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훈화(3월8-13일) 33장;레지오단원의 기본의무 7)-11)
7)-9) 단원들 사이에 유대 관계를 맺을 의무; 함께 활동에 나선 단원과 원만한 관계를 이룰 의무; 새 단원을 모집해야 할 의무(교본 294-299면)
레지오 단원이면 누구나 간부들과 동료 단원들을 사랑해야 하고 함께 활동하는 단원들과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 그럼에도 단장이 마음에 안 든다느니 어느 단원이 보기 싫다느니 하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단원들은 동료들을 형제 자매라고 부르면서 사랑을 표현하지만 사랑이라는 말 속에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동료의 허물까지도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단원은 자신이 단원 생활을 하는 이유가 단장이나 동료 단원들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 하는 것과는 별개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인정, 무시, 비난, 시기, 질투 등의 감정이 단원 생활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 자제력과 함께 자신의 개성을 매끈하게 다듬어 레지오 조직에 잘 적응하는 단원이야말로 유대 관계를 잘 맺는 단원이다.
공자는 '남이 나를 알아 주지 않아도 섭섭해 하지 않는 것이 군자되는 기본 조건'이라고 했고, 노자는 '모든 것에 이로움만 줄 뿐 그것과 겨루거나 자기 공로를 내세우지 않는 물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참된 사람이란 자신을 내어 주는 것이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고 봉사한다고 하면서도 그것이 자신을 위한 행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기 중심의 사랑에 지나지 않는다.
이솝 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하루는 육지에 사는 생쥐가 물에 사는 개구리를 초대하여 맛있는 육식을 대접하였다. 개구리도 그 보답으로 생쥐를 초대하였다. 헤엄칠 줄 모른다는 생쥐에게 "괜찮아. 내가 이 질긴 풀로 네 발목을 내 발목에 잡아매고 업어 줄테니까."라고 말하면서 안심시켰다. 그런데 개구리는 신이 나서 등에 업혀있는 생쥐 생각을 깜박 잊어 버리고 물 속으로 한참 들어가 있는 바람에 생쥐가 숨이 막혀 죽어서 물에 둥둥 떴다. 때마침 공중을 빙빙 돌던 매가 생쥐를 보고 잽싸게 낚아채자 생쥐의 발목에 매여 있던 개구리도 함께 공중으로 끌려갔다. "아, 잠깐만, 나를 놓아 주세요. 당신이 낚아 챈 것은 물위에 떠 있던 생쥐가 아닙니까?" 그러나 매는 "흥, 죽은 생쥐보다야 살아 있는 네가 훨씬 더 맛있겠다." 하더란다. 이처럼 이웃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위주로 사랑하는 것은 참된 사랑이 아니다. 상대방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인 것이다. 단원들이 레지오에 소속되어 있는 한 마치 개구리와 생쥐의 발목을 서로 잡아 맨 끈처럼 끊을 수 없는 관계이다. 단원들 간의 유대 관계가 단원 생활의 즐거움과 행복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상훈 제3항에서 단원들은 "활동 대상자와 동료 단원들 안에서 주님의 어머니 마리아께서 우리 주님을 다시금 뵙고 섬기시듯이 하라."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단원들은 단장을 비롯한 간부들이나 동료 단원들 특히 함께 활동에 나선 단원을 또 하나의 예수님으로 받아들여 사랑해야 한다.
새 단원을 모집하는 일은 모든 레지오 단원들에게 주어진 의무로서 교본 제31장 "레지오 확장과 단원 모집"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레지오 단원이 됨으로써 받는 은총이 많다. 이 많은 은총을 다른 사람들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반드시 새 단원을 모집해야 한다.
10)-11) 교본 공부를 해야 할 의무; 항상 복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의무(교본 299-306면)
모든 단원은 레지오 마리애의 공인 교본(The official Handbook of the Legion of Mary)을 공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교본은 레지오의 공식 해설서이고 단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교과서이다. 이 교본은 단원들이 성모님의 군사로서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중요 사항들 곧 레지오 조직의 원리와 규칙, 운영과 활동 방법, 레지오의 정신 등에 관해서 가능한 한 간결하게 설명한 규범집이다. 교본에 제시되어 있는 정신과 사상은 적극적인 레지오 활동과 연결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교본을 공부하지 않고서는 레지오 활동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없다. 특히 영적 지도자나 간부들의 경우에 교본을 모르는 상태에서 레지오 조직을 제대로 지도하고 운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반면에 교본을 많이 알면 알수록 능률적으로 레지오를 운영하게 되고 질적 수준도 높아진다.
교본 공부의 중요성 때문에 수련기의 예비 단원들은 의무적인 학습 활동으로서 교본 전체를 읽어야 한다. 그리고 주회합 순서에도 교본 공부 시간을 별도로 두고 있다. 교본 공부 시간에 교본을 한 번 읽는 것으로 끝내 버린다면 그것은 어디까지 영적 독서에 지나지 않으며 레지오가 바라는 수준의 교본 지식을 쌓지는 못한다. 교본 공부 시간에는 교본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하며 질의 응답도 곁들이는 것이 좋다. 가끔 보면 교본 공부를 배당 받은 단원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부담스런 마음이 생겨 결석하는 한심스런 일도 생긴다. 교본 공부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학습 활동이다. 영적 지도자나 단장은 단원들이 교본에 담겨 있는 뜻과 사상을 익혀 차츰 수준을 높여 갈 수 있도록 매주 지속적이며 체계적으로 공부시켜야 하며 단원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교본 공부를 해야 한다.
레지오 단원은 일상 생활의 모든 면에 레지오 정신이 깃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레지오의 전반적 목적을 성취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늘 주위를 살피며 항상 복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사랑과 구원의 대상이고 활동 대상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단원이 복무 자세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규율을 지키는 것과 차별 없는 사랑이다. 옷차림, 말씨, 태도, 행동 등이 남의 눈에 거슬려서는 안 된다. 그리고 비록 어려운 일이긴 하겠지만 누구에게나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단순히 감정적인 사랑이 아니라 봉사 정신이 담긴 의지적인 사랑이어야 한다.
예수님은 '착한 사마리아 사람'(루가 10,25-37)의 비유를 통해 항상 차별 없는 사랑으로 복무할 것을 가르치신다. 예수님은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고 묻는 율법 교사에게 한 마디로 간단히 대답하지 않으시고, 강도 만난 사람을 아낌없는 사랑으로 돌보아 준 착한 사마리아 사람을 예로 드시면서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어 준 사람은 누구였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반문하셨다. '내 이웃이 누구냐' 보다도 '누가 내 이웃이 되어 주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고 사랑에는 추상적인 이론보다도 실제적인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다. "그 사람에게 사랑을 베푼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하는 율법 교사에게 예수님은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라고 말씀하심으로써 행동하는 사랑을 강조하셨다.
레지오 단원도 일상 생활에서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늘 차별 없는 사랑으로 복무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비록 주회합에서 배당 받지 않은 활동이라도 일상 생활에서 예기치 않게 발견한 선행, 봉사, 선교 대상자에게 행동하는 사랑을 보여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