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음악 1: 음악을 들으러 숲으로 가다
KBS FM <세상의 모든 음악> 제작팀이 엄선한 16편의 주옥같은 서정시
01 THE ROSE OF TRALEE (트롤리의 장미) - Nightnoise
02 KEAN THA DEPSASEES (IF YOU ARE THIRSTY) (당신이 갈증을 느낀다면) - Nana Mouskouri / Harry Belafonte
03 TIGER IN THE NIGHT (어둠속의 호랑이) - MIKE BATT & THE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04 HOW CAN I KEEP FROM SINGING (어찌 노래하지 않으리요) - The St Philips Boy's Choir
05 MY SON (나의 아들) - Masatsugu Shinozaki
06 THE OCEAN (바다) - Noa
07 A WHITER SHADE OF PALE (더욱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 - David Lanz
08 LAS MARIAS (마리아) - Tish Hinojosa
09 LIBER TANGO (리베르탱고) - Cello Acoustics
10 MISA ANDINA CRUMBLES OF HOPE (안데스 미사중에서 소망의 빵) - Anne Marte Slinning
11 THE NIGHT GOES BY REJOICED (행복했던 밤은 지나가고) - MARIA FARANDOURI
12 THE WALTZ OF WHISPERS(속삭이는 것들의 춤) - Michael Hoppe
13 THE LETTER TO CHOPIN (쇼팽에게 보내는 편지) - Anna German
14 WEDDING MARCH(웨딩 마치) - Susanne Lundeng
15 TAKES MY BREATH AWAY(그대는 나를 놀라게 해요) - Tuck & Patti
16 BEFORE THE RAIN(비 내리기 전에) - Lee Oskar
세상의 모든 음악, 음악을 들으러 숲으로 가다...
세상의 모든 음악들을 만나기 위해 숲으로 간다.
부드러운 미풍에 간지럼 타는 연못가의 햇살, 노을에 붉게 물드는 외로운 저녁바다.
푸른 산 위에 떠오르는 창백한 달. 이 모든 것들이 세상의 모든 음악이다.
그런 음악들이 그리워 우리는 숲으로 간다.
순결한 천사들의 합창(어찌 노래하지 않으리요?) 이국에서 느끼는 야릇한 향수와 설움(마리아),
숨이 멎을 정도로 황홀한 사랑의 눈빛(그대는 나를 놀라게 합니다)등...
새들의 지저귐에 눈뜬 청명한 가을 아침엔, 이런 음악들이 그리워 견딜 수 없다.
음악을 들으러 숲으로 가다...
저녁 6시,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퇴근길에 오른다.
누군가는 너무 지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들 속에 묻히고 싶어 한다.
누군가의 하루는 그때부터 열리기도 한다.
핸들을 돌려 먼먼 곳으로 떠나 익명의 사람으로 묻히고 싶은 사람도 있고,
좋은 사람을 만나러 환한 얼굴로 거리로 나서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집으로 돌아올 사람들을 기다리며 저녁 식탁을 준비하는 즐거움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저녁의 풍경 속에 좋은 음악이 흐르는 것을 상상해 본다.
마음을 흔드는 음악을 들으며 누군가는 핸들에 얼굴을 묻고 울고 싶어질 것이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얼굴이 생각날 수도 있고,
앞차의 브레이크등 붉은 빛마저도 오래 잊혀지지 않을 장면으로 새기게 될 것이며,
`그래, 다시 시작해 보자`하고 격려를 얻을 수도 있으리라.
이렇게 `세상의 모든 저녁` 곁에 다소곳하게 놓이고 싶은 것이 `세상의 모든 음악`이 가려하는 길이다.
세상의 모든 음악에는 장르를 초월한 `좋은 음악`이 들어있다.
단 한번만 들어도 마음을 휘어잡는 아름다운 음악이 들어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고 싶어지는 저녁,
어두워지는 거리에서 눈물나게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음악편지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모든 마음을 헤아려 띄우는 음악들.
높았던 장르의 벽을 허물고 사람들 마음의 빈터와 경계에 꽃을 피우려는 음악이다.
환한 해가 떠오르는 동쪽의 음악이 아니라 노을에 물들어가는 세상을 보여주는,
저무는 서쪽의 음악이다.
`세상의 모든 음악`은 저녁의 정서와 사람들이 음악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결합시켜 놓은 징검다리다.
이 징검다리를 건너 음악의 숲으로 들어선 사람들은 알게 될 것이다.
경계를 허물고 눈과 귀를 세상을 향해 열어놓으면, 울타리 너머에서 웅성거리던 노래들을
내 뜨락의 음악으로 피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는 아직도 우리가 만나야 할 아름다운 음악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클래식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열매 맺어온 인류의 음악문화가 시간을 뛰어넘어
빛바래지 않고 아름답듯이, 우리가 모르는 지구촌 곳곳에서 자신들의 선율을 기르고 가꾸면서
꽃으로 피워낸 사람들의 음악 또한 너무나 아름답다는 것을...
`세상의 모든 음악`의 첫 걸음을 함께 해준 청취자들,
장르의 경계를 넘어 마음을 흔드는 음악에 공감을 표시하고
힘을 실어준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의 모든 음악`이 일군 첫 결실을 드린다.
글; 2002년 9월 `세상의 모든 음악` 제작진(프로듀서 김 혜선, 진행 공 정민, 작가 김 미라)
제공; 아울로스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