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스터디 대입 논술특강] <56> 2008 통합논술 총정리
〈1〉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대부분의 대학들이 2008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를 마쳤다. 2005년 6월, '통합교과형 논술' 도입을 골자로 한 2008학년도 대입안이 발표된 지 2년 반만의 일이다. 메가스터디와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기획, 연재중인 '메가스터디 대입논술특강'에서는 앞으로 3주에 걸쳐 2008통합논술의 의의와 특징, 대학별 출제경향 등을 살펴보고 2009학년도 통합논술을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인문사회계열 서울대… 생소한 문항 형태로 체감난이도 높아져
서울대는 당초 발표했던 대로 3개의 문항을 출제했다. 문항들은 각각 3개, 2개, 3개 등 모두 8개의 논제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전체 답안의 분량은 지난 모의 논술고사 때와 같은 4600자였다.
이번에 서울대 문항들의 가장 큰 특징은 고교 교과과정에 등장하는 주제와 개념들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지문 외에도 조선시대의 족보와 개인소득 및 개인만족도 분포 등을 나타내는 그래프 등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모두 14개(소지문 포함)의 제시자료 중 7개가 교과서의 지문이었으며,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6가지 종류의 교과서를 활용했다. 모의논술과 수시논술 문항에 비해 교과관련 비중이 더욱 심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논제의 성격도 독해력, 분석력, 적용능력 및 문제해결능력 등을 다각도로 평가하면서 통합논술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여진다.
다만, 단순히 교과서에 등장하는 주제와 개념을 활용했다고 해서 교과과정에 충실했는가 또는 공교육에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과적 주제에 대한 단순 암기가 아니라, 이를 문제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고자 한 의도와 문항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뚜렷하게 드러났으나, 동시에 다소 생소한 문항의 형태 때문에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4600자에 달하는 답안분량은 여전히 체감난이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수시와 비슷… 까다로운 논제파악이 관건
연세대는 '민족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1개의 문항에 3개의 논제를 출제했다. 180분 동안 2600자의 답안을 요구했다.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고교 사회 및 윤리과목에 등장하는 '민족과 민족주의'라는 주제를 활용해 고교 교과과정과의 연계성을 확보하려고 한 것으로 판단된다.
'근원주의' '상황주의' '문화주의'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들이 등장하고 있으나, 제시문에 나타난 설명과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논점을 파악하는 데는 크게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즉, 독해력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족의식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한 뒤 현재 우리 민족의 정체성에 대해 논하라는 요구도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적용을 강조했던 기존의 출제경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단순히 제시문에 대한 요지 파악이나 요약에 그치지 않고 주어진 견해의 타당성을 평가하라거나, 수험생 스스로 선택한 관점의 한계를 밝히라거나, 설문에 나타난 결과를 특정 조건에 맞추어 해석하라는 등 논제의 요구가 비교적 까다로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난이도 측면에서 볼 때, 모의논술보다 어려웠다고 평가받은 수시논술의 경우와 비슷하거나 다소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제시문 독해능력과 논제 파악능력에서 우열이 나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독해·자료해석 중시하는 출제경향 유지
고려대는 '신뢰의 유형과 역할'이라는 주제로 1개의 문항에 3개의 논제를 출제했다. 연세대와 동일한 180분의 시간이 주어졌으나, 논제의 요구와 답안 분량제한(1800자) 모두 연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교과서 지문은 사용하지 않은 대신 교과서 수준의 사회과학 서적들에서 발췌한 지문 2개, 현대시 1개, 설문 및 통계자료 1개 등 비교적 최근의 자료들을 제시문으로 활용했다. 각기 '신뢰의 유형 및 발전경향' '불신사회의 문제점' '세상에 대한 불신' '한국인들의 사회적 신뢰도' 등을 다루고 있다.
대체로 평이한 지문들이었으나, 3개의 논제 모두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독해가 필요한 논제들이므로, 독해력을 중요시하는 기존의 출제경향을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한층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통계자료를 제시해 자료에 대한 해석능력이 조금 더 강조된 것을 알 수 있다. 대체로 평이한 논제들이었으나, 설문결과에 나타난 특정 유형들의 의미와 차이에 내포된 의미를 해석하고, 한국사회의 상호신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라는 3번 논제는 상당히 까다로웠을 것으로 보인다.
답안을 10개의 등급으로 세분해 평가하겠다는 기존의 발표에 비추어 볼 때, 3번 논제는 변별력을 확보하려는 대학 측의 출제의도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자연계열 서울대… 21개 논제… 시간내 답하기 쉽지 않았을 듯
서울대는 일단 교과적 성취도와 대학 교육을 이수하는 데 필요한 사고능력을 평가한다는 기존의 출제방침을 준수한 것으로 보인다. 제시문과 관련된 심화 지식을 갖추고 있을 경우 보다 완성도 높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전과 유사하다. 다만 예시 및 모의논술에서 제시문의 역할이 단순히 소재를 소개하는 정도로 미미했던 했던 것에 비해, 이번 정시논술에서는 제시문이 논제 해결에 상당한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리문항은 예시 및 모의논술 때와 동일하게 단독형으로 출제됐지만, 과학문항의 경우에는 보다 다양한 통합방식을 취했다. 물리-지구과학, 화학-생물의 통합처럼 두 가지 과목의 통합에서 세 가지 이상의 과목이 다양하게 통합된 형태를 보였다. 과학문항에서도 수리적 개념을 활용할 것을 요구했다. 따라서 수험생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생소하고 어렵다는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특히 수학적, 과학적 기본 개념들에 대한 이해를 고르게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문제 해결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상 자연계열 본고사가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키는 대목이다. 제시문 내용에 대한 일차적인 분석을 넘어 통합적 추론 능력을 요구하는 문항들이 대부분이었고, 과학 II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앞으로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수리·과학 원리 종합적인 관점에서 요구
연세대는 3개 문항(수리 1개 문항, 과학 2개 문항)에 7개의 논제(수리관련 3개, 과학관련 4개)를 출제했다. 수시논술 문항과 동일한 문항 구성을 취했으며, 난이도에 있어서도 기본 개념의 이해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문항들을 출제했다.
수리문항의 경우, 수시논술 수리문항과 유사한 정적분의 개념과 함수의 기본 성질에 대해 물으면서 '태안 원유 유출'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모형을 요구했다. 즉 현실적 사안을 소재로 수학적 원리를 정량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해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고자 한 점이 특징이다. 2개가 출제된 과학문항 역시 수시논술과 동일하게 물리와 지구과학, 화학과 생물을 통합하는 방식을 취했다. 물리와 지구과학이 통합된 문항의 경우, 주어진 과학 지식(지구 내부 구조의 형성과 지구의 공전)을 바탕으로 미래의 지구 내부 구조 변화와 지구 환경 변화를 논리적으로 예측할 것을 요구했다. 화학과 생물이 통합된 문항의 경우, 물과 단백질의 성질을 일사병과 그 치료에 적용하여 생물학적 작용 원리와 화학적 특성을 유추할 것을 요구했다. 연세대가 그동안 과학문항을 통해 지구상의 물질 순환과 지구 생명체와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고찰할 것을 요구해오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 이해할 수 있다.
고려대… 수리단독형 문항 증가, 다소 어렵게 출제
고려대는 4개 문항(수리, 과학 각 2개 문항씩)에 5개의 논제(수리관련 2개, 과학관련 3개)를 출제해 연세대 수시논술 문항과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다만 수시논술 문항의 경우, 수리와 과학이 통합된 문항에서 수학에 비중을 두었던 것에 비해 정시에서는 과학에 비중을 둠으로써 결과적으로 수리단독형 문제의 비중이 높아진 점이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이전에 비해 난이도가 다소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생물과 화학, 물리와 수학이 통합된 형태로 출제된 과학문항 중 생물과 화학문제는 각각 서로 다른 혈액형끼리 소량 수혈이 가능한 이유를 원유 유출사고와 연관 지어 설명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모의논술에서 완충작용이라는 개념을 사회적 이슈인 FTA문제와 접목시켰던 것처럼 과학적 이해를 사회 문제에 대한 이해에 응용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리단독형으로 출제된 수리문항은 기하학과 정적분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는 정도의 심층적인 공간 이해 능력을 평가하고자 했다. 이번 2008학년도 정시 자연계열 논술의 본고사 논란에 단초를 제공할 소지가 있는 문항이라고 판단된다. 모의논술과 수시논술이 기본 원리와 개념의 정확한 이해 능력을 평가했던 것에 비해 정시논술은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응용한 창의적인 사고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높다는 반응들이 나오게 된 이유라고 분석된다.
고려대·연세대·서울대 2008 정시논술 문항 비교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정시논술 문제 및 해설은 맛있는 공부 홈페이지(
study.chosun.com)에 싣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2008학년도 수시·정시 기출문항들의 계열별 출제경향을 정리해보고, 변화가 예상되는 입시제도 하에서의 2009학년도 논술고사의 방향과 특징을 전망해보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서울대 발표문>
서울대학교는 2008년 1월 11일 2008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를 실시했다. 응시 학생에게는 5시간 동안 인문계열 3문항, 자연계열 4문항(미대와 사범대체육교육과는 2시간 동안 1문항)이 주어졌으며, 응시 대상인원은 총 4400명이었다(인문계열 1582명, 자연계열 2215명, 미술대학 511명,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92명).
출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점은 이미 2005년에 예고했던 대로 ▲고등학교 교과서 지문과 주제 활용, ▲사교육을 통해 급조되거나 암기된 지식이 아니라 공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측정,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을 통한 공교육의 질적인 향상에 기여한다는 것이었다.
즉 지식기반사회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중심은 암기하고 있는 지식의 양보다 습득한 정보와 지식을 통합해 주어진 문제 상황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다. 즉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에 있으며, 교과 지식의 단순 반복 학습과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탐구하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독서·토론을 통한 사고능력의 배양을 지향함으로써 이른바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왜곡되어 있는 중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유도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교과서의 내용을 논술 문항의 제시문이나 논제로 최대한 활용하여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학생 스스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출제했다.
인문계열에서는 다양한 교과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문제를 출제했으며, 자연계열에서는 수리적, 과학적 사고력을 통합적으로 묻는 문항을 출제하되, 문항에 따라 필요한 경우 관련된 자료를 제시했다.
[김기한 메가스터디 통합논구술연구소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