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 여행기... 그냥 재미난 에피소드 몇가지임다

[나는나당]

일기장을 한 권 채웠으니
어릴 적의 열정이 줄어 그냥 도시별 생각나는 에피소드 몇 가지 마구잡이로 올리겠습니다.
매일 1-2가지의 에피소드를 만드는 여행복 많은 접니다.

1. 출국 날
시작과 함께 끝까지 한국 서까지 태클을 당했습니다.(남들 다 되는 버스나 지하철 탈 때 지갑 속에서 찍~ 찍는 카드. 난 안돼서 결국 지갑 열고 찍어야 했다. 친구들 담에 나랑 여행가는 거 고려해 본단다. 여행에서 태클 당한 것들을 죄다 얘기해 줬더니) 경유지인 타슈켄트에서 남들은 다 보내주는 곳을 전 굳이 여권과 뱅기표를 요구하더군요. 제가 그렇게 촌티 날리는지... 그러면서 하는 말
현지인 : 이스탄불, #######(이상한 나라 이름)
나 : .......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해 멀뚱히 쳐다봄)
현지인 : 런던 ? (설마 니가 런던 가겠냐는 말투)
나 : (그제야 행선지를 묻는구나 파악하고 살짜기 기분 나쁘지만 워낙 살벌한 분위기의 삼엄한 경계지역인지라 사진도 못찍음) 런던 예쓰~

현지인 내 얼굴 뚫어져라 보더니 여권과 뱅기표 주면 들여보내주더이다. 쩝... 내 얼굴이 죄지...
그리고 또 하나 뱅기 안에서
승무원 대단함... 목이 너무 말라 지나가는 뭐 나눠주는 승무원에게
'워러 플리즈~'라고 정중하게 날렸더니
승무원 : (아주 싸늘하게) I'm busy (나 바쁜거 안보여 하는 말투와 눈빛)
그렇게 나와 동반자는 개무시당하면서도 무사히 영국에 갔지요

2. 영국에서 벨기에로 넘어가는 날
아침에 운수 좋았습니다. 친절한 영국 청년 둘이 저와 동반자의 캐리어도 들어주고... 그러나 소설속의 딱 '운수좋은 날' 꼴이었습니다
그날이 세인트폴 성당 가는 날이었는데
라커가 없더이다. 끌고 갔지요. 구경 잘 하고 성당이 첨인지라 입 쩍 벌리고 '좋다' 감탄을 연발하며 나선형 굽이굽이 계단을 올라 천장화 함 볼 거라고 열심히 올라 갔더랬죠
올라가서 내가 한 일... 캐리어와 배낭이 너무 무거워 와이어와 자물쇠로 두개를 묶어두고 자유롭게 구경하고픈 맘에 묵었지요.
근데 웬걸... 갑자기 웬 경고음
사람들의 행동거지를 살펴보니 후다다닥 뛰어 비상구로 내려갑니다.
뭔가 잘못됐다 판단은 되었으며 자물쇠를 열려고 보니 안 열리고 수차례 반복하는데 지킴이 아줌마 오더니 비상사태인데 뭐하냐고 빨리 내려가라고 재촉해서 어쩔 수 없이 두개붙은 하드 캐리어와 배낭을 메지도 못하고 양손에 들고 그 높은 계단을 다시 굽이굽이 들고 뛰어내려왔다는 겁니다
팔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여행마지막이었음 아마 버리지 않았을까. 여행 처음이라 차마 버리지도 못하고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
유로스타로 벨기에 넘어가려고 워털루 역으로 왔습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우리는 티켓을 교환해야 되는 줄 알고 창구로 갔는데 짐이 많으니 한 사람은 지키고 한사람이 교환하자 해서 갔지요. 전 짐지킴이. 동반자가 갔는데
좀 있으니 동반자가 와서 나를 데려오라고 했다며 가 보라내요
의사소통에 뭔가 문제가 발생하여 우린 그날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며 여권 뺏기고 짐 있는 곳까지 가서 확인 받고 결국 나는 캐리어 완전분해 당했습니다.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짜증이던지. 그것도 내보다 더 시커먼 흑인 여자가 얼마나 땍땍거리던지... 그냥 욕이 나오더군요. 피부색가지고 뭐라 하면 안 되지만..
이유를 분석해본 결과 유로스타는 티켓으로 바로 탑승해야 되는데 우린 그것을 모르고 티켓 교환한답시고 한사람씩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짐도 없이 깝죽댔으니 의심을 산 듯. 그냥 우리나라 기차 타듯이 편하게 아무렇게나 타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거지요. 철저하게 X-ray, 몸 검사 다하고 한마디로 좀 많이 살벌하다 정도
거기서 헤매면서 결국 나의 썬그라스 분실... 아까비. 일진 진짜 사나움. 그리고 하나 더 유료화장실 20펜스 없어서 못가고 참아야 하는 설움을 맛 봄... 영국 돈 다 써버리는 바람에

3. 여튼 벨기에 무사 입성.
밤에 '물moules' 이라는 유명한 홍합요리를 먹기 위해 동반자와 열심히 찾았으나 못 찾고... 그럼 그나마 우리 입맛에 맞을 거 같은 치킨요리를 먹기 위해 노상 레스토랑 앞에 앉음
웬걸... 거긴 테이블보 색깔만 다르고 테이블이 붙은 옆집 피자집. 졸지에 벨기에에서 정통 이탈리아 피자 먹고...

4. 네덜란드에서
암스테르담 포기하고 풍차마을로 go
그러나 노선이 붉은 노선, 파란노선 2개인지 모르고 무턱대고 탔다고 우리가 내려야 하는 역에 정차하지 않아서 20분 걸린다는 거리를 2시간여 걸려 겨우 도착... 것도 역에 캐리어 맡기는 걸 깜빡하는 나쁜 머리 때매 손발이 고생하여 열심히 끌고 다님. 그래도 기대보다 100배쯤 아름다운 풍경에 그 고생쯤 눈 녹듯 스르르~ 아주 멋짐

5. 독일 퓌센 여행기
벨기에 넘어온 뒤로 계속 날씨가 흐리더니 급기야 비가 왔음다.
나름 머리를 쓰서 운동화에 물이 들어가면 발이 더 시려울까 봐, 스포츠 샌들을 신었는데 웬걸... 발가락 시려서 동상걸릴 뻔 했음다. 산 꼭대기에 성을 지어서 이쁘긴 한데 산이다 보니 추위가 더해서 게다가 비까지 추적추적. 독한 넘들 어이 거기다 지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지요. 내려와서 중국 식당에서 밥 먹는데 우린 물이 공짜인 줄 알고 물 한잔 시켰더니 1.6유로고. 그럴 줄 알았으면 그냥 한 병 살걸... 우동과 초밥을 먹었는데 단무지 하나 안 주고... 우동이 무지 짜웠는데 더운물 좀 달라 카면 것도 돈 받을까봐 말도 못하고 먹는 설움...

6. 체코 프라하
솔직히 ‘프라하의 연인’ 때매 프라하에 대한 환상이 무지막지 대단했음다. 근데 가자마자 실망해서 올 때까지 실망, 황당.
이유인즉. 환전을 역에 도착해서 했는데 환전까지는 좋았음다. 한국인 만나 서로 맞교환하면서 수수료 안 떼이고. 근데 1인당 600코룬을 했는데 동반자랑 둘이 물가가 쌀 거라는 착각 속에 레스토랑에 가서 비프스테이크를 시켰지요. 그렇게 한 끼 식사로 정확히 600코룬을 썼음다. 잠시 뒤 우리들의 우를 가슴 치며 후회했다는...
돌아오는 날도 더 환전한 돈이 남아 재환전하려 했더니... 서로 의사소통 잘 안 된 것뿐인데. 지나 내나 답답하긴 마찬가진데 성질부리며 문까지 굳이 닫으며 환전 더 이상 안한다고 들어가 버리는 꼴을 또 당했음다. 자존심 두 번째로 무지 상함

7. 스위스에서 국제미아될 뻔 하다
스이스 티틀리스에 오르기 위해 루체른으로 가는 중.
나이가 많아 유레일 1등석임다. 2등석과 비교가 안 되게 무지 좋더군요. 그래서 일행과 떨어져 1등석에서 혼자 깝죽대며 놀다가 역무원이 다음역이라고 하길래 무턱대고 내렸는데 다른 일행 아무도 안 내리고... 나 혼자 맞는 줄 알고 ‘쟤네들 뭐야’ 하다가 역무원에게 물으니 여기가 루체른이 아니란다. 내 혼자 잘못 내린 게다. 이런... 나는 혼자고 다른 일행은 세명이다. 인포메이션 가서 무조건 들이댔음다. 일행 잃어버렸다. 방송해달라(우리나라 기내 방송쯤 생각) 동반자 이름 갈쳐주고, 행선지 갈쳐주고. 여튼 혼자 떨어진 건 첨이라 무섭기도 하거니와 제대로 된 통문장 영어가 안 되기에 쫄았지만 내가 아는 모든 콩글리쉬를 동원하였더니 되더군요. 결론인즉 내가 가면 일행이 내가 도착하는 플랫폼에 나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 보니 또 어디서 뭐가 잘못 전달되어 도착플랫폼은 아니고 서로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운 좋게 극적으로 상봉~ 감개무량

8. 퐁듀 요리를 먹다
또 책에 의존하여 스위스에서는 퐁듀 요리를 먹어보라는 권고에 힘입어... 호텔 근처 bebbis 라는 레스토랑에 갔다. 비싸더군요. 고기라 그런지... 아님 그냥 전통음식이라 그런지. 여튼 일행 넷이 시켜서 먹었음다. 근데 호텔 와보니 20%할인권 있었는데 사용 못했고... 그 레스토랑이 할인 레스토랑이 아닐 거야 하고 주문을 걸었는데 지금 일기장 보니 같은 레스토랑 맞군요. 쩝... 할인권을 줘도 사용 못하다니. 20%면 돈이 몇만원인뎅. 그리고 혹여 책보고 먹어볼까 생각중인 분들 절대 비추. 저한테 오시면 제가 다시마 물에 고기 넉넉하게 도막내서 드리리다.

9. 스위스에서 머리 빡세게 굴려 유람선 타다
융프라요흐 오르기 위해 아침에 역으로 갔음다. 얼마나 한국 사람이 많이 오면 한국지부가 하나 있더군요. 한국인이 표 끊어주고 등산열차 시간표 설명도 해줍니다. 대신 한국인은 거기에 다 몰리는지라 번호표가 좀 많이 길지요. 근데 우린 거기서 친절한 한국 관광객 두 분을 만나 많은 정보와 혜택을 보았지요. 나쁜 짓인 줄 알지만 욕먹을 각오하고 말하자면... 남자 분들의 번호표를 우리가 받아서 사용했음다. 그래서 조금 덜 기다렸다는... 그래도 그 전에 안면 텄다고 챙겨주시더군요. 감사~ 다른 분들껜 죄송
그리고 기차타고 가면서 그 분들이 유람선 정말 멋지다고 꼭 타라고 하더이다. 우린 융프라요흐 올라가면 시간이 어중간해서 유람선 포기했는데... 그때부터 나의 머리 굴리기 돌입. 어제 타고 온 열차 시간을 대충 계산하고 다른 사람 여행책자를 빌려서 마지막 배시간을 확인하고 등산열차 배차시간을 확인하고... 등등 머리를 무지 굴렸지요
굴린 결과 도박이더군요. 1-2분 찰나에 유람선을 탈 수도 있고, 못 탈 수도 있겠더군요. 융프라요흐는 왕복 기차 시간만 7시간이 넘어서 내려오면 다시 못 가는지라 괜히 유람선 탄답시고 내려왔다가 유람선도 못 타고 융프라요흐도 제대로 구경 못하면 닭 쫓던 개꼴 될 꺼 같아서 일행들에게 얘기했지요. ‘나는 여튼 유람선 타러 갈 것이다. 너네는 알아서 하되 설사 내려와서 유람선을 못 타더라도 나를 원망하지는 마라’ 일행들 고맙게도 같이 탄다하더군요. 그렇게 우린 시간 계산하며 무료 컵라면도 챙겨먹고 부랴부랴 융프라요흐에서 내려와서 다시 기차를 타고 유람선 타는 곳으로 가서 또다시 열나게 뛰어 유람선을 타고 1분도 안 되니 출발하더군요. 타이밍이 얼마나 절묘했던지... 그래도 역시나... 안탔으면 이 아까운 광경을 어이했을꼬 싶으리만치 너무너무 아름다워서... 감탄이 절로 나옵디다. 꼭 타시길 강추~
그러나 역시 얻은 게 있음 잃는 것도 있는지. 유람선 타고 기차역에 도착해서 보이는 광경. coop 수퍼마켓 봉다리~ 너무 기쁜 나머지 열심히 달려갔건만 그때 시각이 7시 정각. 칼같이 닫더군요. 쪽문을 노렸으나 사람이 지키더군요. 대단한 사람들~ 안에 기존에 있던 구매자들만 계산하고 나가도록 하고 절대 못 들어오게 하고... 그렇게 우린 문전박대 당했음다. 그래도 유람선을 탔기에 그 정도는 기꺼이 용서를 하며 욕 별로 안 했음다

10. 베네치아에서 스위스 수퍼마켓의 한을 풀다
베네치아로 이동했는데 정말 신기할 정도. 어떻게 이런 도시가 있을 수 있는지 정말 신기 신기... 인공섬이라는데 진짜 다시 한번 재조사 필요성 느꼈음다. 여튼 우리는 늙은이 축에 드는지라 절대 못 걷는다는 결론 하에 12유로라는 최고 거금 교통비를 들여 바포레또라는 수상 버스(큰배) 1일권을 사서 열심히 타고 다녔지요. 솔직히 추운 곳에서 떨 때는 언제 해구경 함 하나 학수고대했는데 이탈리아 넘어오니 어찌나 햇살이 따갑던지 채 반나절도 안 돼서 해 좀 어디 안 들어가나 기도하는 나를 발견하고 얼마나 인간이란 사악한가 생각했음다. 진짜 햇살이 바늘처럼 내 살을 찌르는 듯한 통증 겪어봐야 아는뎅.
그리고 리도 섬이라는 해안가로 가기로 했지요. ㅋㅋ 솔직히 비키니 기대하고 갔는데 웬걸. 물도 흙탕물(우리나라 서해바다) 피서객도 전부 나이 지긋하신 분들뿐... 그래서 그냥 냉커피 한잔하고 오는 길에 coop이라는 광고판을 보고 찾아갔는데 coop은 안 보이고 BILLA 가 찍힌 큰 봉다리를 들고 가는 사람 발견 무작정 들어가 보니 우리가 찾던 바로 그곳. 대형마트였던 것임다. 이것저것 그날 저녁거리와 담날 점심까지의 식량에 과일도 사고 음료도 2개나 사고 초코바도 3개나 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한 끼 식사 값인 8유로 정도가 나왔더군요. 얼마나 행복하던지 마트 앞에서 만세 부르며 사진 한방 찍었음다. 그때 현지인 ‘저 사람들 뭐냐’ 하는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서 우릴 보더군요. 그래도 좋은 걸 뭐..

11. 피자 사건
이탈리아하면 왜 피자를 떠올릴까. 그래서 우린 로마에서 저녁으로 피자를 먹기 위해 정통 피자집을 찾았으나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고 못 찾아서... 결국 지하철 역 앞에 있는 테이크아웃 되는 조각피자집에서 두 조각을 사서 호텔로 갔음다. 근데 전철 안에서도 사람들 피자 한번 보고 나 한번 보고(대체 피자 든 인간 낯짝이 어이 생겼노 하는 표정) 왜 쳐다볼까 의문을 안고 호텔에 도착했는데 거기 직원 또한 ‘oh, pizza no~' 를 연발하더군요. 왜 이탈리아에서는 피자를 싫어할까요? 그 사람들은 레스토랑에서만 피자를 먹어야 하는 암묵적인 규율이라도 있는지... 아직도 의문

12. 멘솔래담 사건
모나코에서 파리로 넘어가는 야간열차 날이었다. 늙어서이기도 하거니와 나는 원래 하체 부실, 그리하여 좀 걸으면 무릎에서 소리가 나며 다리가 아파 담날 뻗는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생각한 게 멘솔래담. 바르고 자면 냄새는 좀 나지만 시원하게 풀리는 게 느껴진다. 근데 그날 많이 걸어서 역시나 밖에 나가서 바르고 나름 긴 바지 입고 쿠셋에 자러 들어갔는데 내겐 익숙한 그 냄새가 같은 쿠셋에 자는 외국인 부부에겐 무지 지독했나보다. 그사람들은 파스 같은 거 안 바르는지 그것도 하나의 의문으로 남아 있음. 여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뭐라뭐라 그런다. 나름 미안하다고 사과를 거듭하며 다리가 아파서 약을 발랐다고 얘길했음에도 난리를 친다. 결국 역무원을 불러 뭐라뭐라 따따따 하더니 짐 챙겨 다른 칸으로 옮겨버린다. 나는 그저 ‘I'm sorry' 만 외칠 뿐... 나중엔 미안함을 넘어 조금 황당하면서 그날 내내 잠을 잘 못 이루었다.
그래서 생긴일... 파리에 도착하기 1시간여 전에 역무원이 여권과 패스권을 전해주었는데 조금 잔다는 게 그만 푹~ 잤다. 역무원이 도착했는데 당신네들 뭐하냐는 소리에 깨어보니 같이 야간열차 탄 수백 명은 온데 간 데 없고 동반자와 나 우리 둘이 열심히 천지 모르고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나의 동반자는 복도에 꽂아둔 디카 충전지를 잃어버렸다. 그렇게 우린 둘 다 디카 없는 신세 돌입

13. 혼자서 몽쌩미쉘 가다
나는 성인인 관계로 여행사에서 준 유레일 플렉시 패스권이라 15일권이라도 날짜가 남았으나 동반자는 연속이라 끝나버린 관계로 혼자서 가게 되었다. 혼자 가게 돼 무지 미안했지만 처음 계획할 때부터 꼭 가야한다는 일념으로 준비한 곳이기에 혼자서라도 강행해야만 했다. 역에서 물으니 TGV를 타고 가서 갈아타는 게 있었다. TGV는 예약필수인지라 예약까지 하고 갈아타는 것까지 다 예약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 발생...
난 기차역에서 했으니 당연히 갈아타는 것도 기차겠거니 했는데 경유지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플랫폼 번호가 안 뜬다. 그저 autocar 라는 말만 떠 있을 뿐. 첨엔 넘 일찍 도착해서 아직 번호가 안 떴나보다 하고 기다렸다. 근데 5분 전에도 안 떠 이상하게 여겨 물었더니 그건 기차가 아니라 밖에 나가서 타야 된단다. 죽어라고 뛰었다. 물어물어 갔더니 다행히 다른 사람들이 긴 줄을 만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10분 연착된 버스라 탈 수 있었다. 그것은 기차가 아닌 직행버스였던 것이다. 책 소개에 또 한 번 속았다. 그래서 하마터면 못 갈 뻔 했다. 그리고 입 헤 벌리고 또 한번 ‘이 수도원을 어이 지었을까, 대단한 넘들’ 을 외치며 구경 다하고 버스 타러 가야 되는데. 20m도 안 되는 거리임에도 좁은 골목에 오르내리는 사람이 꽉 끼어 전진이 안 되었다. 그 거리를 헤쳐 나오는데 13분쯤 걸렸다. 버스 못타면 나는 파리로 못 가고 그럼 나는 다음날 한국행 뱅기도 놓치는 꼴이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다 나는 해냈다. 버스에 타서 1분 지나니 정확히 15분에 버스 출발했다. 그렇게 무사히 나는 파리로 돌아왔다. 감사기도 올렸다 모든 신께...

14. 한국에 도착하다
그러나 무사 도착은 아닌 듯... 겁 많은 나 예민해서 역시나 뱅기 안에서 1시간도 채 못 잤다. 그 나머지 15시간여를 잠도 못 자고 몸은 꼬이고 맨 끝자리인데 누군가 짐을 우리 좌석 뒤에 놓는 바람에 좌석도 못 제끼고 고문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누군가 야간열차에서 잠 자는 법. 맥주 한잔하고 자면 잠 잘 온다는 말을 떠올려 맥주 한 병 달래서 먹었다. 근데 잠은커녕 멀미가 나 머리 아파 죽는 줄 알았다. ‘오바이트 하면 안 돼’ 하며 속으로 얼마나 되뇌었던지... 게다가 중간에 난기류를 만났는지 뱅기가 비포장도로 달리는 자동차 흔들리는 것보다 더 흔들린다. 솔직히 무지 무서웠다. 그게 30여분 이어지면서 안내방송 나오고 벨트 메라고 경고음 뜨고 하니 이러다 잘못 되는 거 아냐 하는 그전에 봤던 뉴스 속 내용들이 떠오르면서... 그래도 속으로 신들께 기도하면서 ‘망측한 생각하면 안 돼.. 괜찮아... 난 그렇게 빨리 죽을 팔자가 아니야’ 얼마나 되뇌었던지... 여튼 나름 무사히 고국 땅을 내려다보며 이제 살았구나를 생각하며 인천공항 도착
첨에 올 때는 오기 싫었다. 걱정거리도 하나도 없고 직장 스트레스도 없고 그저 내 한 몸 건사만 하면 되고, 밥도 내가 안 해도 되고... 편했다. 오기 싫었는데 막상 한국 도착하니 또 좋았다. 그저 비실비실 웃음이 나면서 부모님께 무사귀국 안부인사 드리고 그렇게 설로 향했다. 지하철 안에서 한 할아버지 전단지 주시는데 자세히 보니 ‘효친회’ 소개인데 나이 드신 분들 무료급식 관련 내용으로 천 원씩 성금 해 달라는 전단지였다. 순간 외국서 나름 큰 돈 쓰고 온 죄책감이 왜 드는지. 남의 나라가서 돈 퍼주고 온 기분이 들어서 괜히 찔렸다. 게다가 무사귀국에 대한 감사함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여서 남은 돈 확인하니 3만원쯤 있어서 대구 내려도 가야되고 해서 만원만 건네드렸더니 민망할 정도로 고마워하신다. 되려 부끄러울만큼...
그리곤 난 낑낑거리며 그 무거운 캐리어 질질~ 끌며 무거운 배낭 메고 오빠네로 가서 선풍기도 없는 방에서 배가 고파 라면을 먹고 3시간을 뻗어 잤다. 고국에 와서조차 밥 못 먹는 이내 팔자... 서러웠다.

그리고 담날 난 대구에 내려와서 지금 일주일째 시차 적응 실패해서 하루 4시간을 제멋대로 자고 있다.
외국에선 한국 가면 부모님께 잘 해야지, 담엔 동남아라도 부모님 모시고 다녀와야지 다짐했는데 시골 일 도와주러 가서 3일 만에 엄마와 싸우고 더러운 속알머리로 혼자서 휭 하니 밥도 안 먹고 대구로 와 버렸다. 아 난 왜 이캐 생겨먹었을까... 쩝

[영숙새]

재밌게 잘 읽었어요. 고생 많이 하셨네요. 저두 담달에 뜨려고 하는데 걱정이네요. ㅋㅋ

[자장가]

여러 저러 한일 많이 겪으셨네요...^^ 첨에 올때는 싫었다 직장스트레스도 없고 그저 내한몸 건사하면되고 ....이부분 정말 공감가네요. 직장인이라서^^ 글 잘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