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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람 후기는 사진빨이다'라는 말이 듣고 싶지 않아 잠시 고민했지만,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게 해 주는 것도, 여행의 추억을 나누게 해주는 것도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리하게 사진을 첨부하다보니, 첨부가능한 사진 개수를 넘어버렸고...
부득이하게 게시글 두개로 나누어 작성했습니다.
더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나누고 싶은 말이 많은데, 시간에 쫓기어 정리하려니 많이 아쉽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쁘게 봐주세요 ^^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던 여행이었는지.
한달 전부터 회사에 얘기해 둔 덕분에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사때문에 밀려있던 업무까지 겹쳐 폭발직전이었던 회사를 잠시 접어두고,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여행은 내 본업같은 부업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비전스케치를 핑계삼아 장만한 캐리어에 짐과 함께 기대감을 잔뜩 담고,
작년에 한번도 써보지 못하고 잊어버린 녀석과 거의 똑같게 생긴 모자를 집어들고,
비가 오기 직전의 날씨였음에도 기분을 내기 위한 선글라스를 챙겨든 채, 집을 나섰습니다.
매일 출근길을 서두르던 그 전철역에서, 이번엔 여행을 서둘렀습니다.
사람들은 제각기 바쁜걸음으로 가는데, 그 중 여행을 가는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아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각자 바쁜 삶 때문에 유럽여행 이후 제대로 된 리트릿 한번 하지 못했던 유럽멤버들이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다시 모였고,
우린 그때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또다른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나누며 버스에 올랐습니다.
유럽에서 그랬듯, 우린 버스를 타기 위해 뛰었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서서 급하게 빵을 먹었고,
그리고 버스안에선 깔깔거리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닐과 현석이는 소중히여기는 수통을 어깨에 맨 채 잠이 들었지만요.)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여행.
첫번째 목적지는 보성이었습니다.
보성으로 가는 길에 광주에 들러 10월의 신부가 되시는 목사님의 제자, 헤어디자이너께서 소중한 식사를 대접해주셨고,
우린 그 보답으로 미용실을 홍보하겠다며 엄청난 사진을 찍고나서야 광주를 떠났습니다.
너무나 예뻤던 미용실에서 단체사진 :)
함께한 첫번째 식사 :)
작년에 이어 두번째 온 보성 녹차밭.
세차게 내리던 비 대신, 구름 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민 여름햇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우린 덕분에 선선한 날씨 속에서 녹차향에 취할 수 있었습니다.
싱그러운 푸르름에 취해 우린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고, 쉬기도 하며 7월의 오후를 만끽했습니다.
녹차라떼에 대한 '끌림'으로 우린 거의 모두가 녹차라떼를 구입했고,
녹차아이스크림에 대한 '간절함'으로 우린 모두가 녹차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싱그러운 초록빛 속에서 시원한 연두빛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자니,
그동안의 피로가 싹 가시는듯 했습니다.
녹차밭에서의 사진은 어느것 하나 맘에들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푸른녹차밭 덕분에 우리의 여행은 아주 상콤하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한반도의 남쪽으로 내려와 여수에 도착하였고,
숙소이자 예배가 예정되어 있던 여수은파교회에 가기 전, 애양원에 잠시 들렀습니다.
다시 그곳에 가니, 목사님께서 잠깐이나마 다시 들르고 싶어하시는 마음을 십분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언더우드 선교사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말했던 땅에서,
마음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몸을 치료하며, 그들의 마음까지 보게 해달라 기도했을 선교사들.
그리고 목사님의 양아버지가 되어주셨던 도플 박사님.
목사님께서 그 분을, 꼭 다시 한 번 만나뵐 수 있길, 그리고 이왕이면 그 자리에 우리도 함께 있을 수 있길.
그래서 우리 아빠목사님을 위해 기도해주시고 치료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올릴 수 있길.
사랑의 원자폭탄 손양원 목사님.
난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죽을 수 있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며,
지금의 날 너무도 초라하고 부끄럽게 만들었던 그 묘지 앞에서 우린 잠시 기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엔 여수은파교회 모세목사님의 말씀을 통해 예상치 못한 은혜를 부어주신 하나님이십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엔 '스펙'이 아닌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그 말씀은,
내가 가진것이 아니라, 내 본질에 집중하게 했고, 그래서 하나님과의 스토리, 목사님과의 스토리, 동역자들과의 스토리로
내 인생 더 풍성하게 만들어야겠다 다짐하게 했습니다.
예배 후엔, 백석대 친구 서희의 부모님께서 감사하게도 저녁을 대접해주셨고,
그 후엔 여수 밤바다를 드디어 볼 수 있도록, 가이드까지 해 주셨습니다.
유럽에서 레이첼에 의해 재미붙이게 된 '따라하기 놀이'중인 닐&석입니다 :)
목사님의 삼발이와 삼발이맨 덕분에, 우린 비록 엉성하게나마 이런 사진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돌산대교가 너무너무 예뻐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키가 좀 작은 삼각대와, 그보다 큰 울타리 덕분에 쉽지 않더군요.
겨우겨우 끙끙대며 찍은 수십장의 사진 중 최고의 작품은 겨우 이정도입니다.
이 사진을 찍느라 일행 중 제일 마지막으로 원래의 장소로 돌아갔는데, 목사님께 데이트하다 왔다며 혼이 났죠. 흑.ㅠ
그렇게 다시 숙소로 도착한 우리들은,
비몽사몽 졸린 눈꺼풀과 싸우며 본깨적 보고서를 썼고, 또 그것을 나누었고,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보성에서의 오후가 그러했듯, 여수에서의 오전도 작년과는 달리 날씨가 좋았습니다.
덕분에 이런 사진도 찍을 수 있었죠. 목사님 옆에 계신 분이 모세목사님이십니다. ^^
그리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광양 기독교 선교 100주년 기념관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나라가 최초로 기독교를 만나게 된 것이,
일본에서 일본사람을 통해 하나님을 알게 된 사람을 통해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간, 언젠가 책에서 본 일본인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은 일본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얘기였습니다. 너무나 많은 우상이 존재하고, 영적싸움이 심한 일본.
하지만 그 뿌리엔 일본에 불교를 전해준 한국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일본의 복음화율이 낮은 모든 이유가 한국 때문은 아니지만, 우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빚을 지고 있구나.
그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우린 한 영혼 한 영혼을 귀하게 여기며 주의 복음 들고 나가야겠구나.
한적한 곳에 있었던 광양 기독교 선교 100주년 기념관에서의 귀한 깨달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린 순천에서 목사님의 팬 집사님으로부터 점심식사를 대접받았습니다.
베토벤 집사님 댁을 포함해서, 하나님께서 요즘 너무 좋은 집을 보여주시길래,
'하나님, 자꾸 이런 집을 보여주시는걸 보니, 또 꿈을 가지라는 건가요? 저도 이런 집에 살게 해 주실껀가요?'
하고 살짝 기도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집에서, 집사님의 아름다운 손길이 묻어있는 퀼트 작품들을 보고,
그 손맛이 담겨있는 귀한 식사를 대접받고 보니 마음까지 풍성해지는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덕분에 우린 돌산갓김치도 맛볼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우린 다정이와 만나기로 되어 있는 하동으로 떠났습니다.
슬로우고장 하동으로 가는 길이기에, 슬로우하게 가겠다며 국도를 택하셨다더니 고속도로로 가신 목사님 차.
그리고 앞말잇기를 너무 열심히 하다 갈길을 잃어버린 목사님 차는 보이지 않고 -
제가 타고 있던 SM5는 우리야말로 진정 슬로우하게 가자며, 산길을 돌고 돌아,
새끼를 벤 달마시안이 더위에 헉헉대고 누워있는 슈퍼에서 커피도 사 마시며,
슬로우하게 목적지로 갔는데도, 목사님차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목사님께서 오실때까지 섬진강에 발을 담그며 아주머니들과 함께 재첩잡기에 동참했습니다.
사실 재첩을 잡는건지, 줍는건지 모를정도로 맑은 강바닥에 보이는 재첩을 봉지에 담으랴,
사진 찍으랴, 가끔 일어나는 물싸움 피하랴. 정신이 없었답니다.
섬진강 하류에 발담그고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한때였습니다.
시원한 강물, 파란 하늘, 초록빛 나무. 그리고 우리들.
어느것 하나 부족함 없었답니다.
재첩잡기에 지쳐 잠시 낮잠을 청하신 닐과 함께 사진도 찍고.
강바람을 막기 위해 심었다는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너무나 아름다운 송림으로 들어갔습니다.
초록빛 땅 위로 드리워진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에서, 우린 참 행복했습니다.
의도와는 다르게 찍혀 더욱 재미있는 사진 -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하지만 하나님 뜻대로 살아간다면, 우리 인생도 이처럼 재밌겠죠?
혼자 여행하면서 생긴 버릇 중 하나.
어느것이든 반사되는 것에 내 모습을 남기기.
그 중 선글라스는 참 재밌는 도구가 됩니다.
누군가의 시선에 내가 담기는 것.
별 것 아니지만, 참 낭만적입니다. 그때의 우리처럼요.
여행 사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점프샷!
정말 날아갈 것 같았답니다.
목사님도 함께 점프점프!!!
그리고 올라간 하동공원 전망대.
굽이굽이 흐르는 강. 푸른 산. 그 아래 마을.
뾰족뾰족 도시보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역시 은빈짱! "여기 뭐 있어! 여치? 방아깨비?" 라는 내 한마디에
그냥 바로 생포해버렸습니다. 물론 사진만 찍고 다시 그의 갈길 가도록 내버려뒀지만요.
경치좋고 바람좋은 하동공원 전망대의 바위 위에서, 유럽멤버들 뭉쳤습니다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바위 위에서 찍었답니다 :)
그리고 우린 하동땅을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를 한 후,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친가친척들이 부산에 살고 있어, 어렸을 땐 자주 갔던 부산이지만,
점점 한번 가기가 힘들어졌던 부산인데,
작년에는 루미큐브 대회때문에,
올 해 5월엔 사촌언니 결혼식으로,
이번엔 비전스케치로 또다시 부산을 찾게 되었습니다.
부산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어,
우린 해운대 바다를 도로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포르쉐' 노래방에서는
지쳐있던 지은이의 스위치가 다시 올라가는 장면을 목격하였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누워있던 자매들이 활기를 찾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노래방에서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을 즈음,
계속해서 내리던 비는 부산땅을 적셨고,
우리의 둘째날 밤도 그렇게 깊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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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던 바이지만 사진이 결들인 여행 에세이는 우리들이 읽자고 했던 <여행의 기술>보다 나은 것 같구나. 적절하게 배치되고 써내려간 여행기가 한두번 해본 여행가 아닌 프로다운 느낌이 마구 나는구나. 역시 지난 겨울의 유럽 여행이 큰 힘이 되었겠지. 앞으로 여행 르포 작가로 나서도 될 듯싶은 글이다. 얼마나 수고해서 이러한 글과 사진을 올렸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훈훈해져 오는구나. 잘 읽었다
누나 사진 에세이 보니까 함께 가지 못한게 더 가슴아프네요ㅠㅠ 다음 스케치엔 꼭ㅋㅋ
이구..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나도 마음이 아프네ㅠ 석영이의 빈자리가 느껴지긴 했지만, 우리에겐 함께할 더 아름다운 시간들이 있으리라 믿으며 다음을 기대하자구 ^^
사진이 뭔가 다른거 같아. 글과 사진의 어울림이 끝내준다.ㅋ 빨리 책을 쓰시오.ㅋㅋ 이번 여행은 정말 지금 생각해보면 훅 하고 지나가버린 것처럼 금방이었다는 생각이 드네. 그래도 이후기를 읽으니까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 지난주가 다시 새록새록 생각나네.ㅋ 내 몸은 집이지만 마음은 남쪽나라에 있는 것 같아.ㅋ
마음은 남쪽나라에....ㅋ 담번 크리스마스엔 호주로 가볼까.?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평생에 한번은 맞아보고 싶다는 :)
1편을 읽으면서 2편은 더 기대되는 1人
우리 유럽여행도...빨리 더 올릴껭.. 포토샵 오류나서 손을 못대고있엉 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