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제 선생님께서 귀농본부에 대안학교 선택방법에 대해서 애정 가득한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지금 대안학교 모집시즌입니다. 도움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작성자 : 안 광제
(교육현장에서 이십여 년 아이들과 벗하고 있으며 지금은 대구 달구벌고등학교에 있습니다.)
전 화 : 010-9111-0267
대안학교 고르기 10 계명
학교가 좋다는 것은 시설이 좋아서 일수도 있고 입시 성적이 뛰어나서 일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내 아이에게 맞는 학교가 좋은 학교일 것이다. 그러나 좋은 학교를 고른다는 것이 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듯 가격대비 품질을 비교하면서 물건을 고르는 일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학교는 아이의 영혼을 길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가 행복을 일구어 낼 수 있는 학교를 찾는 것은 어렵다. 신중하게 이것저것을 살펴야 하며 많은 것을 알아 보아야 한다.
현재 인가를 받은 학교이든 그렇지 않고 비인가로 운영하든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은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한다. 대안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수요에 더하여 공교육의 부실과 입시위주의 학력 경쟁으로 빚어지는 반사적 수요까지 겹쳐 나날이 대안학교의 입시 경쟁률이 높아지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안학교들의 입학전형은 다른 유형의 학교들보다 일찍 시작한다.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는 이들 학교를 두루 다니면서 내 아이에게 맞는 학교를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제각각 독특한 교육과정과 운영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수평적 비교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일단 소문이든 인터넷이든 마음에 와 닿는 대안학교를 추려서 살펴보고 시간을 내어 아이와 함께 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몇 가지를 비교해 보면 내 아이에게 맞는 학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안학교를 고를 때 꼭 살펴보아야 하는 10 가지 요소를 제시해 보았다. 이런 점들을 미리 살펴보고 선택하는 것이 바로 내 아이에게 맞는 그래서 좋은 학교를 고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아이들의 표정과 언행을 살펴라
교정으로 들어설 때 마주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라. 대부분의 대안학교의 아이들은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자긍심이 있다. 그래서 선생님들에게든 학교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든 환한 미소와 큰 목소리로 인사를 잘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분명 그 학교의 학생들은 자존감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학교의 아이들의 행복 지수는 높지 않다.
학교 교정을 거닐며 학교를 구경할 때 귀를 열고 아이들을 지나치면서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어 보라. 내용을 듣지 말고 아이들의 말에 혹시 비속어나 욕설이 섞여 있는지 귀 기울여 보라. 만약 아이들이 비속어나 욕설을 함부로 사용한다면 그 학교의 학생 문화와 공동체의식의 수준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닐 것이다.
2. 복도나 계단에 붙여진 게시물과 홈페이지 게시판을 주목하라
대안학교의 장점은 전면적인 인격적 만남과 소통이다. 일반 중․고등학교에서는 이천 명 내외의 학생들과 백여 명의 선생님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큰 인적 구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인격적 만남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관계망은 넓지 않다. 오히려 대안학교에 비하여 협소할 뿐만 아니라 교사 중심의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의사소통의 구조를 가진다.
대안학교에 가보면 다양한 의사소통의 장치가 있음을 알게 된다. 학생회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동일한 취미를 가진 아이들이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그리고 학생회나 동아리가 아니더라도 개인이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기도 하고 추진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그대로 학교의 다양한 게시판에서 드러난다. 물론 게시판은 종이로 된 것도 있지만 학교 홈페이지의 게시판도 있다. 삽화와 POP를 곁들인 게시물들을 보면 번뜩이는 학생들의 재치와 활약상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내용을 잘 읽어 보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떤 문화를 만들어 가고 어떤 수준의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가늠이 될 것이다.
3. 교사들을 만나보라.
지금은 다소 달라졌지만 많은 대안학교 교사들은 출근 시간은 있어도 퇴근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학교와 학생들에게 헌신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 기숙사를 가지고 있는 대안학교의 일과는 아이들이 기상함으로써 시작하고 기숙사로 모두 들어가 취침할 때 마무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안학교 교사들은 일반학교 교사들 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받는다. 때로는 정신적으로 때로는 육체적으로도 고달프기도 한 일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교육적 열정을 가진 교사가 아니고서는 대안학교에 발을 내딛기 어렵다.
대안학교는 교사들의 헌신적 노력이 요구되는 현장이다. 그래서 열정과 헌신의 각오로 스스로 찾아와 만족감을 얻는 대안학교 교사들의 몸놀림은 부지런하고 활기차며 늘 학생들과 함께 소통한다. 그들을 만나보면 학생들과 더불어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즐겁게 생각하고 있으며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을 낙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교사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들에게서 대안학교 교사로서의 자긍심과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충만해 있음을 읽지 못한다면 교사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거나 법인이나 학교장의 학교 경영에 대한 불만이 있거나 학생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교사들이 있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행복 지수는 높지 않다.
4. 무엇을 추구하는 학교인지를 확인하라
대안학교는 관계자들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명확하게 어디에 속한다고 표명한 곳은 없으며 또 분류가 모호하거나 중복되기도 한다. 어쨌거나 크게 분류하자면 ‘인성교육 대안학교’, ‘가치추구 대안학교’, ‘대안모색 대안학교’로 나눌 수 있다.
인성교육 대안학교는 말 그대로 학생들의 인격 형성과 자기 정체성 확립을 교육 목표로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주로 모인다. 대안학교가 아직도 ‘부적응 학생들의 학교’라고 인식되고 있는 이유가 초창기 이런 이유로 대안학교를 선택한 학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치추구 대안학교는 학교의 설립 이념을 교육하고 실천하는데 중점을 둔다. 그 이념은 종교적인 가치일 수 도 있고 또는 설립 당시 정해놓은 교육적 가치 일수도 있다. 이럴 경우 학교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전제되어야 입학 후에도 갈등이나 후회가 없을 것이다.
대안모색 대안학교는 제도권 교육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실험적으로 실천하며 그 사례를 다시 제도권 교육에 접목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는 학교들이다. 이 학교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이수하며 교육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보고 있는 학교가 이 중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그 학교의 골간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대부분의 대안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적 가치에는 정도가 다를 뿐 이 세 가지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5. 학교의 설립주체가 누구이고 설립 이념이 무엇인지 보라.
거의 모든 대안학교들은 사립학교들이다. 대안학교들을 설립한 설립 주체가 누구이며 어떤 자(법인)인지를 살펴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많은 대안학교들이 사립학교의 한계 즉, 학교의 모든 권한이 이사장(많은 경우 설립자)에게 집중 되어 있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설립주체마다 다양한 설립 정신이나 종교적 신념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그 설립 주체가 학교 설립 이념으로 내세우는 것이 무엇인지 볼 필요가 있다. 설립주체와 설립 이념이 무엇인지를 미리 살피는 것은 나의 정체성과 학교의 추구 이념 사이의 갈등을 미리 막을 수 있는 길이다.
사립학교를 유지 경영하는 주체는 법인이다. 법인은 이사회를 구성하여 학교 경영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뿐만 아니라 교육 목표나 교육 과정에 대해서도 영향을 끼친다. 이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떤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고 어떤 경력을 지닌 사람들인지를 살펴보면 대략 법인의 교육철학 색깔을 읽을 수 있다. 이것은 학교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6. 교육 과정의 짜임새와 내용을 보라
비인가 대안학교는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편성하여 운영할 수 있지만 상급학교에 진학 하기 위해서는 국가 교육과정의 틀 안에서 출제되는 검정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들은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의 큰 틀을 깰 수가 없다. 그리고 대학 진학이라는 현실적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대안학교라고 해도 인가를 받은 학교라면 일반계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계 고등학교가 주어진 권한 내의 교육과정도 입시과목 위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에 반해 대안학교들은 학교가 추구하고자 하는 교육 이념에 맞는 프로그램―대부분 특성화교과라는 이름으로 편성되어 있다.―을 편성하여 학교의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특성화 교과를 살피고 내용이 무엇인지를 보아야 한다. 내 아이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고 그 교과활동을 통하여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지 판단하여야 한다. 물론 그러한 교과를 실제 운영하는데 필요한 시설과 강사진 등 여건이 충분한지를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7.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구조인가를 살펴라.
대안학교의 교육과정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역동적이고 유연하다. 특히 특성화 과목과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는 교사들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활발하게 의견을 모으고 개진하여 교육과정 편성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논의의 장은 열려있다.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하는데 있어서 구성원들의 참여가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주체는 결국 교사들이기 때문이다.
대안학교의 교사들은 열악한 시설과 불편한 주거환경 혹은, 법정급여보다 낮은 소득을 감수하며 견디어 내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열정과 자발성을 끌어 낼 수 있는 것은 학교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에 교사들이 참여하고 그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안교육을 견지해 나가는 힘이요 원천이다. 이런 구조를 가지지 못하는 학교의 교사들은 자발적이지 않고 창의적일 수 없으며 오래 몸담지 못한다. 물론 이런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행복지수도 높지 않다.
8. 학교 주변을 보라.
대안학교에서는 아이들의 감성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교과목을 편성한다. 그러나 교과수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교 주변의 환경이다. 생태적인 삶의 모색과 공동체성 함양은 대안학교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은 농산촌에 자리하며 기숙사 생활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어느 곳에 자리 잡았든지 학교 주변의 환경이 아이들의 감성을 키우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너무 외진 곳이어서 고립된 아이들이 현실감을 상실하거나 도회지에 가까워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난 아이들이 향락에 빠져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9. 교육비를 알아보라.
대안학교 중 비인가 학교들은 학교에 납부하는 교육비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차이가 클 수 있다. 인가를 받은 학교들은 법에서 허용하는 등록금과 학교마다 책정되어 있는 별도의 체험학습비 혹은 특성화교과교육비가 있을 수 있다. 이것 때문에 납부해야 하는 교육비가 학교마다 차이가 있다.
게다가 기숙사를 운영하는 학교라면 다달이 납부하는 기숙사비가 있다. 기숙사를 처음 입사할 때 입사비 형태의 일종의 관리비를 내기도 한다. 또한 학교에 따라서는 입학금이나 또는 예치금 형태로 상당한 돈을 발전기금의 형태로 납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해외 체험학습비를 사전에 고지하여 포함시켜 받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교육비의 차이는 더욱 커진다. 물론 교육비 부담이 적다고해서 학교가 좋다거나 교육비가 많다고 해서 교육과정이 알차고 풍부한 것은 아니다.
10. 학교의 평판을 들어보라.
대안학교 교육이 시작된 것이 십여 년을 넘었다. 이제 상당한 수의 대안학교 졸업생들이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거나 이미 사회의 각 분야에 진출하여 활동하고 있다. 대안학교 졸업생들에 대한 평판은 비교적 우호적이다. 특히 대학에서 대안학교 졸업생들을 접해 본 교수들은 그들의 적극적인 면과 성숙한 인격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대안학교의 역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선택하고자 하는 학교의 평판은 평생 그 학교의 졸업생이라는 명찰을 달고 살아가는 학생에게 중요한 것일 수 있다. 그 평판은 학교의 재학생들과 학부모들과 지역사회의 평가에서 엿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졸업생들이 자신의 모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일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 말고도 개인이 대안학교를 찾는 이유에 따라 좋은 대안 학교를 고르기 위해 살펴보아야 할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은 따로 세세하게 살펴 학교를 선택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안학교를 선택하면 아이들은 집을 멀리 떠나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학교생활을 한다. 이런 방식의 대안학교 교육이 공동체성을 함양하고 자립심을 키운다고 하는 교육적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가족 관계의 단절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주말이나 혹은 가정학습 기간 동안에 아이들과 함께 가정에서 만들어 가야 할 가족간의 관계형성과 소통을 놓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고 부모가 자녀를 신뢰하고 있으며 곁에서 늘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기숙사가 있는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전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