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과 잠자기전 발음 연습 효과"
예비 아나운서들에게 곽은주 아나운서(전 KBS ․ 아나운서)는
「아나운서 입문서」와 같은
교과서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고 KBS본사 공채 17기로
입사해 방송가의 화제가 됐던 전설적
아나운서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대구 토박이로 KBS 17기 아나운서가 되기 전까지 대구에서만 살았다.
따라서 대학에
진학해서도 진한 경상도 사투리를 표준어처럼 사용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신은경 앵커가 뉴스 진행하는 것을 보고 아나운서는
사투리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은 생각뿐이었다』는 그의
꿈을 향한 도전기는 감탄사를 자아낸다.
대학도 대구에서 나온 토박이,사투리의 한계에 도전
『부모님은 법조계로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셨죠. 내가
아나운서 시험을
보겠다고 하니까 우리 어머니가 「사투리 쓰는 애가 무슨 아나운서냐?」라고
안타까워 하시더라고요. 대학(경북대)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가서 까지도
아나운서에 대한 희망은 막연한 것이었어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도 사투리
때문에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대학 2학년 2학기 무렵. 그는 인생의 전기를 맞이한다. 신방과 교수 한
분이
자신이 부산MBC시청자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아나운서에 관한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으니 필요한 사람은 연구실로 들르라고 했던 것.
그녀는 교수의 그 같은 말에 수많은 학생들이 찾아갈 것으로
보고 머뭇거리다
용기를 내서 연구실의 문을 두드렸다.
『찾아간 사람은 저 혼자였어요. 저처럼 사투리에 대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날 이후 용기를 얻은 그는 막연히 가져왔던 아나운서에 대한 꿈을
구체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구 지역에 「아카데미」가 있을 리
없고 개인교습 또한 받을 곳이 없었다.
생각 끝에 그는 밤 9시뉴스를 녹음하고, 이를 받아 적어 잠자기 전과
새벽에 집중 연습하는 방식을 택했다. 인토네이션과 장단을 일일이
체크하면서 2주 정도 맹연습을 했다.
뉴스 녹음해 원고로 만들어 맹연습..."서울 살았느냐?"
얘기들어
그 무렵 학교에서 대구MBC 실습과정이 열렸다. 그런데 그녀는 거기서
정말 뜻하지 않는 얘기를 듣는다.뉴스를 담당하던 한 국장이 『서울에서
살았냐?』고 물어봤던 것.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경상도 사투리 고쳐가면서까지
할 필요 있느냐?』고 말해 낙담을 하던 차에 그 국장의 칭찬은 「칭찬 한마디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얘기처럼 용기백배시킨 것이다.
이후 그는 새벽 시간을 이용한 집중 훈련을 계속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배우는 심정으로 발음과 발성을 연습했어요. 혼자
사투리를 고쳐야 했으니까요. 3개월이 지나자 귀가 트이는 것 같더라고요.
틀린 발음도 들리고 내 안의 소리도 느껴지고요. 』
물론 시험보기 직전까지 좌절과 추스름은 반복됐다.
그리고 졸업 무렵 드디어 아나운서 입사 시험을 보게 된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가서 실기 시험장에 들어섰는데
절망감이 엄습했어요.
다들 미스코리아 같은 복장으로 부모님과 함께 하는데 「아,이게 아닌가보다.
난 떨어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우리말을 외국어 대하듯 연습해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봐"
미스코리아선발 뒷무대 같은 분위기를 이겨내며 심사위원 앞에선 그녀는 차분히
뉴스 원고를 읽었다. 어느 정도 마음을 비운 상태. 뉴스를 끝낸 후 떨리는
마음으로 심사위원들과 바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심사원들이 모두 그를 주시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혼신의
힘을 다했던 그로서 예감이 좋았다.
그리고 4차에 걸친 시험대장정은 끝났다. 『마음 편하게 시험보라』면서도
딸이 꼭 시험에 붙게 해달라며 백일기도를 드렸던 엄마의 정성대로 그는
당당히 합격을 거머쥐었다. 이때 같이 합격했던 아나운서들이 손범수 정은아
김병찬씨 등.
그의 이러한 아나운서 입성기는 합격 후 KBS 사장이 격려를 아끼지 않는
등 방송가의 화제였다.
지금 돌이켜 보니 저 역시 어느 발음은 끝내
고쳐지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느껴요. 다만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예비 아나운서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경우든 자만하지 말라」는 거죠. 리딩 연습
열심히
해야 할 시점인데 미용실이나 옷 등에만 관심을 갖는 것, 이런
경우가
자만이라고 봐요. 수강생들은 우리말을 외국어 대하듯 해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