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안은 기초연금 실시다

국민연금에 문제가 있는가? 현재의 국민연금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는 인구구조의 급속한 고령화로 현재의 연금구조로는 2047년에 기금이 고갈되며 따라서 현재 소득의 9%인 연금보험료를 장기적으로 소득의 15.9%로 올리고 현재 평균소득의 60%를 받는 것을 50%로 내리는 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국민들은 거의 동일한 개정안이 작년에 제출되었을 때 3만 명 이상이 참여한 인터넷 투표에서 대부분이 국민연금을 폐지하거나 선택형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였다. “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이란 글은 광범위한 공감을 얻고 지역가입자에 대한 국민연금 징수과정에서 불만은 끊이지 않는다. 한편 정부안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유시민 의원 등은 연금보험료는 인상하지 않으면서 연금급여만 낮추는 절충안을 의원입법안 형태로 제출하였다. 미봉책이 아니냐는 질문에 유시민 의원은 “미봉책이 맞으나 정부안도 고갈시기를 2070년으로 늦출 뿐이지 본질적은 차이는 없다”라는 답을 하였다. 그나마 이러한 우울한 전망조차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출산율이 정부가 예상한 1.4명이 아니고 1.2명 선이 된다면 고갈 시점은 5년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출산율이 1.4명으로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금리가 낮아져 기금수익률이 떨어지면 역시 고갈 시점은 5년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한다. 이미 2002년, 2003년 출산율이 1.2명에 못 미쳤고 국민연금 적립금이 너무 커져 채권금리를 떨어뜨리고 이제 주식시장 등에 안 갈 수 없지만 상당한 위험에 노출되고 심하면 스웨덴처럼 원금도 까먹을 수 있다는 것은 국민연금 고갈이 과연 “더 내고 덜 받으면” 막을 수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또한 국민연금은 보호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2004년 현재 417만 명으로 추산되는 65세 이상 인구 중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2003년 12월 기준, 103만 명이며 이 중 72만 명이 특례노령연금 수급자로 약 16만원 수준을 받고 있다. 반면 300만 명이 넘는 이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고 있지 않다. 장기적으로도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복지에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크게 사업자가 절반, 본인이 절반을 내는 직장가입자와 본인이 전부를 내는 지역가입자로 구성되는데 근로자의 50%가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직장가입자에서 제외되고 있고 지역가입자의 45% 이상이 납부예외자로 남아 향후 연금을 아예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아주 낮은 수준의 연금만을 받게 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도 국민연금 법에서 규정된 평균소득의 60%를 받게 될 사람들은 국민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2002년 12월 기준의 통계에 따르면 18세 이상 59세 미만 인구 중 국민연금 수급권을 가지고 있는 인구는 38%에 불과하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대안으로 기초연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부에서 세금을 걷어 65세 이상 노인에게 1인 가구 최저생계비(2004년 : 36만 8222원)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 기초연금이 모든 노령인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현재의 노인들에게도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자명하다. 제도가 단순하기 때문에 “기초연금의 8가지 비밀” 같은 것은 나올 수가 없으며 어차피 국세청에서 세금으로 걷을 것이기 때문에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 문제로 옥신각신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2004년 현재 7500억원이 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논의되는 연기금의 주식투자 등에 따른 위험의 문제도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기초연금의 문제점은 막대한 재정부담이나 국민연금과 비교할 때 기초연금의 장기재정은 훨씬 더 안정적이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03년도 1인당 국민부담금 383만 3천원은 세금 147조 8천억원, 국민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장기여금 35조 9천억원 등을 합친 183조 7천억을 2003년도 인구 4792만 5천명으로 나눈 것이다. 만약 국민연금을 폐지하고 기초연금을 실시할 경우 국민부담금은 줄어든다. 보건복지부가 정하는 1인가구 최저생계비를 65세 이상 전인구에 대해 기초연금으로 지급한다고 가정하자. 2005년 이후 기초연금은 최저생계비가 2000년~2004년간 3.0% 또는 3.5%씩 상승한 것을 감안, 매년 3% 증가하는 것으로 가정하자. 이 경우 2002년도 기초연금 소요액은 15조6천억으로 당해연도 국민연금 징수액 19조1천억에 3조5천억이 못 미치는 액수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도 2040년까지 국민연금 수입액 범위 내에서 기초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191조를 거두어 289조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오나 기초연금은 186조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와 이미 지출액에 있어서 국민연금과는 100조의 차이가 난다. 통계청 인구추계자료에 따르면 2040년에 노인인구비율은 30%에 달하여 현 노인인구비율 7.2%의 4배 이상으로 증가함에도 기초연금 부담은 오히려 매우 완만하게 늘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세방식의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막대한 적립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004년 6월 현재 국민연금 기금적립금은 143조원으로 이 기금의 운영비용(97년 934억원에서 7년 만에 7516억원으로 증가한 국민연금관리공단 운영비는 곧 연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위험(금리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채권시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내주식시장 또는 해외자본시장 등 위험이 큰 자산에 대한 투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제저축에 따른 가입자의 가처분소득의 감소 및 소비위축 등 많은 문제가 생긴다. 국민연금을 폐지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적립금을 더 늘리는 가입요율을 늘리는 개혁안은 이 점에서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초연금을 실시하고 국민연금을 폐지하거나 적어도 상당한 정도로 축소한다면 기금 운영에 따른 비용 및 위험부담 및 수익률 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 극심한 내수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또 향후 기초연금의 운영에 있어서도 세금으로 거둔 액수가 그 해 바로 노인층에 지급되어 소비되기 때문에 현재 국민연금 운영에서 보듯이 GDP의 약 3% 정도를 적립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민간소비 위축현상은 발생하지 않게 된다. 반면, 계층간 세대간 소득재분배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부수적으로 노인인구의 지방분산 효과를 얻을 수 있다(연금 생활자가 생활비가 싼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선진국에서는 많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