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된 지 3년 됐어요.
인간관계든, 업무든 월급이든 어디를 가도, 하나 이상은 부당하고 이상하고 참을 수 없는 게 있다는 건 알 것 같아요.
나름 일하면서도 저는 편하게 일한다고 생각하면서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요즘엔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힘들어요.
이것저것 써보려고 하는데 읽어주시고 위로든 조언이든 질타든 뭐든 말해주세요.
내 주변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어요.
24살에 공무원 합격해서 첫 발령지가 도서 산간 지역이었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요.
대중교통도 없고, 스케줄 근무를 뛰어야 해서 취직하자마자 차부터 사고, 관사도 없어서 스스로 월세 내고 살았어요.
식당도 없어서 하루 근무하려면 도시락 1~3개를 싸서 다녀야 하는 곳이에요 ㅎㅎ
같이 일하시는 분들은 다 남자고 40대 이상, 여자는 저 하나인 데다가 지금까지 이곳이 생긴 이후로 여자가 처음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들어오자마자 만든 게 남자 화장실에 표지판 떼서 여자 화장실로 만드는 거였고, 3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남자 소변기가 붙어있는 화장실을 사용해요. ㅎㅎㅎ
스케줄 근무를 하는데 시골이고 직원이 없다 보니 24시간 근무를 해야 하는 때가 있어요.
여자 당직실이나 샤워 시설도 없이 일단 근무를 시작했죠.
생리하는 날은 못 씻고 종일 근무하고 다음 날 퇴근하면 정말 찝찝해요.
당직실도 창문도 없고 냉난방기도 없는 창고에서 지내면서 제가 매트리스 사고 여름에는 선풍기 겨울에는 집에 있는 텐트 가져가서 지냈어요.
공무원이다 보니 가끔 고위공직자들도 오시는데,
어느 날은 여직원이 왔는데 불편하거나 필요한 게 있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여직원 휴게실이나 샤워실 좀 만들어 달라고 했고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바로 그런 건 나중에 알아서 만들어지는(?) 거라고 하고,
우리 지역 상위 부서에 가서 이번 여직원이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했더군요.
(이 소식은 3년이 지난 최근에 알게 됐어요)
윗사람들은 사실 관심도 없고 내 상황은 바꿀 생각이 없다는 걸 알고
알아서 당직실 부지도 찾고 혼자서 벽지 사서 바르고, 에어컨도 구하고, 책상이나 선반 등, 제가 쉴 수 있는 공간은 알아서 만들어서 지금은 그래도 정상적인 공간에서 지내고 있어요.
(샤워실은 아직도 없어요. ㅎ;;;;)
취직하고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아직 일도 다 못 배웠을 때죠! ㅎㅎㅎ)
또, 고위공직자 방문으로 업무브리핑 자료를 ppt로 대대적으로 만들어야 했었는데,
그나마 젊고, 컴퓨터 다룰 수 있는 직원이 저였으니 팀장이 저한테 바로 그 업무를 주더군요.
사실 대학생 때 ppt는 다들 만들 수 있고, 나름 잘 만든다고 생각해서 ppt를 만들었어요.
본업(행정직이 아니라 현장에 있어야해요;;)도 따로 있고 그 위에 다른 보조 업무가 올라가니 시간도 꽤 걸렸고, 나름 처음 받은 단독 업무라 꽤 열심히 했어요.
실제 브리핑 날에는 제 ppt로 팀장이 발표는 진행됐고, ppt가 잘 만들어졌다고 칭찬도 들었어요.
문제는 그 ppt 제작자가 누군지 물었는데 발표한 팀장님이 바로 자기가 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성과 가로채기구나....
사실 입사 3개월이 그 자리에서 박차고 '아니요!! 제가 한 건데요!' 이럴 수도 없었고요.
더 화나는 건, 이 일이 있고 얼마 후에 그 팀장이 저한테 따로 그러더라고요.
'그게 어떻게 이제 입사한 니가 혼자 만들었겠니, 다 내가 도와주고 그랬으니 내가 만든 거지.'
정말 딱 저렇게 말하더라고요.
이 일로, 스카웃 받은 팀장은 인사 관리직으로 올라가고 저는 여기 그대로 남게 되었어요.
더 큰 문제는 최근이에요.
저희는 도서 산간 지역 근무를 2년 하면 다른 원하는 지역으로 발령을 선택해서 갈 수 있는데,
작년에 제가 2년이 되는 해였어요.
당연히 저는 다른 곳으로 인사 신청을 올려두었고요.
그런데 위에서 인사 관리직으로 올라갔던 팀장이 이런저런 이유로 6개월만 더 참으라고 하더라고요.
주변에서도 인사발령에서 6개월 밀리는 건 흔하다고 다음엔 꼭 보내준다, 꼭 갈 거다 이런 말로 그냥 참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다시 돌아왔던 상반기 인사에서도 저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을 먼저 보내더라고요.
(그분은 가기 싫다고 했는데도 가고 싶다는 저를 놔두고 기어이 보내더군요)
그래서 그때부터 이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최근 7월 인사에서 저는 1년이나 참아서 다시 신청했는데, 이번에도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들면서 6개월을 또 참으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뿔이 나서 완전히 담판을 지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래서 저희 소장님과 같이 삼자대면을 하면서 인사에 대해서 재고해달라고 강하게 말했고, 그 와중에도 계속 안 된다는 소리에 그러면 저는 완전히 다른 직으로 업무를 바꾸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화도 난 상태였을 것이고, 저도 예의 차린다고 말하지만, 그 상황에서 당연히 목소리는 모두 커졌을 것이고 이리저리 서로 기분은 상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이 제 잘못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규정에도 있는 2년 전근 규정을 무시하고 단서조항에 있는 '단, ~한다'라는 조항 때문에 인사권자 마음대로 권력을 휘둘러서 제가 받는 피해들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일이 있고 나서, 친한 분들이 저한테 연락을 개인적으로 주셨는데(친하다고 해도 모두 50대가 다 돼가는 분들이라 ㅎㅎ) 저보고 자꾸 직종 바꾸는 건 철회하고, 사죄를 한 뒤에 6개월을 또 참으라고 하더라고요.
6개월, 6개월, 6개월 모두 1년 반을 더 기다리게 생겨서 화나서 죽겠는데,
선배들은 저보고 사과도 하고 참기도 하고 다 하라고 하니 더 화가 나서 이제부터는 반항심이 생겼어요.
괜히 지금 같이 일하시는 분들과도 즐겁게 일하고 싶지 않고(이분들도 다들 당신 힘들 때는 도와달라고 해도, 제가 힘들 때는 뒤에서 보고만 있으니까 이젠 정이 안 가요)
그냥 될 대로 대라, 승진 좀 늦고 막 살아야지 이런 생각도 난생각도 막 들어요.
지난주에, 고위공직자 방문 브리핑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다시 부탁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제가 먼저 지난번 있던 일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 같은 생각에, 못하겠다고 말했더니 다들 저보고 나쁜 사람 취급을 하더군요.
제 성격 제가 잘 알아요.
예쁘고, 사근사근하게 말하는 편도 아니고, 신입이었지만 회의 때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의견 내고 팀장님들 의견에 반대도 했었어요.
저한테 나쁘게 하는 사람들한테 다 투덜댈 순 없지만, 그래도 그 기분 나쁨 다 견디는 성격도 아니고요.
(한마디로 강한 성격이에요 하하ㅎㅎ)
사실 승진 욕심도 있고, 더 큰 업무도 해보고 싶었는데 3년간 이래저래 사람에 치이니까 점점 무뎌지는 것 같아요.
사실상 인사이동도 다시 6개월 기다려야 하는 지금 슬쩍 대학원 준비나 다시 하고 있는데,
이게 내가 지금 직장 3년이 되면서 도피인지, 권태기인지, 게을러진 건지, 그냥 인간관계에 치이는 건지.....
주변에는 모두 4~50대 직장생활 오래 하신 분들....
조언이라고는 뭉툭하게 깎여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다가 결혼하고 애 낳으면 정신없어서 살게 될 거라는 말뿐이에요.
위로도 안 되고, 사실 조언도 잘 안 돼요.
세상에 이런 일보다 더 다양한 일 있고, 더 심한 일 당한 사람도 있고, 더 잘 참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이 저한테는 감정의 역치가 넘어서 사람이 변하게 된다는 그 시점인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들 살았는지, 어떻게 살았으면 좋았겠더라, 어떻게 살고 있다는 거 들어보고 싶어요. ㅎㅎ
첫댓글 ㅠㅠ글쓴이 진짜 절망적이고 답답하겠다..
와...진짜 본문에 나오는 남자들 하나같이 좆패고 싶다 글쓰신분 ㄹㅇ 많이 참으심 나같으면 이미 죽빵 날라가고 사직서 냄
말만 들어도 개빡친다
아 진짜 읽는데 감정이입되서 너무 짜증올라온다...
아오 ㅅㅂ 개빡치네 성과가로채기 저거 진짜 좆같애 ㅅㅂ 나머지도 개빡침ㅅㅂㅅㅂ
우리집 애비가 구청 5급이라서 수준 알만함ㅋ 죽어야되는데
헐 저런곳에서 어떻게 3년이나 참았지...
공기업보다 더러운 공무원사회인데 뭐 말다했지.. 진짜 할말 다하고 살아야함 안그러면 화병나
저런 취급 받으려고 공무원 된게 아닝텐데 하 진짜 ㅅㅂ
ㅇㄱㄹㅇ 공무원 갑질하는 팀장들 졸라많음 일안하고 잔다^^ 진짜 저상황 꽤많이 일어나고 있고 고이다 못해 썩은물임
저 기분 알거같다 나 이제 막 시보 뗐는데 좆같은게 한두개가 아녀 친구들이 어떻게 다니냐고 할 정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