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남자는 한 달에 1.4회, 여자는 5.3회 운다.
인간이 평생 흘리는 눈물의 양을 평균 69L로 추정한 보고도 있다.
올해의 히트작으로 기록될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고혜정 작·구태환 연출)의 중심에는 눈물, 그리고 그리움이 있었다.
평일 낮에도 극장을 가득 메운 40~60대 여성 관객들은 처음부터 울 작정을 하고 온 사람들 같았다.
참았던 울음의 둑이 무너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이야기는 그 눈물을 에너지원 삼아 더 깊은 슬픔 쪽으로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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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정엄마와 2박3일’의 강부자(왼쪽)와 전미선.
동화처럼 꾸민 무대에서 딸 미영(전미선)이 "엄마 엄마 나 죽거든/ …엄마 엄마 울지마"라고 노래할 때부터 연극은 '이별 모드'다.
시골의 친정엄마(강부자)에겐 '새끼, 자식'뿐이다.
몸뻬 입고 걸레질하면서 부르는 노래는 "금을 준들 너를 사랴/ 옥을 준들 너를 사랴~"다.
때는 겨울, 철커덩철커덩 기차 소리가 들리고,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딸이 엄마를 찾아온다.
"낮도깨비마냥 와서 신경질부터 내고 지랄이네. 딸년이 아니라 상전이라니까…."
엄마의 어법은 손으로 찢어 넣어주는 포기김치 같다.
《친정엄마와 2박3일》은 이별을 앞둔 모녀의 추억을 불러낸다.
어릴 적 하이타이로 머리 감던 일, 없는 형편에 딸을 키우느라 고생한 엄마, 미영이 결혼하고 나서 유산했을 때의 아픔….
그리움을 증폭하는 장치들이다.
미영이 "엄마는 왜 날 낳아 고생시켜" 하면, 엄마는 "너는 자꾸 엄마 땜에 못 산다 그러는데, 난 너 땜시 산다"로 받는다.
다들 각자의 기억을 떠올렸을까. 관객은 또 흐느낀다.
강부자는 엄마의 정서, 슬픔의 음표들을 놓치지 않았다. 전미선의 몰입과 연기도 부드러웠다.
엄마는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끌어안고 "갈라믄 다 갖고 가지. 정 무거우면 정(情)이라도 갖고 가지…" 하며 무너지고,
죽은 딸은 그런 엄마를 본다. 뻔하고 통속적인 신파극이다.
그러나 관객은 저항하기는커녕 눈물의 합창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들도 엄마의 딸이고, 누군가의 엄마였다.
▶30일까지 서울 이해랑예술극장. (02)6005-6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