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따라 출렁이는 `은빛 물결' 밀양 재약산의 사자평 억새평원
백두대간에서 남으로 뻗어 내려온 산맥의 등줄기가 경상도 전역에 걸쳐 마지막 힘을 뿜어내어 거대한 산군을 형성하고 있다. 일명 ‘영남의 병풍’ 혹은 ‘영남의 허파’로 불리면서, 해발 1천 미터 이상 급의 7개 산군을 지칭하는 영남알프스는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숨겨진 비경으로 남아 있다.
영남의 허파이자 병풍인 영남알프스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은 최대봉인 가지산 1,240미터을 중심으로 운문산 1,188미터, 재약산 1,108미터, 사자산 1,189미터, 신불산 1,208미터, 취서산 1,058미터, 고헌산 1,032미터, 간월산1,083미터 등의 산들이 이어지는 산줄기의 광활한 평원이 유럽의 알프스와 비슷하다는 뜻에서 붙여졌다.이곳은 늦가을이면 산줄기를 따라 억새 능선이 펼쳐지는데,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억새 명소중 하나로 꼽힌다.
이 가운데 재약산 능선 해발 8백 미터 지점에 고원을 형성하고 있는 사자평의 억새밭은 전국에서 가장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넓이가 125만 평에 이르는 사자평은 끝에서 끝을 가는 데 1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방대한 면적인데, 곳곳에 흰색 자태를 뽐내는 억새가 활짝 피어나 등산객들을 반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사자평 억새를 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와 비교해 ‘광평추파 廣平秋波’라고 불렀다.
단풍으로 물든 산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사자평에 가득 뒤덮인 억새의 무리가 멀리 신불산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이나, 저물어 가는 석양에 반사되어 황금빛으로 출렁거리는 광경을 보면 광평추파라고 부르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사자평의 억새밭은 넓기도 하지만 주위에 있는 영남알프스 영봉의 배경과 어우러져서 그려내는 모습도 장관이다. 억새의 천국! 바로 이 곳이다.
우리 나라 학교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고사리분교
사자평은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승병을 훈련시킨 장소로 알려졌고, 여·순 반란사건 때는 빨치산의 집결지이기도 했다. 그리고 사자평 한 쪽에는 1997년까지 고사리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마을이 있었다.지금은 억새와 수풀들만 무성해 마을이 있었던 자리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마을에는 우리 나라 학교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학교로 유명한 고사리분교 산동초등학교 사자평분교가 있었다.
1966년 개교한 이후 35명의 학생이 졸업한 학교로서, 아이들이 뛰어 놀았던 운동장에는 억새 무리 속에 석류나무 한 그루만이 홀로 서 있다. 사자평 곳곳에는 잡목들이 많이 자라 바다처럼 펼쳐진 억새밭을 기대하고 올랐던 이들이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억새는 불을 질러줘야 이듬해에 더 잘 자라는데 산불이 날까봐 방치하다보니 잡목들이 억새밭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명성에 걸맞은 방대한 면적의 억새밭이 남아 있다.
원효대사가 창건한 1천년 역사의 표충사
사자평을 오르는 대표적인 산행 기점은 재약산 동쪽 계곡 아래 자리한 밀양 표충사다. 밀양시에서 동쪽으로 2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표충사는 합천 해인사 법보 사찰, 순천 송광사 승보 사찰과 함께 우리 나라 삼보 三寶 사찰로 알려진 양산 통도사 불보 사찰 의 말사로 1천 년의 역사를 가진 사찰이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삼국통일의 염원으로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표충사는 임진왜란때 국난 극복에 지대한 공을 세운 사명대사를 모시고, 그 정신을 계승 선양하는 호국 불교의 근본 도량이기도 하다.현재 국보 제75호인 청동함과 보물 제467호인 3층 석탑, 그리고 사명대사 유물 3백여 점 등 다수의 문화재들이 보관되어 있다.
사찰 내부를 들어서면 대광전, 팔상전, 명부전, 응진전, 산신각 등의 전각과 수충루, 우화루 등 문루의 모습이 재약산의 산세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어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친밀감이 느껴진다.
삼복더위때 얼음이 얼고 처서후 녹는 밀양 얼음골도 유명
표충사에서 사자평으로 오르는 길은 두 군데가 있다. 절 오른쪽의 샛길로 접어들면 옥류동천계곡을 직접 타고 오르게 되고, 왼쪽 사명대사 사리탑 옆의 논두렁길로 들어서면 골을 가로질러 이어진다. 어느 길로 가든지 걷는 시간은 2시간 정도로 비슷한 편이지만 산행 기점은 옥류동천 골짜기로 잡고, 하산은 반대 방향으로 하는 것이 좋다.옥류동천계곡의 백미는 여느 산에서는 보기 힘든 폭포들이다.
오솔길을 따라 1.5킬로미터 정도 산행하다 보면 어디선가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데, 높이 50미터가 넘는 거대한 홍룡폭포다. 길 우측 절벽 위에서 바라다 보이는 폭포의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약 1킬로미터 정도를 더 오르면 폭포 2개가 연이은 색다른 모습의 이색 폭포가 보인다. 높이 30미터 정도의 직벽폭포로 이 곳이 층층폭포이다.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폭포들로 이렇게 멋있는 폭포들이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층층폭포에서 사자평까지는 잘 놓여진 도로를 따라 20분 정도 올라가면 된다.또한 삼복더위가 되면 얼음이 얼고 처서가 지나면 얼음이 녹는 골짜기로 알려진 밀양 얼음골은 표충사와 함께 밀양을 대표하는 관광지중 하나이다. 최근 방영된 TV드라마 ‘허준’에서 스승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한 곳으로 알려진 이 곳은 영남알프스의 줄기를 타고 천황산 북쪽 해발 600~700미터의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 박대통령 서거나 1983년 8월 25일 KAL폭파사건 등 국가의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땀이나서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는 일명 "땀흘리는 비석"으로 알려진 표충시비는 사실 표충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약 3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 즉 사명대사의 고향으로 알려진 무안면에 자리잡고 있다. 밀양시에서는 밀양시 무안면 고라리 사명대사의 생가를 복원하고, 이 일대를 성역화하여 밀양시를 대표하는 관광 단지로 조성하고 있다.
교통 자가용 경부고속도로 동대구IC에서 나와 25번 국도를 따라 밀양까지 내려간다. 밀양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10킬로미터 정도 달리면 금곡삼거리.1077번 지방 도로로 갈아타고 13킬로미터 정도 달리면 표충사 관광단지다.(5시간 30분 소요) 대중교통 밀양은 버스보다는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경부선 밀양역에서 내린 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4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표충사행 시외 버스를 탄다.
맛 표충사 관광단지내 산채백반 전문 식당 약산가든 055-352-7786 영남알프스 일원에서 나는 산채를 주원료로 사용하여 20여 가지가 넘는 반찬들이 나온다. 산채정식 1인분 10,000원. 그리고 흑염소 고기를 양념에 재웠다가 석쇠에 굽는 흑염소 불고기도 이 집의 별미다. 주인이 직접 재약산에서 방목한 흑염소를 사용하는데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다. 2인분 250그램 기준 25,000원
사진과 글 : 김건태 ( 르포 사진작가) 발췌 : TS webzine 2003/12
갈대외 억새의 차이점?
땅의 戀歌
나는 땅이다 길게 누워 있는 빈 땅이다 누가 내 가슴을 갈아엎는가? 누가 내 가슴에 말뚝을 박는가? 아픔을 참으며 오늘도 나는 누워 있다. 수많은 손들이 더듬고 파헤치고 내 수줍은 새벽의 나체 위에 가만히 쓰러지는 사람 농부의 때묻은 발바닥이 내 부끄런 가슴에 입을 맞춘다.
멋대로 사랑해 버린 나의 육체 황토빛 욕망의 새벽 우으로 수줍은 안개의 잠옷이 내리고 연한 잠 속에서 나의 씨앗은 새 순이 돋는다.
철철 오줌을 갈기는 소리 곳곳에 새끼줄을 치는 소리 여기저기 구멍을 뚫고 새벽마다 연한 내 가슴에 욕망의 말뚝을 박는다.
상냥하게 비명을 지르는 새벽녘 내 아픔을 밟으며 누가 기침을 하는가, 5천년의 기나긴 오줌을 받아 먹고 걸걸한 백성의 눈물을 받아 먹고 슬픈 씨앗을 키워온 가슴 누가 내 가슴에다 철조망을 치는가?
나를 사랑해다오, 길게 누워 황토빛 대낮 속으로 잠기는 앙상한 젖가슴 풀어헤치고 아름다운 주인의 손길 기다리는 내 상처받은 묵은 가슴 위에 빛나는 희망의 씨앗을 심어다오!
짚신이 밟고 간 다음에도 군화가 짓밟고 간 다음에도 탱크가 으렁으렁 이빨을 갈고 간 다음에도 나는 다시 땅이다 아픈 맨살이다.
철철 갈기는 오줌 소리 밑에서도 온갖 쓰레기 가래침 밑에서도 나는 다시 깨끗한 땅이다. 아무도 손대지 못하는 아픔이다.
오늘 누가 이땅에 빛깔을 칠하는가? 오늘 누가 이땅에 멋대로 線을 긋는가? 아무리 밟아도 소리하지 않는 갈라지고 때묻은 발바닥 밑에서 한줄기 아픔을 키우는 땅 어진 백성의 똥을 받아 먹고 뚣뚝 떨어지는 진한 피를 받아 먹고 더욱 기름진 역사의 발바닥 밑에서 땅은 뜨겁게 뜨겁게 울고 있다.
(詩) 문병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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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으메~~~좋은거
가을날 보름달빛을 받으며 억새밭길을 한번 걸어 보세요. 달빛을 받아 일렁이는 은빛물결은 가히 형용할 수가 없는 장관! 그 길이 사자평을 두고 있는 영남알프스 길입니다. 표충사-제약산(천황봉)-배내고개-간월산-신불산-영취산(취서산)-통도사로의 종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