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폭탄돌리기 경고론<4>] 공급과잉 후폭풍 우려
분양시장 호황에 분양물량 추가…서울, 17~19년 23만가구 순공급
"2~3년 뒤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서울보다는 수도권이 위험"
부동산시장을 두고 벌써 과열론이 제기되고 있다. 주택거래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신규분양시장에서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청약 마감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미엄(웃돈)을 노린 분양권 거래도 늘어나는 조짐이다. 이같은 부동산시장 변화는 전세난에 따른 내집마련 열기가 원인이다. 초저금리 시대가 그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거래 급증과 달리 집값은 제자리걸음이고 내집마련 러시에 주택담보대출마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자칫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집값마저 하락한다면 하우스푸어가 양산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켜지고 있다. 5회에 걸쳐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부동산 폭탄돌리기' 논란을 다뤄본다
4.올 분양물량 40만 가구 쏟아진다…"2년 뒤 집값 하락" 경고등
5.가계부채 급증,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경고론' 솔솔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동탄2신도시의 한 모델하우스에 방문한 이들이 견본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주택 분양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매 주말마다 모델하우스에 수만명씩 다녀간다. 건설사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식으로 분양 물량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하지만 분양시장의 호황 이면에는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올해만 30만가구 넘는 공급…수도권, 지난해보다 2배↑
신규 분양시장은 최근 몇 년간 없었던 호황기를 맞았다. 이달 공급예정인 아파트는 5만7000여 가구다. 월간 기준으로는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가장 많다.
부동산114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분양 물량은 30만 가구가 넘는다. Δ서울 4만7767가구 Δ수도권 12만4768가구 Δ지방 12만8579가구다. 지난해보다 4만여 가구 늘어난 수치다. 수도권만 놓고 보면 작년의 두 배에 가깝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공공분양 물량을 합치면 40만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부동산114는 내다봤다.
올 1분기 분양시장이 뜨거워지자 대형 건설사들이 분양물량을 늘리기도 했다. 올해 1만5673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던 현대산업개발은 7800여가구 늘린 2만3480가구를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GS건설도 당초 계획보다 7250가구 늘린 2만5139가구를 분양하기로 했다.
청약 1순위 자격요건 완화와 저금리 기조 등이 어우러져 분양시장의 중흥기가 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분양시장의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는 "부동산 경기 호조로 분양 물량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택지를 확보하고 있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내년으로 넘어가더라도 지금 같은 분양 열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도 "시장 분위기를 보면 입지 등에 큰 문제가 있지 않는 한 흥행하는 분위기"라며 "호황기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가능할 때 다 털어넣자'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커지는 과잉공급 우려…2017~19년 서울 23만가구 공급 우위
분양시장이 활황세를 탈 수록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경식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달 열린 한국주택협회 정기총회에서 "지난해 신규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되면서 내년부터는 주택시장에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주택건설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도 회원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아파트 공급을 조절해달라고 당부했다. 과잉 공급으로 미분양 주택이 증가할 경우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게 협회의 우려다.
연구기관에서도 공급과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도 올해 적정 수준의 주택공급량은 34만5000가구로 분석했다. 민간 물량만 따지면 공급이 부족하지만 공공물량까지 합하면 수요가 부족하다.
전세난이 극심한 서울에서도 주택 과잉공급이 우려된다. 단기적으로는 전세난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주택가격 하락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서울시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시의 주택 공급은 Δ2015년 5만3535가구 Δ2016년 6만295가구 Δ2017년 7만6149가구 Δ2018년 12만4751가구 Δ2019년 9만3561가구다. 반면 멸실주택 규모는 Δ2015년 3만4401가구 Δ2016년 4만7163가구 Δ2017년 2만8497가구 Δ2018년 2만497가구 Δ2019년 1만6389가구다.
당장 올해만 1만9134가구의 공급 우위를 갖는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개년을 합치면 22만9078가구의 공급 우위 상황이다.
전세난이 극심한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동남권 4개구로 범위를 좁혀보면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6534가구·6823가구의 주택이 순멸실되지만 2017년에는 8619가구가 순공급된다.
◇전문가 "2~3년 후 가격하락·미분양 사태 있을수도" 경고
전문가들은 올해 분양물량이 입주하는 2~3년 후에는 주택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상영 교수는 "최근 분양분이 실제로 시장에 공급되는 2~3년 뒤에는 가격하락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미분양 물량도 상당수 나올 수 있다"며 "공급의 시차라는 게 존재하는 건설업의 특성상 언제나 되풀이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단기적으로 봤을 때 분양물량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며 "입주시점에 공급과잉으로 인한 미분양 대거 발생 등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호황기를 틈타 입지조건 등이 떨어지는 곳의 물량까지 모조리 쏟아냈다가는 미분양 리스크를 다시 한 번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가격 하락이나 미분양 문제는 서울보다 수도권에서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전체 시장에 공급이 많은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지역별 수급 상황을 봐야한다"며 "서울 같은 경우 물량이 많다고 하지만 꾸준한 수요가 있으니 입주시기를 조정하는 등의 작업을 거치면 가격하락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 팀장은 "다만 수도권 신도시나 택지지구 등 입주시기 조정이 안 돼 실제 공급이 쏠리는 지역은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며 "신규 주택 공급에 따른 노후주택의 가격 하락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잉공급으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이상영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급상황을 고려해 매수 시점을 정해야 한다"며 "주택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지나친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무리하게 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