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31 오후
산책을 했다. 현아, 주환이, 태희, 태희 친구 지호, 우빈이와 함께 걸었다. 목적지는 따로 없었다. 걸음이 가는 대로 걸어갔다.
다시 이 사람들과 산책할 일이 있을까?
애초에 어쩌다 이 사람들을 만나 이렇게 자유로운 산책을 경험할 수 있는걸까?
어쩜 날씨는 또 이렇게 딱 선선하지?
감사와 신기함이 섞인 물음이 자꾸 생겨 나왔다.
뒷산을 넘어 철암초등학교 쪽으로 걸어갔다. 철암에 놀러온 태희 친구 지호가 묻는다. "혹시 여기가 네가 다녔던 학교야?" "맞아." 태희가 웃으며 답해준다. 학교를 지나치려고 했다가 활짝 열린 학교 정문과 운동장을 보고 홀린 듯 학교로 들어갔다.
운동장에서 그네를 탔다. 소위 '라떼는' 없었던 신식 놀이기구인 그물 그네의 재미를 맛보기도 했다. 서로를 밀어줬다. 나이가 가장 어린 우빈이가 제일 잘 탔다. 태희, 지호, 주환이가 약간 무서워하며 탔던 그네다. 누구보다 여유롭게 그네를 타던 우빈이의 표정이 떠오른다.
한 10년만에 정글짐에 올라가 보기도 했다. 내가 올라가자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있던 태희가 자리를 비켜줬다. 일명 왕자리에 앉아 왕 노릇을 했다. 좌의정은 현아, 우의정은 주환이다. 우빈이는 세자 책봉을 받았다. 어느새 땅에 내려간 태희는 노비다. "왕이 행차했으니 어서 비키거라." 주환이가 외친다. 우리 우의정이 일을 참 잘한다.
잔디 위에 설치된 빨간 그물 위에 앉아 현아, 주환이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아까 걸어오면서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던 말을 취소해야 할 정도로 많은 로망을 이야기했다. 덕분에 내뱉은 말을 번복하는 재미를 즐겼다.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틀어놓기도 했다. (거의 나의 셀프 신청곡이었지만) 덕분에 재밌는 안무를 가진 임창정의 '나는 트로트가 싫어요'라는 노래를 알게 되었다. 사실 이 노래는 신청곡은 아니었다. 태희가 종종 이상한 춤을 추길래 춤의 근원지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알게 된 노래였다. 노래와 함께 안무 영상을 보고 나니 태희의 알 수 없는 몸사위가 이해가 됐다.
한참 바깥 공기를 즐겼다. 누가 돌아가자고 하지 않으면 몇 시간이고 계속 있을 수 있을 지경이었다. 우당탕탕 큰 형 누나들을 따라 나온 우빈이, 나풀나풀거리는 주환이와 현아, 도란도란 정겹게 이야기 나누는 태희와 지호. 이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감사했다.
돌아가는 길
첫댓글 철암이 처음인 지호에게 다들 반갑게 맞이하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일요일 오후 행복하게 보냈습니다~