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사업모델 혁신법, 모든 변화 가능성 점검 '씨앗 찾아라'

[이민박사]

BMI 사례, 2500불짜리 초저가 자동차 '나노'…집에서 먹는 고급커피 '네스프레소'

‘도취의 시대’는 종료됐다. 떨어질 줄 모르던 세계 집값과 주가가 급락했고, 고속 성장을 이어갈 듯하던 중국을 비롯한 신흥 경제가 비틀거리고 있다. 경영 환경이 악화될수록 경쟁은 치열해진다.

적자생존의 법칙이 더 철저하게 관철된다. 한때 성공적으로 보였던 업종이나 사업부문이 급속히 후퇴할 우려가 다분하다. 반면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맞춰 변신해 ‘빙하기’를 이겨낸 기업은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바뀐 환경에 따라 변신하는 것이 혁신이다. 혁신은 흔히 제품, 공정, 기술 등으로 나뉘어 다뤄진다. 그러나 이는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접근이다. 진정한 혁신은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뤄지는 사업모델 혁신(Business Model Innovation·BMI)이다.

이 글에서는 BMI를 유형별로 살펴봄으로써 BMI를 꾀하는 기업에 하나의 참고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사업모델 혁신-구성요소들의 다각적이고 총체적 혁신 긴요

흔히 일반적으로 말하는 혁신은 제품 공정 기술 등에 국한된다. 그러나 이는 단편적이고 단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다. 시장 환경이 크게 바뀌는 때엔 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모델을 구성하는 요소를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총제적으로 탈바꿈시키는 BMI가 필요하다.

즉 BMI는 단편적인 혁신이 아닌 새로운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사업모델 구성요소들의 다각적인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모델은 무엇으로 구성될까? 우선 타겟 고객.시장 제공하는 상품.서비스 매출 모델 등 요소가 있다.

이들 요소는 '누구에게 무엇을 파느냐'와 관련 있고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 요소라고 불린다. 또 상품.서비스를 고객에게 내놓기까지 가치사슬(value chain)과 비용 모델 조직 등을 생각할 수 있으며 이들은 운영모델(operating model) 관련 요소에 속한다.

◇BMI의 다양한 형태들-가치제안.가치사슬.사업구조 중심형

실제 시장에서 나타나는 BMI는 크게 가치제안 중심형 가치사슬 중심형 사업구조 중심형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가치제안 중심형은 기존 형태와는 다른 차별적인 가치제안을 하는 데서 시작한다. 애플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애플은 단순히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아이팟을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니라 패션상품으로 변모시켰고 음악.영화 등 디지털 콘텐트를 수직 계열화했다. 주류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마켓은 '신뢰 프리미엄'을 형성함으로써 차별적인 가치제안에 성공했다. 홀푸드마켓은 유기농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식료품점으로 엄격한 품질.물류 관리를 통해 소비자에게 신뢰를 심어줬다.

한국에서는 풀무원이 친환경 브랜드로 신뢰 프리미엄을 구축했다. 풀무원은 자사 브랜드의 '믿을 수 있는' '천연' 이미지를 통해 쌓은 고객의 신뢰를 냉장주스 녹즙 친환경 소매업 등으로 확장했다. 특히 무첨가물 생과일 냉장주스 'I'm real'은 가치제안 외에도 가치사슬 영역에서 계열사끼리 협력한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제조는 풀무원녹즙이 마케팅과 영업은 (주)풀무원이 담당하며 친환경 소매점 올가홀푸드를 통해서도 판매하고 있다. 가치사슬 중심형은 주로 기존 가치사슬을 해체하거나 통합하는 BMI 형태다. 패션업체 자라는 직영점 체제와 신속한 제품 공급망 구축을 통해 '패스트 패션'이라는 차별적인 입지를 개척했다.

3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인도 자동차회사 타타의 나노는 가격을 낮게 잡은 뒤 여기에 맞추기 위해 역으로 가치사슬을 디자인한 사례다. 네슬레는 기존 제품보다 고급스럽고 새로운 컨셉트의 '네스프레소' 커피를 내놓고 이 제품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기존 유통채널이 아닌 직판채널을 구축했다.

마지막으로 사업구조 중심형은 사업이 이루어지는 양상이나 구조가 기존과는 다른 형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싸이월드나 해외의 페이스북 사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콘텐트를 만들고 제공하는 사람들이 공급자인 동시에 수요자가 되는 열린 커뮤니티라는 점이다.

◇BMI 사례 분석-나노 자동차와 네스프레소가 간판 사례

#타타의 나노 자동차 = 인도 자동차회사 타타가 올 3월 선보인 나노는 소비자가가 불과 2500달러인 말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가격의 자동차'다. 타타는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 자동차를 보유할 수 없어 모터사이클이나 삼륜차를 사용했던 사람들을 겨냥했다.

초저가 자동차를 개발하는 방식부터 운영까지 타타의 사업모델은 혁신의 연속이다. 기존 자동차 모델 디자인이 일반적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적인 톱 다운 디자인인 데 비해 나노는 타겟 소비자들이 원하는 자동차 기능들을 우선 순위화해 특정 가격에 맞춘 바텀 업 디자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또한 저가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 각 가치사슬 영역에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부품별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아웃소싱 업체의 비율을 높이고 업체 수는 줄였다. 일부 차체는 각 지역 기술자들이 완성할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타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사업모델을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팀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나노팀 500명의 평균 연령은 30세로 매우 젊다. 리더인 38세의 기리시 와그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29세 때 타타의 트럭 라인 개발을 주도한 경력이 있다.

그는 타타의 기존 운영 관행에 도전하며 cross functional 개발팀을 만들었고 일본 기업들의 제조 프랙티스들을 도입했다. 물론 이와 같은 혁신은 최고경영자인 라탄 타타의 전폭적인 지지로 기존 트럭사업부와 완전히 분리해 운영하도록 한 덕분이다.

#네슬레의 네스프레소 = 네스프레소는 네슬레의 프리미엄 에스프레소 커피 브랜드다. 네스카페와 테이스터스 초이스 브랜드로 기존 시판 커피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한 네슬레가 프리미엄 커피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스타벅스 커피빈 등이 등장하면서 커피 시장이 점차 고급화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네스프레소는 집에서 마실 수 있는 고급 전문점 수준의 커피를 추구한다. 따라서 원두부터 최고 등급을 사용했다. 네스프레소가 판매한 전용 추출기는 모두 전문점 수준의 고압으로 커피를 뽑는다. 네슬레는 또한 전용 추출기를 편하게 관리하면서 맛과 향을 내도록 하기 위해 네스프레소를 1회용 캡슐 형태로 판매했다.

네스프레소 사업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자사가 직영하는 전용 부티크나 전용 온라인 창구를 통해서만 커피 캡슐을 판매하는 직접유통 채널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혁신을 위해 네슬레는 럭셔리 사업부를 기존 커피 사업부와 별도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네스프레소는 최근 7년간 연평균 30% 이상 고성장을 기록해 왔으며 현재 연간 전 세계적으로 약 2조원의 매출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