보에 화면을 조정해

봤지만,,,자막은 한자로 나온다;;; 이것저것을 눌려보지만 도저히 바뀌지가않고,,,나는 승무원에게 도움

을 요청했다.

"이거 한국어 자막이 안되는데요?"

"어떤 영화 말씀이십니까?"

"게이샤의 추억이요. "

"...............손님. 한국어 자막은 일등석에만 제공되는 서비스입니다."

"....................................네........."

서럽다. 돈 적게 낸 사람은 영어를 잘하든가 중국어를 잘해야한다. 안그러면 영화도 못본다.

그러고 있으니, 기내식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번엔 돼지고기 요리 선택. 내 입맛엔 무척 짜다.

대충 먹은 뒤, 깔끔하게 커피를 한잔 더 들이켰다.

기내식을 먹고 나자, 승무원들이 창 덮개를 닫기를 요청한다. 불도 서서히 끄고,,완전 먹이고 재우는

분위기,,,,;;;;

미스터 주부퀴즈왕을 한번 감상해 주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자,,모두들 쓰려져서 자고 있고,

영화를 보는 사람은 몇 안된다. 나도 이제 자야지 싶어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보는데,,,

머리는 멍하게 잠이 오는 듯하면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이 오질 않는다.

분명 친구들과의 과도한 술자리 이후 충분한 휴식을 갖지 못한 터라, 잠이 올것인데,,,

나의 위는 내게 평소 잘 먹지도 않던 아메리카노 커피를 큰 걸로 한잔, 작은 걸로 한잔 먹은 것에 대해

신랄하게 비평하고 있었다.

길게 설명했지만,,,,속이 무척 쓰렸다는 말이다.

내 위장약은 캐리어에,,,사실 나름 멋진 기내식을 보고 디카를 캐리어에 넣은 것도 후회했는데,,

내 약마저,,,,,ㅜ_ㅜ

옆의 부부는 손까지 꼭 잡고 잠들어 있었다. 젊은 부부도 아니고, 중년의 부부가 그렇게 하고 있는 걸 보

니 평소 결혼기념일도 챙기지 않는 아버지가 생각났다. (난생 처음 해외로 떠난 딸의 전화를 끊어버린

아버지....ㅜㅜ)

'뭐,,,그래도 우리아버지는,,담배도 안피고 술 취하신적도 한번도 없으니,,양호한게야,....'

누가 뭐라하지도 않았는데 괜히 옹호하는 생각까지 한번 마쳐주고는,,,

다시 잠들고 싶었으나,,,내 위가 호락호락하게 나를 재워주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머리는 깨질것 같고,,다리를 쭉펼수도 없는 의자에서 이리 버둥 저리 버둥 거렸다.

아주 살짝 잠이 들었으려나,,,다시 기내식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거 완전 먹고 자고 일어나서 먹는 백수놀이 격;;;;;

뭐 한 6개월 가량 한 일이라 낯설지는 않았지만,,,잠도 안 잔 나에겐 저녁을 두끼 먹는 것같이 느껴졌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 부부는 커피를 한잔 씩 마셨다. 저 부부가 아침에 먹는 커피를 난 왜 저녁에 두잔이

나 마시고 잠을 이루지 못했을까,,,어리석은 백성아,,,

나는 또다시,,,,석규오빠가 여장한 모습으로 치한에게 발차기를 날리는 모습을 보고,,,

배터리가 나간 MP3에 화풀이도 해보고,,, 일기도 썼다. 한국에선 우울할 때 아니고는 쓰지도 않은

일기인데,,,엄청 써대고 있다. 사실 뭐 거의 하소연이지만,......

마침내 안전벨트를 착용해 달라는 그림에 불이 들어오고,,,,비행기는 착륙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소 낯선 억양의 안내방송이 말했다.

"파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파리는 과연 나를 환영했을까?

[아이원츄!♥]

세세하게 다뤄서 그런지 재밌네요.ㅎㅎㅎ

[siren0817]

ㅋㅋㅋ재밌어요~왠지 혼자서도 잘 하셨으리라 믿습니다~빨리 담편도 올려주세요~기대기대 ^-^

[양냥이~]

ㅎㅎ..재밋어요..^^

[명훈맘]

쾍,,쾍 여자분이셨나요? 계속 친구, 술 같은 멘트가 있어서 남자분이신줄 알았는데, 여자분이시네요. 재미있습니다..

[가고파!]

너무 재밌어요~ 쿡쿡거리며 혼자 어찌나 웃었는지~~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어느사이]

ㅎㅎ 얼른 다음편을 올려주세요~~

[나즈나]

저도 왜 계속 남자분으로 생각을 했었는지 ㅎㅎㅎ 사진 없어도 최고 잼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