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한라산을 오른다.
83년 1월부터 84년 10월까지 제주도에서 근무할 때 오른 것이 마지막이었으니 38년만에 다시 오르는 셈이 되겠다.
당시에는 어리목과 영실에서 백록담 서북벽으로의 접근이 가능했던 터라 지루한 성판악코스를 버리고 주로 어리목 또는 영실 코스를 이용했었다.
현재 어리목 및 영실코스로의 백록담 탐방은 금지되어 있어 성판악 코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왕복 19.4km 정도에 8시간 정도 걸릴 예정이다.
예약보다 40분 늦은 8시 40분 경 성판악공원관리소에 도착했으나 그냥 입장이 가능했다.
초반 등로는 양탄자가 깔린 거의 평지에 가깝게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너덜 길도 나타나고,
이런 데크 길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속밭휴게소를 지나,
점점 고도를 높여가는 가운데,
고도를 알리는 표지석도 보인다.
한라산에는 유난히 산죽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산죽 처리 문제로 조금 신경이 쓰인다고 하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투명하리만치 선명한 분홍빛 진달래가 화사하게 피어 있다.
곳곳에 피어 있는 진달래꽃을 보니 진달래산장이 멀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짐작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진달래 산장에 도착했다.
밀집한 군락은 아니지만 곳곳에서 탐방객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네!
다시 오르던 중 잠시 뒤돌아 보니 아직 숲에 가려 바다 쪽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잘 정비된 나무계단을 계속 올라가는데,
곳곳에 쓰러진 하얀 고사목들이 보였다.
주로 구상나무인데 기후 온난화 탓인지 점점 사라져 가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웠다.
그렇게 계속 오르다 보니 주위를 가리고 있던 숲은 사라지고 주위가 열리면서,
행여나 해서 제주시 방면을 바라보지만 구름이 가려 전혀 보이질 않는다.
3시간 정도 꾸역꾸역 오르니 어느새 정상이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나무 계단 사이로 이런 현무암 길도 지난다.
발조심 하지 않으면 부러지거나 삐기 쉽상이다.
다시 뒤돌아 보지만 역시 구름에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멀리 수평선만 간신히 구름 위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정상이 가까와지자 지쳐 휴식을 취하는 탐방객들의 모습도 보이고,
고도를 알리는 표지석이 반갑다.
다시 제주시 방면을 바라보지만 역시 구름 위로 수평선만이 아스라하다!
바로 저기가 정상인데 정상인증을 하려는 탐방객들의 줄이 무지하게 길에 늘어서 있어,
정상석만 간신히 카메라에 담고,
나는 그냥 곁가지로 인증을 하고는 바로 일어섰다.
며칠 전에 비가 엄청 내렸다는데 백록담에 고인 물은 별로이네.
38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수량은 크게 변동이 없고, 보는 방향은 정 반대이지만 그 모습은 역시 그대로다.과거에는 저기에서 수영도 하곤 했다던데...
전에 제주생활 할 때 오른 정상은 사진 맞은 편 좌측으로 보여진다.
실질적인 정상은 바로 앞의 백록담 사진 좌측이지만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저기까지가 한계......
다시 백록담을 배경으로 한 장 담은 후 여기서 식사를 하고 잠시 쉬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 사진을 끝으로 백록담 일대에는 구름이 몰려와 금방 곰탕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한동안 쉬고 있는데 공원직원이 오후 2 시 전에는 하산을 해야 한다고 수시로 방송하는 가운데 구름이 슬금슬금 올라오는 것이 보여 하산을 시작한다.
내려가면서 정상 방향을 올려다보니 새파란 하늘이 눈부실 정도이지만,
아래 쪽은 구름 천지!
진달래대피소를 지나 잠시 내려가다가 우측 사라오름을 다녀오기로 했다.
등로는 대부분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계단설치에는 반대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라오름에 위치한 호수.
오름 정상은 건너편 위.
사라오름 산정호수.
오름 분화구에 물이 고여 습원을 이루는 산정호수로 둘레는 약 205m이며 직경은 80~100m정도이다. 비가 오면 호수 가득 물이 차지만 수심이 얕아 물이 마르면 화산석 송이(스코리아) 바닥이 드러날 때가 많다. 백록담과 하늘, 짙푸른 녹음이 비치는 호수에 안개가 넘나들고 겨울철 상고대가 환상적이라 하늘호수라 부르기도 한단다.
노루떼가 모여 풀을 뜯거나 물을 마시면서 뛰노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고...
이제 하산지점이 멀지 않았다.
오늘 일정은 한라산 산행이 전부이다. 8시간 못미쳐 산행이 끝났다. 사라오름 왕복을 포함한 거리는 20.6km. 마지막 급경사의 오름을 빼면 비교적 완만하다고 할 수 있겠다.
2일 째.
에코랜드와 민속촌, 그리고 우도관광 등으로 2일 째의 여정을 시작한다.
에코랜드는 원래 골프장을 조성하려다 방치되어 있던 것을 모 회사에서 인수하여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공원으로 개발하였다 하는데 상당히 정성을 들인 것 같았다.
앞서 밝혔듯이 아이들과 함께 하면 멋진 곳이 될 것 같다.
성읍 민속촌.
과거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거의 없었다. 굳이 들자면 '똥돼지' 우리와 돼지만 없다는 것 뿐. 특히 불에 그슬린 그 고기가 정말 맛있었는데...
지금은 키우지도 않을 뿐더러 '똥돼지' 고기는 아예 없다고 한다.
돌하르방의 전형적인 모습.
여기서 흑돼지 불고기로 점심식사를 하고 우도로 향한다.
우도 선착장.
바로 근처에 일출봉이 있지만 시간 상 우도만 잠시 돌아보기로 했다.
우도행 여객선이 선착장에 들어온다.
우도 동쪽 끝머리.
우도로 향하면서 바라본 한라산. 중앙 약간 좌측으로 희미하게 보인다.
우도에 도착했다.
후해석벽(後海石壁)-제주6경
200만년 전 신생대 제4기 화산활동으로 바다에서 첫 불기둥이 치솟아 우도가 탄생하면서 지층이 차곡차곡 쌓여 생성된 기암절벽이다. 마치 바다 위에 병풍이 펼쳐진 듯 하다.
우도에서 해돋이가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하니 그 멋진 광경을 한 번은 보고 가야 하지 않을까!
특허 받은 한라봉 아이스크림 광고판.
저기 보이는 저 아이스크림 한 개를 사서 먹어보았는데 조그마한게 개당 무려 5,000원이나 했다.
실제로 땅콩 가루를 섞은 아이스크림 맛은 별로 특별한 것이 없었는데 말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바가지...
앙증맞게 서 있는 전기차들. 3륜 및 4륜이 있는데 모두 2인승이었다.
작아서 어떻게 타나 싶었는데 그래도 사람이 잘만 들어갔다.
이런 바이크도 있고...
이곳이 오늘 관광의 마지막 목적지였는데 짙은 푸른색 바다와 옅은 푸른 하늘, 그리고 산호모래로 이루어진 백사장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우도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선상에서 바라본 일출봉의 멋진 모습.
제주공항에 도착하면서 한라산 산행을 포함한 1박 2일의 제주여정이 끝났다.
오랜만에 내딛은 제주도는 그 모습은 무척 변하였으되 과거의 정취는 그대로였던 것 같았다.
시내와 그 인근 일대 그리고 내가 살았던 옛집은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지만, 잘 닦인 도로 덕에 비교적 편안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